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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456화 (456/1,826)

§ 나는 될놈이다 456화

‘설마 나 놀리려고 이러는 건 아니겠지?’

김세형은 찜찜한 기분으로 마탑 안에 들어갔다.

태현이 마탑 안에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던 것이다.

안으로 들어간 둘은 자연스럽게 초보자 구역으로 향했다.

마탑에 새로 들어온 저렙 마법사들이 있는 구역!

사람이 많은 만큼 시끄러웠다.

“화염탄 마법 배우신 분? 어디서 어떤 퀘스트 깨야 배워요?”

“초급 마나 장벽 칠 때 어떻게 치는 게 가장 좋나요?”

“아데스 퀘스트 깨는데 같이 가실 분! 두 명 남았어요!”

그러나 태현은 없었다.

“????”

-안 보이는데요?

-흑마법사 구역에 있다.

둘은 고개를 돌렸다.

흑마법사 꿈나무들이 공동묘지처럼 생긴 곳 위에서 언데드를 소환하고 저주를 연습하고 있었다.

물론 거기에도 태현은 없었다.

-선배님. 없는데요…….

-너 어디 찾고 있는 건데?

-그 초보자 구역에서 흑마법사들 있는 곳 아닙니까?

-초보자 구역 말고, 아예 나와서 흑마법사들 있는 곳으로 오라고. 체시자 옆방이다.

“?????”

정수혁은 귀신에 홀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어떻게 저기까지 들어가게 된 거지?

“체시자…… 체시자? 어디서 들어본 거 같은데…….”

옆에서 듣고 있던 김세형이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체시자는 흑마법 쪽 대마법사 이름이잖아.”

“흑마법 쪽 대마법사 이름이군요…… 어? 거기 옆방에 계시다는데요?”

“뭐?!?!”

김세형은 아까보다 더 놀랐다.

마탑의 출입증은 마법사가 아니더라도 마법 스킬을 익혀서 이 주변의 잡다한 퀘스트들을 어떻게든 깨다 보면 얻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체시자의 옆방에 있다니.

초보 마법사가 갈 수 있는 곳이 아닌 것!

김세형은 점점 귀신에 홀린 기분이 들었다.

“빨리 가보자!”

* * *

“왔냐?”

“…….”

둘은 입을 떡 벌리고 태현을 쳐다보았다.

태현이 흑마법사 전용 로브를 입고, 다른 손에는 스태프까지 들고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 정도는 이제 놀랄 축도 아니었다.

“태현 님, 이제 가도 되겠습니까?”

“오냐. 가도 좋다. 앞으로는 누가 더 위의 흑마법사인지는 똑바로 명심하고 다니도록.”

“예…….”

“흑마법사라고 위아래 구분을 안 하고 다니면 쓰나. 그러면 언데드들하고 다른 게 뭔데? 그러니까 다른 파 마법사들이 흑마법사 욕하는 거야.”

“예…….”

흑마법사 NPC들에게 폭풍 잔소리를 퍼붓는 태현!

흑마법사 NPC들은 반박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굽신거리고 있었다.

‘뭔 일이 있었던 거야?’

“선배님……?”

“응? 아. 얘네들이 밖에서 추천장 받고 왔다고 시비 걸길래.”

흑마법사 NPC들은 후다닥 도망쳤다.

“싸우셨습니까?”

“아니. 체시자 부르겠다니까 저러던데.”

“…….”

세상에서 가장 치사한 협박!

“어, 어떻게?”

“방금 말했잖아. 체시자 부르겠다고 했다고.”

“아니…… 그게 아니라 여기까지 어떻게…….”

김세형은 말을 하다 말고 더듬었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걸 본 태현이 정수혁에게 작게 말했다.

“쟤는 왜 데려왔냐? 별로 도움도 안 될 거 같은데.”

“선배님이 같이 다니라고 하셨잖습니까?”

“그건 그거고 이럴 때는 눈치껏 버리고 왔어야지.”

“…….”

물론 다 들렸다. 김세형은 울컥했다.

“저도 도움 됩니다!”

“응? 도움 되지. 누가 뭐라고 했니?”

얼굴에 깐 철판 두께가 점점 두꺼워지다 못해 다른 무언가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은 태현이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냐면, 일단 귀족 한 명 붙잡아서 여기 추천장 뜯은 다음 들어와서 흑마법 쪽 대마법사 만나서 마법 시험 통과해서 왔다.”

“대마법사 쪽 마법 시험을 어떻게 통과하셨습니까?!”

많은 마법사 플레이어들이 자기가 맡고 있는 파의 대마법사에게 인정받는 걸 원했다.

그래서 공적치 포인트를 어느 정도 쌓으면 과감하게 가서 시험을 보곤 했다.

물론 시험을 통과하는 플레이어는 극히 드물었다.

대마법사가 괜히 대마법사가 아닌 것!

“응? 그냥 마법 쓰니까 통과시켜 주던데…… 왜?”

“그거 엄청나게 통과하기 어려운 겁니다.”

“……그래?”

힘으로 시험을 통과했기에 ‘이거 사실 별거 아닌 거 아닐까, 다음 시험은 그냥 마법으로 해볼까’ 싶었던 태현이었다.

“네. 엄청나게 통과하기 어려워서 보통 이런 거 시험 볼 때 다른 플레이어들도 와서 구경합니다.”

“…….”

태현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렇다면 다음 시험에는 다른 플레이어들이 와서 볼 게 확실!

“역시 선배님! 마법 스킬도……!”

“자. 퀘스트 얘기로 돌아오자.”

태현은 말을 잘랐다.

“내가 찾고 있는 아이템이 있는데 이게 정확히 마탑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체시자한테 물어보니까 그런 건 마탑 던전 어딘가에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데.”

“마탑 던전은 좀…….”

마탑 던전에 대해 잘 아는 정수혁과 김세형은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에랑스 왕국 마탑 던전!

괴팍한 맵 구조와 개떡 같은 난이도로 악명 높은 던전이었다.

보통 던전은 초보자용이면 초보자에 맞게, 고수용이면 고수에 맞게 밸런스가 잡혀 있었다.

그런데 마탑 던전은 던전 내에서도 길을 잘못 들면 갑자기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1층 초보자 입구에서 들어가서 진행하는데 18층 고수 입구에서 들어가야 나오는 구역으로 이동!

한참 14층 구역 한복판에서 열심히 깨고 있는데 갑자기 3층 구역 출구로 이동!

게시판을 보면 마탑 던전을 욕하는 글이 수천 개가 넘었다.

-마탑에서 던전 깨다가 죽었어요. ㅠㅠ.

-레벨 32인데 폭주하는 마나 골렘을 어떻게 잡아요?! 이거 밸런스 좀 맞춰주세요! 왜 갑자기 위로 이동하는 건데요!

-마탑 던전 구역 좀 나눠주세요. 입구가 이렇게 많은데 왜 안에서는 이러는 거예요?

보통 던전이 나오면, 그 던전을 공략하는 공략 글들이 나오기 마련.

그러나 마탑 던전의 공략 글들은 대부분 이런 내용이었다.

-……이러면 최대한 안전합니다. 그렇지만 그냥 마탑 던전을 안 가는 게 낫습니다.

-……이쪽 구역은 위험하니 피하는 게 좋습니다. 그냥 마탑 던전을 안 가는 게 더 좋지만요.

매번 갈 때마다 바뀌는 던전의 조건.

이제 플레이어 중에서도 마탑 던전을 진지하게 깨려는 사람은 드물었다.

보통 파티로 재료 퀘스트를 깨거나, 경험치를 얻거나, 새로 얻은 마법을 시험하기 위해 잠깐 들어가서 싸우고 나오는 정도.

마탑에 바로 붙어 있어서 들어가기는 좋았던 것이다.

“너희 뭐 노하우 없냐? 마탑 던전은 정보가 다 제각각이라 힘든데.”

“안 들어가는 게 노하우라고 배웠는데요.”

“도움이 안 되는군. 음. 여기 마법사들 우글거리는데 좀 데리고 가서 총알받이…… 아니, 파티원으로 써먹을 수는 없을까?”

“마탑 던전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가려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겠습니까?”

가끔 마탑 던전 안의 값비싼 보상 아이템을 얻어 보겠다고 파티를 꾸려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파티를 보면 다른 플레이어들은 따뜻한 눈길로 지켜봐 주었다.

-저러면서 배우는 거지!

그 파티는 운이 좋으면 다른 출구로 나오고, 운이 나쁘면 로그아웃 당해서 돌아왔다.

“일단 찾아나 보자. 있을 수도 있잖아.”

“네.”

셋은 마탑을 돌아다니며 플레이어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역시 구하기 힘들었다.

-마탑 가실래요?

-재료 퀘스트요?

-아뇨. 안으로요.

-미쳤어요?

질색하는 마법사 플레이어들!

-마탑 가시겠어요?

-지금 새로 배운 마법 스킬 실험 좀 해보고 싶긴 한데…… 어디까지 가시나요?

-계속 들어갈 건데요.

-아. 그러시군요.

미친놈 보듯이 뒷걸음질 치는 마법사 플레이어들!

태현은 탄식했다.

“이렇게 도전 정신이 없다니!”

“마탑 던전은 도전이 아니라 무모하게 꼬라박는 건데…….”

그 순간 저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탑 던전! 5층에서부터 들어가실 분! 보스 몬스터 만나서 보상 얻기 전까지는 안 멈춥니다!”

“?!”

정수혁과 김세형은 둘 다 고개를 홱 돌렸다.

‘말도 안 돼!’

‘선배님 같은 사람이 또 있다고?’

불꽃이 그려진 붉은 로브를 입고 있는 플레이어들이었다.

“화염술사 트리 타고 있는 마법사들이다.”

“아니, 멀쩡한 사람들이 왜…….”

김세형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태현이 물었다.

“그러면 나는 안 멀쩡하다는 거냐?”

“아, 아니요. 그런 뜻이 아니라…….”

“어쨌든 가자! 파티에 들어가야지.”

겉으로 보면 태현도 어엿한 마법사였다. 흑마법사 구역에 있던 장비들을 알뜰하게 챙겨 온 것이다.

“저희요! 저희도 갑니다!”

“오오! 역시 있을 줄 알았어!”

화염술사 플레이어들도 태현 파티를 보고 놀란 것 같았다.

서로 ‘왜 들어가려고 하지?’ 하고 놀라는 두 파티!

“그런데 정말 안으로 들어가실 겁니까?”

“인생은 한 방이죠!”

화염술사 파티장은 상큼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걸 본 정수혁은 속으로 생각했다.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 어울리는 사람이다.’

“아. 그런데 저희는 전부 다 레벨 100 넘겼거든요. 그쪽도?”

“저는 넘겼습니다.”

“저도 넘기긴 했습니다.”

정수혁보다 레벨이 낮은 김세형이 101이었다.

보통 파티장이 레벨이 낮은 경우는 없으니, 화염술사 파티장은 태현의 레벨은 묻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잘됐네요. 그러면 같이 가볼까요?”

* * *

화염술사 파티장, 바하는 스킬 속성처럼 화끈한 플레이어였다.

-인생은 한 방! 으하하하!

호쾌하게 웃는 바하.

바하는 실제로는 아저씨였다.

아들과 아들 친구들을 데리고 마탑 던전을 도전하려고 하고 있는 것!

태현은 그 말을 듣고 다른 화염술사 플레이어들을 쳐다보았다.

‘가기 싫다’가 얼굴 표정에 보이는 그들!

벌써 김세형에게 속삭이는 사람도 있었다.

-아니, 그쪽은 마탑 던전 왜 가시려는 거예요? 대체 왜?

-…….

“그쪽은 이름이 어떻게 되십니까?”

“저는 김덕수입니다.”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케인의 이름을 가짜 이름으로 쓰는 태현!

“정, 정수혁이요.”

“김세형입니다.”

다행히 둘의 이름을 듣고 정체를 알아맞히는 사람은 없었다.

정수혁이 예선에서 화제가 됐지만, 그 이후 수많은 플레이어들과 명장면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런 걸 다 일일이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김덕수 씨. 으흠. 이름이 구수한 거 보니까 왠지 그쪽도 나 같은 아저씨 같은데. 맞습니까?”

“아닌데요.”

태현은 정색하고 대답했다.

다른 건 몰라도 김태산 비슷한 취급은 참을 수 없다!

바하는 민망한 듯이 물러섰다.

“아, 아닙니까? 내가 착각을 했네. 어쨌든 뭐 신경 쓸 건 없죠? 그쪽은 흑마법사, 번개술사, 정령술사 같고. 아이템 나오면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기로 할까요, 아니면 주사위 굴릴까요? 역시 주사위가 좋죠? 응? 남자라면 주사위잖아?”

내기나 도박을 좋아하는 바하였다.

던전에서 나오는 아이템도 주사위 굴려서 높은 숫자가 나온 사람이 가져가는 걸 좋아했다.

“……주사위로 하죠!”

태현은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태현은 이 순간 바하에게 높은 평가를 주었다.

호구로!

* * *

“아, 진짜. 아빠는 왜…… 아니, 진짜 왜…….”

엘프 화염술사, 바허가 투덜거리는 소리가 작게 뒤에서 들려왔다.

원래라면 ‘던전 도는데 부정 탄다 이 자식아 입 다물고 얌전히 찌그러져 있지 않는다면 널 방패로 쓰겠다’라고 말했겠지만, 태현은 그러지 않았다.

‘음음. 그렇지. 아버지가 게임 따라오면 귀찮지!’

이렇게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하고!

태현은 김태산이 듣는다면 목덜미 잡고 쓰러질 생각을 하고 있었다.

툭툭-

태현은 바허의 어깨를 두드렸다.

“힘내라.”

“……?”

바허는 알지 못했다. 그가 대회에서 열렬하게 응원했던 태현이 이렇게 가까이 있으리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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