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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97화 (397/1,826)

§ 나는 될놈이다 397화

케인은 시선을 피했다.

지금 팀 블루의 플레이어들이 저렇게 빤히 쳐다보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난 모르는 일이야, 난 모르는 일이라고! 김태현 개XX야!’

도전 정신으로 가득한 팀 블루의 눈빛!

해설자들도 밑의 무대에서 일어난 일을 눈치챈 것 같았다.

“아, 팀 블루! 한국 팀을 노려보네요. 보기 좋아요! 패기 넘치네요!”

“그런데 한 명만 노려보는 거 같은데요? 저기 케인 선수만 노려보고 있지 않나요? 어떻게 된 거죠?”

“지금 저희 쪽에 정보가 살짝 들어왔는데, 시작하기 전에 케인 선수가 선전포고를 했다는 소문이 있네요.”

“네?! 선전포고요!?”

케인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아예 빼도 박도 못하게 방송으로 나가버린 것이다.

“와, 케인 선수. 그렇게 안 보이는데 정말 대단하네요.”

“저런 식으로 시작하기 전에 도발하는 선수가 많은 편인가요?”

“저희 때도 없지는 않았죠. 그런데 저렇게 대담하게 가서 선전포고하는 선수는 드물었습니다. 어지간히 자신감이 없으면 못 하는 일이거든요! 지면 진짜 개망신 중 개망신 아닙니까?”

“케인 선수의 자신감을 느낄 수 있네요! 어떻게 보면 이런 게 또 대회의 재미 아니겠습니까! 경기 내에서 싸우는 게 아닌 경기 밖에서도 싸우는!”

“팀 블루는 절대 지고 싶지 않겠군요. 아차. 너무 길게 이야기했나요? 자세한 건 인터뷰 때 다시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탁탁-

태현은 케인의 어깨를 두드렸다.

“파이팅!”

“#*[email protected]#^&*^@*!”

* * *

참가한 팀들이 모두 공을 뽑고 대진표가 작성되었다.

이틀 간격으로 경기가 있었고, 하루에 네 팀이 경기를 치렀다.

하루가 지나갈 때마다 두 팀씩 떨어져 나가는 구조!

그러나 케인은 대진표를 보고 어떤 팀이 어떻게 올라올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바로 다음 차례인 선수 인터뷰가 시작된 것이다.

꿀꺽-

덜덜덜덜-

침을 삼키고, 다리를 떨고…… 누가 봐도 ‘내가 여기서 가장 긴장했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케인이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온 김수아가 당황할 정도!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케인 선수.”

“네, 네, 넵! 긴장 안 했습니다!”

판온 내에서의 거친 모습과는 전혀 정반대되는 모습!

그 모습에 관중석에서도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게 케인이야?

-난 떡대일 줄 알았는데…….

-되게 곱상하게 생겼잖아? 파리 하나 못 잡을 것 같은데…….

-김태현하고 같이 있으니까 형하고 동생 같다.

“야. 정신 차려.”

“컥!”

태현이 카메라에 보이지 않게 옆구리를 찌르자 케인은 쿨럭거리며 기침했다.

“이, 이 새…….”

“카메라 있다.”

“……생각이 깊은 자식…… 살살 좀…….”

훈훈한 둘의 대화에 김수아도 웃었다.

“두 분 정말 친하신가 봐요.”

“네. 엄청 친하죠.”

태현은 웃으며 케인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원래라면 동네 깡패가 ‘야, 웃어. 웃으라고’하는 비주얼이었겠지만, 메이크업의 힘은 위대했다.

정말 친해 보이는 것 같은 마술!

관중석에서도 ‘오오’ 같은 반응이 튀어나왔다.

“사실 두 분이 만나게 된 게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니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친해지다니 좀 신기하네요.”

“네? 그걸 어떻게 아세요?”

“……태현 선수. 태현 선수 특집 방송한 게 저였는데…….”

태현을 제외한, 자리에 앉아 있던 팀원 전부가 태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맞아! 너무했어!

그러나 태현은 흔들리지 않았다.

“아, 그래요? 제가 제 방송은 잘 안 봐서.”

“…….”

절대 흔들리지 않는 멘탈!

김수아는 속으로 웃었다. 다른 건 몰라도 김태현은 확실하게 캐릭터가 있었다.

“뭐, 싸우다 정들면 친해지는 거죠. 사실 케인이 좀 많이 호전적이긴 해요.”

“그래요?”

케인은 당황한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려고?

“네. 대화하다가 마음에 안 들면 바로 깃발 꽂으라고 하고…… 저희 팀에서 가장 호전적인 선수죠.”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

“그러니까 더 놀라운 거죠. 게임에만 접속하면 사람이 확 달라진다니까요. 사실 제가 게임 내에서 마찰 붙은 일들 대부분은 케인 때문이에요. 저는 그냥 좋게좋게 넘어가려고 하는데 케인이 워낙 싸움으로 해결하는 걸 좋아해서…….”

케인은 입을 떡 벌렸다.

이 자식이 지금 누구한테 책임 전가를?!

태현은 지금 만약을 대비해서 케인에게 덤터기를 씌우고 있었다.

봐라! 판온 2의 김태현은 평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판온 1의 김태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너희들이 들은 소문은 다 헛소문이다!

물론 케인 입장에서는 기가 막힌 소리였다.

“아, 아닙니다! 전…….”

“괜찮아요, 케인 선수!”

“맞아요. 케인 선수. 실력만 있다면 프로게이머한테 그런 호전성은 단점이 아니에요. 그런 걸 좋아하는 팬들도 많거든요.”

두 형제 해설가들도 옆에서 괜찮다는 듯이 말을 덧붙였다.

케인은 더 환장할 지경이었다.

케인이 반박하지 못하고 끙끙 앓는 동안 질문은 다음 사람한테로 넘어갔다.

김수아는 이세연, 김철수, 도동수에게 차례대로 질문을 던졌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어떤 타입의 플레이어인지 묻는 쉬운 질문이었다.

이세연은 방송에 이골이 났으니 완벽하게 해냈고, 김철수나 도동수도 이런 질문에 대해 대답할 능력은 충분했다.

사전에 예습하기도 했고.

“자, 그러면 이번에는 좀 곤란한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상대하기 쉬워 보이는 팀은?”

“이거 좀 곤란한 질문인가요? 하하하!”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는 듯이 해설가가 웃었다.

그러나 태현은 이 질문이 짓궂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별로 안 곤란한…… 읍읍!”

태현이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말하려고 하자 이세연이 재빨리 태현의 옆구리를 찔렀다.

카메라의 사각을 이용한 완벽한 공격!

그걸 본 케인은 감동했다.

아, 아직 세상에 정의는 있구나!

“상대하기 쉬워 보이는 팀은 없습니다. 본선에 진출했다는 건 다 잠재력이 있고 능력이 있는 팀이란 증거니까요. 하나하나 전부 최선을 다해 싸울 생각입니다.”

모범 그 자체.

이세연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정석인 대답을 했다.

애초에 이세연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분량을 만들기 위해서지. 괜히 여기서 나서봤자 손해야. 그냥 다들 가만히 있어!’

참가한 플레이어들끼리 서로 견제하고 도발한다면 그것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방송국 측에서 기대하는 게 바로 그것!

적극적이고 화끈한 플레이어가 나와서 재밌는 상황을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세연이 보기에 이런 건 잘해봐야 본전이었다.

괜히 ‘내가 최고다’, ‘다른 놈들은 다 약해 보인다’, 같은 식으로 입을 털었다가 지기라도 한다면?

망신 중의 망신이었다.

게다가 건방지다고 생기는 안티팬은 덤!

그냥 겸손한 척하면서 넘어가는 게 최선이었다. 그게 가장 무난했다.

“에이, 너무 무난하지 않아요? 사람인 이상 생각하는 팀이 있을 텐데?”

“정말로 없네요.”

이세연은 살포시 웃으며 대답했다. 그 모습에서 이세연은 흔들 수 없다고 깨달은 해설가가 물러섰다.

그리고 타깃을 바꿨다.

‘그렇다면…….’

‘역시 가장 호전적인…….’

‘케인!’

형제답게 해설가들은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알았다.

“자, 그러면 케인 선수는 어떻게 생각하죠?”

“예, 예? 저요? 어…….”

케인은 힐끗 태현을 쳐다보았다. 태현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팍팍 질러! 어차피 넌 이미 선전포고 한 놈이잖아! 그러면 캐릭터 확실하게 가야지!

‘……미친…….’

케인은 고개를 돌려 이세연을 쳐다보았다.

-아직 안 늦었어! 그냥 무난하게 처리하고 넘어가!

마치 천사와 악마!

케인은 고민하다가 말했다.

“……저, 저도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음? 정말요?”

“네!”

“그러면 아까 팀 블루에게 선전포고한 건 어떻게 된 거죠?”

“…….”

“맞아요. 다들 떠들썩하던데요. 당당하게 찾아가서 선전포고를 했다면서요?”

“그, 그렇게까지는 안 했…….”

“하긴 했다는 거군요!”

“아니…… 그게…….”

케인은 진땀을 흘리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이미 외통수에 몰린 상황.

방송에 있어서는 아마추어인 케인이 두 사람을 상대해서 빠져나갈 방법은 없었다.

-도와줘!

케인은 결국 태현을 쳐다보며 간절하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뭐, 케인이 이러는 것도 당연하죠.”

“오. 그게 무슨 뜻인가요, 김태현 선수?”

“원래 케인은 돗자리 깔아주면 좀 쑥스러워하는 성격이라…… 그냥 내버려두면 알아서 경기에서 보여줄 겁니다. 아주 짐승 같은 놈이에요. 사실 그냥 짐승…….”

“야! 야!! 야!!!!”

방송이라는 것도 잊고 케인은 태현의 입을 막기 위해 덤벼들었다.

도와달라고 했더니 사람을 절벽으로 밀어버리는 태현!

관중석에서 둘의 모습을 보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하!

-둘이 미리 준비한 건가? 너무 잘 맞는데?

-맞아. 인터뷰 때 보여주려고 준비했나 봐.

“…….”

이다비는 복잡한 표정으로 주변의 말을 들었다.

저건 딱히 준비해 온 대본이 아니었으니까!

“언니, 진짜 저 사람들 준비한 거야?”

“아니…… 저 사람들은 원래 저러고 놀아.”

어쨌든 효과는 확실했다.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플레이어들이 혀를 차거나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니까.

‘젠장. 스포트라이트는 다 받아가는군.’

‘김태현이 이세연하고 MBS 판온 프로그램을 먹여 살린다고는 하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나? 너무 챙겨주네.’

방송에 문외한인 플레이어들은 속으로 ‘MBS가 사전에 미리 준비를 시켰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만큼 태현의 모습은 자연스러웠던 것이다.

그렇지만 플레이어들은 알지 못했다.

지금 만들어지는 방송 분량들은 MBS가 사전에 챙겨줘서가 아닌, 순전히 태현의 힘이라는 것을!

대본도 제대로 안 읽고 온 태현이 사전에 준비 같은 걸 했을 리 없었던 것이다.

“하하…… 그러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까요?”

태현과 케인 덕분에 웃음꽃이 피자 해설가들도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다음 질문은…… 나는 솔직하게, 팀원 중에 누구는 마음에 안 든다! 와, 이거 좀 세네요!”

“대회 시작하기도 전에 내분 생기는 거 아니에요?”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이세연은 태현에게 신호를 보냈다.

-제발 입 다물고 있어!!

다른 팀이었다면 농담으로 누군가를 말할 수도 있었겠지만 태현은 아니었다.

도동수는 절대로 농담으로 받지 못할 테니까!

물론 가만히 있으라고 태현이 가만히 있을 사람은 아니었다.

바로 손을 들고 말하려 했다.

“저요! 저는 도…….”

“저는 김태현이 싫습니다!”

“…….”

태현의 말을 끊은 건 케인이었다. 이세연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잘한다, 케인! 이대로 질문을 흐지부지하게 만들어버려!’

“오, 케인 선수! 왜 싫은지 물어봐도 될까요?”

“이유야 엄청나게 많죠! 처음부터 시작하면…….”

줄줄 흘러나오는 이유들!

그런데 듣고 있던 해설가들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그 이유들이 정말…….

쪼잔하고 자잘한 이유들이었던 것이다.

‘넘어갈까?’

‘넘어가야지! 이걸 다 듣고 있게?’

“자! 그러면 다음 질문으로!”

“네?! 아직 많이 남았는데?!”

케인은 너무 아쉽다는 듯이 말했지만 해설가들은 냉정했다.

다음 질문으로!

“이건 아까 질문보다는 좀 쉬운 질문이네요. 이번 대회에서 가장 경계되는 선수는?”

“이세연이요.”

“……김, 김태현 선수. 이세연 선수는 같은 팀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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