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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461화 (461/1,826)

§ 나는 될놈이다 461화

그러는 사이, 태현은 이다비에게 귓속말을 받고 있었다.

-태현 님. 태현 님.

-?

-혹시 게시판에 글 올리셨어요?

-뭔 글?

-지금 마탑 던전에서 사냥하고 있다는 글이요.

-……아니. 그런 거 올린 적 없는데.

-그러면 같이 다니고 있는 사람이 올린 거 같은데요. 주의하셔야 할 거 같아요. 여기 리플 개수 많은 거 보니까 아마 다른 사람들도 많이 봤을 거예요.

태현은 이다비의 말뜻을 바로 알아차렸다.

지금 태현을 잡겠다고 벼르고 있는 놈들이라면 충분히 봤을 것!

뚝-

태현은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

갑자기 태현이 멈추자 마법사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 게시판에 눈치 없이 나하고 같이 사냥하고 있다는 글을 올린 놈은 손을 듭니다.”

“…….”

갑자기 싸늘해진 분위기!

10초 정도 지나자, 바허의 친구 한 명이 고개를 푹 숙이고 손을 들었다.

“죄, 죄송합니다. 같이 사냥하는 게 기뻐서…….”

“괜찮아. 괜찮아. 난 다 이해해.”

“태현 님……!”

태현의 따뜻한 말에 마법사는 울컥해서 외쳤다.

“자. 앞으로 가라.”

“네?”

“앞으로 가라고.”

“…….”

가델과 가젠은 ‘어서 와’하는 눈빛으로 마법사를 맞이했다.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 자리가 어떤 의미인지를!

‘저기는 절대로 가면 안 되겠다.’

‘앞으로 행동 조심해야지.’

태현 파티는 어느새 칼날 같은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보다 내가 있는 곳이 밝혀졌으면 앞에서 대기를 타고 있을 텐데…….’

마법사 셋을 앞에 보낸 다음, 태현은 속으로 생각에 잠겼다.

보통 사람이라면 ‘에이 그래도 이런 대도시에서 사고를 치겠어? 경비에 기사들에 마탑 마법사들까지 있는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태현은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태현 본인도 수틀리면 장소 상관하지 않고 상대를 공격할 테니까!

‘음…… 어떻게 해야 하나.’

아직 던전을 깨지도 못했는데 신경을 써야 할 것들만 많아지고 있었다.

마탑 마법사들 앞에서 마법쇼도 해야 하는데…….

* * *

태현이 마탑 던전을 돌고, 길드 동맹이 마탑으로 움직이는 동안, 왕국 수도에서는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 이벤트는 물론 에랑스 왕국 국왕의 생신 이벤트였다.

“훌륭하군. 테란드 남작. 사디크 놈들이 요리에 수작을 부리려는 걸 잡아내다니. 그대의 공헌을 잊지 않도록 하지.”

“영광입니다!”

왕국 근위기사단장이 테란드 남작을 칭찬하는 것을 보고, 플레이어들은 수군거렸다.

“사디크 교단이 또 뭔가 했나 본데?”

“퀘스트 나오는 거 아닐까?”

“그보다 저 남작은 뭐 하는 남작이야? 처음 보는 거 같은데.”

“미식가래.”

“그러면 요리사 직업 아니면 의미 없잖아.”

“지금 하는 이벤트가 요리사들 이벤트긴 하니까. 앗. 저기 요리사들 나온다.”

“그나저나 레스토랑 길드는 다 어디 간 거야? 왜 안 보이지?”

둥둥둥-

북소리와 함께 요리사들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손에는 그들이 한 요리를 들고!

-요리사들은 앞에 요리를 내려놓으시오!

요리를 바로 국왕에게 줄 수는 없었다.

먼저 귀족 미식가들이 요리를 먹고, 이 요리사 중에서 몇 명만이 따로 뽑히는 것이다.

이른바 지금 요리는 예선!

‘고급 재료가 많지 않으니 지금 요리는 좀 아껴서 써야겠다.’

‘윽, 재료 아끼고 싶은데 그랬다가 예선에서 탈락하면…….’

수많은 요리사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전략을 짜고 있었다.

“훗. 주현영. 모습을 보니 역시 괜찮은 재료를 구한 모양이군.”

요리사 랭커, 파즈는 코밑을 손가락으로 훔치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주현영이 들고 온 요리는 딱 봐도 고급 재료로 만든 요리였다.

다른 요리사들이 만든 요리와는 때깔부터가 다른 겉모습!

파즈는 요리사 스킬로 주현영의 요리에 들어간 재료를 바로 분석할 수 있었다.

“최고급 쌀과 다른 소스들을 사용해서 파에야를 만들다니! 역시 내가 인정한 요리사다워. 좋은 재료를 별다른 기교 없이 만드는 게 뛰어난 요리사지!”

파즈의 말에 다른 요리사들은 감탄했다.

역시 파즈!

보는 것만으로도 요리 재료와 무슨 요리인지 맞추다니!

그러나 주현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네? 이거 볶음밥인데요?”

“…….”

파즈는 살짝 굳었다. 그걸 본, 방금 감탄했던 다른 요리사들은 수군거렸다.

-방금 되게 자신 있게 말하지 않았냐?

-그러게. 나였으면 바로 로그아웃했다.

“……파, 파에야와 비슷한 요리인가보군. 영향을 받은…….”

“아뇨. 별 상관없는데요.”

“어쨌든 주현영! 저번의 패배를 이번에 갚아주도록 하지. 이번에는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질 생각이 없다!”

“아, 네. 그런데 저번 패배는 그쪽 잘못이 아니라…….”

“내 잘못이 아니라 네가 잘해서였다고? 후. 그래. 알고 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만! 거기까지! 네 도발에 흔들릴 생각은 없다!”

친절하게 상황을 설명해 주려고 했지만 파즈는 귀를 막고 듣지 않았다.

주현영은 말하려다가 말았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으니까.

-저 요리사가 주현영인가?

-그렇다니까. 저번에 레스토랑 길드 꺾고 파즈도 꺾었대.

-와. 겉모습은 별거 아닌 거 같은데…… 저 장비도 별거 아니지 않나?

-그러게. 길드 소속도 아닌데 재료는 어디서 구했지?

-현실에서 엄청 잘나가는 요리사라는 소문이 있어.

-집안 재산이 대단하다던데.

-그러니까 현질로 재료를 구할 수 있었던 거겠지?

덕분에 부풀려지는 소문들!

주현영도 모르는 사이에 주현영은 ‘대단한 집안의, 파즈 뺨 때릴 수준으로 잘나가는 요리사’가 되어 있었다.

탕!

“자. 여기 있습니다!”

파즈는 자신만만하게 요리를 내려놓았다.

심사위원을 맡은 귀족들이 요리를 한 입씩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심사위원 맥켈 백작이 당신의 요리에 감탄합니다.]

[심사위원 폭풍의 바르도가 당신의 요리에 감탄합니다.]

[심사위원…….]

‘후후. 역시.’

파즈는 당당한 자세로 서 있었다.

자신감 그 자체!

파즈는 자신이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이건 그저 통과의례일 뿐.

진정한 승부는 국왕 앞에서가 될 것이다.

“대단하군!”

‘역시.’

“이런 요리는 먹어본 적이 없네!”

‘당연하지.’

“이 요리는 그저 그렇군.”

‘내가 만들었으니 당연…… 뭐?’

파즈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테란드 남작이 시큰둥한 얼굴로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 제 요리가 맛이 없습니까?”

“맛이 없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있는 것도 아니고…… 어중간하군. 흠흠.”

테란드 남작은 뭔가 부끄러운 표정이었지만 파즈는 눈치채지 못했다.

“이…… 내가…… 예선 심사위원 정도도 만족시키지 못하다니……!”

마치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

파즈가 그 충격에 떨고 있는 동안 다른 요리사들이 요리를 내밀었다.

“괜찮군.”

“맛있는데?”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되겠는데.”

“이 요리는 정말 별로군.”

“!!!!”

혼자만 엄격한 기준을 내놓은 테란드 남작!

몇 명의 요리사들이 지나가고 나서야, 플레이어들은 깨달았다.

“야. 쟤는 좀 까다롭다.”

“난이도가 장난이 아닌데? 어떡하지?”

“아냐. 괜찮아. 어차피 보니까 다들 퇴짜 맞는데, 다른 심사위원만 만족시키면 될 거야. 다른 요리사들도 다 퇴짜 맞고 있잖아.”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

테란드 남작은 뚱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딱 봐도 ‘나 입맛 까다롭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

그리고 그다음은 주현영의 차례였다.

“주현영인가?”

“아무리 주현영이라도 저 귀족은 좀…….”

다들 ‘주현영이든 누구든 저 귀족은 무리겠지’ 하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맛있군! 아주 훌륭한 요리야! 내가 오늘 새로 배우는 느낌이군!”

“?????”

손뼉을 치고 펄쩍 뛰며 요란하게 호들갑을 떠는 테란드 남작!

* * *

태현이 생각에 잠겨서 <신의 예지>를 잠깐 쓰지 못하는 동안, 마탑 던전은 다시 변화하고 있었다.

드르르륵-

덜컹!

[에랑스 왕국 마탑 던전의 보스 몬스터, <망가진 파수꾼 골렘>이 나타났습니다.]

[골렘이 쏘아내는 에너지 포격을 주의하십시오!]

“보스 몬스터다!”

“아, 진짜 마탑은……!”

파티원들은 기겁하며 움직였다.

갑자기 앞의 통로가 움직이며 보스 몬스터가 있는 방으로 연결되는 건 마탑 던전에서만 볼 수 있는 기현상!

이렇기 때문에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쿵, 쿵, 쿵-

흰색 암석으로 이루어진 골렘이 눈에서 파란빛을 뿜으며 그들을 노려보았다.

-침, 입, 자, 제, 거…….

콰아아아아앙!

골렘은 말을 끝내지도 못하고 옆으로 나뒹굴었다.

“?!?!?!”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고급 기계공학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골렘을 상대할 때 추가 보너스를 받습니다.]

[<망가진 파수꾼 골렘>이 한동안 움직이지 못합니다.]

[<구조물 약점 간파> 스킬을 얻습니다.]

“이야. 무생물이라 다행이야. 흑흑아. 가서 흡수나 해라.”

태현은 망치로 골렘을 가리켰다.

무생물인 덕분에 골렘은 한 번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쓰러졌다.

완전히 파괴되지는 않았지만 스턴 상태에 빠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

정수혁을 제외한 모두가 얼이 빠져서 태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보스 몬스터를 한 방에 보내다니!

-주인님! 감사합니다!

-그래. 감사해야지. 무럭무럭 자라거라.

태현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경험치를 나눠줄 필요 없었다.

이렇게 몬스터가 죽기 전에 에너지 드레인 스킬을 쓰면 되는 거 아닌가!

쿠르르릉-

[에랑스 왕국 마탑 던전의 보스 몬스터, <골렘을 부리는 마법사>가 나타났습니다.]

[마법사가 분노합니다!]

-어느 놈이 내 골렘의 힘을 흡수하는 것이냐!!

다시 한번 벽이 움직이더니 로브를 입고 있는 마법사 한 명이 튀어나왔다.

옆에는 골렘 네 기를 데리고 있었다.

“으아악! 골렘 마법사잖아!”

“뭐야. 유명한 놈인가?”

“저거 빨리 안 잡으면 계속 골렘 늘리는 놈입니다!”

이번에 나온 보스 몬스터는 나름 유명한 보스 몬스터였다.

마탑 던전을 도는 플레이어들이 ‘아, 이 보스 몬스터는 안 걸렸으면 좋겠는데’라고 바라는 귀찮은 보스 몬스터!

“이 던전 누가 만들었어?”

보스 몬스터 하나를 끝내기도 전에 다른 보스 몬스터가 등장하다니.

마탑 던전이 욕을 먹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렇게 변수가 많다면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적응이나 공략 자체가 어려웠다.

태현은 투덜거리며 쓰러진 파수꾼 골렘의 숨통을 끊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

“케인!…… 은 없고, 그래. 너!”

“네? 저요?”

“그래. 이리 와봐.”

태현은 가젠을 불렀다. 가젠은 의아해하며 태현에게 다가갔다.

“왜요?”

“별건 아니고. 잠깐만 이러고 있어.”

-살아 움직이는 폭탄!

“???”

“다들 시간 좀 끌어주시죠!”

누구 말이라고 거역하겠는가.

태현의 말에 다른 파티원들은 재빨리 마법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골렘을 데리고 나타난 마법사는 만만치 않았다.

골렘을 방패로 쓰며 대부분의 공격을 막아냈다.

태현이었다면 파고들어서 공격했겠지만 여기 있는 마법사들은 그럴 능력이 없었다.

“공격 온다!”

콰콰콰콰콰쾅!

거대한 암석 골렘들이 흩어지더니, 방 안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마법사들은 비명을 지르며 방어막을 치고 옆으로 피해댔다.

그러나 공격을 하느라 타이밍이 늦었다. 골렘의 공격에 제대로 맞게 된 플레이어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키서스의 축복!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회피에 성공했습니다.]

“?!”

“자. 가라! 돌진!”

“네? 저요?”

“그래.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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