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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413화 (413/1,826)

§ 나는 될놈이다 413화

그런 보상을 저기 태현 파티와 나누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었다.

길드원들 사이에서 미묘한 눈빛이 오갔다.

“잘 말해볼까요?”

“퍽이나 듣겠다. 따라오겠다고 할걸. 너 같으면 그냥 가겠냐?”

“게다가 괜히 눈치채면 귀찮아진다고. 만약 저놈들이 여기 던전 입구 있다고 소문이라도 내면?”

“맞는 말이다. 지금 사람 없는 건 이 던전이 별로 안 좋은 던전이어서 없는 거지.”

“그러면…….”

“처리하자.”

길드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PK 전문 길드는 아니었지만, 필요하면 PK를 했다.

애초에 판온의 주요소 중 하나가 PK 아닌가.

남과 사냥터 경쟁이 붙었다면? PK!

남과 퀘스트 경쟁이 붙었다면? PK!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PK였다.

“그러면 여기 오면 바로 공격을…….”

말이 끝나자마자 통로 저편에서 뒤늦게 태현 파티가 나타났다.

잡템을 챙기고 해맑게 오는 그들!

“아! 사냥 끝내셨군요! 고기 좀 쌓였으니 다시 요리 좀 해드리겠습니다!”

“…….”

“……저것만 먹고 공격하죠?”

길드원 중 한 명이 그렇게 말하자, 다른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 * *

장쓰안 일행과 합류한 태현은 뭔가 이상한 기색을 느꼈다.

‘뭐지? 이 자식들 왜 남 PK 하려고 몰래 준비할 때 짓는 표정을 하고 있지?’

척하면 척.

장쓰안과 길드원들이 필요하면 PK를 하는 플레이어들이라면, 태현은 PK 할 이유를 만들어서 하는 플레이어였다.

상대방을 괴롭히는 마음가짐부터 차이가 나는 것!

판온 1 때부터 수많은 플레이어들과 치고받고 다퉜으니 이제는 상대방 숨 쉬는 것만 봐도 이상한 걸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러나 태현은 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외쳤다.

“자! 요리 준비하자!”

-쟤네 뭔가 이상한데? 우리 없는 사이에 뭐 준비한 거 같다.

-네? 들킨 건가요?

-아니, 들킨 거 같지는 않은데. 그보다는 다른 이유 같아.

태현은 생각에 잠겼다.

아까까지는 그래도 친근하게 굴던 장쓰안과 길드원들이 갑자기 PK를 계획하는 이유가 뭘까?

‘……뭔가 발견했군. 여기 던전에 뭐 다른 게 있나?’

태현은 <신의 예지>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길드원들이 서 있는 쪽으로 길이 보였다.

약간 어색하게 서 있는 길드원들!

뭔가 가리려는 것 같았다.

‘가리고 있는 거 보니까 뭔가 있나 본데…… 입구? 새로운 던전 입구라도 찾았나?’

태현은 의아해했다.

왜냐하면 이 통로는 <신의 예지> 스킬에 따르면 안 좋은 통로였던 것이다.

좋은 통로는 이미 지나친 상태!

그런데 여기 새로운 입구가 있다니.

‘……갑자기 불길해지는데…… 그냥 빨리 여기서 처리해야겠다.’

어차피 상대방도 그들을 공격하려고 계획을 하고 있는 것 같으니,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준비되는 순간 친다!

태현은 케인과 이세연에게 귓속말을 보내고, 자기는 요리를 준비했다.

준비할 건 <둘이 먹다 둘 다 죽어도 모를 곰고기 스테이크 요리>!

만드는 건 간단했다.

정성과 성의를 다해서 고기를 굽고 소스와 향신료를 바른 다음…….

신 잡아먹는 괴물의 점액질을 추가로 살짝 바르고…….

거기에 갖고 있는 독성 재료까지 닥치는 대로 슥삭슥삭!

먹는 순간 마비와 함께 독 데미지까지 들어갈 게 분명했다.

치이익-

불 위에 고기를 돌리며 굽자 아까처럼 맛있는 냄새가 가득 퍼졌다.

곧 태현 일행을 공격할 길드원들은 살짝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얻어먹을 거 다 얻어먹고 PK를 해야 한다니.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했다.

태현을 상대로 전혀 미안해할 필요 없다는 것을!

-모두 준비해라. 슬슬 다 되어가니까.

-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침을 삼켰다.

태현이야 여기서 정면으로 붙어도 이길 실력이 됐지만, 그들은 아니었다.

요리가 제대로 안 통하거나, 까딱해서 맞기라도 하면 한 방에 훅 갈수 있는 것이다.

‘저 인간은 긴장도 안 하나?’

‘무슨 숨 쉬는 것보다 더 자연스럽네.’

그러는 동안 태현은 요리를 완성했다.

“완성됐나?!”

“나 줘! 나 줘!”

아까까지는 그래도 좀 점잖은 척을 하던 길드원들은 이제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다.

서로 자기가 먼저 먹으려고 다툴 정도!

그러나 태현은 고개를 저었다.

“장쓰안 님!”

“?”

“한 입 드셔보시죠. 아까 장쓰안 님을 빼고 우리끼리만 먹어서 죄송했거든요.”

“됐, 됐다.”

“아이참. 그러지 마시고. 한 입만 드셔보세요. 그래야 저희도 마음껏 먹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음…… 꼭 그렇게 말한다면…….”

장쓰안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길드원들은 아차 싶었다.

‘야, 그냥 권할 거 그랬다.’

‘저거 자기 빼놓고 먹었다고 서운해하는 얼굴인데.’

“맞아요, 길마님! 저희끼리만 먹으면 안 되죠!”

“한 입이라도 드셔주세요!”

길드원들은 재빨리 태도를 바꿨다.

이제라도 권해서 장쓰안이 삐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다들 그렇게 말하자 장쓰안은 못 이기는 척 스테이크 요리를 받아들였다.

“요리 이름이 재밌군.”

“하하. 감사합니다.”

설마 둘 다 먹다 둘 다 죽는다는 게 비유가 아니라 진짜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하는 장쓰안이었다.

“그러면 한 입…….”

덥썩!

잘 익은 고기를 한 입 넣은 장쓰안은 신나게 씹었다.

잘 요리된 고기의 감칠맛이 느껴지고, 향신료의 맛이 느껴지고, 거기에 갑자기…….

활활 타는 듯한 맛이 느껴졌다.

“?!”

장쓰안이 멈칫하자 태현은 재빨리 다른 길드원들에게도 말했다.

“요리 식기 전에 다른 분들도 드세요.”

“그럴까?”

기다렸다는 듯이 길드원들이 후다닥 요리를 집어 들었다.

“잠, 잠ㄲ…….”

“쩝쩝. 길마님. 왜 그러세요?”

장쓰안이 말리기도 전에 입에 고기를 쑤셔 넣는 길드원들!

“이, 이거 죽는…….”

“맛이 죽인다고요?”

“아니, 그게 아니라…….”

[아칼타 독에 중독됩니다.]

[제르리 독에 중독됩니다.]

……

[신 잡아먹는 괴물의 체액을 먹었습니다. 마비됩니다.]

우르르 뜨는 메시지창!

순식간에 온갖 상태 이상 디버프가 걸렸다.

장쓰안은 말할 여유도 없이 바로 해독하려고 했다.

그러나 태현이 그걸 기다려 줄 정도로 친절한 사람이 아니었다.

-소형 번개 폭탄!

뇌광석을 이용해서 만든 폭탄.

데미지보다는 스턴 효과 때문에 쓰는 폭탄이었다.

콰콰쾅!

주변에 있던 장쓰안과 길드원들은 폭발에 휩쓸렸다.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그리고 동시에 태현은 검을 뽑아 들고 데미지를 미친 듯이 증폭시켰다.

장쓰안은 온갖 디버프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었다.

“잘 가라, 장쓰안!”

푹찍!

“컥!”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폭발적인 데미지와 함께 장쓰안의 HP가 절반 넘게 깎였다.

장쓰안은 그걸 보고 경악했다.

대체 어떻게?

그러나 태현의 공격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고, 장쓰안과 길드원들은 스턴 상태에서 빠져나오지도 못하고 있었다.

다시 한번 푹찍!

[HP가 0으로 내려가 사망합니다.]

[푸른 생명의 목걸이의 힘이 발동됩니다.]

[부활합니다.]

화르륵!

회색으로 변했던 장쓰안의 몸이 푸른 불꽃으로 휩싸였다.

그걸 본 태현은 혀를 찼다.

좀 쉽게 가나 싶었더니 장쓰안도 역시 랭커답게 숨겨진 패가 있었던 것이다.

“네가 무슨 주인공도 아니고 왜 위기에서 부활을 하고 그러냐?”

“이 하찮은 놈이 감히 나를!”

태현은 장쓰안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움직여서 다른 길드원을 공격했다.

다들 고렙 플레이어다 보니 요리, 폭탄 콤보에도 죽지 않고 잘 버티고 있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회복할 게 분명!

회복하면 장쓰안과 힘을 합칠 게 분명하니 먼저 쓰러뜨려야 했다.

퍽! 퍼퍼퍽!

“커허헉!”

“이, 이 하찮은 놈이!”

태현이 재빨리 돌아서서 다른 길드원들을 공격하자 장쓰안이 분노해서 달려들었다.

-그림자 도약!

그러나 태현은 상대하지 않고 빠져나갔다.

요리조리 피하면서 폭탄을 던지고 사디크의 화염 화살을 날리는 태현.

시간을 끌려는 의도가 명백하게 보였다.

“크악!”

그사이 다른 길드원 한 명이 또 로그아웃당했다.

그걸 보자 장쓰안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대로 가면 당한다!’

독 요리를 먹고, 폭탄에 당하고, 갑자기 기습을 당해 한 번 죽어서 당황하고 있었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게 만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어디서부터 함정이었던 거지? 설마 내가 처리하려는 걸 눈치채고 함정을 판 건가? 그런 거치고는 함정이 너무 치밀했다. 게다가 저놈 레벨도 말하던 것과 다르고.’

장쓰안은 결론을 내렸다.

이건 처음부터 함정이었다고!

그렇지 않다면 상대의 수준이 설명되지 않았다.

“이놈. 넌 뭐 하는 놈이냐?”

“내가 말해줄 거 같냐?”

“흥. 역시 하찮은 놈이라 자기 이름도 못 밝히는군.”

“그런 도발에 내가 넘어갈 거 같다면 사람을 제대로 봤군. 나는 <레스토랑> 길드에서 왔다.”

“뭐? 쑤닝 이놈! 감히 나한테…….”

태현의 거짓말은 정말 숨 쉬듯이 자연스러웠다.

장쓰안도 순간 넘어갈 정도로.

게다가 레스토랑 길드는 쑤닝 길드와 친하고, 쑤닝은 장쓰안을 싫어할 이유가 있지 않은가?

그러나 장쓰안은 멈칫했다.

상대방이 그냥 이렇게 말해주다니 뭔가 이상했던 것이다.

게다가 레스토랑 길드가 독에 능숙하기는 해도 이런 랭커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었다. 쑤닝 길드에도 마찬가지였다.

그 순간 갑자기 쑤닝이 와서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김태현은 경기 능력만 좋은 게 아니라 변수 만드는 능력도 좋다고. 알겠냐?

그러자 번개처럼 머릿속을 스쳐 가는 무언가!

장쓰안은 경악해서 태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너, 너, 너 김태현이구나!”

“!”

태현도 놀랐다.

“쑤닝이랑 같이 논다길래 비슷하게 멍청한 놈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똑똑하잖아?”

“……이 벌레 같은 자식이!”

다른 도발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도발!

장쓰안이 쌍검을 휘두르고 스킬을 사용하려고 하자 태현은 재빨리 다른 길드원 뒤로 움직여 길드원을 방패로 사용했다.

퍽!

“억!”

“미, 미안하게 됐다.”

장쓰안은 공격을 멈췄다.

그 사이 마비와 스턴 상태에서 벗어난 길드원 세 명이 재빨리 장쓰안 쪽으로 움직였다.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각종 디버프 때문에 상태가 최악이라 태현과 맞부딪히면 바로 즉사할 게 분명했다.

-어떻게 하죠?

-포위망을 뚫어볼까요? 김태현 놈만 아니면 나머지는 실제로 레벨이 낮아 보입니다.

-……아니. 새로 발견한 던전 입구로 가라! 거기로 들어가라!

겉모습과 태도 때문에 장쓰안을 이상한 놈 취급했지만, 사실 장쓰안은 생각보다 더 머리가 잘 돌아가는 플레이어였다.

괜히 초대 팀이 아니었고, 괜히 랭커가 아니었던 것이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포위망을 뚫고 들어왔던 입구로 향했을 것이다.

그러나 장쓰안은 반대로 생각했다.

‘이 정도의 함정이라면 입구 쪽에도 대기하고 있는 놈이 있을 수 있다! 가다가는 당한다!’

그렇다면 남은 곳은 하나.

상대방도 모를 이 새로운 던전의 입구밖에 없었다.

장쓰안은 망설이지 않고 벽을 부수고 숨겨진 던전의 입구로 몸을 던졌다.

[던전:토끼의 비밀 왕국에 입장하셨습니다. 당분간 로그아웃이 제한됩니다. 로그아웃 시 던전에서 강제로 퇴장당하며,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

장쓰안은 지금 상황도 잊고 혼란에 빠졌다.

이게 무슨 던전이랑 안 어울리는 이름이란 말인가.

그러나 지금은 혼란에 빠질 때가 아니었다.

던전 입구로 들어오다가 또 한 명이 태현한테 당해서 줄어 있었다.

장쓰안은 따라 들어온 남은 길드원들에게 외쳤다.

“움직여라! 일단 회복부터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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