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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419화 (419/1,826)

§ 나는 될놈이다 419화

유 회장의 지적에 태현은 스스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1분 정도 생각한 태현은 정말 모르겠다는 얼굴로 말했다.

“흠. 잘 모르겠는데…….”

“…….”

유 회장은 한심하다는 듯이 태현을 쳐다보았다.

적 플레이어가 끼고 있는 반지는 뭐가 조금 바뀌어도 바로 알아차리는 놈이, 이런 부분에서는 둔감하기 짝이 없었다.

원래 유 회장은 이런 부분에서 참견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가 어떤 사람인데 젊은이들 문제에 끼어들겠는가!

게다가 유 회장에게 태현은 이미 충분히 얄미운 놈이었다.

그렇지만…….

‘이번 사재기로 신세를 졌으니…… 한 번만 더 도와준다!’

사실 이다비에게 신세를 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판온을 처음 시작해서 어리바리했던 유 회장에게 경매장이나 관련 아이템 설명을 해준 게 이다비!

유 회장은 태현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다비를 위해서 끼어드는 것이었다.

이다비가 해줬던 것들에 비교하면, 태현이 했던 짓들은…….

유 회장을 속이고, 몰래 광산에 속여서 넣고…….

빠직-

생각하니까 울컥하는 일들뿐!

“어르신? 뭐 생각하십니까?”

“네놈이 날 속였던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지.”

“하하. 오해도 참. 다 어르신 좋으라고 한 일인데요.”

“사람을 속여서 지하 광산으로 보내 버린 놈이 할 소리냐!”

“덕분에 어르신은 기초 컨트롤을 완벽하게 마스터하시고 스킬들을 얻었잖습니까. 초반에 강하게 키워야 나중에 편한 법입니다.”

“이, 이, 이놈이……!”

말 한마디를 지지 않는 태현!

유 회장이 분통을 터뜨리려는 사이, 밖에서 기쁨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아까 밖으로 나간 이다비가 외치는 소리였다.

“……?”

“…….”

유 회장은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감정 수습하려고 밖으로 나갔으면 소리도 줄여야지, 저렇게 하면 다 들리지 않는가!

부끄러움은 결국 유 회장 혼자의 몫이었다.

그러나 태현은 저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뭡니까? 어르신. 이다비가 왜 저러는지 알면 알려주시죠.”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유 회장은 완전히 토라져서 고개를 돌렸다.

이다비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태현이 저렇게 나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

“안 알려주시면 어르신 지금 하는 사재기 방해합니다.”

“…….”

유 회장은 입을 떡 벌렸다.

생각해보니 유 회장이 태현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이놈은 이럴 때 사과를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협박을 하는 놈!

원하는 게 있다면 가차 없이 나아가는 게 태현이었다.

“네, 네, 네가 진짜…….”

“설마 못 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 아니죠? 애초에 어르신이 파워 워리어 도움받는 거 저 덕분이잖습니까. 빨리 말하세요.”

칼만 안 들었지 완전 날강도!

유 회장은 판온 안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었다면 목덜미를 잡았을 테니까.

“이놈아! 그 정도는 네가 알아서 알아차려야지. 나보다 더 오래 지냈으면 그 정도는 스스로 알아차려야 하는 거 아니냐?”

“어르신 설마 모르셔서 이러는 거 아니죠?”

태현은 정말로 유 회장을 의심하는 눈빛이었다.

유 회장은 이제 기가 막히다 못해 어이가 하늘로 올라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가 어떤 사람인데!

현실에서 유 회장이 어떤 사람인데!

‘이 사람 설마 잘 몰라서 저렇게 허세 부리는 거 아니야?’ 하는 의심의 눈빛을 보낸단 말인가!

“오냐! 이놈아! 내가 몰라서 이런다!”

유 회장은 젊었을 때의 혈기가 안에서 치솟는 걸 느꼈다. 유 회장은 태현의 멱살을 잡으러 달려들었다.

휙-

그러나 태현은 유 회장이 움직이기도 전에 동작을 읽고 피했다.

레벨은 유 회장이 높지만, 쌓은 경험은 비교도 할 수 없었다.

태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손바닥을 탁탁 털고 말했다.

“어쨌든 어르신은 이다비가 왜 저러는지 아는데, 그걸 제가 스스로 알아차려야 하니까 알려주실 수는 없다…… 이거죠?”

“그래!”

“근데 어떤 방법을 쓰든 정답만 알면 되는 거 아닌가?”

“아니야, 이놈아! 아니라고!”

“유성그룹이 과징금 받은 것도 비슷한 논리 같은데…….”

“그건 내 아들놈이 한 거라고 했지 않았느냐!!”

유 회장의 속을 몇 번은 뒤집어놓고 나서야, 태현은 일단은 납득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알아내는 데에 의미가 있나 보다!

‘뭐지? 어르신은 알고 있는데 이다비는 나한테 숨기고 있고, 내가 스스로 알아내야 하는 거라면…… 내 이름으로 파워 워리어 길드 광고라도 했나? 아니, 이건 아니겠지. 이다비가 이런 걸 말 안 할 애는 아니고.’

생각에 잠긴 태현을 보고 유 회장도 생각했다.

‘그래도 저놈이 이다비를 생각하기는 하는구나.’

만약 상대가 케인이었다면 ‘아 그냥 잡고서 말할 때까지 괴롭힐래요’라고 했을 놈이었다.

그래도 최소한 그러지는 않으니 다행!

“음…… 진짜 모르겠는데.”

“이놈아. 세상이란 게 원래 그런 거다. 다른 사람을 알기는 어려운 법이지.”

유 회장은 오랜만에 위엄 넘치는 모습으로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오래 산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지혜가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려는 노력을 계속하다 보면 서로를 알 수 있게 되는 거다. 그게 사람의 인연이고 관계인 거야. 음음.”

유 회장은 스스로 말해놓고서도 좋은 소리를 한 거 같아 뿌듯했다.

맨날 태현 앞에서 휘둘렸지만 이번은 좀 다른 것 같았다.

“알려는 노력이라…….”

“그래.”

“뭐 노력해 보죠.”

“그래. 이놈아.”

“일단 게임 관련된 건 아닌 거 같아요. 맞죠?”

유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건 몰라도 이 정도 힌트를 주는 건 괜찮겠지!

“게임이 아니라면 그 외의 문제라는 건데…… 좋은 방법이 있죠.”

“……?”

“사람을 시켜서 뒷조사를 하면 나올 거 아닙니까.”

“?!?!”

유 회장은 순간 태현이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태현의 얼굴은 진지했다. 유 회장은 그걸 보고 생각했다.

‘미친놈인가?’

“야, 이놈아!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결국 폭발한 유 회장!

“알려는 노력 아닙니까?”

“그런 노력 말고! 좀 다른 거! 젊은 놈다운 간질간질한 노력 있잖아!”

“이게 더 확실할 거 같은데…….”

태현은 왜 유 회장이 난리를 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그게 더 유 회장을 기막히게 만들었다.

‘이놈은 진짜……!’

태현의 친구, 최상윤이 있었다면 고개를 끄덕이며 ‘쟤가 그렇다니까요! 쟤가 저래요!’ 하며 폭풍 공감을 해줬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는 유 회장 한 명밖에 없었고, 유 회장은 외롭게 싸울 수밖에 없었다.

“어르신. 자꾸 끊지 말고 제 말을 좀 들어보십쇼. 들어보시면 이해를 하실 겁니다.”

“어떤 설명을 들어야 사람 풀어서 뒷조사를 하겠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에이, 자꾸 깨끗한 척하시기는. 유성그룹 회장님이시면 사람 몇 명 묻어보고 그런 적도 있으실 거 아닙니까?”

“이놈은 누구를 뭐로 아는 거냐?!”

유 회장은 펄쩍 뛰었다. 그런 적은 없지만, 살짝 찔려서기도 했다.

유성그룹의 라인에는 합법적인 라인뿐만 아니라 비합법적인 라인도 있었던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대기업이라는 건 그냥 단순한 이름이 아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는 강력한 힘!

마음만 먹는다면 유 회장의 손가락 하나로 사람 하나를 매장시키는 것도 쉬운 일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들어보시죠. 이다비는 집안 사정이 그렇게 좋지 않아요.”

“그랬나? 역시…….”

유 회장은 안타까운 얼굴을 지었다.

저런 착하고 성실한 젊은이가 그런 불우한 환경에 처하다니.

태현 같은 놈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는데…….

“지금 뭔가 이상한 생각 하신 거 같은데.”

“흠흠. 아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게임 내 문제가 아니라면 역시 그걸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죠.”

태현의 진지한 얼굴에 유 회장은 살짝 반성했다.

미친놈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진지하고 생각하고 있었구나!

“그렇군…….”

이렇게 되니 유 회장도 말하기가 좀 애매해졌다.

‘흠흠, 사실 이다비가 네게 호감을 갖고 있는 거 같다’라고 말할 분위기가 아닌 것!

“그런데 이다비는 그런 걸 말할 성격도 아니고, 도움을 받을 성격도 아니거든요.”

“그래? 말만 하면 도와줄 수 있는데…….”

“사람마다 꺾을 수 없는 신념이란 게 있는 거죠. 전 그걸 존중하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안 하겠지만…….”

유 회장은 솔직히 감탄했다.

맨날 미친놈처럼 날뛰고 주변 사람을(주로 케인을) 부려먹는 모습만 봐서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태현은 주변 사람을 깊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방향이 좀 한정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건 사실이거든요. 자기 혼자 해내는 것도 좋지만 세상에는 불가능한 일도 분명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그래서 문제 생기면 도와주려고요.”

“방금은 이다비가 도움받을 성격 아니라고 하지 않았냐?”

“그건 이다비 신념이고, 제 신념은 다르니까 둘이 부딪히면 제 신념부터 먼저 챙겨야죠.”

“…….”

“어쨌든 알아들으신 것 같으니 뒷조사하겠습니다!”

“야, 이놈아! 그건 아니야! 그건 진짜 아니야!”

* * *

유 회장은 필사적으로 말렸지만 이미 방향을 정한 태현은 아무도 말릴 수 없었다.

결국 유 회장은 ‘절대로, 나중에 나 때문에 했다는 말은 하지 마라!’라고 하며 반쯤 포기했다.

결정을 내린 태현이 판온을 잠깐 나가려고 하는 사이, 이세연에게 귓속말이 들어왔다.

-지금 보고 있어?

-어. 보고 있지. 아주 재밌네.

-……안 보고 있지?

이세연은 태현의 거짓말을 금세 알아차렸다.

-그래. 안 보고 있었다.

-거짓말해 놓고 뭐 이리 당당한 거야……? 안 보고 있을 줄 알았어. 지금 캐나다대표팀하고 붙을 맵 정해졌어.

이세연의 말에 태현은 주소를 열고 방송을 켰다.

그녀의 말대로 한참 맵 결과가 발표되고 있었다.

-캐나다 대표팀과 한국 대표팀이 격전을 벌일 지형은…… <필멸의 다리>입니다! 아, 이 맵은 정말 독특한 맵이죠. 예선에서도 한 번 나온 적 있는 맵인데요!

-가장 큰 특징은 진영이 하나밖에 없다는 거죠.

세 개의 진영으로 나뉘어져 있는 일반적인 맵과 달리, 필멸의 다리는 진영이 하나였다.

가운데에 있는 드넓은 다리 위에 하나!

즉 인원을 어떻게 나누는지 정하는 섬세한 수 싸움이 아닌, 5명 팀 전원이 부딪혀서 힘 싸움을 벌이게 될 가능성이 컸다.

이세연은 당연히 그걸 알고 있었다.

-우리한테는 잘됐어. 도동수 약점은 그대로 남아 있고, 8강 때처럼 상대 팀 암살하는 건 이제 통하지 않을 테니까.

-다시 한번 해보지 않을래?

-됐거든? 한 번이니까 통했지 두 번 하면 진짜 안티가 팬보다 더 많아질 거야.

이세연은 질렸다는 듯이 말했다.

-정면 승부면 완전히 실력 싸움이겠군. 쓸 수 있는 수는 최대한 꺼내놔야겠는데…….

-그렇지. 잠깐. ‘다’가 아니라 ‘최대한’?

-결승에서 쓸 수 정도는 숨겨놔야지.

-믿음직스러워서 좋네.

이세연은 만족한 목소리로 말했다.

남들이 듣는다면 ‘건방 떤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세연이 태현을 고평가하는 건 이런 부분이었다.

언제나 냉정하게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능력!

다른 사람이라면 결승을 대비해 능력을 숨긴다는 발상은 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면 난 이만. 밖에서 할 일이 있어서.

-판온 나갈 거면 잘됐네. 나도 전할 거 있어서 연락한 거거든. 캡슐 나가면 전화부터 받아. 삼촌한테서 연락 좀 많이 와있을 거야.

-무슨 일인데?

-무슨 일이겠어? 방송이지. 네가 인기 좋아진 덕분에 일 잡기가 쉬워졌다더라. 어쨌든 연락 확인하고, 잘 준비해. 아. 맞다. 저번에 그 메이크업 꼭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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