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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445화 (445/1,826)

§ 나는 될놈이다 445화

“……!”

둘은 말과 함께 서로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저놈이 데리고 간 게 아니었구나!

상대방이 벌써 데리고 간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었는데, 반응을 보니 아닌 것 같았다.

‘그러면 어디지? 아무도 안 데리고 갔을 리는 없고.’

‘설마 중국이나 미국인가?’

“흠. 감독님이 데리고 간 줄 알았는데, 아닌가 봅니다.”

양 감독은 상대가 케인을 데리고 가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자 갑자기 생기는 유혹.

‘허세 좀 부려봐?’

양 감독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허세를 부렸다.

“커허험. 우리는 뭐…… 긍정적인 대답을 듣기는 했습니다.”

“?!”

양 감독의 말에 한 감독은 깜짝 놀랐다.

설마 양 감독이 케인을 거의 영입하기 직전이란 말인가?

‘아니, 잠깐만. 거의 직전이면 나한테 케인 영입했냐고 저렇게 물을 이유가 없는데?’

한 감독은 사실을 깨닫고 양 감독을 쳐다보았다.

저 인간이 허세를 부리는구나!

“아, 예. 그러시겠죠. 저희도 긍정적인 대답은 들었습니다.”

“?!?!”

이번에는 양 감독이 놀랄 차례. 놀란 양 감독은 한 감독의 입가에 걸린 비웃음을 보고 상황을 깨달았다.

그리고 얼굴을 붉혔다.

“…….”

“…….”

“이제 그만합시다?”

“커흠. 그러도록 합시다. 남는 것도 없으니…… 어쨌든 케인 데리고 간 게 아니다, 맞습니까?”

“맞습니다. 그쪽이야말로 나중에 뒤통수 치고 발표라도 하면…….”

“이쪽이 할 소리를.”

두 감독은 서로 확인을 끝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케인을 누가 데려간 거죠?”

“설마 LK 라이온즈?”

LK 라이온즈. ST 파이브나 KG 위자드처럼 통신사 대기업을 뒤에 두고 있는 게임단이었다.

그러나 양 감독과 한 감독은 LK 라이온즈를 모두 싫어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LK 라이온즈의 주 감독을 싫어했다.

양 감독과 한 감독은 그래도 라이벌로서 치고받은 악연이 있었기에 서로를 싫어해도 서로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는 있었다.

그렇지만 주 감독은 정말 짜증 났다.

게임은 해본 적도 없는 양반이 경영 쪽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더니 게임단을 이끌고 승승장구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성격도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이 꼼꼼하고 냉철했다.

두 감독의 배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아니, LK 라이온즈 쪽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몰래 확인해 봤는데 케인, 김태현 영입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역시…….”

“중국이나 미국이겠군요.”

두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E스포츠에서 가장 크게 자본을 움직이는 건 역시 중국과 미국이었다.

사실 두 감독은 행운인 편이었다.

대기업이 게임단을 지원해 주고 있었으니까.

모든 게임단이 대기업을 뒤에 두고 있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열악한 상황에 있는 게임단이 더 많았다.

그렇지만 이렇게 대기업이 지원을 해주는 게임단이라고 해도, 중국과 미국 쪽 게임단과 비교하면 밀리는 감이 있었다.

ST나 KG가 적게 투자하는 게 아니었다.

중국과 미국 쪽이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것!

판온 이전의 게임에서도, 중국과 미국 쪽 게임단들이 잘하는 한국 선수들을 막대한 돈으로 데리고 간 사례들이 많았다.

“이세연 선수도 지금 데리고 갔다고 발표한 팀이 없죠?”

“아마 미국 쪽과 조건을 맞춰보고 있다고 하는 소문이 있던데…….”

“어떤 팀이 데리고 가든 탐나는 인재니 말입니다. 이세연 선수는.”

“해외에 다 뺏기면 나중에 힘들어지는데…….”

두 감독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대회에서 판온 선수들의 역량은 대충 나온 셈이었다.

앞으로 새로운 선수들이 나오더라도 지금 이름을 알린 선수들만큼의 실력을 뽑아낼 것 같지는 않았다.

“어떻게든 케인 선수라도 데려와야 하는데 말입니다.”

“힘들 겁니다. 중국 쪽 조건을 들어봤는데 거기는 정말…… 어후, 예전에도 연봉을 억부터 시작해서 십억 대도 과감하게 지르던 놈들인데…… 지금 판온 인기 보면 그보다 더 지르면 질렀지 적게 지르지는 않을 겁니다.”

* * *

“그래?”

“예. 대충 두 감독의 말이 맞습니다. 이스포츠계 팀 중 중국과 미국 쪽이 투자가 센 편입니다.”

“그렇단 말이지.”

두 감독이 추잡한 싸움을 멈추고 진지하게 대화하는 것 같자, 유 회장은 정지용에게 ‘저놈들 무슨 이야기하는지 알아올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지용은 바로 도청을 시도했다.

-유성그룹에 불가능은 없다!

“으음…… 으으음…… 얼마를 줘야…….”

“누구를 생각하고 있으시길래 그러시는 겁니까?”

“음? 아, 아니야.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어.”

속마음을 들킨 유 회장은 슬쩍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저놈들은 왜 김태현 이야기는 안 하는 거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태현 이야기였다.

“아, 김태현 선수 말입니까.”

유 회장과 같이 판온을 하고 나서부터 매일 꼬박꼬박 몇 시간씩 판온 방송을 보고 판온 게시판의 정보글을 읽으며 준비한 정지용이었다.

이제는 그룹의 누구보다도 판온을 잘 안다고 자부했다.

“그야 지금 케인 선수나 이세연 선수도 미국이나 중국 쪽에 밀릴 것 같아서 저러고 있는데, 김태현 선수는 더더욱 그러지 않겠습니까.”

“그놈…… 아니, 흠흠. 김태현이 미국이나 중국에 간다고?”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겠습니까? 현실적으로 그 두 군데가 가장 대우를 좋게 해줄 테니 말입니다.”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

유 회장은 생각에 잠겼다.

일단 김태현은 돈이 많았다.

그러니 연봉 같은 조건에 흔들릴 리 없었다.

김태현이 ‘아, 게임은 한국에서 해도 되는데 왜 미국까지 가요’ 하면서 안 가면 안 갔지, 돈 많이 준다고 해외로 나가는 모습은 상상이 안 갔다.

“참. 중국은 안 될 가능성이 있군요. 저는 중국 쪽 가능성은 반반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그건 왜?”

“그야 이번 대회에서 중국 대표팀과 그런 일이 있었잖습니까.”

경기장 밖 PK 사건!

당연히 중국 게이머 중 태현에게 이를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중국 게임단은 중국 게이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으니, 태현의 영입을 망설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긴, 그것도 그렇군. 그러면 거의 불가능한 거 아닌가?”

“아니요. 반반 정도입니다. 욕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팬도 많아서…….”

“뭐? 그런 짓을 했는데?!”

유 회장도 깜짝 놀랄 반응!

“그런 짓을 압도할 만큼의 플레이를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하긴…….”

유 회장은 납득했다.

자기 나라 대표 선수를 PK했는데도 홀려 버리는 마성의 플레이!

태현이 대회에서 보여준 플레이들은 태현의 안티 팬들도 홀릴 정도였다.

“게다가 데리고 오면 승률이 확 뛸 텐데, 그런 거에 흔들리지 않을 팀은 드뭅니다.”

“…….”

유 회장은 생각에 잠겼다.

모두가 다 데리고 갈 거라고 생각한 김태현을 유 회장이 직접 데리고 온다.

그리고 동시에 유성그룹의 게임단이 부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란 스포트라이트는 다 받을 수 있는 완벽한 계획처럼 보였다.

너무 완벽해서 스스로 무서울 정도!

‘음. 왜 한기가 들지?’

자선 대회와 프로게임단 재창설 계획을 직접 짜느라, 유 회장은 판온 접속을 많이 하지 못하고 있었다.

덕분에 태현의 영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고민하던 유 회장은 생각을 멈추고 앞으로 나섰다.

일단 사람들을 불렀으니 주최자로서 역할을 할 때였다.

“회장님 나오십니다!”

“오오!”

양 감독과 한 감독은 재빨리 자세를 바로 갖추었다.

방금까지 유 회장이 그들의 말을 엿들었다고는 생각지도 못하는 둘이었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90도로 허리를 꺾는 양 감독.

그걸 본 한 감독은 눈빛을 불태웠다.

‘이놈이 어디서 먼저 치사하게! 나는 110도로 꺾겠다!’

‘이, 이 양반이 나이 먹고서 추잡하게 허리 꺾는 각도로 경쟁을…… 나는 그렇다면 120도로 꺾어주마!’

점점 허리를 꺾는 두 감독.

그걸 본 유 회장은 질린 얼굴로 물러섰다.

“저런 놈들이 한 대화를 믿어도 되는 건가?”

“저렇게 보여도 국내 게임단 감독 중에서는 능력 있는 사람들입니다.”

“자선 대회에서 사고 치지는 않겠지? 자선 대회라고.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데.”

“그 정도로 변별력 없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아마도…….”

* * *

“와, 대단해! 너처럼 게임 잘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

“헤헤, 헤헤헤…….”

“아, 물론 동영상에서는 너보다 잘 하는 사람 많이 봤지만.”

“…….”

“어쨌든 직접 본 건 처음이야! 콤보를 이렇게 넣는 거구나!”

케인은 행복 그 자체에 빠져 있었다.

원인은 바로 앞에 있는 하연 때문이었다.

예전부터 이세연 때문에 판온에 관심이 있었던 하연은, 이번에 있었던 일 때문에 판온을 직접 하게 됐다.

그리고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것!

그 틈을 타 ‘판, 판온 잘하는데 내가 도와줄까?’라고 말하는 데까지 성공한 케인이었다.

만나서 오해를 풀고, 태현을 욕하며 친해진 덕분이었다.

‘김태현…… 고맙다……! 흑흑! 고맙다!’

태현에게 이렇게까지 고마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심지어 대회 우승 때보다 더 고마웠다.

태현이 듣는다면 뒤통수를 후려갈길 생각을 하는 케인!

하연의 실력은 평범했다.

딱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

그렇지만 케인의 눈에는 그 무엇보다도 커다란 잠재력을 갖고 있는 원석으로 보였다.

“그런데 판온 랭커들은 다들 바쁘다던데, 너는 이렇게 시간 써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케인은 슬쩍 동영상을 확인했다.

<김태현 1vs100>이라는, 지금 판온 게시판 1위를 달리고 있는 영상이었다.

영상의 마지막은…….

태현이 블랙 드래곤을 불러내 랭커들을 쓸어버리는 장면이었다.

‘그래도 태현을 도와주러 가야 하지 않나’, ‘저렇게 많은데 죽기라도 하면 어쩌지’ 하며 고민하던 케인은 저 영상이 올라오는 걸 보고 고민을 멈췄다.

-아, 저 자식은 정말 내버려 둬도 알아서 잘 살겠구나!

정말 같이 하면서 나름 태현을 파악했다 싶은 케인이었지만, 블랙 드래곤을 불러내서 쓸어버릴 줄은 몰랐다.

“안 괜찮은 거 같은데? 정말 일 없어?”

“없다니까!”

“나는 있어서 좀 이따가 가봐야 해.”

“…….”

현재 백수인 케인은 그 말이 가슴에 푹 꽂혔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기사도 나고 그러던데 너도 게임단 제의 왔어?”

이세연과 친하다 보니, 하연은 판온 랭커들에게 게임단 영입 제안들이 날아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 입장에서 우승팀 멤버이자 그 정도 활약을 보여준 케인은 벌써 몇 번은 제안이 날아왔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어…… 음…… 어…… 후후, 나는 때를 기다리고 있어서……!”

“그래? 역시 받았나 보구나.”

“…….”

케인은 입을 다물었다.

그 자신도 대체 왜 제안이 안 오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설마 도동수를 같이 두들겨 팰 때 너무 심하게 패서 피도 눈물도 없는 놈처럼 보였나?! 쇠사슬까지 쓰는 건 과했던 건가?!’

사실 ST나 KG의 접촉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 거절한 후 ST나 KG 같은 대기업 게임단 측에는 ‘케인은 중국이나 미국 쪽이 벌써 제안했나보다’ 하는 의견이 퍼졌고, 작은 게임단 측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데리고 오겠냐. 그냥 포기하자’라고 결정이 내려져서 그런 것이었지만…….

그 중국과 미국 쪽 게임단들은 아직 제안을 준비 중이었고, 그 사실을 알 리 없는 케인은 국내 게임단 뉴스만 보고 초조해하는 중이었다.

‘흑흑…… 도동수 살살 팰걸…….’

전혀 상관없는 이유로 후회하는 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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