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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455화 (455/1,826)

§ 나는 될놈이다 455화

점점 커지는 일.

‘일주일 안에 권능 찾고 튀어야 하나? 설마 자기 명예에 먹칠했다고 쫓아오진 않겠지?’

뭐든 간에 일단 수많은 마법사들이 있는 자리에서 마법 시연을 하는 건 피해야 했다.

그건 정말 100% 들킨다!

차라리 튀는 게 나았다.

“그러면 난 이만 가보지. 기대하고 있겠네.”

“감사합니다.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실망시키면 죽을 테니까.”

“…….”

역시 흑마법사는 괜히 흑마법사가 아니었다.

태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흑마법 다루는 사람들은 NPC나 플레이어나 다 인성이 사악하다니까.’

* * *

“왜 귀가 간지럽지?”

이세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가 언니 이야기하는 거 아니에요?”

“내 이야기할 사람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서 언니. 어디로 가실 건데요?”

“잘 모르겠어. 지금 당장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 생각만 하고 있지.”

하연은 눈빛을 반짝반짝 빛내며 이세연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세연은 하연의 우상이었다.

게임 잘하지, 방송 잘하지, 성격 좋지…… 여러모로 완벽에 가까운 사람!

이세연은 이번 대회에 우승하고 몇몇 프로게임단에서 제안을 받았다.

기쁠 수밖에 없었다.

“해외에서 언니를 모셔가려고 하는 거면 대단한 거잖아요!”

“응. 그렇긴 한데 나는 방송도 해야 하니까…… 사실 꼭 프로게임단을 해야 하나 고민이기도 해. 지금도 충분하거든.”

자기를 알려야 하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달리, 이세연은 이미 가장 유명한 판온 플레이어 중 하나였다.

억지로 대회에 나갈 필요가 없는 것!

“그래도 나가면 좋잖아요. 대회가 판온의 꽃이라면서요?”

“아. 이번에 진짜 고생했거든. 진짜 내가 진짜…….”

이세연이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대회 끝나고 소감 말한 거. 다들 농담으로 알던데, 진심이었어. 으. 진짜. 지긋지긋한 인간들.”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다들 ‘깔깔깔 아이고 이세연 선수 유머가 너무 재밌습니다!’라고 넘겼지만 이세연은 진심이었다.

“도동수는 대놓고 트롤하지 김태현은 계속 폭탄 터뜨리지…… 으으으…….”

“다른 사람들은요?”

“김철수 씨는 무난하게 잘해주셨어. 도동수나 김태현 통제는 못 해줬지만 그건 다른 사람이 왔어도 못 했을 테니까. 특히 김태현은 더더욱.”

“그리고 다른 사람은요?”

“누구?”

“……한 명 남았잖아요.”

“아, 케인 선수. 케인 선수는…… 음…… 불쌍해 보이던데.”

“네?! 왜요?!”

“김태현한테 약점 잡힌 거 아닌가 싶을 정도던데.”

“김태현하고 친하다고 하지 않았나요?”

“공식적으로 사이 안 좋다고 할 수는 없잖아. 우리 팀도 대회 끝나가기 전에는 다 사이좋다고 기사 나오고 그랬어.”

실제로 한국 대표 팀 관련 기사는 ‘화기애애한 한국 대표 팀’, ‘서로를 믿기에 전략을 바꾸지 않는다’, ‘말 없어도 이심전심’ 같은 내용으로 포장을 해주었다.

그것도 태현과 도동수가 치고받고 한 다음부터는 사라졌지만!

“그, 그런…… 김태현 그 사악하고 성격 더러워 보이는 사람이…….”

“음. 그 정도까지는 아닌데.”

이세연은 자신도 모르게 변명했다.

물론 태현은 사악하고 성격 더러운 놈이 맞았지만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무슨 약점을 잡은 거죠?!”

“약점은 그냥 농담처럼 한 소리야. 설마 약점을 잡혔겠어? 둘이 친하겠지. 불쌍해 보였던 건 옆에 있던 사람이 김태현이어서 그렇고.”

이세연은 수습하려고 했지만 하연은 이미 듣지 않고 있었다.

“하연아, 듣고 있니?”

“네? 네! 물론이죠. 그래서 언니, 해외로 나가시는 게 부담되시면 국내 팀은 어때요?”

“국내 팀…… 나쁘지 않지.”

“그쵸? 그쵸?”

“응. 대우야 해외가 더 좋겠지만, 내가 그거 안 받는다고 지금 당장 곤란한 것도 아니니까.”

“이번에 같이 하신 분들하고 같이 국내 팀에서 뛰시는 건 어때요?”

“아니. 그건 아니야.”

정색하고 고개를 젓는 이세연이었다.

“아, 네…….”

“그런 건 한 번이면 족하단다. 언니가 대회에서 김태현이랑 서로 팀킬하는 걸 보고 싶지는 않지?”

“설, 설마 그러지는 않겠죠.”

“아냐. 충분히 가능해.”

진지한 이세연의 모습에 하연은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그런데 언니, 국내 게임단이 한 개만 있는 건 아니니까 김태현하고 다른 곳으로 가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긴 하겠지. 그런데 김태현은 어디로 갈지 모르겠네. 김태현한테도 해외에서 제안이 올 텐데.”

* * *

“우리도 퀘스트가 있는데 마탑까지 부르는 건 너무하지 않냐?”

“네? 아. 그렇군요. 선배님한테 말씀드리겠습니다.”

“야, 야!!”

김세형은 기겁해서 정수혁을 말렸다.

그냥 한 번 투덜거린 것뿐이었는데!

“너 일부러 이러는 거지?!”

“예?”

정수혁은 순진무구한 눈동자로 눈을 끔뻑였다. 그 모습에 김세형은 한숨을 쉬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한 번 불평해 본 거였어. 그…… 우리도 퀘스트 잘 깨고 있었잖아.”

김세형과 정수혁은 프리카 대륙에서 나름 재밌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다.

김세형은 정수혁이 정말 뛰어난 컨트롤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었지만, 일단 정수혁은 강하긴 했다.

닥치는 대로 때려 붓는 랜덤 마법의 화력!

마을을 돌아다니며 퀘스트를 깨고, 던전을 발견하면 사람들 불러 모아서 던전을 깨고, 그러면서 아키서스 교단 명성도 높이고…….

사실 이게 정석 플레이였다.

태현이 하는 게 비주류 플레이였고!

“그 퀘스트요?”

“그래! 우리가 깨고 있던 것들. 지금 몇 번째 퀘스트더라…… 네 번째 퀘스트였지? 보상이 대단했…….”

김세형은 깨고 있던 퀘스트들을 생각하자 다시 신이 났다.

마을 하나에서 받은 퀘스트에서 시작한 연계 퀘스트.

그거 때문에 새로 던전도 찾고 이것저것 보상도 많이 나왔던 것이다.

그런데 정수혁은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거 보상 별로 안 되지 않습니까?”

“뭐?”

순간 김세형은 정수혁이 허세를 부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정수혁은 이런 걸로 허세를 부리지 않았다.

“그, 그렇지. 보상 별로 안 되지.”

허세를 부리는 건 오히려 김세형!

‘이 자식 저게 별로 안 된다니…… 그럼 뭐가 보상 많은 건데?’

“네. 그래서 그냥 멈추고 마탑으로 온 겁니다. 쓸데없는 퀘스트 하는 것보다 선배님 퀘스트 같이하는 게 훨씬 더 이득이거든요.”

나름 그 퀘스트를 좋아했던 김세형은 ‘쓸데없는 퀘스트’라는 말이 너무 아팠다.

‘이, 이 자식 일부러 이러는 거 아니겠지…… 아니, 지금 중요한 게 그게 아니지.’

정수혁은 분명 이런 퀘스트를 하는 것보다 태현의 퀘스트를 같이 하는 게 더 이득이라고 말했다.

뭐 얼마나 대단한 퀘스트길래?

웅성웅성-

“……?”

주변이 시끄러웠다. 정수혁과 김세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이지?

“찾아! 뭔가 수상하다 싶으면 망토 벗으라고 해!”

“잠시만 확인 좀 하겠습니다!”

동맹 길드원들은 눈에 불을 켜고 수색하고 있었다.

근처 하늘에 오토바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직 도망치지 못했으리라!

‘김태현이 변장했다고 방심하고 숨어 있는 게 분명해. 찾는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모두 협조해 주는 건 아니었다.

지나가는데 망토를 잡아당기고 얼굴에 손을 뻗어 툭툭 두드리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중 한 명이 울컥해서 손을 쳐냈다.

“아니, 왜 이래? 너희 뭔데?”

“이 자식 김태현이다! 공격해!”

퍼퍼퍽! 퍼퍼퍼퍼퍽!

“커헉!”

레벨이 별로 높지 않은 플레이어는 회색빛으로 변해 로그아웃 당했다.

“……김태현 아닌데요?”

“……김태현인 줄 알았는데…… 신경 쓰지 마라!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다!”

동맹 길드원들은 그렇게 말하고 움직였다.

그걸 본 다른 플레이어들은 ‘뭐야 저 미친놈들은’ 하는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동맹 길드원들이 이러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태현이 워낙 변장을 잘하고 뻔뻔하기에, 누군가 확인하려고 해도 저렇게 변명하고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태현의 주특기는 순간적으로 꽂아 넣는 폭딜.

먼저 선공을 하지 않으면 그들이 위험했다.

물론 이건 동맹 길드원들의 생각이고, 다른 플레이어들이 보기에 그들은 그냥 선빵 때리는 미친놈들이었다.

* * *

-길드 연합이 필드에서 플레이어들 PK 때리고 다니는데?

-미친놈들 아니냐? 이제 막 나가네.

-이래도 되는 겁니까? 레벨 높으면 아무나 죽이고 다녀도 돼요?

-김태현 핑계 대고 저러던데. 미친놈들이지. 괜히 김태현한테 당하는 게 아니라니까.

순식간에 게시판의 여론은 달아올랐다.

예전 게임과 달리, 판온 유명 플레이어들은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었다.

랭커나 유명 플레이어들은 대회를 나가거나 개인 방송을 하기 때문!

태현처럼 ‘나는 나보다 약한 놈들의 명령 따위는 듣지 않는다!’ 하며 막 나가는 사람이나, 아예 컨셉을 약탈자나 악당으로 잡는 사람도 있긴 했지만 그렇게 인기를 얻는 사람은 적은 편이었다.

태현이 인기가 있는 것도 막 나가는 상대가 대형 길드나 랭커들 같은 악역이었기 때문!

사람들은 결국 정의의 편을 좋아하기 마련이었다.

-야. 야. 적당히 해라. 지금 항의 들어오잖아!

-내 방송에까지 피해를 입히면 어떻게 해! 시청자들이 지금 나한테 뭐라고 하잖아!

사람들의 반응에, 동맹의 다른 길드원들이 길드 채팅으로 항의를 해왔다.

같은 길드가 되니 이런 점이 불편했다.

한 길드원이 사고를 치면 다른 길드원도 엮이게 되는 것이다.

-아, 김태현 잡으려면 어쩔 수가 없다니까!

현장에 나간 길드원들은 변명했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미친놈아! 김태현 잡으려다가 길드 터지겠다!

-김태현 잡는 거랑 길 가는 사람 PK하는 거랑 뭔 상관인데! 그냥 똑바로 찾으라고! 너 지금 PK하고 싶어서 김태현 핑계 대는 거 아니냐?

-우리가 호구로 보이지? 제대로 해라.

‘그럴 거면 지들이 와서 하던가!’

그들은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김태현을 찾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여기 있지도 않은 놈들이 길드 채팅으로 이래라 저래라만 하자 화가 났다.

* * *

“……눈 마주치지 말자!”

“넵!”

김세형과 정수혁은 바로 고개를 숙였다.

왜 저러나 했지만, ‘김태현 어딨냐!?’ 하는 말을 듣자 바로 이해가 갔다.

괜히 눈 마주쳐서 좋은 꼴 볼 일 없는 사람들!

‘아니 뭔 짓을 했길래 저렇게 쫓아다니는 거지?’

김세형의 기준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일!

다행히 둘은 들키지 않고 수도 성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도시 안에서 깽판을 치는 길드원들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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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생신인가 보다. 요리사들 돌아다니네. 그보다 어디서 만나기로 했어?”

“마탑에 들어오라고 하셨는데, 선배님이 마탑에 가입한 마법사도 아니실 테니 밖에 계시겠죠.”

“아무도 없는데?”

“……?”

마탑 입구 공터에는 시간을 보내는 플레이어들이 몇 명 보였다.

대부분 초보자들.

초보자가 아닌 이상 여기서 시간을 때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디 계세요?

-안에 들어와. 나 안에 있다.

“?!”

안에 있다니. 마탑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건 허락을 받은 마법사밖에 없었다.

정수혁도, 김세형도 초보자 때 마탑에 들어가기 위해 온갖 잡퀘스트를 깼던 것!

“안에 계시다는데요?”

“뭐? 마탑 마법사만 들어갈 수 있는 거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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