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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453화 (453/1,826)

§ 나는 될놈이다 453화

‘왜 저래?’

방금까지는 ‘우리 마탑은 찾아온 사람의 배경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 대단한 곳이지’라고 배짱을 부리던 문지기가 저렇게 놀라다니.

태현의 경험상 보통 이런 반응은 좋게 흘러가지 않았다.

‘테란드 남작, 설마 배신을…… 아니, 그건 말이 안 되는데. 화술 스킬도 확실하게 성공했고.’

태현이 그렇게 생각을 하는 동안 문지기는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이 추천장이 사실입니까?!”

“……그, 그런데요.”

일단 일을 벌인 이상 끝까지 우길 수밖에 없었다.

태현은 불안해도 얼굴에 철판을 깔고 당당하게 나섰다.

“그런……! 지금 당장 대마법사님을 불러오겠습니다!”

“아, 아니…… 그, 그럴 것까지는 없지 않습니까?”

태현은 말을 더듬으며 문지기를 말리려고 들었다.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정말 많이 불길하다!

“아닙니다. 이 정도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지요! 당장 대마법사님을 불러오겠습니다!”

“…….”

태현은 눈을 감았다.

상황을 파악한 것이다.

‘테란드 남작…… 이 자식!’

테란드 남작이 추천장을 너무 과하게 써준 게 분명!

추천을 하려다 보니 태현이 얼마나 뛰어난 인재인지 너무 과장해서 쓴 것이다.

‘기절시키고 튀어야 하나?’

태현이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문지기는 이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마탑의 문지기답게 민첩도 보통이 아니었다.

“대마법사님! 대마법사님!”

-주인님. 어떻게 하실 겁니까? 분명 마탑의 대마법사들이 오면 주인님의 실력을 확인하려고 할 텐데요.

“넌 안에 들어가 있어. 이 자식아.”

태현은 애꿎은 흑흑이를 구박했다.

* * *

[경비대장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감옥에 갇힙니다.]

[탈옥이 발각될 경우 왕국에 수배될 수 있습니다. 잡힐 경우 형벌이 더 심해집니다.]

철커덩!

감옥의 문이 닫히고, 쇠창살이 내려왔다.

차오는 뻐끔뻐끔 입을 닫았다 열었다. 충격에 빠진 길마를 보고 요리사들은 수군거렸다.

-과연 저 사람을 믿어도 되는 걸까?

전투 직업이 아닌 이상, 판온에서 감옥에 갇힐 일은 많지 않았다.

이번 일은 요리사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길마라는 사람이 저렇게 넋 나간 것처럼 저러고 있다니…….

“……김태현이다.”

“예?”

“그놈…… 김태현이 보낸 놈이 분명해!”

차오는 대뜸 그렇게 말했다.

“아니, 길마님. 그건 아니죠.”

“갑자기 김태현이 왜 나와요.”

“정신 차리세요! 길마님!”

요리사들은 차오를 붙잡고 흔들었다.

‘이 인간 정말 정신줄 놓은 거 아냐?’

‘이러면 안 되는데…….’

그러나 차오는 단호했다.

“그런 짓을 할 놈은 김태현밖에 없어!”

“아니, 파즈나 다른 요리사들도 많잖아요. 우리와 경쟁하는 놈들이 한 짓일 수도 있어요.”

“우리가 뭐로 체포됐지?”

“사디크를 믿고 국왕을 암살하려고 했다고…….”

“그래. 그 사디크랑 가장 관련된 게 누구지?”

“어, 버포드요? 버포드가 가장 유명하지 않나?”

다른 플레이어들도 그 이후에 몇 명 가입하기는 했지만 사디크 교단이 저번 토벌로 쫄딱 망한 다음에는 대부분이 도망친 상태였다.

“버포드 말고! 김태현도 사디크와 많이 관련이 되어 있잖아!”

“아. 많이 싸웠죠.”

“근데 김태현은 사디크의 적이잖아요.”

“이런 멍청한 놈들아! 싸우다 보면 적의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었겠지. 실제로 김태현은 사디크의 화염을 끄는 퀘스트도 깼었고! 김태현이 사디크의 화염을 다루는 아이템 몇 개 얻었어도 이상하지 않아!”

차오는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두드리며 외쳤다.

길드원들이 다 저렇게 도움이 안 되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길드원들에게는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그렇게 잘 아는 양반이 왜 맨날 호구짓을 하는 거야?’

‘화염술사 데리고 온 게 저 인간이지?’

‘야, 솔직히 닉네임이 <차이나넘버원>인데 의심부터 해봐야 하지 않냐?’

‘난 처음부터 수상했었는데.’

길드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눈치 못 채고, 차오는 울분을 토해냈다.

“이 사악하고 비열한 자식……! 감히 이런 짓을 하다니.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차오는 이번 에랑스 국왕 생신 퀘스트를 엄청나게 노리고 있었다.

갑자기 대륙에 찾아온 겨울+토끼들의 난동으로 솔로 요리사 플레이어는 재료도 구하기 힘들어진 상황.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지만 차오와 레스토랑 길드에게는 많이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걸 이렇게 날리다니!

-쑤닝! 도와다오!

차오는 쑤닝에게 구조 요청을 보냈다. 지금 도와달라고 할 곳은 쑤닝밖에 없었으니까.

-무슨 일이지?

-그러니까……

차오는 있었던 일들을 줄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걸 다 들은 쑤닝은 믿기지가 않아서 되물었다.

-그러니까 중대한 퀘스트를 앞두고 갑자기 처음 보는 화염술사 랭커가 나타났는데 얘가 화염을 기가 막히게 붙여 준대서 다른 요리사들한테 붙여준다는 걸 막고 간신히 섭외해왔더니 얘가 갑자기 사디크 만세! 하고 도망치고 병사들이 우르르 쳐들어와서 감옥에 들어가게 됐다고?

-응. 그리고 그놈 닉은 <차이나넘버원>이야.

쑤닝은 기가 막혔다.

‘이 자식은…… 머리가 없나?’

그렇게 당했으면 저런 일을 당했을 때 의심부터 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사람이라면 그래야 정상이다!

물론 쑤닝은 자기가 차오보다 더 많이 당했다는 건 머릿속에서 지운 상태였다.

원래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법.

그리고 그런 걸 기막히게 이용하는 게 태현이었다.

차오가 갖고 있는 경쟁심과 불안함을 기막히게 이용한 것!

-후…… 오냐. 도와주러 가마.

쑤닝은 그렇게 말했다.

일단 친구였고, 동지였으니까.

게다가 태현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많은 도움이 필요했다.

요리사로 구성된 <레스토랑> 길드는 전투력은 없어도 버프 능력은 엄청나게 뛰어났던 것이다.

-너희 길드만 올 건 아니지? 다른 랭커들도 불러와라.

-…….

눈치 없는 차오의 한마디!

쑤닝의 이마에 혈관이 돋아났다.

물론 차오가 나쁜 의미로 한 말은 아니었다.

이제까지 쑤닝이 태현한테 털린 적이 많았다.

쑤닝 혼자서 오면 이기는 건 불가능!

그건 쑤닝 본인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걸 다른 사람의 입에서 직접 듣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심지어 그게 지금 멍청한 실수를 저질러서 한참 아쉬운 놈일 경우에는 더더욱!

‘이 새끼가…….’

판온 감옥에 갇힌 놈한테 ‘너 못 믿겠으니 다른 랭커들 많이 데려와라’ 같은 소리를 들으니 분통이 터졌다.

쑤닝은 한 번만 더 참기로 했다.

-김태현 나타났다. 김태현 나타났다.

-뭐?! 어디에!?

-죽인다, 김태현! 찢어 죽인다!!

저번과 달리 뜨거운 반응이 튀어나왔다.

태현이 판온 1의 김태현이란 것도 드러난 데다가 투기장 대회 우승, 1:100 승리 등으로 엄청나게 커진 태현을 지금 밟아야 한다는 사람들도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몇몇 랭커 중에서는 태현과 원한이 없는데도 ‘나보다 더 잘나가서 재수 없다’, ‘한 번 끌어내리고 싶다’ 하는 놈들도 있었다.

‘길드 연합, 아니, 길드 혈맹…… 이거는 김태현도 이길 수 없을 거다!’

손을 드는 사람들.

쑤닝은 손을 잡고 바로 에랑스 왕국으로 향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김태현인 건 어떻게 알았어? 그놈 변장하고 다녔잖아?

-…….

친구 중 한 명이 <차이나넘버원>이란 닉을 달고 있는 놈한테 사디크 화염으로 사기를 당해 감옥에 갇혔는데…… 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쑤닝이 생각해도 그건 좀 아니었다.

-……다 알아내는 방법이 있지. 나를 믿어라. 내가 보장한다!

-쑤닝이 보장한다면 확실하겠지.

-맞아. 여기서 김태현한테 가장 많이 당한 호ㄱ…… 아니, 김태현 전문가잖아. 하하.

-맞, 맞아. 김태현 전문가! 하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

길드가 합쳐지자 이런 길드원들이 있어도 바로 족칠 수가 없었다. 쑤닝은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 * *

“차오가 감옥에 갇혔다고?”

“사디크의 화염을 썼다는데요?”

“그놈…… 실력이 없는 놈이 아닌데. 실력도 있는 놈이 자꾸 치사한 방법을 쓰려고 하니까 그렇게 되는 거야.”

파즈는 고개를 저었다.

에랑스 왕궁 근처의 다른 요리사들은 이번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냥 ‘레스토랑 길드 애들이 사악한 마법으로 화력 키우려다가 잡혀갔다는데?’, ‘그놈들 맨날 치사한 짓만 하더니 그럴 줄 알았다’ 정도의 수준!

태현이 불 지르고 튀었다는 건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요리사의 실력은 결국 자기 손! 이 정정당당한 두 손뿐! 저 주현영을 봐라. 얼마나 정정당당하냐!”

“아, 예.”

“그나저나 좀 아쉽게 됐군. 차오 그놈이 그렇게 사라지다니. 이렇게 되면 너무 쉬워지는데.”

“……?”

파즈의 말에 다른 요리사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파즈가 자뻑이 심하고 잘난 척이 심하고 가끔은 재수까지 없기는 하지만 요리에 관해서는 철저했다.

그런데 저렇게 자만심 넘치는 말이라니?

“차오 말고 재료 제대로 준비할 놈이 별로 없을 테니까. 차오 그놈이 더러운 수작을 많이 부려도 재료는 제대로 준비할 능력이 있거든. 아쉽게 됐군. 하필이면 대륙에 이런 일들이 생겨서…….”

파즈는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찼다.

“어, 정정당당하게 붙고 싶다면 재료를 다른 사람들하고 같은 거 쓰면 되는 거 아닌가요?”

“멍청한 녀석. 재료 준비도 요리사의 능력이다! 그것도 준비 못 해오면 요리사라고 할 수 없지!”

그러나 파즈는 알지 못했다.

이번 요리 퀘스트가 정말 역대급으로 정정당당한 실력 승부의 장이 되리라는 것을!

물론 그렇게 된 원인은 태현이 차오와 레스토랑 길드를 깡그리 감옥으로 데리고 간 덕분이었지만, 그 사실은 아무도 알지 못했다.

* * *

정수혁과 김세형이 에랑스 왕국을 향해 달려오고, 쑤닝과 길드 친구들이 에랑스 왕궁 근처를 뒤지는 동안, 태현은 마탑 안으로 들어가서 한숨을 쉬고 있었다.

마탑 안의 경치는 아름다웠다.

건물 크기보다 훨씬 더 넓은 안쪽. 물론 마법이었다.

각 층, 각 구역마다 풍경이 다른 곳이 이 에랑스 왕국 마탑!

1층의 경치는 그냥 평화로운 초원이었지만, 위로 올라가면 가지각색의 모습이 나올 것이다.

흑마법 학파를 이끄는 대마법사의 구역은 지옥과 거의 비슷하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이런 곳이 있으니까 다들 에랑스 왕국에서 시작을 하는 거겠지…… 후. 지금 내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닌데.’

태현은 머리를 굴렸다.

문지기가 저렇게 달려갔으니 곧 대마법사 한 명 정도가 와서 태현의 능력을 시험해 보려고 할 것이다.

그걸 통과하지 않으면 이번 퀘스트는 여기서 끝!

<시험을 통과하라-에랑스 왕국 마탑 퀘스트>

테란드 남작의 추천장을 받은 마탑 마법사들은 깜짝 놀랐다.

대단한 재능을 가진 젊은 마법사!

그 마법사는 물론 당신이다.

마탑의 마법사들은 당신을 시험하려고 한다. 그들 앞에서 대단한 재능을 선보여 시험을 통과해라.

그러지 못한다면 아무리 추천장이 있더라도 마탑에 더 이상 있지 못할 것이다.

보상:에랑스 왕국 마탑의 출입 허가.

‘어쩐다?’

태현의 마법 스킬은 중급.

물론 비 마법사 직업으로 이 정도를 찍은 것도 나름 대단한 거였지만, 마탑 기준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갖고 있는 마법 스킬들도 많이 애매했다.

<언데드 소환>, <혈마법>, <악마 소환>, <어둠의 화살>, <화염 화살> 등등…….

또 여기 있는 걸 막 쓸 수도 없었다.

‘악마 소환은 잘못 소환했다가는 악마가 날 죽이려고 할 테고, 사디크의 화염 화살은 잘못 썼다가는 사디크랑 엮일 테니…….’

그나마 자주 쓴 사디크의 화염 계열 스킬은 쓸 수도 없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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