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462화
태현이 밀어붙이자 가젠은 일단 앞으로 달렸다.
무슨 버프 스킬을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보니 일단 다 회피가 뜨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다! 역시 김태현이야!’
보스 몬스터가 두 마리나 나오고, 사방에 골렘들이 날뛰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메시지창이 가득했다.
덕분에 <살아 움직이는 폭탄> 스킬창을 놓친 가젠!
-어디서 감히 다가오느냐!
골렘을 부리는 마법사는 날카롭게 외치더니 가젠을 겨눴다. 골렘의 주먹이 그대로 위에서 망치처럼 날아왔다.
쾅!
그러나 <아키서스의 축복>이 남아 있는 상태!
바로 회피가 떴다.
“우와와와와! 회피! 회피 떴어!”
마법사 직업으로는 느껴본 적 없는 즐거움!
가젠은 마치 전사나 도적 직업이 된 기분을 느끼며 달려들었다.
“그런데 언제까지 달려들어요?!”
“계속!”
“???”
마법사 직업은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가 봤자 딜을 더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의미가 없는 행동!
그렇지만 가젠은 일단 하라는 대로 달려들었다.
샤샤샥-
골렘을 부리는 마법사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순간이동 후 가젠 앞에 나타났다.
“!”
-죽어라, 침입자!
“오. 알아서 죽여 달라고 해주네.”
태현은 씩 웃으면서 스킬을 준비했다.
-데메르의 시간 되돌리기.
-살아 움직이는 폭탄!
“어? 어?”
[살아 움직이는 폭탄 스킬이 사용됩니다.]
가젠은 고개를 돌려 태현을 쳐다보았다.
“이게 뭐…….”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데메르의 시간 되돌리기!
[보스 몬스터, <골렘을 부리는 마법사>가 쓰러졌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
그 순간 다른 골렘들이 힘을 잃고 쓰러지기 시작했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깔끔하게 잘 처리했군.’
시간이 지나면 골렘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보스 몬스터.
태현이야 강력한 회피 능력에, 고대의 망치까지 갖고 있어서 괜찮았지만 다른 마법사들은 아니었다.
시간이 조금만 더 늦었어도 전멸까지 갔을 수 있는 상황!
저런 골렘이 돌진하면 탱커가 막는 것도 힘들었다.
“자. 이제 아이템이나 회수…….”
“…….”
스스슥.
태현이 고개를 돌리자 겁에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 치는 파티원들!
“?”
-방금 가젠한테 폭탄 매달아서 보스 몬스터한테 보낸 거 맞지?
-와…… 우리한테도 저러는 거 아니야?
-기계공학 대장장이들은 상대하지 말라는 말이 있던데…….
-쉿. 목소리 줄여! 우리한테도 폭탄 달면 어떡하려고! 난 앞으로 가기 싫어!
“…….”
태현은 아차 싶었다.
케인처럼 성실하고 희생정신 강한 사람하고만 같이 지내다 보니, 이런 방식에 너무 익숙해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방식으로 보스 몬스터를 잡지 않는다!
파티원들이 충격을 받는 것도 당연했다.
‘아니, 그러면 아까 은신하고 있는 놈들을 왜 앞으로 보낸 거라고 생각한 거지?’
당연히 방패 및 폭탄 재료로 쓰려고 한 거였는데!
물론 태현 입장에서만 당연한 일이었다.
“모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
골렘의 잔해 사이에서 가젠이 걸어 나왔다.
다친 곳 하나 없이 멀쩡!
태현이 <데메르의 시간 되돌리기> 스킬을 써준 덕분이었다.
“저건 그냥 스킬이라고. 게다가 쓰기 전에 태현 님이 버프를 걸어주셔서 난 다치지도 않았는데!”
“어…… 음…….”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가젠을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가젠은 폭탄을 설치한 다음, 태현이 버프를 써서 가젠을 보호한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사실 <데메르의 시간 되돌리기>를 쓴 이유는 하나였다.
보스 몬스터가 생각보다 강력했을 경우, 시간을 되돌려서 한 번 더 폭발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괜히 되돌리는 시점을 <살아 움직이는 폭탄> 스킬이 걸린 상태로 잡은 게 아니었다.
그런 사악한 마음도 모르고 가젠은 열심히 태현을 변호해주고 있었다.
“폭탄도 스킬인데 저렇게 볼 필요가 없잖아! 잘 쓰면 되는데!”
“듣고 보니 맞는 말이야.”
“가젠이 저렇게 말하니까…….”
“실제로 가젠은 다치지도 않았고.”
가젠의 뜨거운 변명에 다른 파티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태현에게 미안해했다.
“죄송합니다. 태현 님. 폭탄이랑 기계공학만 보고 선입견을 가져서…….”
“하하. 괜찮습니다.”
물론 그 선입견은 대부분 진실이었지만.
* * *
태현의 인간 폭탄에 충격을 받은 플레이어들이었지만, 사실 더 큰 충격이 남아 있었다.
아이템 배분!
마탑 던전에 들어와서 가장 큰 싸움이었고, 그만큼 얻은 아이템도 많았던 것이다.
[<펩카스의 폭풍을 지르는 지팡이>를 얻었습니다.]
[100!]
[김태현 플레이어가 <펩카스의 폭풍을 지르는 지팡이>를 얻었습니다.]
[<강한 마력이 담겨 있는 골렘의 핵>을 얻었습니다.]
[100!]
[김태현 플레이어가 <강한 마력이 담겨 있는 골렘의 핵>을 얻었습니다.]
“…….”
“…….”
충격과 공포!
아이템 하나를 나눌 때만 해도 ‘음, 운이 좋은가보다’ 싶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저건 운이 좋은 수준이 아니었던 것!
“아, 아니…… 태현 님. 무슨 스킬 쓰고 있는 거 아니죠?”
“무슨 말씀을 그렇게? 지금 제가 사기 치고 있다는 겁니까?”
바로 정색하는 태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대체 어떻게…….”
“혹시 주사위 굴리시는 게 겁이 나시는 건 아니죠?”
“아닙니다! 굴리시죠!”
바하는 울컥해서 외쳤다.
다른 건 몰라도 겁이 나서 도망쳤다는 말은 들을 수 없다!
‘아빠……! 속고 있는 거 같은데……!’
바허는 그런 아버지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리 봐도 저건 이길 수 없는 싸움!
게다가 가장 어이가 없는 건 이 주사위 굴리는 방식을 정한 게 그들이었다는 것이었다.
즉 태현이 노리고 사기를 친 게 아니라는 것!
그 결과…….
“이야. 이거 죄송하네요. 이렇게 혼자 아이템을 다 먹게 되다니.”
“…….”
바하는 침울해져서 고개를 푹 숙였다.
아이템 하나도 못 챙겨온 파티장의 부끄러움!
“애들아…… 미안하다……!”
그걸 본 김세형이 정수혁에게 속삭였다.
“야, 이래서 따라다니면 보상이 많다는 거였냐?”
“아뇨. 이런 거 말한 게 아니었는데…….”
* * *
그 후 태현 파티는 세 개의 던전 룸을 추가로 공략했다.
아이템은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태현은 전략을 잘못 짰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탑 던전을 다들 욕하는 이유를 알겠군. 원하는 걸 노리는 거 자체가 불가능이야.’
이제까지 수많은 던전을 공략하고 깨 왔던 태현이었지만, 마탑 던전은 너무 랜덤이었다.
신의 예지도 시시각각 바뀌는 곳.
이런 곳에는 뭐가 통하지가 않았다.
‘내 스킬도 지금 <아키서스의 축복> 빠졌고, <데메르의 시간 되돌리기>도 빠졌고, 방금 전 보스 몬스터 사냥하느라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도 썼고…….’
-후후. 주인님. 다음 상대는 누구입니까! 상대하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혼자 신난 흑흑이.
이번 던전에서 가장 이득을 본 게 흑흑이였다.
보스 몬스터만 나오면 죽기 전 달려들어서 악착같이 에너지 드레인!
덕분에 겉모습도 윤기가 좔좔 흘렀다.
딱!
-어째서?!
흑흑이의 머리를 한 대 때리고, 태현은 고민했다.
‘일단 물러선 다음 다시 계획을 짜야 하나?’
방금 전 보스 몬스터는 신성 영역을 건 다음 마법사들의 화력을 압도적으로 퍼부어 쓰러뜨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다음 보스 몬스터부터는 마법사 중 몇 명은 로그아웃 당할 것 같았다.
세상 모든 플레이어들이 태현처럼 움직이며 피할 수는 없는 것!
‘그래. 괜히 더 들어가면 도망치기도 애매해질 테니까…….’
태현은 결론을 내리고 파티원들에게 말했다.
일단 여기까지만 하자고!
“좋아요!”
“찬성입니다!”
“정말 좋은 생각입니다!”
태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모든 파티원들이 환호했다.
그들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마탑 던전이 얼마나 개 같은 곳인지를!
그러나 한 명은 반대했다.
바하였다.
“안 됩니다! 끝까지! 끝까지 가야 합니다!”
“흠.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역시 태현 님! 싸나이답게 뭐가 중요한지를…….”
“가고 싶으신 분끼리 가시면 될 것 같은데요.”
“…….”
바하는 입을 다물었다.
“아, 아니! 다수결! 다수결 투표하죠!”
미련을 버리지 못한 바하!
그 모습을 본 태현은 생각했다.
‘저거 영지에서 많이 본 모습인데…….’
끝까지 ‘이, 이번에는 뜬다……! 이번에는 뜬다!’라고 외치던 영지의 플레이어들과 비슷한 모습!
“다수결 투표요?”
“예!”
바하는 희망차게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아들과 아들 친구들은 손을 들어주겠지!
그러나 아무도 들지 않았다.
“아무도 없네요. 혼자서 가시죠.”
“……그냥 돌아갑시다.”
바하도 이제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게 태현 덕분이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겉모습만 마법사지, 혼자서 적진에 파고들어서 보스 몬스터 목 따는 건 보통인 데다가 광역 버프로 마법사들의 허접한 방어력까지 커버해주고 있었다.
태현이 빠지는 순간 정말 우르르 무너질 가능성이 컸던 것이다.
* * *
[김태현 백작의 위대한 동상이 완성되었습니다!]
[영지의 명성이 오릅니다!]
[영지 주변의 사람들이 이 소문을 듣고 감탄합니다.]
[대륙의 귀족들이 김태현 백작을 부러워할 겁니다.]
[영지의 방어력이 증가합니다.]
“드디어……!”
“이 모습을 봐! 너무 아름다워! 흑흑!”
영지에 모인 플레이어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잘 만들어진 동상을 보니 마치 자식 같았다.
제작 직업 플레이어뿐만이 아닌, 전투 직업 플레이어들도 모여서 힘을 합친 걸작!
“근데 저거 김태현 플레이어랑 얼굴 좀 다르지 않아?”
“방송에서 나온 얼굴 그대로잖아.”
“게임 내에서는 좀 달랐던 거 같은데…….”
뭔가 이상하게 잘생긴 동상 얼굴!
방송용 메이크업 얼굴을 기준으로 했기에 생긴 일이었다.
“가브리엘 님. 동상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래. 다들 고생 많았다! 저 기계공학의 정수를 봐라!”
다른 플레이어들은 몰랐지만, 가브리엘과 대장장이들은 저 동상에 이것저것 사악한 기능들을 추가해 넣었다.
알게 된다면 ‘뭐 하는 짓이야, 미친놈들아!’라고 말렸을 짓!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브리엘과 대장장이들은 뛰어난 대장장이였고, 다른 대장장이들은 그들의 스킬을 알아차릴 실력이 되지 않았다.
“역병 폭탄 발사를 써보고 싶습니다.”
“저는 로켓 펀치를…….”
“자폭은 언제 쓸 수 있죠?”
“하하. 다들 기다려라.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언젠가는 쓸 수 있을 거다.”
섬뜩한 소리를 태연하게 하는 가브리엘이었다.
[동상 건설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해냈습니다.]
[공적치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아키서스가 모든 사람들을 축복합니다!]
[일정 시간 동안 사용하는 모든 스킬에 아키서스의 축복이 시전됩니다.]
“!!!!!!!!!!!!!”
“가자! 지르자!”
“지금 만들어야 해!”
퀘스트 보상 메시지창에 플레이어들 눈이 뒤집혔다.
각자 자기 위치로 흩어지는 플레이어들!
“재료 다 갖고 와! 한번에 지른다!!”
“야! 길드 창고에 있는 거 다 털어와!! 지금 아니면 못 만든다!”
골짜기는 광기 그 자체였다.
그리고 허둥지둥 달려가는 플레이어 중에서는 농부 플레이어들도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거지?
주변에 몰려드는 토끼들을 사냥하며, 용용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농부 플레이어들이 눈이 시뻘게져서 농기구를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욕심부리지 말고 세 배! 세 배만 목표로 하자!”
“쩨쩨하긴! 난 다섯 배 노린다!”
그냥 농사를 지었을 때도 운이 좋으면 몇 배는 나왔는데, 지금 축복을 받은 상태라면 얼마나 나올지 알 수 없었다.
한 방을 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