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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99화 (399/1,826)

§ 나는 될놈이다 399화

웃음이 잦아들고 김수아가 정리를 하자 태현은 도동수의 어깨를 놨다.

“이 자식……!”

아픈 어깨를 부여잡고 도동수는 태현을 노려보았다.

이미 지나간 데다가 카메라가 있어서 따질 수도 없는 상황!

태현에게 제대로 한 방 먹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도동수는 더욱 확신했다.

100%에서 120%로.

저건 진짜 판온 1의 김태현이라고!

* * *

“후. 이제 진짜 끝이지?”

그 이후로 오프닝 방송의 온갖 이벤트들을 다 참고 해낸 태현.

‘아, 그냥 집에 가서 게임이나 하고 싶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는지 몰랐다.

클로징 멘트가 떨어지고 조명이 꺼지기 시작하자 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참아. 하나 더 남았어.”

“뭐 남았는데?”

“사진 이벤트. 당첨된 팬하고 같이 사진 찍는 거야. 그것만 하면 집에 가도 돼.”

“굳이 케인하고 같이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왜 거기서 꼭 케인을…… 아니다, 됐다.”

이세연은 말하려다가 포기했다.

저렇게 말하는 것치고 태현은 오늘 오프닝을 정말 잘해낸 것이다.

스스로는 안 해, 귀찮아, 지겨워, 언제 끝나, 계속 이래도 말할 때마다 사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끌어모았다.

긴장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해내는 저 모습은 분명 방송에 재능이 있었다.

“109번, 한국 팀과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받을 행운의 주인공은 109번입니다!”

“109번? 잠깐, 109번은…….”

아까 들었던 번호.

이다비였다. 태현은 황당해했다.

“쟤는 왜 저런 데에서 쓸데없이 운이 좋아?!”

“네가 할 소리야? 그보다 옆의 분들이 말 거는데?”

이세연은 이다비의 옆을 가리켰다.

옆에 앉은 팬분들이 이다비에게 소곤소곤 말을 걸고 있었다.

“뭐야. 시비 거는 건가?”

“저게 어떻게 봐야 시비 거는 걸로 보이는데……? 그런 게 아니라 아마 번호 양도해 달라는 거 같아.”

“힘으로?”

“돈이겠지! 여기가 판온이야?!”

최고 인기 팀인 한국 팀과 사진을 찍을 기회.

그 기회를 놓친 다른 팬들이 돈을 주고서라도 사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다비라면…….

‘팔겠네.’

안 봐도 분명했다.

그러나 이다비는 고개를 숙이더니 제안을 거절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앞으로 나왔다.

사진을 찍기 위해 한국 팀과 이다비는 같이 섰다. 그사이 태현이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네?”

“쟤네가 팔라고 한 거 아니었어? 그냥 다른 소리 한 건가?”

“어떻게 알았어요?!”

“역시 맞았군. 근데 왜 안 팔았어?”

“……조금 아쉬워서요.”

“?”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가?”

“저는 팀에 참가하지 않으니까 이렇게 사진 찍을 기회가 없잖아요.”

“그냥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부탁하면 되는 일인데?”

“……그냥 찍기나 하죠!”

이다비는 태현의 등을 ‘짝’하고 쳤다. 뭔가 감정이 섞인 동작에 태현은 입을 다물었다.

이다비는 속으로 생각했다.

방금 한 말은 핑계였다.

사실은 다른 사람에게 이런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유는 그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가족의 빚을 생각한다면 한 푼이라도 더 모아야 했지만, 이다비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이 정도는 괜찮겠지?’

이다비 옆에 선 태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줄게.”

“네?”

“아까 너한테 팔라고 한 사람 있잖아. 제안한 거 두 배로 내가 준다고.”

“태현 님이 왜요?”

“네가 거절한 게 나 때문인 거 같으니까. 앞으로는 그냥 신경 안 쓰고 팔아도 괜찮아. 돈이 최고잖아.”

“…….”

이다비는 속에서 뭔가 울컥하고 올라오는 걸 느꼈다.

아까의 이유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

“사실 그 사람들이 얼마나 제안했냐면요…….”

“그렇다고 가격 속이지는 말자. 이따 가서 물어본다.”

“……네.”

* * *

MBS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투기장 대회 오프닝이 최고 시청률을 돌파한 것이다.

배장욱은 후배 차수한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축하했다.

“좋았어! 바로 이거야!”

“선배님 덕분입니다!”

모두가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기에 둘은 더 긴장하고 있었다.

기대를 받는 만큼 그만한 성공을 거둬야 했던 것이다.

“아직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인데 이 정도의 관심이라니…….”

“경기가 시작되면 어떨지 상상도 안 갑니다.”

“대회 스폰서도 스폰서지만 팀을 후원하겠다는 연락도 많이 오가고 있다고?”

“네. 저희가 아는 것만 해도 이 정도니 저희가 모르는 곳에서는 더 제안이 많이 오가고 있을 겁니다.”

“대회 끝나기 전에 공식적으로 몇 개 팀 정도는 생기겠네.”

본선에 진출한 플레이어 팀들을 상대로 몇몇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앞으로 생길 판온 프로 리그를 대비한 정식 프로게임단!

지금처럼 아마추어들끼리 뭉쳐서 대회가 나가는 게 아닌, 기업의 후원을 받으며 숙소에서 체계적인 훈련과 연습을 한다.

플레이어들이라면 누구나 환영할 소리였다.

“아마 몇 경기 진행되고 나면 발표가 날 거 같습니다.”

“간을 보는 건가?”

“아마 그렇겠죠?”

벌써 접촉한 곳도 있는가 하면, 경기의 결과를 보려고 기다리고 있는 곳도 있었다.

가능하면 이긴 팀에게 접촉하는 게 이득이었으니까.

처음 열리는 대회인 만큼 누가 강자이고 누가 약자인지 아무도 확신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하나 예외가 있습니다.”

“?”

“한국 팀이요. 선배님이 모은 이세연과 김태현이 있는 팀 말이에요.”

“그게 왜?”

“다른 팀과 달리 한국 팀은 딱히 ‘팀’이 아니잖습니까. 우리가 화제를 만들기 위해 각자를 따로 부른 거였죠.”

“그랬지.”

“그런 주제에 거의 확실하게 우승 후보 대우를 받고 있으니…… 스카우트 하는 입장에서는 군침을 흘릴 만하죠.”

다른 팀은 섭외하려면 팀 전체를 고민해야 했다.

팀원들끼리 모여서 구성한 팀.

험난한 예선을 뚫고 올라온 팀들은 모두 팀원들끼리 엄청난 팀워크를 자랑하는 팀들이었다.

거기서 한 명만 빼 온다거나 한다면 이야기가 잘될 리 없었다.

그러나 하나 예외가 있었으니, 바로 한국 팀이었다. 서로에 대한 동료 의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팀!

“저한테 무슨 질문이 왔는지 아십니까? ‘한국 팀 선수들은 사이가 안 좋아서 한 명만 섭외해도 별 상관 안 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게 진짜냐’ 하는 질문이 왔습니다.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닙니까?”

“솔직해서 좋군.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몰라. 그만큼 데리고 가고 싶은 선수들이란 거잖아. 대우는 확실히 받겠네.”

“선배, 선배는 아쉽지 않습니까? 이런 팀이…….”

“아쉽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이 팀이 계속 갈 팀은 아니니까. 이번 대회까지만이라고 봐야겠지.”

이세연, 김태현.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들.

모두 다 새로 만들어질 프로게임단에는 매우 필요한 인재들이었다.

특히 이세연과 김태현 둘은 더더욱!

그렇기에 배장욱은 이번 대회가 끝나면 이 팀은 찢어질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덜컥-

“아, 국장님!”

“무슨 얘기들을 그렇게 하고 있었나?”

“하하, 이번 오프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고생들 많았네. 다 자네들 덕분이지.”

국장의 칭찬에 배장욱과 차수한은 쑥스러워했다.

나이 먹은 아저씨들이 쑥스러워하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아, 아닙니다. 저희가 뭘 한 게 있다고…….”

“김태현 그 친구는 또 활약을 했다고 들었는데?”

“네. 국장님이 제대로 보신 것 같습니다. 뭘 해도 눈에 띄는 친구더군요.”

“그 정도였나?”

“그렇다니까요. 다른 친구들은 다 긴장해서 굳어 있는데 혼자 여유롭게 대답하고…… 게다가 마스크가 되지 않습니까?”

차수한이 얼굴을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

“마스크?”

“얼굴 말입니다. 얼굴.”

“……??”

국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방송을 직접 보지는 않은 국장이었다. 저번에 봤던 태현의 사진은 분명 잘생겼다기보다는…….

무서운 인상!

“얼굴이 잘생겼다고?”

“네. 못 보셨습니까? 기사 리플만 봐도 외모 말하는 게 절반인데…….”

“흠…… 그러면 사진이 잘못 나왔나 보군. 사진빨을 좀 못 받는 거였나?”

* * *

“이, 이건 사기야!”

김태산은 방송을 보고 어이가 없어서 말을 잇지 못했다.

태현이 저렇게 나오다니!

-형님, 방송 보셨습니까? 태현이가 진짜 잘생기게 나왔네요.

-누가 보면 형님 아들 아닌 줄 알겠어요.

-태현이가 저렇게 잘생겼었나요? 제 딸애가 놀라던데요?

-태현이 맞아요?

우르르 쏟아지는 문자들!

김태산이 어이없었던 만큼 어렸을 때부터 태현을 봤던 김태산의 친구들도 놀라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저건 김태현이 아니다!

김태현을 닮은 무언가다!

김태산은 기사를 읽으며 가슴을 쳤다.

“아이고, 아이고! 세상 사람들이 다 속고 있다니! 이게 말이 되나!”

리플을 보니 더 어이가 없었다.

-와 김태현 연예인인 줄.

-게임 캐릭터는 일부러 무섭게 만든 건가?

-김태현이랑 케인이랑 사귀나요?

-김태현 진짜 잘생기지 않았냐? 김태현 얼굴만 보이더라.

-김태현 실제로 보면 못생겼다고 한 놈 나와라.

“후…….”

김태산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방송을 다시 한 번 쳐다보았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아들놈이 자기가 좋아하는 걸로 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분명 뿌듯했다.

‘그렇지만 외모 칭찬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태현의 실력은 칭찬해도 외모를 칭찬하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김태산이 험상궂다는 소리를 평생 들으며 살아왔는데, 태현 혼자서 잘생겼다는 소리를 듣게 되다니!

-그런데 형님, 태현이는 앞으로 프로게이머로 뛰는 겁니까? 혹시 초대받은 곳이라도 있습니까?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

-네? 다른 팀들은 벌써 제안받은 곳이 있는데 태현이가 못 받았을 리는 없잖습니까.

-그…… 그러네?

-혹시 태현이가 말 안 해주는 거 아닙니까?

-……이런 못된 놈의 시키!

김태산은 울컥했다.

물론 그가 태현을 속여서 방송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기는 했지만, 그에게 이런 중요한 걸 말해주지도 않다니.

공은 공, 사는 사!

이런 인생에 관련된 중요한 일은 아버지에게 말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이놈!!”

“??”

막 캡슐에 들어가려던 태현은 갑자기 뛰어들어온 김태산을 보고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뭐 하세요?”

“너무한 거 아니냐! 감히 아버지를 속이고 넘어가려고 하다니!”

“……잠깐. 하도 속이고 넘어간 게 많아서 뭘 말하는지 잘 모르겠는데요. 뭐 말하는 거죠?”

“…….”

김태산은 순간 발끈하려다가 참았다.

여기서 발끈하면 또 태현에게 휘말리게 되어 있었다.

참아야 한다!

“프로게임단의 초대를 받았다면서? 숨기려고 하지 마라! 못 받았을 리 없어! 넌 분명 받았다!”

“??”

태현은 정말 뭔 소린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뭔 소리예요?”

“……아니냐?”

태현의 표정을 읽은 김태산이 머쓱해져서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런 거 받은 적 없는데요.”

“그, 그러냐? 이상하네…… 다른 놈들도 받았는데 왜 네가 못 받았지…….”

“아, 그러고 보니까 요즘 전화가 걸려오기는 했는데…….”

“뭐라고? 어디에서?!”

“자기네들이 ST, KG라고 해서 핸드폰 광고인 줄 알았죠.”

ST, KG. 둘 다 유명한 기업이었다. 프로게임단 운영을 적극적으로 하는 기업이기도 했고.

문제는 둘 다 통신사를 운영하고 있었기에, 전화를 받은 태현은 ‘아 안 바꿔요 안 바꿔’ 하고 끊어버린 다음 차단한 것이다.

“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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