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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92화 (392/1,826)

§ 나는 될놈이다 392화

“안 됩니다! 태현 님! 기껏 유물을 찾으라고 다른 곳으로 보내놨는데!”

“아무리 봐도 여긴 갈락파드가 있었어야 했어. 너 말고 갈락파드한테 일을 맡겼어야 했는데.”

펠마스는 태현의 발목을 질질 잡고 늘어졌다.

“안 됩니다! 태현 님! 절대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 영지를 위해서입니다!”

“와, 저렇게 설득력 없이 말하는 것도 힘들 텐데. 놔라.”

“갈락파드는 진짜 미친놈이라니까요!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셔도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라고 해봤자 네 친구들이니 다 같이 갈락파드 미친놈이라고 하겠지. 그래서 갈락파드는 지금 어디 있는데?”

“어, 음…… 아마 프로즈란드일 겁니다.”

“프로즈란드?!”

프로즈란드.

중앙 대륙에서 북쪽으로 쭉 올라가면 나오는 추운 얼음 대륙.

거의 대부분이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땅이었다.

현재 프로즈란드에서 밝혀진 지역은 비교적 중앙 대륙에서 가까운 지역 정도였다.

거기도 어지간한 고렙 플레이어 아니면 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곳!

몬스터들의 수준도 수준이지만 대륙 자체가 워낙 추운 곳이라 냉기에 대한 대책 없이는 공략이 불가능했다.

“왜 거기까지 가 있냐?”

“크흠, 아키서스의 권능을 찾을 때 알려진 곳 중에서 가장 먼 곳을 추천했…….”

퍼퍽! 퍼퍼퍽!

“아오. 이것도 동료라고.”

“커헉! 어쩔 수 없었습니다! 태현 님! 태현 님도 직접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정말입니다!”

펠마스가 끝까지 고집을 부리자 태현도 살짝 걱정이 됐다.

펠마스가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고 욕심 많고 하여튼 안 좋은 요소들은 다 갖고 있었지만 그래도 멍청한 놈은 아니었다.

그런 펠마스가 저렇게 결사반대할 정도라니!

‘뭐 부르면 얼마나 안 좋길래 저러는 거야?’

지금 들은 것만 따져보면 좋으면 좋았지 나쁠 것 같지는 않았다.

“어쨌든 케인도 거기로 갔으니 어쩔 수 없어. 평생 안 만나고 지낼 수는 없으니 이번에 만나야지. 가능하면 권능도 찾아서 가지고 오면 좋겠는데.”

“흑흑…… 갈락파드는 안 됩니다……!”

태현은 펠마스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그 순간 다시 귓속말이 날아왔다.

-헉, 헉헉…… 죽는 줄 알았다. 야! 나 스킬 쓴다? 순간이동해서 네 곁으로 가도 괜찮지?

-권능은 찾았냐?

-뭐? 뭔 권능?

-거기 갈락파드가 아키서스 권능 찾으러 간 거잖아. 권능 찾았냐고.

-그,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너 지금 정확히 어딘데?

-던전 안인데…….

-아, 그러면 그 던전 안에 권능이 있을 수 있겠군.

-잠, 잠깐만! 그건 모르는 일이잖아!

-갈락파드한테 물어봐. 그리고 권능 찾아서 갖고 와라.

-야! 여기 진짜 장난 아니라니까! 진짜로 장난 아니라니까!!

-그래. 나도 장난 아니니까 진짜로 권능 갖고 와. 파이팅!

-야! 야!!!

태현은 더 이상 듣지 않고 귓속말을 끊었다.

케인이라면 알아서 해낼 것이라는 믿음!

물론 그 믿음에 케인이 감동하지는 않았다.

* * *

“#$^@^*$^&*#$^!”

방방 뛰며 날뛰는 케인의 모습을 본 갈락파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노예 놈은 왜 저러는 거지? 드디어 미쳐 버린 것인가?”

“그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흐음. 아키서스 님의 노예가 미쳐서는 안 되겠지. 고쳐주어야겠구나.”

탁-

“아, 아니야! 나 멀쩡해! 멀쩡하다고!”

갈락파드의 일행 중 하나가 지팡이를 겨누자 케인은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

다른 건 몰라도 저 일행의 실력만큼은 진짜!

간신히 오해를 푼 케인이 눈치를 보며 말을 걸었다.

태현은 처음 본 NPC한테 과감하게 말만 잘 걸던데, 그는 뭐가 문제여서 이렇게 꼬이는지 알 수 없었다.

“그, 그런데…… 여기 권능을 찾으러 온 거잖습니까?”

“그렇지.”

“이 던전에 권능이 있을까요?”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지. 이 주변을 샅샅이 다 뒤졌으니까.”

케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다행!

갈락파드의 권능 찾기 퀘스트의 후반부에 도착한 것이다.

만약 초반부에 도착했으면 저 미친놈과 같이 이 주변을 뺑뺑이 돌아야 했을지도 몰랐다.

“그러면 이 던전은 언제쯤 클리어할 수 있을까요?”

“흐음. 그건 모르겠군.”

“네?”

“방금 겪어봐서 알겠지만 이 던전은 이 영역에서 가장 어렵고 난해한 던전이야. 그래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겨져 있었고. 나오는 몬스터도 몬스터지만 각종 함정들까지…… 우리도 막히고 막혀서 고생을 했지.”

“그렇군요.”

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어? 이거 설마 막혀서 돌아가는 건가?’

갈락파드의 겉모습만 보니 인자한 할아버지 같았다.

무리한 일은 하지 않고 포기할 줄 아는 인자한 할아버지!

“무리면 어쩔 수 없죠! 김태현 샊…… 아니, 김태현 님을 모셔오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겁니다! 저런 함정 같은 건 순식간에 돌파를…….”

딱!

“아윽!”

“어디서 노예 주제에 아키서스 님을 불러온다는 소리를 쉽게 하느냐!”

‘이런 개 같은…….’

김태현이 있어도 갈굼을 받고 없어도 갈굼을 받는 이 상황!

“김태현 님이 없어도 해결할 수 있다.”

“예? 어떻게요?”

“새로 이렇게 네가 왔지 않느냐. 이건 계시일 것이다.”

갈락파드는 지팡이로 케인을 가리켰다.

그 모습에 케인은 불길함이 물씬 치솟았다.

저 모습은 태현이 그를 쳐다보며 못된 꿍꿍이를 꾸밀 때의 모습 그 자체!

‘아, 안 돼……!’

“가자, 노예야! 네 튼튼한 몸뚱어리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 * *

“살았다, 살았어!”

“크흑! 살았습니다!”

우드스탁 길드원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뻐했다.

랭커들 파티가 뒤에서 나타났을 때만 해도 죽는 줄 알았다.

다행히 태현이 희생양이 되어 따돌려준 덕분에 탈출할 수 있었다.

-크흑! 정말 다행입니다!

“……?”

“??”

우드스탁 길드원들은 뭔가 이상해서 고개를 돌렸다.

다들 껴안고 있는데 좀 사람 같지 않은 게 끼어 있는 기분이었다.

“뭐야?!?!”

“악, 악마잖아!”

-여러분도 악마잖습니까!

태현이 데리고 있던 날개 악마들!

또다시 태현한테 버려진 날개 악마들이었다.

이쯤 되면 버려진 페널티로 부하에서 이탈하거나 해야 할 텐데, 아직도 태현 밑에 꿋꿋이 남아 있는 걸 보니 태현이 쌓은 충성도가 참 대단했다.

고위 악마들을 사냥하고+악마들을 데리며 이 주변을 초토화한 것으로 쌓은 충성도!

-주인님께서 두고 가신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악마인 여러분들과 협력해서 싸우라는 것이겠지요.

“그…… 그래?”

“그냥 버리고 간 거 아닌가?”

-아닙니다! 어디서 그런 소리를!

“미, 미안. 내가 착각했나 보네.”

날개 악마들이 정색하자 우드스탁 길드원들은 당황해서 물러났다.

우드스탁 길마는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어쨌든 지금 상황이 좋은 상황은 아니야. 쑤닝 놈은 아직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으니까. 우리가 오스턴 왕국 주변에서 보이면 잡아먹으려고 들겠지. 하필이면 악마화된 상태에서 풀지도 못했으니 페널티는 더 심하고…….”

우드스탁 길드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황은 좋지 않은 상황이 분명!

쑤닝한테 복수를 한 건 좋았지만 뒷감당이 힘들었다.

다시 새 영지를 찾는 건 당연히 무리였고 이 주변에서 사냥하거나 퀘스트를 깨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쑤닝 길드라면 만만한 그들부터 찾아서 칠 테니까!

“아예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건?”

“음…… 여기서 쌓은 게 너무 아쉬운데.”

“그렇지만 저희는 지금 마을도 들어가기 힘듭니다. 악마화 때문에…….”

“그것도 그렇지. 이것부터 풀어야 하는데.”

우드스탁 길마는 손바닥을 치며 결정을 내렸다.

“일단 움직이자. 나하고 친한 길마가 영지로 있는 곳으로 가면 쫓겨나지는 않을 거야. 거기서 길드원들을 좀 수습하고 움직이자고.”

“저희를 받아줄까요?”

“쫓아내지는 않을걸. 실제 친구거든.”

“오오! 그거 다행이네요!”

판온 내의 일들이 모두 다 게임의 논리로 이뤄지는 건 아니었다.

가끔은 현실에서의 관계로 이뤄지는 일도 있는 법!

사라락-

“응?”

“눈…… 이네?”

“뭔 눈이 와?”

갑자기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우드스탁 길드원들은 신기해하다가 곧 이상한 걸 깨달았다.

지금 대륙의 계절은 여름이었던 것이다.

“여름이잖아! 눈이 올 리가 없어!”

“어떻게 된 거야?!”

우드스탁 길드원들은 처음에는 이 주변에만 이상 현상이 일어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판온 게시판에는 빠르게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금 눈 오는 거 에스파 왕국만 그래요?

-에랑스 왕국도 눈 오는데?!

-잘츠 왕국도 눈 와!

-거긴 원래 눈 자주 오지 않나?

-이 자식이 잘츠 왕국 무시하냐? 여름에 눈 오는 곳이 어디 있어?

-ㅈㅅ. 잘츠 왕국 같은 곳은 별로 관심이 없어서 몰랐음.

-잘츠 왕국이 뭐 하는 곳이었지?

-거기 그거잖아. 초보자들 시작하라고 낚시하는 곳. 한때 <타이럼 시에서 시작해야 하는 이유 10가지> 같은 거 유행했었는데.

-타이럼 시에서 시작해라. 두 번 해라.

-야. 잘츠 왕국 플레이어들을 놀리지 마. 그 사람들은 그냥 잘못된 선택을 한 거뿐이라고.

-근데 눈 오니까 좀 좋은데? 예쁘잖아.

-예쁘긴 한데…… 이거 뭐 영향 있지 않나?

-눈 오면 눈 오는 거지 뭔 영향? 움직일 때 얼면 좀 미끄러워지기는 하는데……

-눈으로 조각하거나 뭐 만드는 일일 퀘스트가 뜨네요.

-냉기 계열 마법사한테 이득인가?

-큰, 큰일 났어!

-?

-나 농부 직업인데 내가 키우던 작물들이 다 죽었어!

-아이고. 큰일이네.

-어쩌겠냐. 판온 하다 보면 그런 일도 있는 거지.

-이 새끼들이 지 일 아니라고……!

-꼬우면 전사 하셈.

-왜 생산 직업을 해서 고생이죠? 까르륵.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별로 걱정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눈이 오는 날씨 정도는 모두에게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했으니까.

몇몇 피해를 본 플레이어들이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쟤가 재수가 없었구나’ 하고 넘겼다.

일부 플레이어만 ‘이게 무슨 퀘스트가 아닐까?’ 하고 머리를 굴리는 정도?

게다가 지금은 더 큰 이슈가 있었다.

프리카 대륙 투기장 대회!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지만 전 세계의 플레이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투기장만큼 판온 플레이어들이 모두 좋아하는 컨텐츠도 드물었던 것이다.

-누가 우승할 거 같냐?

-난 캐나다 대표 팀에 걸었다.

-캐나다? 걔네가 잘했나?

-아니. 배당이 가장 높아서. 인생은 한 방이지!

-어차피 우승은 한국 팀일걸.

-근데 한국 팀이 너무 많지 않냐?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잖아. 멍청한 놈들아.

-아니, 한국 팀만 받은 게 아니라 예선 신청은 자유였잖아. 본선 초대 팀은 국가당 하나씩만 초대했고. 근데도 한국 팀들이 너무 많아.

-원래 한국 애들이 게임을 잘하잖아. 판온 1도 한국 애들이 다 해먹었지.

-난 이세연한테 걸었다. 판온 1때도 이세연한테 걸었지.

-그러고 보니 김태현은 진짜 뭐하냐? 접었나?

-판온 2에도 김태현 있던데?

-걔는 그냥 판온 1 김태현 이름 따라서 만든 거래. 한국 애들 이름은 다 비슷하더라.

-너네 나라 이름도 알아보기 힘들거든?

-아저씨들. 나이 많은 거 자랑하나여? 판온 1 얘기는 그만하시죠.

-판온 1 끝난 지 얼마 안 됐거든? 아저씨 아니거든?

-맞는 말이긴 해. 판온 2는 판온 1과 다르지. 이세연이 판온 1의 최강자긴 했지만 판온 2에서도 먹힐지는 모르잖아. 게다가 프리카 투기장은 모두 다 평등한 곳이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이세연 팀은 사이가 안 좋다는 소문이 있던데? 억지로 모아놨다고.

-아. 나도 그 소문 들었음. 팀워크 안 맞는다던데.

-나름 잘나가는 랭커들 갑자기 모으면 손발 맞기 힘들지. 오히려 밸런스 잘 맞는 다른 팀이 쉽게 이길 수도 있어.

투기장 관련 글은 쉴 틈 없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온갖 추측과 기대하는 글들.

하나는 확실했다.

이번 투기장 대회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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