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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459화 (459/1,826)

§ 나는 될놈이다 459화

“아니야. 지금이 오히려 기회지! 은신 풀고 갈 준비 하자!”

가델은 용기를 냈다.

아들이 뒤에서 보고 있지 않은가!

“기회 아닌 거 같은데…….”

“봐라. 이 아빠가 실력을 보여주마. 내가 게임을 몇 년을 했는데.”

가델은 심호흡을 몇 번 하고 마법을 풀었다. 그리고 가젠과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 * *

-분,하,다,두,고,보,자!

그러는 사이 태현 파티는 썩은 살덩이 골렘을 쓰러뜨렸다.

원래라면 꽤나 귀찮은 싸움을 해야 했지만 태현의 언데드가 골렘을 완전히 묶어 놓은 덕분에 다른 마법사들은 쉽게 딜을 넣을 수 있었다.

보통 소환된 언데드에서 볼 수 없는 치밀하고 조직적인 움직임!

전투가 끝나자, 바허와 바허 친구들이 태현을 보는 눈빛이 확실히 바뀌었다.

존경하는 눈빛으로!

마법사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단순히 레벨만 높은 게 아니라 실력까지 갖고 있는 플레이어는 존경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왜 이런 던전에 왔는지 이상했는데, 정말 자신이 있어서 왔나 보다!’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게 실수였어!’

‘맞아. 바하 아저씨랑 달리 이 사람은 깰 자신이 있어서 온 게 분명해!’

덕분에 거의 반 억지로 끌려온 바허 친구들도 사기가 올랐다.

잘하면 이 던전을 피해 없이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앗. 이 녀석들이?’

바하는 아들과 아들 친구들의 눈빛을 눈치채고 아차 싶었다.

아들과 아들 친구들의 존경심이 그에게서 태현으로 옮겨간 것이다.

‘그럴 순 없지!’

아들을 반 억지로 던전에 끌고 왔지만, 그래도 애들이 따라온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하가 실력 있는 화염술사 플레이어였기 때문이었다.

이제까지 종종 퀘스트를 같이 깨면서 실력을 보여주기도 했었고!

만약 바하가 실력도 없는데 마탑 던전에 가자고 했다면 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다들 따라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템, <중급 마력 향상의 보석>이 나왔습니다.]

중급 마력 향상의 보석:

아이템에 사용하면 마법 공격력과 마법 방어력이 올라가는 귀한 보석입니다. 마력이 담겨 있습니다.

“……!”

골렘에게서 나온 아이템을 본 마법사들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마탑 던전답게 마법사들을 위한 아이템들이 자주 나왔다.

<중급 마력 향상의 보석>은 가지고 나가서 대장장이한테 맡겨 장비에 장착해도 되고, 아니면 강력한 마법에 사용해도 되는 매우 쓰기 편한 아이템!

심지어 정수혁과 김세형마저 탐난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태현만 그대로였다.

‘난 물리 공격력 올려주는 게 더 좋은데…….’

껍데기만 마법사!

“흠흠. 다들 주사위 굴릴까요?”

바하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모두 다 같이 주사위를 굴리는 이 순간.

바하는 왠지 모르게 자신이 있었다.

‘오늘은 주사위가 잘 나올 거 같다!’

물론 근거는 없었지만 바하는 스스로를 믿었다.

‘저 보석을 내가 먹어서 애들에게 선물해 주는 거야!’

빼앗긴 존경심을 되찾아오겠다는 욕망!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아저씨는 왜 이렇게 뜨거운 눈빛으로 저걸 쳐다보지?’

“자! 굴리죠!”

주사위는 1부터 100까지의 숫자가 나왔다. 높은 사람이 먹는 단순한 규칙!

데구르르-

각자 주사위를 굴렸다.

“아오. 10이 뭐냐.”

“34…….”

“47이다!”

“넌 뭐 나왔냐, 수혁아?”

“62요.”

“나보단 낫네.”

“88! 88! 88!”

바하는 양손을 번쩍 들고 소리를 질렀다.

88이면 어지간하면 먹는다!

“바허야! 봤지! 아빠가 88 뽑았다! 88!”

“쪽팔리니까 그만……!”

바허의 부끄러운 목소리에 태현은 공감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태산에게 이미 어렸을 때 많이 당해왔던 태현!

-우리 아들 파이팅! 네가 최고다! 다른 놈들은 따라오지도 못해! 하하! 여러분! 저기 보십쇼! 쟤가 제 아들입니다! 다른 놈들은 따라오지도 못하고 있네요! 으하하!

-…….

운동회 때 찾아온 학부모들이 김태산을 싸늘하게 쳐다봤지만 김태산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 김태산이 왔다 간 다음에는 소문이 돌았다.

‘쟤가 조폭 아들이라며?’ ‘어쩐지 생긴 것도 무섭게 생겼더라! 저 눈매 봐!’라는 소문이!

심지어 저건 초등학교 때 일이었다.

‘아, 생각하니 괜히 내가 부끄러워지네.’

태현은 생각을 멈추고 주사위를 굴렸다.

-100.

“88! 88! 88!”

“아빠, 저분이 100 뽑았는데…….”

“88! 88…… 팔…… 십팔? 응? 뭐라고?”

“아빠 방금 욕한 거 아니지?”

“아니야! 사람을 뭐로 보고!”

바하는 화들짝 놀라서 태현의 주사위 숫자를 확인했다.

그렇지만 확실히 100!

‘크으윽……!’

바하는 떨리는 손으로 태현을 축하했다.

“크, 크흑. 주사위 100이라니, 축하, 드립니다…….”

“전혀 축하하는 거 같지 않은데요.”

태현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보석은 확실하게 챙겼다.

그리고 김세형에게 던졌다.

“?!”

“너 가져라.”

마치 ‘오다 주웠다’라고 주는 것처럼 쿨하고 시크하게 던지는 태현!

김세형은 얼떨결에 아이템을 받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이걸 제가 가져도 돼요?”

“어.”

태현은 굳이 저게 필요하지 않았고, 정수혁은 더 필요 없었다.

그러나 김세형에게는 감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안 챙겨주는 척하면서 챙겨주는구나……!’

역시 소문이 사실이었어!

겉으로는 까칠해 보여도 은근히 잘 챙겨준다는 태현의 소문!

물론 그건 헛소문이었지만 김세형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다른 사람들도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

‘저걸 내가 했어야 했는데!’

바하는 아쉬움에 가슴을 쳤다. 저걸 했으면 존경심 스탯이 한 10 정도는 올랐을 것 같은데!

바허와 바허 친구들이 ‘아 너무 멋지다’ 같은 눈빛으로 태현을 보고 있는 동안, 슬금슬금 걸어오던 가델과 가젠도 그 모습을 봤다.

“봤지? 봤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거 봐라. 나쁜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쟤네들이랑 파티를 안 했겠지.”

“…….”

자신만만한 가델의 모습에 가젠은 오히려 불안해졌다.

‘근데 진짜 저 사람 어디서 봤지?’

태현과 김세형 사이에 있는 정수혁. 그 정수혁의 얼굴이 이상하게 낯이 익었다.

“자. 가자!”

“잠, 잠깐 아빠…….”

“안녕하십니까!”

가델은 손을 들고 크게 외쳤다. 그리고 당당하게 걸어나갔다.

이럴 때 주저하거나 조심스러워하면 오히려 의심을 받는다!

“??”

“뭐야. 가델이냐?”

“바하! 너도 여기서 사냥하고 있었 큭헉!”

가델은 말을 끝내지 못했다. 바로 태현이 공격을 한 것이다.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군. 감히 날 노리다니!”

태현은 바로 언데드 망령들을 보내 가델을 물어뜯게 했다.

마법사를 상대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마법을 못 쓰게 하는 것.

한 번 마법을 쓰면 그 파괴력과 위력은 다른 직업의 스킬보다 월등했다.

[상태 이상 <저주>에 빠집니다.]

[상태 이상 <혼령의 괴롭힘>에 빠집니다.]

[…….]

“푸허헉! 어째서!?”

가델은 망령들 사이에서 저항도 하지 못하고 허우적거렸다.

마법사 플레이어는 이렇게 준비 못 한 상태에서 기습을 당하면 스스로의 힘으로 빠져나오는 게 힘들었다.

“이, 이런…….”

가젠은 급하게 마법을 쓰려고 했지만 정수혁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일단 태현 선배가 공격했으니 나도 공격한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고 누군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치고 보자!

태현의 교육이 결과를 맺고 있었다.

-카흘라단의 번개!

파지지직!

정수혁의 장기, 번개 마법이 공기를 찢으며 날아갔다. 가젠은 급하게 방어막을 쳐서 막아냈다.

[<아키서스의 마법>으로 무작위 마법이 시전됩니다.]

[<요동치는 벽>이 시전됩니다.]

쿠르릉!

그 순간 갑자기 벽이 요동치더니 가젠을 후려쳤다.

“으어억!”

가젠은 맞고 뒤로 날아갔다. 동시에 가젠은 떠올렸다.

저 사람은……!

“정, 정수혁!”

가젠의 외침에 바허가 의아해했다.

“가젠이 어떻게 수혁 씨 이름을 아는 거지?”

“멍청아! 정수혁이잖아! 몰라?”

“??”

“김태현!”

“아……!”

바허는 그제야 가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차렸다.

그 정수혁!

대회 예선에서 활약을 했었고, 그 김태현하고 친하다고 들은 플레이어였다.

바허와 친구들은 태현과 정수혁, 김세형을 가리키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아……! 그러면 이 사람이 김태현이겠구나!”

“저 사람이 정수혁이니까…….”

“그러면 저 사람이…….”

마지막으로 김세형한테 시선이 모였다. 김세형은 순간 기대가 됐다.

설마 그의 이름도 그사이에 알려진 걸까? 같이 다닌 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헉. 이제 나도 유명인사인 건가?! 개인 방송을…….’

“……케인이구나!”

“맞아! 케인이야!”

김세형은 울컥해서 외쳤다.

“아니야!”

“아니라는 거 보니 케인 맞네!”

“맞아, 맞아! 게시판에 <케인 구별법>에 저렇게 써 있었다고!”

“얼굴이 다르지만 변장한 거겠지!”

* * *

“휴. 그래도 다행이다. 처음 보는 랭커라 누군가 했는데 김태현이었구나…….”

“왜 네 마음대로 다행이냐?”

“?!”

가젠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태현은 싸늘하게 대답했다.

“이것들이 뒤에서 은신 걸고 몰래 쫓아오다가 나타난 주제에 갑자기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네. 그런 건 없다.”

“아, 아니…… 아빠! 안 걸린다며!”

“……걸리네?”

“그게 지금 할 소리예요?!”

태현은 한심하다는 듯이 둘을 쳐다보았다. 보아하니 암살자 플레이어로는 실격이었다.

PK를 주로 하는 플레이어들은 뻔뻔해야 했다.

필요할 때는 연기도 하고, 친한 척도 하고, 나중에 걸려도 끝까지 ‘나 아니야! 나는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친하게 군 거야!’라고 우길 수 있는 정신이 필요했다.

물론 그런 놈들을 속여서 털어먹은 게 태현이었지만…….

어쨌든 저 둘은 그런 요소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있냐? 물론 있어도 들어줄 생각은 없다. 잘 가라.”

휙!

“아, 아니에요! 태현 님 노리고 온 게 아니에요!”

“그래. 그래. 다들 그 소리를 하더라고. 나를 노린 게 아니다, 내 퀘스트를 노렸다, 내 장비를 노렸다, 내 머리에 씌어진 투구를 노렸다…… 다음에 접속하면 변명 좀 창의적으로 해라.”

“아니! 저 사람들 노린 거라고요!”

가젠은 바하와 바허를 가리켰다.

“응?”

“어?”

지금 벌어진 상황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던 두 부자는 그 말에 당황했다.

“우리를?”

“아니, 가델. 날 왜?”

“바하 아저씨가 저번에 고스톱으로 돈 좀 따가셨다고…… 복수를…….”

“…….”

“…….”

갑자기 싸늘해지는 분위기!

가델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태현의 한심하다는 눈빛이 더욱 진해졌다.

“어, 어쨌든 저희가 태현 님 노린 게 아니란 건 이해하셨죠?”

“뭐 무슨 소린지는 이해했는데 믿어줄 필요가 있나 싶은데. 그리고 지금 파티 플레이 하는데 나 빼고 얘네만 노렸다는 걸 믿으라는 거냐? 응?”

태현은 지팡이로 가젠의 머리를 딱딱 두드리며 말했다.

“진, 진짠데…….”

그걸 보고 바하가 태현에게 와서 미안하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이거 죄송합니다. 덕수 씨.”

“그냥 태현 씨라고 하시죠.”

“아. 태현 씨. 저 친구가 나쁜 친구는 아닌데, 아니, 사실 좀 나쁜 친구긴 한데, 저하고 저렇게 매번 다투거든요. 어쩌다가 태현 씨까지 휘말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악의는 없었을 테니까…….”

바하의 말을 듣고 태현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가젠을 쳐다보았다.

“좋아. 믿어주지.”

“……!”

가젠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역시 김태현이야!

랭커답게 이해심이 많고 관대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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