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465화 (465/1,826)

§ 나는 될놈이다 465화

조건!

아무리 서로 사이가 안 좋고 경쟁을 했다고 하더라도, ‘달마다 100골드씩 챙겨주고 필요한 재료는 다 가져다 준다! 장비도 무조건 네가 먼저 가져가게 해준다!’ 이런 제안을 하면 사람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지금 길드 연합이 동맹으로 바뀌어서 요리도 많이 보내야 하는데, 요리사 많이 필요하다고. 네가 요리 다 할래?”

“아, 아니. 저는 좀…….”

“농담이다. 그리고 넌 요리 못하잖아.”

“…….”

차오의 무시하는 말에 길드원의 얼굴이 굳어졌다.

차오는 같은 말이라도 재수 없게 말하는 재주가 있었던 것이다.

“좋아. 가서 제안해 보고 와라.”

“예? 제가요?”

“그럼 내가 가냐? 응?”

“알겠습니다…….”

길드원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앞으로 걸어갔다.

“저기, 레스토랑 길드에서 나왔습니…….”

촥촥촥!

무릎을 꿇고 엎드려 있던 파즈가 재빨리 일어서더니 소금을 뿌렸다.

“으아악!”

“어디서 수작질이야 이놈들이?”

“뭐, 뭐 하는 짓입니까!”

“뭐 하는 짓이긴! 수상한 놈들 쫓아내는 짓이지! 다른 놈들은 몰라도 너희는 수상하잖아! 접근하지 마라! 요리에 독을 탈지도 몰라!”

파즈가 소리치자 다른 요리사들도 ‘헉, 저거 레스토랑 길드원이야?’ 하는 눈빛으로 거리를 벌렸다.

한 짓이 있기에 나오는 반응!

“당신 보려고 온 거 아니거든! 비켜!”

“거짓말하지 마라! 내 요리에 독을 뿌릴 셈이지! 내 요리 재료에 수작질을 부릴 속셈일지도 몰라!”

“아니, 주현…….”

“뭐? 주현영의 요리에도 독을 탈 생각이었다고?!”

“…….”

웅성웅성-

주변에 몰린 요리사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뭐? 레스토랑 길드가 또 수작을 부리려고 했어?

-그렇대. 아까 안 보인 것도 이번 이벤트에서 더러운 짓 하려다가 잡혀서라며?

-어쩜어쩜! 어떻게 그럴 수가!

슬슬슬-

그런 소란이 일어서자 주현영도 슬슬 뒷걸음질 치며 거리를 벌렸다.

레스토랑 길드원은 팔을 뻗으며 애처롭게 말했다.

“아니, 그런 게 아닌데……!”

사실 그런 짓들을 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정말 하지 않았다. 아니, 못 했던 것이다!

그러나 길드원의 변명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 * *

딸칵-

캡슐에서 나온 태현은 김태산이 힐끗힐끗 쳐다보는 걸 깨달았다.

“?”

“험험. 험험험.”

“……?”

“아들아, 잠깐 이리 와보렴.”

점점 불안해지는 걸 느끼며 태현은 김태산 앞으로 왔다.

“요즘 힘든 일 있니?”

“……예?”

“학교에서 누가 괴롭힌다거나…….”

“학교 안 나가는데요?”

“아니면 판온에서 누가 괴롭힌다거나…….”

“????”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체 왜 이러는 거지?

“너 길드 동맹한테 PK 당하지 않았냐?”

“그런 적 없는데요?”

“?”

“?”

김태산과 태현은 서로 마주 보았다. 그리고 김태산은 바로 알아차렸다.

정말 태현이 안 당했다는 것을!

태현은 이런 걸로 거짓말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정말 안 죽었구나! 아니, 길드 동맹 놈들 일 처리 왜 이런 식으로 하는 거야?’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복잡했다. 길드 동맹한테 당했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에는 ‘그럴 리가 없는데?’, ‘아니, 그 자식들이 감히!’라는 기분이 들었었다.

그런데 그게 거짓말이라는 소식을 들으니 ‘에이 그래도 한 번 정도는 성공해도 되지 않냐 무능한 놈들’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지금 설마 실망하시는 거 아니죠?”

“아, 아니거든? 실망 안 했거든?”

김태산의 목소리에는 설득력이 부족했다.

“어쨌든 네가 PK 당하지 않았다니 정말 다행이구나!”

“와. 정말 감정 안 담겨 있네요.”

“시꺼. 맞다. 그리고 음…….”

김태산은 말을 하려다 말고 머뭇거렸다. 이걸 말해? 말아?

“네 영지에서 농사 잘된다던데, 맞냐?”

“뭐 잘 된다는 거 같은데…….”

“거기서 재료도 판다던데?”

“그렇죠?”

“……경매장에 올릴 거지? 더?”

이제까지 올라온, 아키서스 교단 영지에서 나온 요리 재료들.

대부분 고급 이상의 요리 재료들인 데다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재료들이었다.

물론 나오자마자 눈이 벌게진 요리사들이 웃돈을 주고 사 갔다.

그러나 눈치 빠른 사람들은 이미 짐작을 하고 있었다.

-지금 이 정도 재료는 아키서스 교단의 영지에서 나온 게 분명하다. 농부 플레이어들의 증언을 보면 확실하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더 나올 게 분명해. 농부들 작업 끝나고 추수할 때 시간 맞춰서 물량 풀린다!

-지금 여기서 못 구하면 또 한동안 구하기 힘들다! 잡아야 해!

추위에 토끼들의 난리까지.

다른 곳에서 농부 플레이어들이 짓는 농사는 그 주변 요리사 플레이어들이 쓰기에도 모자랐다.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대량의 밀, 쌀, 보리 등의 작물을 파는 아키서스 교단 영지는 기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나오는 대로 올리겠죠. 그거 이제 더 쌓아봤자 별 의미 없으니까요.”

“나오기 전에 팔 생각 없냐?”

김태산은 은근하게 물었다.

경매장에서 붙으면 가격이 몇 배로 뛰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미리 교섭을 해서 따로 뒷거래를 하는 게 좋았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야 누가 올리는지 알 수 없으니 경매장 사이트만 보고 있겠지만, 김태산은 달랐다.

아들이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태현은 손가락을 쫙 폈다.

“5?”

“지금 경매가의 5배 정도면 팝니다.”

“와, 이런 도둑놈의 새…….”

말하려다가 김태산은 멈칫했다. 생각해 보니 자기 자신을 욕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너무한 거 아니냐?!”

“지금 어르신이 사재기 시도 중이라 경매장에 올리면 5배는 기본으로 나올 텐데요?”

“기본까지는 아니다! 좀 싸우다가 붙겠지! 아무리 그래도…… 잠깐만, 누가 사재기 중이라고?”

김태산은 귀를 의심했다. 태현이 어르신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유 회장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건 알 바 아니고요, 어쨌든 5배 미만으로는 안 받습니다.”

“$&^@*[email protected]#&*…….”

김태산은 빠르게 고민했다.

받느냐, 안 받느냐.

“에이! 받는다!”

그리고 내린 결정!

김태산은 이런 부분에서 과감하고 정확했다.

경매장에 올라와서 온갖 요리사 놈들하고 경쟁을 하느니, 차라리 여기서 먼저 사는 게 더 낫다고 본 것이다.

‘태현이 놈 영지에 간 농부들이 작물 올린다고 해도 다른 놈들이 우르르 사갈 테니, 이 정도 물량 확보하는 것도 감지덕지지.’

“하하.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해주시죠.”

“뭘?!”

“길드 동맹 놈들 쳐들어오면 같이 좀 싸우죠. 아버지.”

“흥. 내가 왜? 원한을 산 건 너지 내가 아닌데?”

“에이, 저만큼은 아니더라도 아버지도 원한 사셨을 텐데요. 양심에 손을 얹고 말해보시죠. 오스턴 왕국에서 영지 유지하면서 남들 공격 했어요, 안 했어요?”

“…….”

“작물 싸게 드렸으면 그 정도는 해주셔야죠.”

“싸, 싸게? 그게 싼 거냐?!”

“그 정도면 싼 거죠.”

“끄응…….”

김태산은 신음했다.

길드 동맹을 견제해야 한다는 건 김태산도 동의했다.

내버려 두면 점점 더 커져서 김태산의 길드만으로는 상대하기 힘들 테니까.

게임 한두 번 해본 것도 아니고, 그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문제는…….

‘저놈이 너무 얄미워!’

“그건 생각해 보겠다. 흥.”

“하하. 그러시죠.”

‘이미 끝난 거나 다름없군.’

태현은 김태산의 얼굴을 보고 확신했다. 무슨 일이 생기면 같이 싸우게 될 것이라고.

[우리 보물. 지금 시간 되나?]

문자를 받은 태현은 질겁했다. 어떤 미친놈이 이런 문자를 보내는 거야?

‘……이동팔 대표군…….’

태현이 들어간 SI 엔터 대표였다.

* * *

짝짝짝짝짝-

“…….”

태현은 황당한 얼굴로 이동팔을 쳐다보았다.

태현이 들어오자마자 요란하게 박수를 치는 이동팔!

“우리 보물 왔나!”

“그냥 이름 불러주시죠.”

“그렇게 말하기에는 이번에 너무 잘 해줬어! 내 조카는 욕을 엄청 했지만!”

“괜찮습니다. 저도 이세연 욕 많이 했으니까요.”

“…….”

이동팔은 멈칫했다. 천하의 이동팔도 당황하게 만드는 태현이었다.

“그건 좀…… 어쨌든 앉게. 오늘 부른 이유가 뭐일 거 같나?”

“어, 방송이요?”

“아. 물론 그것도 있지. 지금 제안이 몇 개 쌓여 있으니 언제든지 나갈 수 있어.”

“조금만 나중에 나가죠? 지금 바쁜데.”

“언제까지 미룰 생각인가! 쇠는 뜨거울 때 쳐야 한다고, 인기가 있을 때 나가야 확 기억에 남는 법이야!”

“뭐 인기 사라지면 안 하면 되는…… 읍읍!”

이동팔은 손을 뻗어서 태현의 입을 막았다.

“안 들은 걸로 하겠네. 어쨌든 대회 끝난 지 얼마 안 되고, 아직은 괜찮으니 좀 더 있어도 되긴 하지만 언젠가는 나가야 한다는 걸 알아두라고. 보니까 나가서 잘하던데 왜 그래? 응? <혼자 사는 인간들> PD가 칭찬을 엄청 하던데.”

태현이 프로 선수들을 두들겨 패는 건 편집이 되었지만, 그걸 빼더라도 태현의 모습은 충분히 좋게 나왔다.

태현이 안 봐서 그렇지 봤으면 감탄했을 것이다.

김춘식 배우와 신나게 판온 이야기를 하며 떠들다가, 바로 양성규의 인터뷰로 넘어가는 기술!

-하하하 태현이는 어렸을 때부터 체육관을 다녀서 운동도 잘하고~

태현이 두들겨 패는 건 교묘하게 편집하고, 운동을 잘하는 사람의 이미지는 살린다!

체육관의 선수들도 만족하고 태현도 만족하는 완벽한 편집이었다.

“그랬습니까?”

“그거 나가고 나서 몸 쓰는 프로에서도 연락이 많이 왔지. 보통 사람은 나가는 종류가 정해져 있는데 이렇게 다양하게 오는 건 진짜 대단한 거라니까.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해.”

실제로 프로게이머 선수들이 방송으로 나왔을 때는 주로 게임 관련 방송에 나왔다.

태현처럼 이렇게 다양한 곳에서 연락이 오는 건 드문 경우였던 것이다.

“다양하게? 다른 것도 있습니까?”

“아. 저번에 퀴즈 때문에 퀴즈쇼 1 대 99에도 나와 달라고 말이 한 번 나왔었지. 자신 있으면 나가봐도 괜찮은데?”

“……그건 좀…….”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넘겼다. 상식이나 시사에 자신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퀴즈쇼에 나가서 우승할 자신은 없었던 것이다.

“그래그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아, 맞다. PD가 번호 잘못 적어줬냐고 하던데. 연락을 안 받는다고.”

“그래요? 뭔가 착각이 있었나 보네요.”

태현은 시치미를 뚝 뗐다.

저번에 만난 PD나 김춘식이 같이하자고 연락하는 걸 막기 위해 수작을 부렸던 것!

“그래서 내가 번호를 줬네.”

“$!*@&…….”

“응? 방금 뭐라고 했나?”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가서…… 실은 한 가지가 아니라 두 가지야. 해외 팀에서 연락이 왔어. 김태현 선수하고 접촉하고 싶다고. 사실 놀라운 건 아니지.”

해외의 게임 팀들은 우선적으로 자국 선수들을 먼저 접촉했다. 일단 쉽게 접촉할 수 있으니 당연했다.

그리고 슬슬 눈치를 보던 도중, 첫 타자가 나온 것이다.

“뉴욕 라이온즈. 역사 있고 전통 있는 게임단이지. 자금력도 세고…… 사실 내가 알 정도면 말 다 한 거 아닌가 싶은데. 어때, 언제 만날 생각이지?”

“안 만나면 안 되죠?”

“……진심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겠지?”

“귀찮은데…….”

“좀 이야기는 들어보고 거절해야지!”

이동팔은 기가 막히다는 듯이 말했다.

남들은 얻지 못해서 허덕이는 기회를 태현은 길가의 돌멩이 보듯이 하고 있었다.

“해외 게임단은 들어가면 해외로 가야 하잖습니까.”

“그렇겠지? 아무리 캡슐 안에 들어가는 게임이라지만 보통 게임단은 합숙으로 진행되니까.”

“해외는 좀…….”

“……단지 그거 때문에?”

“아, 거주지 문제는 중요한 문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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