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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468화 (468/1,826)

§ 나는 될놈이다 468화

물론 아니었다.

정말 다른 사람을 잡고서 착각해서 올린 것!

암살자 플레이어들은 마탑에서 빠져나가기도 전에 마법사 NPC들의 공격에 녹아버렸고, 그 덕분에 그들이 누구를 잡았는지 제대로 확인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런 오해가 생기게 된 것이지만…….

플레이어들이 그런 걸 생각해 줄 이유가 없었다.

-김태현 살아 있다!!!

-속보, 김태현 마탑에서 숨 쉰 채로 발견됨…….

-엌 ㅋㅋㅋㅋㅋ 길드 동맹 어떡하냐 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이 인간들 뻔뻔한 거 봐. 김태현이 3일 안에 자기 위치 안 드러내면 죽였다고 우기려고 저런 사기를 친 거야?

-그런 거 같은데? 지금 김태현 나온 거 보니까…….

-너무 추잡한 거 아니냐?

게시판은 순식간에 이 화제로 끓어올랐다.

벌써 마법사 플레이어들 중에서는 태현이 나타난 걸 생중계로 방송하고 사람까지 나오고 있었다.

-근데 김태현이 마법을 썼었나?

-그러게……?

-이거 뭐 되게 어려운 마법사 퀘스트라고 하지 않았어?

* * *

“오늘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모인 대마법사들에게 감사를 표하지.”

체시자는 나름 예의 바른 태도로 말했다.

화염술사 학파, 냉기술사 학파, 전격술사 학파…….

각 관련 학파의 대마법사들이 시큰둥한 눈빛으로, 호기심 넘치는 눈빛으로, 수상쩍은 눈빛으로 체시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는 하지 말라고. 체시자.”

“맞아. 자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건 이미 알고 있네.”

“맨날 다른 학파를 헐뜯던 친구가…….”

다른 대마법사들의 비난에 체시자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언제든지 틈만 나면 서로 헐뜯고 공격하는 마탑의 학파들!

같은 마탑이라고 사이가 좋은 건 절대 아니었다.

“크흐흠! 어쨌든 나는 오늘 흑마법사 한 명을 소개하려고 한다. 꼭 흑마법사라서 좋게 말하는 건 아니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재능과 지혜를 가진 마법사지.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야. 명성도 대단히 높다고. 대륙의 굵직한 위기를 해결한 적도 있고…….”

“흑마법사가?”

“정말로?”

“말도 안 되는데. 이름이 뭐지?”

“김태현 백작!”

“…….”

“…….”

“…….”

대마법사들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태현의 명성이 악명보다 높았을 때 찾아왔다면 ‘아니?! 그 김태현 백작이 흑마법사 학파에 들어가다니, 뭔가 잘못되거나 체시자가 사악한 마법을 부린 게 아닐까?’ 싶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태현의 명성은 악명보다 낮은 상태.

그 때문에 대마법사들의 반응은 ‘그래, 김태현 백작이라면 흑마법사 학파와 어울리는군’, ‘소문에 들어보면 살인마 백작이라고 하던데……’, ‘아키서스 교단을 이끌고 사디크 교단을 무찌르기는 했지만 믿지 못할 교활한 영웅이라고……’ 같은 반응들이 튀어나왔다.

체시자는 그 반응을 눈치채고 울컥해서 외쳤다.

“왜 그런 반응이지?!”

“아니, 김태현 백작이…… 영웅이긴 한데…….”

“무슨 말을 하고 싶으면 똑바로 하라고! 여기 김태현 백작이 오해를 사긴 했지만 마음만은 완전히 영웅이야! 자네들 중에서 그 사악하고 더러운 사디크 교단과 싸운 사람 있나!”

체시자는 이제 완전히 태현의 편을 들어주고 있었다.

태현마저 슬슬 불안해질 정도!

‘이 인간 이러다가 나중에 수틀리면 어쩌려고 이러는 거야?’

“아니, 영웅이 아니라는 게 아니라…… 그냥 잘 어울린다는 거지!”

“맞아! 잘 어울린다고!”

“…….”

이상하게도 흑마법사 학파와 잘 어울린다는 말은 욕처럼 들렸다.

그걸 알고 있었기에 체시자는 속으로 분노만 삭였다.

“어쨌든 이제 보여주도록 하지. 다른 학파에서는 나오지 않은, 마탑에서 배우지 않아도 엄청난 재능을 가진 인재를!”

<마탑 학파의 계승자-에랑스 왕국 마탑 퀘스트>

에랑스 왕국 마탑은 마법에 미친 마법사들만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 마법사들의 소원은 하나!

뛰어난 천재가 마탑에 들어와 자신의 학파를 더 부흥시키는 것을 보는 것!

마탑의 대마법사들은 그런 인재를 꾸준히 찾아왔다.

흑마법사 학파의 대마법사, 체시자는 당신을 그런 인재로 보고 기대하고 있다.

만약 시험을 통과하고 대마법사들의 인정을 받게 되면, 당신은 흑마법사 학파의 계승자 칭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엄청난 영광이지만, 주의하라.

이 시험에서 실패할 경우 망신을 당한 체시자가 당신을 가만히 두지 않을 테니 말이다.

보상:칭호<흑마법사 학파의 계승자>.

말과 함께 퀘스트창이 떴다.

태현은 가벼운 긴장감이 드는 것을 느끼며 앞으로 섰다.

아주 대놓고 실패하면 X된다는 걸 보여주는 퀘스트창!

“그런데 뭘 보여줄 건가?”

“그러게 말이야. 시체도 없는데.”

다른 대마법사들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흑마법사의 마법을 분류해보면 몇 종류로 나뉘었다.

어둠의 화살처럼 파괴적인 공격 마법.

빠르게 시전할 수 있고 회피하기 힘든, 상대방에게 상태 이상을 거는 각종 저주 마법.

언데드들을 소환하거나 악마들을 소환하는 소환 마법.

이 중 언데드 소환은 시체가 없으면 많은 페널티가 붙었다.

“놀라지 말라고. 이 김태현 백작은, 무려 그 시험의 돌을 <어둠의 화살>로 깨뜨렸으니까!”

“…….”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다. 플레이어들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들 왜 저러지?

“체시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 거짓말을 하면 쓰나…….”

“맞아. 그 시험의 돌을 어떻게 어둠의 화살로 부순다고 그래?”

못 믿겠다는 분위기!

체시자는 이제 아예 목덜미를 잡으려고 들었다.

“이, 이 비겁한…… 내가 깨지고 온 돌을 보여주면 되나?!”

“이미 깨진 돌은 갖고 와서 뭐 하나. 알겠네. 믿어주지.”

“전혀 믿는 얼굴이 아니잖아!”

태현은 대화를 자르고 끼어들었다.

“사실입니다.”

“!?”

“제 명예를 걸고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으음…….”

악명이 높았지만, 태현의 명성도 만만찮게 높았다. 거기에 귀족의 작위까지!

[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대화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귀족 작위를 갖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당신의 말을 조금 더 신뢰합니다.]

[높은 명성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당신의 말을 조금 더 신뢰합니다.]

그 결과 대마법사들은 바로 아니라고는 하지 못하고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정말인가? 그러면 여기서 다시 보여줄 수 있겠나?”

“그럴 수 있지만 시험의 돌을 헛되이 낭비하는 것도 아깝고, 제 능력이 파괴만 있다고 생각되는 것도 좀 아쉽군요. 이번에는 다른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다른 거?”

“바로 소환 마법입니다!”

대마법사들은 알지 못했다.

설마 이런 신성한 시험 자리에서 자기와 원수진 악마를 불러내서 싸움을 붙이려는 미친놈이 있을 거라고는!

“소환…… 마법? 언데드는 아니겠고 악마?”

“예! 역시 잘 아시는군요.”

태현은 공손한 태도로 화염술사 학파의 대마법사에게 말했다.

“악마 소환 가지고 뭘 보여주겠다고…….”

“운도 많이 따르고.”

“악마 소환은 약해. 정예 데스나이트를 소환해도 우리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데 악마라니. 어디서 하급 악마 같은 걸 데리고 올 생각인가?”

“물론 아닙니다.”

“그러면 어떤 악마를 데리고 올 생각이지?”

“역으로 물어보겠습니다. 어떤 악마 정도는 되어야 만족하시겠습니까?”

태현의 질문에 대마법사들은 곤란한 기색을 표했다.

“으음…… 한 층의 군단을 이끄는 악마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도 좀 약하긴 합니다.”

“알겠습니다. 이해했습니다.”

태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자기들이 더 센 악마를 부르라고 말했으니 이제 뭐가 나와도 상관없다!

“감사합니다. 대마법사님들. 소환 의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의식이 끝나면 무시무시한 악마가 나타날 겁니다!”

태현도 살짝 겁이 났다.

이 정도 지혜면 어떤 악마가 소환될까?

저번에 잡은 갈그랄처럼, 한 층을 맡은 주인의 오른팔 정도 되는 악마?

아니면 태현이 아예 모르는 다른 악마?

‘그렇지만 아키서스의 교우 관계를 생각해봤을 때, 나온 악마가 날 좋아할 확률은 거의 없겠지.’

신들도 싫어하고 천사들도 싫어하고 악마들도 싫어하고 드래곤들도 싫어하는 아키서스!

정말 알뜰하게 원한을 적립한 신이었다. 솔직히 감탄이 나올 정도!

‘만약 나한테 원한이 있는 악마가 소환된다면…… 대마법사들의 힘을 빌려서 잡고, 운이 좋으면 악마의 무기도 건질 수 있다!’

현재 태현은 봉인된 악마, 에슬라를 풀어주는 퀘스트를 진행 중이었다.

지금 모은 무기는 갈그랄과 에다오르의 무기.

만약 여기서 하나만 더 얻을 수 있다면……!

-악마 소환!

파아아아앗!

태현 앞에 자주색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쿵! 쿵! 쿵!

[마법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지혜를 갖고 있습니다. 마법이 강화됩니다.]

[당신을 찾고 있는 악마들이 있습니다. 악마 소환 마법에 영향을 끼칩니다.]

-주인이여, 이건 뭔가 잘못된 것 같다……!

흑흑이가 안에서 비명을 질렀다.

블랙 드래곤이다 보니 이런 악마 소환 같은 흑마법의 낌새에는 매우 예민했던 것이다.

“뭐야? 뭐가 소환되는 거야?”

“몰라…… 김태현이 뭘 소환하나 본데…….”

“설마 또 드래곤?!”

“악마 소환이라고 했잖아. 멍청아!”

플레이어들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보통의 악마 소환 마법보다 효과가 너무 화려했던 것!

마법진 주변은 이미 자욱한 유황 연기로 보이지도 않았다.

-잡았다…… 이…… 쥐새끼 같은 아키서스 놈……! 네가 나를 부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노라! 죽을 준비는 되었느냐!

화아아아아악!

연기가 걷히고 어딘가 한 번 본 악마의 모습이 나타났다.

야심 차게 음모를 꾸미고, 모험가들을 속이며, 투기장의 총독으로 잠복해 있다가 나타나 대륙을 혼란으로 빠뜨리려 한 악마!

그러나 태현을 믿었다가 아키서스의 죽창, 아니, 성물에 찔려 바로 마계로 돌아가야 했던 악마!

-44층 마계의 주인, 에다오르가 널 죽이겠노라!

“……왜 하필 너냐!”

태현은 분통을 터뜨렸다. 에다오르는 잡아도 무기도 안 주는 악마!

왜냐하면 이미 태현이 에다오르의 무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려움에 떨어라, 요 쥐새끼 같은 아키서스 놈…… 응?

대검 없이, 맨주먹으로 나타난 에다오르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마법사처럼 생긴 놈들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게다가 그중 몇 명은 범상치 않은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잠깐만…….

“에다오르! 잘 만났다. 저번에 나는 대륙을 혼란에 빠뜨리려던 너를 쓰러뜨렸지! 이번에도 다시 너를 쓰러뜨려서 굴복시켜 주겠다! 아키서스의 이름으로!”

에다오르가 속 터질 소리만 골라서 하는 태현!

-설마 나를…… 함정에 빠뜨린 것이냐?

태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게 상대를 더 열 받게 만든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악마를 쓰러뜨립시다! 저 악마는 한 번 대륙에서 역소환된 적이 있어서 상처를 회복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 쥐새끼가 진짜!

에다오르는 분노로 가득 차 태현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그러나 태현은 이미 잽싸게 거리를 벌린 뒤!

그것도 얄밉게 대마법사들 뒤로 이동한 상태였다.

“어떻습니까, 대마법사님! 제가 소환한 악마를 보셨습니까!”

“아니…… 시험에서 자기와 원수를 진 악마를 소환하면 어떡하나!”

“예? 대마법사님들께서 강력한 악마를 소환하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원래 좀 약한 악마를 소환하려고 했는데, 대마법사님들께서 그렇게 말하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에다오르를 소환한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체시자 님?”

“어, 어? 그렇지!”

당황한 듯 에다오르를 보고 있던 체시자는 태현이 부르자 고개를 끄덕였다.

태현이 이런 짓을 할지 몰랐던 체시자였지만, 일이 벌어진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어떻게 되든 간에 태현을 밀어줘야 한다!

“그렇지! 원래 김태현 백작은 좀 더 안전하고 다루기 쉬운 악마를 소환하려고 했는데……! 그러게 김태현 백작을 도발하지 말았어야지. 김태현 백작이 쉬운 사람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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