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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444화 (444/1,826)

§ 나는 될놈이다 444화

[영지의 논밭이 풍작입니다.]

[아키서스가 기뻐합니다.]

‘응?’

갑자기 뜨는 메시지창.

태현은 메시지창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왜 뜨는 거지?

‘논밭이라면…… 저번에 오게 허락해 준 플레이어들인가?’

짐작 가는 건 그것밖에 없었다.

중앙 대륙에 겨울이 찾아오고, 토끼들이 난리를 치는 바람에 영지에 찾아온 농부 플레이어들.

일단 영지에 플레이어들이 많아지면 이득이니 받아줬지만, 태현은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올 정도의 농부 플레이어라면 레벨이 뻔한 것!

‘풍작이면 뭐 영지에 보너스라도 들어가나? 일단 없는 것보단 낫겠지.’

* * *

농부 플레이어들은 수확한 작물들을 가지고 아키서스 신전에 갔다.

이런 걸 신전에 바치면 공적치 포인트와 축복이 나왔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대박 나게 해주세요!’

‘밀 심은 곳에 사프란 자라나게 해주세요!’

한 번 행운을 맛본 플레이어들의 기대는 한층 더 높아져 있었다.

어느새 그들은 영지에 먼저 온 플레이어들과 닮아가고 있었다.

영지에서 ‘이, 이번에는…… 이번에는 뜰 거야……!’ 하며 탕진하는 플레이어들.

-야, 들었냐? 오전 4시에 신전 동쪽 거리에서 강화를 하면 좀 더 잘 된다는데?

-아니야. 오전 2시에 하급 축복을 먼저 받은 다음에 포션을 마시고…….

이제는 있지도 않은 온갖 방법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플레이어들.

그만둘 법도 하지만, 실제로 결과를 내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었기에 더 그만둘 수 없었다.

일단 아키서스의 힘은 진짜인 것!

-저번에 아키서스 교단 내 등급 중급까지 올린 마법사 한 명이 <칠색의 마법 지팡이>를 만드는 데 성공했대.

-그거 대장장이가 못 만드는 거라 성공률 엄청 낮은 거라며?

-그러니까!

플레이어들의 광기가 끓어오르는 동안, 갈락파드가 움직였다.

쿵-

“아키서스의 신도들의 정성에 감동해서 아키서스 님께서 축복을 내려주셨도다. 봤느냐!”

“네…….”

기운 빠진 목소리로, 버포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태현이 그리울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지금 갈 곳이 없어서 사디크 교단을 접고 아키서스 교단으로 넘어오긴 했지만, 태현은 악독한 놈이었으니까.

태현한테 당한 걸 생각하면 아직도 이불을 뻥뻥 찰 정도!

그렇지만 지금 그는 태현이 그리웠다.

‘김태현이 가니까 웬 미친놈이…….’

갈락파드란 NPC는 힘 있는 미친놈!

오자마자 갈락파드는 사디크 교단의 성기사들이 있는 걸 보고 기겁했다.

-아니! 어떻게 영지에 저런 놈들이! 이 무슨!

-김, 김태현이 허락해 줬는데…….

-그렇군! 사악한 사디크 놈들을 교화시키려고 허락해 주신 거로구나! 이놈들. 이 늙은 갈락파드가 직접 교육해 주마!

<과거를 반성하자-갈락파드 퀘스트>

미친 갈락파드는 과거를 지우고 새로 아키서스를 믿으려는 당신들의 열정을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사악하고 음험한 사디크의 힘을 몸에서 지우는 일은 고된 일.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갈락파드의 지시대로 행동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영지에서 추방당할 수 있습니다.

보상:영지에서 추방당하지 않음.

갈락파드는 정말 사디크 성기사들을 알뜰살뜰하게 부려먹었다.

퀘스트 끝나는 순간 다음 퀘스트, 그 퀘스트가 끝나면 또 다음 퀘스트!

무슨 사람 부려먹는 일만 수십 년 해온 것 같은 솜씨였다.

갈락파드는 버포드를 부려먹으며 말했다.

-내가 마탑에서 노예들만 수십 명 넘게 다뤄본 몸이다. 나를 속일 생각은 하지 말아라, 이 사디크의 종자들아!

신전 건물을 수리하고, 신전 앞마당에 난 잡초를 정리하고, 근처에 나타난 몬스터를 처리하고…….

초보자들이나 하는 잡일 퀘스트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레벨이 있으니 이런 잡일 퀘스트들은 순식간에 해낼 수 있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찜찜!

‘빨리 와라, 김태현!’

그러거나 말거나 갈락파드는 근엄하게 말했다.

“이 축복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뭘 해야 하겠느냐, 사디크의 노예야?”

“어, 어…… 기, 기도요?”

버포드는 황급히 말했다.

여기서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면 [갈락파드가 분노했습니다]라고 메시지창이 뜨며 온갖 구박이 날아왔다.

“어리석기는! 우리는 동상을 지을 것이다.”

“누구요……?”

“그야 김태현 님의 동상이지! 듣자 하니 저 남쪽 대륙의 투기장에서 김태현 님이 우승하셨다고 들었다.”

투기장 우승 보너스 중 하나.

투기장과 관련된 명성이 프리카 대륙에 퍼져 나가는 것이었다.

사실 태현은 정수혁과 친구들이 좀 팍팍 올라가서 아키서스 전도 보너스를 얻기를 원했지만…….

결국 스스로 하게 된 꼴!

“그, 그런 동상을 지으라고요?”

“그 태도는 뭐지? 혹시…….”

“아닙니다! 짓고 싶습니다!”

갈락파드의 눈이 매서워지자 버포드는 고개를 흔들었다.

“영지의 사람들을 불러라. 모두들 이 영광에 참여하고 싶겠지. 암.”

‘아무도 안 낄 텐데…….’

버포드는 속으로 생각했다.

버포드야 사디크 교단 때문에 약점 잡혀서 이러고 있다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이 뭐가 아쉬워서 저런 퀘스트에 참여한단 말인가.

<아키서스 교단의 동상-아키서스 교단 퀘스트>

교단의 주인인 김태현 백작이 프리카 투기장에서 우승했습니다.

갈락파드는 김태현 백작의 동상을 지어 첫 추수의 수확물을 바치고 축복하려고 합니다.

아키서스 교단의 영지에 있는 플레이어라면 참가할 수 있습니다.

보상:?, ???, ?????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감이 온다……! 이 퀘스트는 뭔가 있다!”

“지금 골드 다 꼬라박아서 할 것도 없고, 이거나 해야지. 아키서스니까 보상 뭐 좀 좋은 거 주지 않을까?”

“세금도 안 내고 농사도 공짜로 잘 했는데 이거나 좀 도와줘야겠다. 뭐 할 수 있는 거 있나?”

“대장장이들이 빠질 수 없죠!”

영지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거의 전부 몰려온 것!

“갈락파드 님. 이러면 영지의 다른 건물들 건설이 늦춰지는데, 어떻게 하죠?”

“멍청한 놈. 당연히 이 동상 건설을 먼저 해야 하지 않겠느냐.”

[김태현 백작의 동상 건설이 시작됩니다.]

[……건설이 늦춰집니다.]

[……건설이 늦춰집니다.]

[투기장 건설이 늦춰집니다.]

“뭐야 XX?!”

태현은 갑자기 뜬 메시지창에 기겁해서 외쳤다.

* * *

“아이고, 오래간만입니다. 양 감독님.”

“잘~ 지내시는 거 같습니다, 한 감독님?”

날선 대화가 두 남자 사이에 오갔다.

각각 ST 파이브와 KG 위자드의 감독!

라이벌로 유명한 두 게임단의 감독인 만큼, 서로 앙숙으로 유명했다.

프로게이머 시절 때부터 이어진 악연!

그런 두 사람이 오늘 만나게 된 이유는 유성그룹 때문이었다.

-유성그룹이 판온 게임단에 투자할 생각이 있다더라!

언젠가부터 돌기 시작한 소문.

그러나 많은 E스포츠계 사람들은 그 소문을 부정했다.

-에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유 회장 죽기 전에는 그럴 일 없다.

-예전에 유성 쪽 게임단 성적이 얼마나 처참했는데. 거기 회장이 직접 금지령 내린 수준이잖아.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헛소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룹 회장이 직접 명령을 내렸는데 어떤 놈이 그걸 무시하겠는가.

“흠흠. 그런데 한 감독님. 혹시 들은 거 있습니까?”

먼저 굽히고 들어간 건 양 감독이었다.

정보가 필요했던 것이다.

오늘 유성그룹이 이렇게 게임단 사람들을 모은 이유는 뭘까?

양 감독이 굽히고 들어오자 한 감독은 살짝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지만…….

“저도 잘 모릅니다.”

한 감독도 잘 몰랐던 것!

양 감독의 얼굴이 구겨졌다.

‘괜히 친한 척했네.’

“자선 대회를 연다는 소문이 있다던데…….”

“자선 대회? 좋네요. 새로 들어온 우리 선수들이 좋아하겠네.”

지금 판온 플레이어들이 명성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정해져 있었다.

랭커로 활약함과 동시에 개인 방송으로 이름을 알리거나, 아니면 이번 대회 같은 곳에 나와 실력을 보여주거나.

후자는 전자에 비해 훨씬 효과가 강력했다.

유명한 랭커 중 하나였던 태현은 투기장 대회가 끝나자 전 세계 판온 플레이어들이 확실히 기억하는 플레이어가 됐던 것이다.

도동수도 비슷했다. 방향은 반대였지만.

‘한국의 그 새끼’, ‘한국의 그놈’ 같은 별명이 붙고 있었던 것!

몇몇 플레이어들은 ‘판온 1 김태현한테 당한 거라면 정상참작 해줘야 한다’라고 말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문제는 그런 활약을 벌일 대회였다.

대회는 아무나 여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지금은 성공적으로 끝난 투기장 대회를 받아 판온 본사에서 다음 대회를 계획 중이었다.

어지간하면 다른 대회는 끼어들기 힘든 상황!

이런 상황에서 유성그룹 같은 대기업이 자선 대회를 열어준다면, 선수들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이걸 기회로 투기장 말고도 판온의 여러 콘텐츠가 대회가 됐으면 좋겠군.’

게임단 입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다양화되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새로 들어온 선수들?”

“왜요?”

“아니…… 뭐…… 한 감독님 팀에 새로 들어온 선수들을 생각해 보니까…….”

“무슨 말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아니, 그냥. 선수들 관리 잘 하시라고요.”

‘이 자식이!’

한 감독은 발끈했다.

예전에 KG 위저드에서는 선수들끼리 싸움이 붙었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걸 비꼬는 양 감독!

정말 치사한 인간이었다.

“흥. 저희는 알아서 잘할 겁니다. 양 감독님이야말로 선수들 관리 잘하셔야 할 겁니다.”

“우리는 그런 일 없었는데요?”

“대신 선수들 월급 문제가 터졌었죠.”

“그, 그건 내 잘못이 아니잖아! 모기업 때문이었다고!”

“그러면 선수들끼리 싸운 건 내 잘못입니까?”

추한 진흙탕 싸움을 보여주는 두 감독!

같이 온 업계 사람들은 둘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저 인간들 또 저러네’라는 표정!

유 회장은 멀리서 그 둘을 쳐다보며 물었다.

“저 둘은 뭐 하는 놈들이지?”

“게임단 감독입니다.”

“감독이 되어가지고 저렇게 싸운다고? 게임단 수준이 뻔하군.”

“저…… 최고 수준입니다.”

“……그래? 설마 예전 유성그룹 게임단이…….”

정지용은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렸다.

저 두 감독의 게임단에게 동네북처럼 깨지고 다녔던 유성그룹 게임단!

“저놈들 쫓아내면 안 되겠지?”

“네…….”

“알고 있네. 농담 삼아 한 말이야.”

유 회장이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지 모르는 채, 두 감독의 싸움은 점점 더 추해지고 있었다.

“이번에 얼마나 선수 영입 잘하나 봅시다. 캐나다 대표팀한테 까였다면서요?”

“그쪽이나 잘하시죠. 류태수한테 오퍼 넣었다가 까인 거 다 압니다.”

서로 한 대씩 주고받은 둘. 이제 싸움은 자랑으로 넘어갔다.

“흥. 저희는 이주형 선수 영입했습니다.”

“그 정도로 되겠습니까? 저희는 김철수 선수 영입했는데.”

“……!”

“……!!”

서로 영입한 선수에 놀라는 두 감독이었다. 두 감독은 잠시 멈추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이놈…….’

멈칫하는 둘. 멈춘 이유는 하나였다.

‘‘왜 김태현이나 케인에 대해 말이 없지?’’

자기네 팀 제안이 ‘아 안 사요, 안 사’ 하며 까였기에(전화를 건 사람이 차마 그대로 전하지는 못했기에 감독들은 어떻게 거절당했는지 몰랐다), 두 감독은 ‘혹시 상대 팀이 잡아간 거 아니야?’ 하며 의심하고 있었다.

상대 팀이 잡아갔다면 저렇게 무시하듯이 대답을 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저 팀 감독은 싸가지가 없으니까!’

‘저 팀 감독은 싸가지가 없으니까!’

그런데 둘 다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흠흠…….”

“그런데…… 혹시…….”

망설이던 둘. 말은 동시에 나왔다.

“케인 영입했습니까?”

“케인 영입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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