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412화
“네가 관심 가질 게 아니다.”
“하하. 그렇군요!”
“네가 관심 가지기에는 엄청나게 대단한 장비거든.”
“?”
“이게 어떤 장비냐면…….”
관심 가질 게 아니라고 말해놓고 혼자 알아서 말을 시작하는 장쓰안!
순간 태현도 당황했다.
‘이 자식 뭐야?’
무슨 캐묻기도 전에 자기가 알아서 정보를 다 공개하다니.
그러나 대회 본선 진출에, 찾고 있던 장비까지 나온 장쓰안은 기분이 매우 좋아져 있었다.
덕분에 잘난 척도 풀가동!
“……이 장비를 끼는 순간 화력이 몇 배는 나온다 이거지. 물론 너희들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여서 와 닿지 않겠지만.”
“그러네요! 하하하!”
그 기묘한 모습에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자기들끼리 속삭였다.
-김태현이 뭘 한 거냐? 화술 스킬 쓴 거야?
-아니, 화술 스킬이 플레이어한테 먹히지는 않잖아. 그냥 저놈이 입 싼 거 같은데.
그들은 장쓰안을 의혹 가득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태현이야 원래 파워 워리어 내에서 전설이었지만 장쓰안도 나름 고평가받고 있었다.
랭커 + 투기장 대회 본선 초대 플레이어 아닌가.
그런 플레이어가 고평가를 받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실제로 보니 약간…….
아니, 좀 많이…….
이상한 놈!
-저거 우리 길드에 들어오면 잘 어울릴 거 같은데. 들어오라고 해볼까?
-PK 당하고 싶으면 그래도 되겠지.
그렇게 플레이어들은 각자 꿍꿍이를 가지고 점점 던전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 *
“길이 나눠지는군. 몬스터 수준은 낮은 주제에 귀찮은 던전이야. 맵 마커 찍고 있지?”
“네. 찍고 있습니다.”
“좋아. 왼쪽부터 돌아볼까.”
통로를 지나 여러 갈래의 길이 나오자 장쓰안과 길드원들은 능숙하게 대응했다.
초보자들 던전 중에는 일자형 던전도 있었지만, 레벨이 조금만 높아져도 던전 내 지형은 복잡해지기 마련이었다.
당연히 이런 던전들을 깨면서 레벨을 올린 플레이어들은 다양한 공략 방법을 갖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차례대로 확인해 봤을 테지만, 장쓰안과 길드원들은 그럴 수 없었다.
옆에 태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닙니다! 거기는 틀린 길입니다!”
“그래?”
“저희 파티가 저쪽으로 가서 막혔던 걸 확인했거든요!”
처음 와보는 던전이어도, <신의 예지> 스킬을 사용하면 어디가 좋은 길이고 어디가 나쁜 길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태현은 당연히 좋은 길로 가지 못하도록 방해했다.
최대한 이 던전에서 시간을 오래 끌어야 한다!
“그러면 저기는 넘어가고 다음 입구부터 확인하지.”
장쓰안은 그것도 모르고 순진하게 태현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잠깐, 저희 요리 좀 하겠습니다.”
“뭐? 뭔 요리?”
“싸우기 전에 요리를 먹어야 버프가 걸리지 않습니까.”
“아니…… 그건 당연히 알고 있다. 어차피 너희들은 싸우지도 않잖아?”
장쓰안은 어이가 없어서 태현 파티를 쳐다보았다.
지금 대부분의 사냥은 장쓰안과 그의 길드원들이 하고 있었다.
태현 파티가 하는 거라고는 ‘저희도 돕겠습니다!’, ‘저희가 갑니다!’, ‘앗, 도와드리려고 했는데! 싸움이 끝나다니! 잡템을 챙기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전부.
정말 그림으로 그린 듯한 저렙 파티!
그런데 이제 와서 뭘 싸우는 걸 도와주겠다고 요리를 먹는다는 것인가.
그러나 태현은 뜨거웠다.
“아닙니다! 저희도 싸우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오해를!”
“아니 오해가 아니라…….”
“저희도 최선을 다해서 싸우고 있는데! 흑흑! 장쓰안 님이 그렇게 말하니 너무 슬픕니다!”
“…….”
장쓰안을 나쁜 놈으로 몰아가는 태현!
원래라면 장쓰안이 저런 호소에 흔들리지는 않았겠지만, 태현의 연기는 완벽했다.
길드원들도 옆에서 속삭였다.
-길마님. 저놈들 안내 좀 더 받아야 하는데 그냥 좀 달래주시죠.
-맞아요. 시간 아껴야 하잖아요.
“알, 알겠다. 어차피 우리도 잠깐 쉬었다 갈 테니 요리 하도록.”
“감사합니다!”
장쓰안과 길드원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잠깐 휴식에 들어갔다.
그들은 요리사나 대장장이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
수리는 간단한 수리 주문서로 끝내고, 굳이 별다른 버프는 걸지 않았다.
이 정도 던전이라면 버프를 걸 필요 없었으니까.
화르륵-
“?”
그러고 있는 사이 맛있는 냄새가 그들의 코를 자극했다.
태현 일행이 불을 피우고 조리 장비를 깐 다음 요리를 시작한 것이다.
“?!”
장쓰안의 길드원들은 당황했다.
요리를 한다고 해서 그냥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요리를 할 줄 알았는데, 저렇게 본격적으로 하다니.
“요리사 플레이어였나?”
“요리사 직업은 아닌데 요리 스킬은 많이 찍어놨습니다!”
“아, 그래…….”
장쓰안의 눈빛은 더 한심하다는 듯이 바뀌었다.
자기 직업 스킬을 찍어도 모자랄 시간에 무슨 요리 스킬이란 말인가.
‘저러니까 이 정도 수준 던전도 혼자 못 깨고 저러고 있지.’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뀌었다.
“…….”
냠냠 쩝쩝!
후르륵 촵촵!
통로를 채우는 군침 도는 소리!
바로 태현과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내는 소리였다.
“정말 맛있습니다, 파티장님! 파티장님이 최곱니다!”
“이 곰 고기를 이렇게 맛있게 요리하시다니! 역시 파티장님!”
“제가 파티장님 요리 때문에 파티 들어온 거 아시죠?”
태현의 요리 스킬은 중급.
거기에 각종 추가 스킬들과 행운 스탯 보정까지 있었다.
고급 요리 스킬을 찍은 요리사들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을 수준!
연기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진심으로 하고 있었다.
그냥 먹으면 질긴 곰 고기인데, 씹을 때마다 향긋한 향기와 부드러운 기름이 촥촥 나오는 것이다.
그야말로 일품 스테이크 요리!
‘먹어보고 싶다!’
‘맛있을 거 같아!’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장쓰안의 길드원들도 나름 판온에서 즐길 건 다 즐기고 다녔지만, 이런 곳에서 먹는 요리는 또 별미였다.
배낭에 포션이나 각종 회복 아이템은 넣고 다녀도 저런 고기 요리를 넣고 다니는 플레이어는 드문 것!
요리사를 데리고 다니지 않는 한 저런 요리를 즉석에서 먹을 수는 없는 것이다.
“아, 정말 맛있습니다, 파티장님! 아차. 저분들도 조금 드려야 하지 않을까요? 이렇게 저희를 도와주셨는데!”
‘잘한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 한 명의 말에 장쓰안의 길드원이 무심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먹어보고 싶다고 말하기에는 눈치가 보여서 말하기 힘들었는데 저렇게 말을 꺼내주다니.
기특한 녀석이었다.
그러나 태현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무슨 소리! 실례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저분들이 이런 요리를 맛있게 먹을 리 없잖아!”
“그, 그렇군요……!”
‘아, 아냐!’
‘먹고 싶어! 먹고 싶다고!’
요리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도시라면 달랐겠지만, 지금은 던전 안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태현과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맛있게 먹는 걸 옆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식욕이 안 생길 수가 없는 상황!
“아, 아니. 우리도 먹을 수 있…….”
“아닙니다! 저희가 죄송합니다! 이놈이 쓸데없는 소리를 해가지고…….”
“아냐! 괜찮다니까!”
“저희를 배려해 주실 필요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먹기에는 너무 하찮은 음식입니다!”
“괜찮다고 했잖아 이 자식아!”
결국 폭발한 장쓰안의 길드원!
‘헉!’
주변의 시선이 쏟아지자 길드원은 민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그러니까 그냥 먹어줄 수 있다고. 우리가 그렇게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
“맞아! 우리는 되게 대충 먹는다고!”
한 명이 입을 열자 다른 길드원들도 동참했다.
-먹게 해줘!
“정 그러시다면야…….”
태현은 미안한 얼굴로 음식을 건넸다.
태현이 주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그들 스스로 먼저 먹게 해달라고 만드는 테크닉!
이걸로 상대방은 완전히 의심을 버릴 것이다.
촵촵촵-
한동안 고기 뜯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맛있는데? 도시에서 사먹는 것보다 더 맛있는 거 같아.”
“요리 스킬이 얼마나 되는 거야?”
“후후. 무려 중급입니다.”
태현은 뿌듯한 얼굴로 대답했다.
이런 것까지 속일 필요는 없었다.
진정한 거짓말은 원래 진실 사이에 살짝 섞어 넣는 것!
“중급?!”
“아니 뭔 요리사도 아닌 게 요리 스킬을 중급까지…….”
“야. 실례잖아.”
요리 맛 때문인지 장쓰안의 길드원들은 태현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 있었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경험치를 얻고 던전을 깨느냐와 별개로, 맛있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도 요리사 데리고 다니자고 해볼까? 이러니까 좋네.”
“길마님 난리 나신다. 무슨 시간 아까운 소리 하냐고.”
길드원들이 떠들면서 식사를 하는 동안 장쓰안은 힐끗거리며 태현을 쳐다보았다.
길드원들이 먹는 동안 장쓰안은 그냥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그놈의 자존심 때문!
‘이 자식들, 먹어보라고 말도 안 해주냐?’
길드원들이 ‘한 번 먹어보시죠 길마님’ 하면서 권하면, 못 이기는 척 먹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길드원들은 ‘길마님은 이런 거 싫어하시니까’ 하고 안 권하고, 다른 파티원들은 ‘아 싫어하시면 안 권해야죠’ 하고 안 권하고…….
결국 이 꼴!
쩝쩝대는 소리가 장쓰안의 귀를 간지럽히고 배를 고프게 만들었다.
‘던전 끝나고 요리사나 찾아가야지…….’
장쓰안은 그렇게 다짐했다.
* * *
“근데 요리 먹으니까 스탯이 좀 올라갔다?”
“원래 요리 먹으면 그렇잖아.”
“아니, 좀 평소보다 많이 올라간 거 같은데. 먹느라 제대로 확인을 못 했네.”
길드원들의 말에 태현은 움찔했다.
나름 대충 만든다고 해도 행운 스탯은 결과물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던 것이다.
대충 하려고 해도 희박한 확률을 뚫고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마법의 손!
탁-
일행은 통로 하나의 확인을 끝내고 돌아왔다.
“여기 확인 끝났고, 다음 가자.”
“여기는 함정 좀 있는데요?”
“함정? 그래?”
이제까지 함정도 없는 쉬운 던전이었는데 갑자기 함정이 나타나다니.
길드원들은 기대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통로가 맞나 보다!
“해제해라.”
“네.”
착착 손발이 맞는 그들을 보며 태현은 생각했다.
저렇게 다양한 직업을 균형 맞춰서 파티를 짜니 참 진도가 빠르다고!
‘나도 저렇게 데리고 다니면 참 편할 텐데…….’
뒤에서 입맛을 다시는 태현이었다.
장쓰안과 길드원들은 함정을 해제하고 다시 빠르게 나아갔다.
함정이 있는 통로도 몬스터 수준은 그렇게 높지 않아서, 스킬 몇 방에 팍팍 쓸려나가는 수준이었다.
“길마님, 여기…….”
“뭐냐?”
가장 앞에서 움직이던 도적 플레이어가 뭔가를 발견하고 장쓰안을 불렀다.
“다른 던전의 입구 같은데요?”
“그런 게 있다고?”
장쓰안은 솔깃한 표정이었다.
확실히 이 던전의 난이도는 너무 낮은 편이었다.
<뜨거운 울음의 검>과 관련된 던전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낮은 수준!
그러나 이게 또 다른 던전의 입구 던전이라면, 낮은 난이도가 설명이 됐다.
“여기 벽을 조금만 부수면 새로운 입구가 나올 거 같습니다. 부술까요?”
“다른 놈들도 아는 거 같냐?”
“아마 모를 겁니다. 제 스킬 때문에 발견한 거거든요. 저 뒤에 놈들 수준이면 여기 입구는 발견 못 하죠.”
“그러면 밖의 놈들도 이 입구는 모르겠군.”
장쓰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현 일행은 뒤에서 잡템을 줍느라 조금 천천히 오고 있었다.
그걸 본 길드원 중 한 명이 낮게 말했다.
“……버리고 갈까요?”
던전에 최초로 입장하면 여러모로 보너스가 있었다.
지금 던전은 다른 파티들이 먼저 들락날락했고, 몬스터 수준도 낮아서 굳이 보너스나 경험치를 챙길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새 던전이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보상이 나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