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411화
거만한 장쓰안의 태도와 달리, 장쓰안의 조사는 의외로 치밀했다.
태현 팀의 본선 경기, 연습 경기, 거기에 태현 팀 플레이어들의 평소 전투 스타일을 각각 조사한 것이다.
그 결과 내린 결론이 바로…….
‘이 팀은 따로 노는 팀이다!’
첫 번째 경기의 충격이 너무 커서 다들 놓치고 있었지만, 장쓰안의 눈에는 다른 게 보였다.
태현 팀은 팀워크가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냥 각자 행동하는 다섯 명!
만약 미리 계획을 해둔 것이었다면, 태현이 불을 질렀을 때 도동수가 그렇게 당황할 리 없었다.
저게 연기라면 도동수는 연기 대상급!
사실 장쓰안도 놀라긴 했다.
본선에 초대받은 팀이 저 정도로 팀워크가 안 맞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사이 안 좋은 사람들을 억지로 모아 놓은 게 아니라면 설명하기 힘든 현상!
그러나 몇 번을 돌려 봐도 결과는 분명했고, 장쓰안은 결론을 내렸다.
저 팀은 콩가루 팀이다!
-계속 도동수가 먼저 움직이는데, 이게 멋대로 행동하는 거면 도동수를 노리는 게 좋겠는데요.
-이세연이나 김태현은 워낙 숨겨진 게 많아서 상대하기 좀 껄끄러워. 그에 비해 도동수는 스킬 세트도 좀 알려져 있는 편이고 만만하지.
-도동수를 잡은 다음 유리한 상황으로 장기전 가면 이길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장쓰안과 팀원들은 벌써 결론을 내렸다.
-방심하지 마라. 팀 블루도 우리와 비슷한 전략을 하려고 했던 거 같다. 불같은 변수가 생겨서 그런 거지만.
-맵이 안 좋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숲이 안 걸렸잖습니까.
-그렇지. 설마 김태현도 똑같은 수를 두 번 쓰지는 못할 거다. 몇 번 더 연습해 보고 마무리 짓자.
방심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장쓰안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의 전략에서 허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상대가 저렇게 콩가루인데 그들이 질 수 있다니.
대체 어떻게 해야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이긴다. 그리고 날아오른다! 내가 판온의 새 얼굴이 되는 거다!’
‘이 자식 또 지 상상 속에서 행복회로 돌리고 있네.’
쑤닝은 질린다는 듯이 장쓰안을 쳐다보았다.
장쓰안은 일종의…… 왕자병이었다.
자기 잘난 맛으로 사는 놈!
‘성격이 나쁜 놈은 아닌데, 아니, 성격이 나쁘긴 하군. 어쨌든 못 써먹을 놈은 아닌데 저러고 있으니…….’
쑤닝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케인을 노린 공작도 실패.
태현 팀은 승승장구.
게다가 지금 태현 팀을 8강에서 맞이해야 할 장쓰안은 ‘나는 완벽하다. 패배는 있을 수 없다’ 이러고 있으니…….
태현 같은 놈한테 가장 잘 당하는 게 저렇게 확신에 빠져 있는 놈이었다.
쑤닝 본인도 그랬으니까!
문제는 장쓰안이 쑤닝 말을 잘 안 듣는다는 것이었다.
설득할 방법이 없었다.
“에휴. 그래. 알아서 잘해라. 그리고 조심하고. 김태현은 경기 능력만 좋은 게 아니라 변수 만드는 능력도 좋다고. 알겠냐?”
“아, 몇 번을 말하나. 다 알고 있다고. 빨리 가서 네 영지나 관리해. 요즘 그렇게 박살이 났다며?”
빠득!
쑤닝은 욕 한 바가지 해주려다가 참고 밖으로 나갔다.
혼자 남은 장쓰안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어쩌다가 저렇게 되어가지고…… 예전에는 좀 더 괜찮아 보였는데 말이야. 하긴, 원래 사람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지.”
쑤닝이 들었다면 PK 신청을 할 소리였다.
타타탁-
“길마님!”
“?”
장쓰안의 길드원 중 한 명이 다급히 달려왔다.
“소식 들으셨습니까?”
“무슨 소식을 말하는 거냐?”
“<뜨거운 울음의 검>이 발견되었답니다!”
“뭐?!”
<뜨거운 울음의 검>.
장쓰안이 관심을 갖고 있는 장비 중 하나였다.
장쓰안의 화력을 몇 배로 올려줄 수 있는 무기!
물론 프리카 투기장에서는 장비가 의미가 없지만, 투기장은 판온의 아주 조그만 부분일 뿐이었다.
밖으로 나가면 레벨과 장비가 필수.
그러나 장쓰안은 아직까지 <뜨거운 울음의 검> 관련 퀘스트를 깨지 못했다.
정보가 너무 부족했던 것이다.
어디 있는지, 아니면 하다못해 제작법은 있는지…….
경매장을 찾고 정보를 파는 플레이어들에게도 의뢰를 해봤지만 딱히 별다른 건 나오지 않았다.
반쯤 포기한 상태였는데 이렇게 정보가 들어오다니.
“어디? 어디냐?”
“여기서 별로 안 멉니다. 남쪽 카프 산맥 근처 던전에서 발견됐답니다.”
카프 산맥.
아직 밝혀지지 않은 프리카 대륙에서도 나름 유명한 곳이었다.
저번에 한 번 커다란 대형 퀘스트도 있었던 것이다.
태현이 주도한 사디크 교단 본거지 토벌 퀘스트!
그 근처의 숨겨진 던전에서 <뜨거운 울음의 검>이 발견되다니.
‘프리카 대륙에 플레이어들이 많아져서 숨겨져 있던 던전이 발견된 거구나!’
장쓰안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쑤닝이 옆에 있었다면 ‘야 왜 그렇게 찾고 있던 게 지금 갑자기 나타나냐’라고 의심을 했을 테지만, 장쓰안은 아니었다.
“지금 던전은?”
“게시판을 보는데 아직 많이는 안 몰렸고, 한 대여섯 파티 정도 모여서 도전하는 것 같은데…… 아직 깬 파티는 없는 거 같습니다.”
“가자!”
“예? 지금요?”
“다음 경기까지 날짜 넉넉히 남았다. 충분히 깨고 돌아올 수 있어. 내가 못 할 거 같냐?”
“아니요, 길마님이라면 충분하실 거 같습니다.”
“그렇지. 나라면 충분히 할 수 있지!”
장쓰안은 호탕하게 웃었다.
* * *
“잘 먹혔으면 좋겠는데.”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했어요.”
이다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중국대표팀이 타깃을 도동수 한 명으로 좁혔듯이 그들도 타깃을 장쓰안 한 명으로 좁혔다.
가장 가능성 높아 보이는 상대!
먼저 장쓰안이 계속 <뜨거운 울음의 검>이란 장비를 찾고 있는 걸 확인.
그리고 거기에 맞춰서 함정을 준비했다.
-비다이:던전 하나 찾았는데 안에 <뜨거운 울음의 검> 있다는데 이거 뭔지 아는 사람? 좋은 건가?
-최민수:처음 들어보는데.
-세만어리워워파:별로 안 좋아 보인다. 공략해 봤자 본전도 안 될 듯.
-현태김:난 간다. 괜찮아 보임. 프리카 대륙은 던전 안 밝혀진 게 많아서 해볼 만함.
게시판에 별거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는 모습만 보여줘도, <뜨거운 울음의 검>을 찾는 사람이라면 미끼를 덥석 물 것이다.
문제는 상대방이 언제 이거에 반응하느냐!
경기가 끝난 다음에 보거나, 미리 보더라도 경기가 끝난 다음에 움직인다면 계획도 실패였다.
“근데 이 던전은 뭐 하는 던전이야?”
“그냥 흔한 던전 중 하나예요. 저희 길드원이 발견한 던전인데 아직 깨지는 않았대요.”
태현 일행은 던전 입구에서 숨어 있었다.
그들만 있는 게 아니라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로 구성된 파티 몇몇이 더 있었다.
이 던전을 공략하러 온 파티들처럼 보이기 위해서 위장한 상태!
이걸 본다면 ‘아, <뜨거운 울음의 검>을 뺏길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안 깼다니, 왜?”
“그야 던전 수준도 낮아 보이니 굳이 돌 필요 없겠다 싶었던 거 아닐까요? 입구 쪽에서 나오는 몬스터가 곰 계열 몬스터인데 레벨이 기껏해야 60 정도래요.”
“좀 낮긴 하군. 입구가 그 정도면 더 들어가도 크게 안 올라갈 거 같은데.”
몬스터 레벨이 좀 낮긴 했지만 별로 상관없었다.
일단 상대방을 던전 안으로 끌어들이기만 하면 잡는 건 태현이 할 테니까.
“오고 있답니다!”
“……됐다! 너희들은 숨어!”
태현은 다른 플레이어들은 숨게 하고서, 태현은 파워 워리어 파티 중 하나에 끼어들었다.
겉으로 보면 절대 눈치 못 챌 상황!
“우리가 먼저 왔거든?!”
“던전 깨는 데 먼저가 어디 있어. 능력 있는 놈이 먼저 깨는 거지. 우리는 먼저 들어갈 테니까 알아서 하라고.”
“이 자식들이 진짜…… 뒤 조심해라!”
“뭐? 지금 여기서 붙을까?”
“야, 야, 진정해. 우리끼리 깨기 힘 들다니까. 좀 힘을 합쳐보자.”
“내가? 미쳤냐? 절대 그럴 일 없으니까 꿈 깨라.”
“…….”
자리에 도착한 장쓰안은 눈썹을 찌푸렸다.
한 마디로 던전 입구 분위기는 개판이었다.
‘딱 보니 분쟁이 생겼군.’
겉모습을 보니 파티의 레벨은 낮아 보였다.
‘저 장비는 레벨 제한이 80인 갑옷인데…… 레벨 100도 안 되나? 좀 심한데. 프리카 투기장 때문에 개나 소나 다 오는군.’
원래라면 좀 고렙 플레이어들만 왔을 곳.
프리카 투기장 대회를 구경하러 왔다가 소문을 듣고 던전을 깨러 온 게 분명했다.
먼저 왔으니까 먼저 깨겠다고 주장하는 파티, 그런 거 알 거 없고 그냥 들어가겠다는 파티, 다들 힘을 합쳐서 같이 깨자는 파티까지…….
저렙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다 나오고 있었다.
장쓰안은 고개를 저었다.
저런 모습은 더 보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한심해 죽겠군. 자! 들어가자.”
“잠, 잠깐. 우리가 먼저 왔는데…….”
“뭐라고?”
“힉!”
장쓰안이 노려보자 상대 파티장이 움찔해서 물러섰다.
화려한 장비에, 가만히 서 있어도 풍기는 랭커의 품격!
상대방이 물러서자 장쓰안이 당연하다는 듯이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죽기 싫으면 비켜라. 지나갈 테니까.”
“…….”
장쓰안의 길드원들은 살짝 민망한 표정이었다.
꼭 저렇게 폼을 잡을 필요가 있나?
그들의 길마는 다 좋았지만 저럴 때에는 좀 느끼한 게 사실이었다.
“잠, 잠깐만 기다려 주십쇼!”
“?”
다른 파티의 플레이어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네가?”
“예! 저희 파티는 그래도 이 던전을 몇 번 도전해 본 파티입니다! 괜히 길을 헤매시는 것보단 저희 도움을 받으시는 게…… 헤헤…….”
플레이어가 손을 비비며 말하자 장쓰안은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지금은 시간을 아끼는 게 좋았다.
며칠 후면 다음 경기가 있는 것이다.
가능하면 하루. 길어도 3일 안에 공략을 끝내고 싶었다.
‘이런 놈들이 깨겠다고 날뛰는 거 보면 그렇게 어려운 던전 같지는 않은데.’
“좋아. 뭘 원하지?”
“여기서 나오는 잡템만 해도 충분합니다!”
장쓰안은 피식 웃었다.
이렇게 자기 분수를 잘 아는 플레이어는 좋았다.
“그래. 안내를 허락하지.”
“감사합니다!”
태현은 씩 웃었다.
이렇게 잘 속아 넘어가 주는 플레이어는 언제나 좋았다.
멀리서 태현이 장쓰안을 속여 넘기는 모습을 보며, 이세연은 고개를 흔들었다.
‘저러니까 적이 계속 생기지…….’
이번 일이 끝나면 태현의 이름만 들어도 ‘김태현 죽인다!’라고 발작을 하는 놈이 한 명 더 생길 것 같았다.
* * *
쾅! 콰쾅!
-강력한 힘의 일격!
범위 스킬을 쓰자 거대한 대검에서 오러가 넓은 범위를 쓸어버렸다.
-쿠에엑! 쿠에에엑!
그 범위에 있던 붉은털 곰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져나갔다.
“이런 걸 못 잡고 쩔쩔맨 거야?”
“하하, 저희한테는 좀 힘들어서…….”
장쓰안을 따라온 길드원들은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태현과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을 쳐다보았다.
저 정도 몬스터에게도 쩔쩔맬 수준이면 프리카 대륙에서 놀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막히지 않고 척척 나가던 장쓰안은 길드원들에게 물었다.
“이렇게 쉽다니. 좀 이해가 안 가는군. <뜨거운 울음의 검>이 있는 던전이 이 정도로 쉬울 수가 있나?”
“연계 퀘스트의 첫 던전일 수도 있습니다.”
“하긴, 그것도 그렇군. 귀찮게 되겠는데…….”
던전 내에 XX 무기가 있다고 해서 들어갔더니 가 뜨는 건 흔한 일이었다.
그 정도는 절망하거나 좌절할 일도 아닌 수준!
태현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물었다.
“뜨거운 울음의 검이 뭡니까?”
‘저, 저…….’
오히려 뒤에서 보고 있던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긴장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