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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415화 (415/1,826)

§ 나는 될놈이다 415화

장쓰안을 가로막는 태현.

‘몬스터들을 데리고 혼란을 만들어보려는 거 같은데…….’

이미 장쓰안의 속셈을 읽어낸 태현이었다.

태현 본인이 수십 번도 넘게 쓴 방법!

몬스터를 몰아서 상대 파티에 끌고 간다.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당연히 상대하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몬스터를 무시하고, 데리고 온 장쓰안을 막는다! 그러면 알아서 무너지게 되어 있었다.

몬스터도 어그로를 끈 상대방을 더 먼저 공격하게 되어 있었으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걸 당하면 혼란에 빠져서 몬스터를 먼저 잡곤 했다.

그러나 태현은 아니었다.

카카캉-

“큭!”

태현의 공격을 스킬로 막아낸 장쓰안은 신음했다.

방어막 스킬이 공격 하나에 깨지다니. 정말 딜 하나만큼은 무시무시했다.

앞으로 더 들어갔다가는 태현한테 공격을 받을 상황.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장쓰안은 웃었다.

‘멍청한 녀석. 이 상황도 예측하고 있었다!’

“?”

장쓰안의 눈빛이 빛나는 것을 보고 태현은 뭔가 위험을 느꼈다.

그러나 장쓰안이 한 발 더 빨랐다.

-적의로부터의 해방, 필멸의 표적!

* * *

태현 일행이 오기 전, 장쓰안은 고민에 잠겼다.

쑤닝과 달리 장쓰안은 태현의 능력을 무시하지 않았다.

‘일단 녀석이 날 막으면 몬스터가 뒤에서 올 테니 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녀석의 실력이라면 나를 막을 수 있을지도 몰라. 게다가 녀석의 회피력도 너무 뛰어나니…….’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다행히 장쓰안에게는 방법이 있었다.

순간적으로 몬스터들이 가진 적대심을 없애주는 스킬, <적의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순간적으로 상대의 회피력을 엄청나게 내리고, 상대를 향하는 대부분의 공격이 명중하게 만드는 타깃팅 스킬 <필멸의 표적>.

이 두 가지 스킬이라면 충분히 상대를 궁지에 몰 수 있을 것이다.

장쓰안의 자신감을 믿고, 길드원들은 움직였다.

그 비싼 근거리 순간이동 스크롤과 순간이동 게이트 스크롤을 사용해 함정을 설치한 것이다.

근처로 다가올 경우 바로 토끼 몬스터들을 몰아와 순간이동으로 드랍!

게다가 장쓰안에게는 한 가지 더 행운이 따라줬다.

던전을 돌아다니던 도중 한층 더 강하고 흉폭한 토끼 몬스터 종을 발견한 것이다.

[광포한 지옥의 검은 뿔토끼의 뿔에 찔렸습니다.]

…….

장쓰안이 순간 위기에 빠질 정도로 강한 몬스터들.

‘이 던전 정말 장난 아니군.’

몬스터들의 레벨도 레벨이지만 전투 방식이 위험했다.

공격에 올인한 것 같은 몬스터들!

아무리 랭커라도 몇 대 잘못 맞다가는 상태 이상이 겹쳐서 훅 갈 수 있었다.

‘이런 던전이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거지? 뭐가 있길래?’

장쓰안은 일단 의문은 나중에 풀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 건 쫓아오는 추적자들을 상대하는 것.

함정이 잘만 풀리면 오히려 대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건 태현일 수도 있었다.

‘크하하하. 어서 와라! 이걸 봤을 때 네 녀석의 얼굴이 궁금하다.’

* * *

‘이런!’

상태 이상 메시지창을 보고 태현은 어떻게 된 건지 깨달았다.

장쓰안이 토끼의 적개심을 사라지게 만든 다음 태현을 타깃으로 돌린 것이다.

게다가 지금 뜨는 회피력 저하 메시지창들.

자칫하면 뒤의 몬스터들의 공격을 차례대로 맞을 수 있었다.

‘위험하다!’

태현의 약점은 낮은 레벨로 인한 상대적으로 낮은 HP.

스킬과 컨트롤로 잘 관리해 주지 않으면 한 방에 훅 갈 수 있었다.

태현은 이를 악물고 반격의 원을 준비했다.

‘가장 앞에 있는 공격을 옆으로 돌리고 그다음 공격은 흘려보내면…….’

그러나 공격은 오지 않았다.

“?”

“???”

“?????”

장쓰안도, 태현도, 뒤에 있던 장쓰안 길드원도, 뿔토끼한테 얻어맞으면서 비명을 지르고 있던 케인도 고개를 돌렸다.

뿔토끼들이 태현을 보더니 슬슬 시선을 피하며 멈춰선 것이다.

아까까지 사람을 꿰어 죽이려고 날뛰던 놈들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돌변!

순간 어색한 침묵이 퍼졌다.

“……뭐야? 왜 공격을 안 해?”

나름 경험 많은 장쓰안도 당황해서 멈칫했다.

그사이 <적의로부터의 해방> 스킬 시간이 끝났다.

카르륵!

“?!?!”

뿔토끼들의 눈이 다시 살기로 차올랐다.

그리고 그 대상은 물론 장쓰안이었다.

“크아악! 이 망할 놈들이!”

“아. 그거였군!”

태현은 그제야 어떻게 된 건지 깨달았다.

칭호 <토끼 학살자> 때문에 토끼 몬스터들이 선공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정작 토끼 잡을 일이 없어서 잊고 있었던 효과!

“김태현! 김태현!!! 설마 이 모든 걸 예상하고 있었던 거냐!! 나는 네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었던 거란 말이냐!!”

뿔토끼들한테 두들겨 맞으며 장쓰안은 못 믿겠다는 듯이 외쳤다.

이미 습격은 실패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더 이상 방법이 없는 상황.

그렇지만 이건 알고 죽고 싶었다.

김태현은 이것까지 예상하고 있었단 말인가?

살짝 어이가 없었지만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가 오해를 해주겠다면 받아주는 게 예의!

“물론 그렇다. 넌 내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었던 거다.”

“말도 안 되는…… 크아악!”

더 이상 상대할 생각이 없었던 태현은 재빨리 다가가서 검을 휘둘렀다.

이미 많이 얻어맞아서 HP가 너덜너덜해진 장쓰안은 그대로 로그아웃당했다.

이걸로 사망 페널티 때문에 대회 당일까지 접속은 불가능!

5명의 인원 중 한 명이 줄어든 것이다.

태현 팀의 승리는 확정이라고 봐도 좋았다.

“길마님!”

“안 돼!”

길드원들은 장쓰안이 쓰러지는 걸 보고 경악했다.

정말 대회를 앞두고 장쓰안을 PK하다니!

“이런 미친놈들! 대회가 곧 열리는데!”

“너희 제정신이냐! 이래도 되는 거냐!”

보고서도 믿지 못할 장면.

길드원들은 침을 튀겨가며 태현에게 손가락질했다.

그러나 태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것도 실력이지. 안 그래?”

“…….”

“……라고 케인이 말했다.”

“?!”

뿔토끼를 잡던 케인이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내 이름이 여기서 왜 나와?!’

그러나 길드원들은 이미 케인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 피도 눈물도 없는 놈!

-네게는 스포츠맨십도 없냐!

“그리고 케인이 지금 나한테 말하는데, 너희들도 같이 죽이라고 하네. 자. 너희 길마랑 사이좋게 같이 가렴.”

“잠, 잠, 잠깐…… 컥!”

푹찍!

길마가 당한 충격에, 길드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했다.

전부 쓰러뜨리고 태현은 휘파람을 불었다.

“좋은 거 나오면 좋겠는데.”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

그사이 이세연은 케인을 도와 남은 뿔토끼를 정리했다.

태현 쪽 뿔토끼는 덤비지를 않고, 오히려 태현이 다가서면 슬슬 물러서니 굳이 공격할 필요가 없었다.

“어떻게든…… 성공은 했네.”

“…….”

태현 일행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일단 이길 방법이 이것밖에 안 떠올라서 지르기는 했는데, 막상 하고 나니 뒷감당이 조금 두려워진 것이다.

물론 태현 빼고!

“사람들이 욕하지 않을까? 정정당당하지 않다고.”

“아, 뭐 그런 걸 신경 쓰고 그래. 너도 독 먹을 뻔했잖아. 그걸로 퉁치자.”

“내가 먹을 뻔한 독은 얘네들이 보낸 게 아니지 않냐?”

“그럼 지금부터 얘네들이 보낸 거로 하자. 나중에 방송에서 그렇게 말해. 어차피 친하니까 대충 묶을 수 있을 거야.”

“…….”

얼굴에 철판 몇 개는 깐 것 같은 태현의 말에 케인은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이세연도 동의했다.

“그런 식으로 해야 할 거 같아.”

“?!?!”

“안 그러면 이미지가 너무 나빠지잖아. 우리가 암습 당한 것도 사실이고. 의심 가는 범인이 여기 길마하고 친한 것도 사실이고.”

“케인이 죽이라고 한 것도 사실이고.”

“내가 언제!”

“동의하면 한 거지, 괜찮아. 폼 나고 좋을 거야. 완전히 악당 이미지로 가는 거지.”

태현은 케인의 어깨를 두드리며 달랬다. 케인은 울고 싶은 표정이었다.

점점 원하는 것과 달리, 확실한 악당 캐릭터가 되어가고 있었다.

물론 판온 2 시작할 때만 해도 악당 플레이어긴 했고, 케인 본인도 이런 캐릭터를 좋아하긴 했는데…….

‘이건 좀 아냐!’

태현이 한 악행을 다 덤터기쓰는 악당은 뭔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보다 여기는 뭔 던전이지?”

“그러게. 몬스터도 그렇고 좀 특이한 던전이야.”

장쓰안을 쫓느라 정작 새로 발견한 던전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이다비, 여기 던전에 대해서 알고 있었어?”

“아뇨. 밖의 던전도 제대로 탐사를 안 했는데…….”

“하긴. 흠…… 지금 공략을 해볼까?”

“안 돼.”

“안 돼, 이 자식아!”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팀원들이 차례대로 반대 의사를 내보였다.

“아니, 왜?”

“몰라서 묻냐! 곧 대회 준비해야지!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데! 게다가 지금 저놈들이 친구들 불렀을 수도 있다고. 빠르게 빠져나가야 해.”

“음…….”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케인의 지적이 맞긴 했다. 장쓰안이 아까 도망치면서 도움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장쓰안이 로그아웃 당한 지금, 상대방이 아직도 싸우려고 들지는 알 수 없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그러면 이렇게 하자. 30분만 시간을 줘.”

“30분??”

모두가 놀랐다.

30분이라니.

던전 한 구역을 클리어하는 데도 부족한 시간이었다.

“어차피 지금 밖에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깔려 있잖아. 누가 오든 간에 우리가 먼저 볼 수 있어. 30분 정도는 써도 될 텐데?”

“그렇긴 한데…… 그걸로 뭐 하려고?”

“던전 끝까지 좀 보고 오게.”

원래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몬스터와 싸우지 않고 피해서 간다고 해도 위험한 일!

몬스터들을 쓰러뜨리지 않고 계속 던전 안으로 가다 보면 던전에서도 반응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었다.

지나친 몬스터들이 쫓아온다거나, 갑자기 몬스터들이 더 드랍이 된다거나…….

안전하게 가려면 몬스터를 치우고 나아가는 게 정석이었다.

그러나 태현은 그러지 않았다.

[던전의 몬스터와 싸우지 않고 그냥 지나갑니다. 행운이 오릅니다.]

“……이것도 오를 줄은 몰랐는데.”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던전의 통로를 지날 때마다 나오는 토끼 몬스터들.

토끼 몬스터들은 태현을 볼 때마다 무슨 저승사자를 본 것처럼 슬슬 피했다.

이렇게 쉽게 지나가다 보니 무슨 산책이라도 나온 기분!

통로가 나눠지자 태현은 신의 예지 스킬을 사용했다.

복잡한 던전의 지형을 빠르게 뚫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스킬.

태현이 30분 만에 돌고 오겠다고 말한 것도 이 스킬을 믿고 있어서였다.

그런데…….

‘돌아가라고?’

신의 예지가 말해주는 가장 좋은 길은 뒤로 돌아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으음…….’

스킬이 이렇게 나오자 태현도 솔직히 망설여졌다.

호기심 반, 걱정 반.

무시하고 들어갔다가 정말 크게 다치는 것 아닐까?

‘부활 스킬도 쿨타임 돌아왔고, 어떻게든 몸을 뺄 수는 있을 거 같긴 한데…… 되나? 아. 괜한 짓 하는 거 아닌가 싶은데…….’

대체 무슨 던전이길래 이제까지 잘 작동하던 신의 예지가 반대로 작동한단 말인가?

‘한마디로 더 들어가지 말고 나가란 뜻인데…… 에이. 확인은 해보고 가자.’

궁금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어떤 던전인지 확인만 해보고 가자!

태현은 신의 예지를 반대로 사용했다.

가장 위험한 길로 가자!

확확 나아가는 태현. 그 길에 있던 토끼들은 계속해서 비켜줬다.

“!”

태현은 멈춰 섰다. 앞에 거대한 석문이 있었던 것이다.

꿀꺽-

태현은 침을 한 번 삼키고, 천천히 석문을 밀었다. 돌 밀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과연 안에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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