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391화 (391/1,826)

§ 나는 될놈이다 391화

그러나 케인의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휘이이이잉-

[지하유적의 개방된 공간에 도착했습니다.]

[이 주변의 냉기는 모두 이곳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주의하십시오! 냉기에 저항력이 없다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이곳의 몬스터들은 특별히 포악합니다.]

“…….”

통로를 지나서 나온 탁 트인 빙판.

아무것도 없이 평화로워 보였지만 메시지창은 아니었다.

여기는 매우 위험한 곳이라고 경고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 나 죽는다!”

“쯧. 허약한 놈이로고.”

갈락파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로브를 쓴 NPC가 김 전무에게 바로 마법을 걸어주었다.

그리고 바로 케인에게도 걸어주었다.

[절대 냉기 차단의 가호를 얻었습니다. 이 주변의 냉기에 저항하는 데 성공합니다.]

“……!”

케인은 다시 한번 놀랐다.

이런 강력한 버프 마법을 쓰다니.

대체 이 집단은 뭐 하는 집단이지?

‘아키서스 교단에 이런 놈들이 있었어?’

케인도 아키서스 교단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아키서스 교단은 간단히 말하자면 떨거지들의 모임!

대도적(자칭), 은퇴한 기사, 도박꾼까지!

솔직히 이 정도로 NPC들이 처참한 세력도 드물었다.

당장 다른 잘나가는 교단들만 봐도 레벨 200, 300이 넘는 NPC를 보유하고 있는데…….

아키서스 교단은 거의 태현이 억지로 멱살을 잡고 여기까지 끌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강한 아키서스의 신도 NPC들이 나타나다니.

케인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뭔가 이상하고 어딘가 한 군데 맛이 간 아키서스 NPC들만 보다 보니, 멀쩡한 NPC를 보자 믿을 수가 없는 것!

‘아, 맞아. 일단 귓속말을 보내야지.’

케인은 태현에게 귓속말을 보내며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지금 일어난 일들이 너무 많아서 뭐부터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케인은 침착했다.

이런 일을 한두 번 겪는 게 아니었으니까.

침착하고 냉정하게, 지금 필요한 정보만을 김태현에게 전달…….

-야, 야! 야!!!! 나한테 그딴 오토바이를 주냐!!

……하지 못했다.

귓속말이 연결되자마자 터져 나오는 울분!

케인은 정신없이 떠들어댔다. 그러자 태현이 말을 끊었다.

-어디인데? 좀 설명을 해봐.

그 순간 메시지창이 떴다.

[냉기 폭풍이 몰려옵니다.]

[안전한 곳으로 가지 않으면 즉사합니다.]

“뭐야?!”

“냉기 폭풍이다! 움직여!”

“잠, 잠깐, 귓속말을……! 나 스킬 써서 나가야 하는데……!”

“저걸 맞으면 가호로도 못 버틴다! 들어가야 해!”

다른 일행의 말에 케인은 급히 귓속말을 보냈다.

벌써 온도가 더 내려가고 있었다.

-으, 잠깐만! 좀 안전한 곳으로 들어가고! 여기 더럽게 추워! 으으으!

타다다-

케인과 일행은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갔다.

저 멀리서 푸른빛의 폭풍이 몰려오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섬뜩한 모습!

스르륵-

-으악! 아이스 드래곤이다!

“으악! 아이스 드래곤이다!”

“정신 차려라! 저건 얼음 덩어리다!”

-아. 아니구나.

“아. 아니구나. 그러면 저것도?”

“저건 몬스터야!”

-으아악! 몬스터였어! 일단 안전한 곳으로 간 다음 다시 연락 줄게!

뒤에서는 폭풍이 몰려오고 앞에서는 얼음인지 몬스터인지 구분하기 힘든 것들이 튀어나오는 상황.

케인은 귓속말을 끊고 앞으로 달렸다.

일단 살고 보자!

* * *

“어, 사디크 스킬을 써도 됩니까?”

버포드는 당황해서 물었다.

혹시 이건 함정인가?

“그래. 써도 된다.”

“쓰셔도 됩니다. 하하하.”

태현도, 펠마스도,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걸 본 버포드는 확신했다.

이건 함정이구나!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어색한 얼굴로 말할 이유가 없었다.

여기서 사디크를 확실하게 버리지 않으면 태현한테 의심을 받아서 죽는다!

“아닙니다! 저는 사디크를 버리겠습니다! 데리고 온 사디크 성기사들도 사디크 신을 포기하게 하겠…… 커헉!”

퍽! 퍼퍽!

“이 자식은 진짜 일부러 이러는 거냐? 야. 너 나 혈압 오르게 하려고 온 거지? 솔직하게 말해봐. 나한테 당한 거 때문에 와서 이러는 거지?”

“아, 아닙니다! 저는 정말로…… 커헉!”

[사디크 교단의 성기사를 상대로 맨손으로 싸웠습니다. 격투 스킬이 오릅니다.]

[민첩이 오릅니다.]

[신성이 오릅니다.]

태현은 그냥 몇 대 치고 넘어갈 생각이었다. 어차피 맨손 공격으로는 한계가 있었으니까.

정말로 버포드를 죽일 거였으면 바로 무기를 뽑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메시지창이 뜨니 생각이 달라졌다.

“……?”

갑자기 태현이 멈추자 버포드는 고개를 들었다.

이제 끝났나?

탁-

“??”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포션이다. 회복해.”

“감, 감사합니다.”

“회복하고 몇 번 더 하자.”

“네?”

* * *

퍼퍼퍽! 퍼퍼퍼퍽! 퍼퍼퍼퍽!

스킬 레벨이 낮은 스킬로 강한 적을 상대하면 보너스가 들어갔다.

고급을 찍은 검술 스킬보다 맨손 격투로 싸우는 게 더 보너스가 들어가는 건 당연한 이치!

물론 버포드에게 그 이치는 별로 와닿지 않았다.

“이, 이거 언제까지 해야 합니까?”

“아키서스 교단에 들어오고 싶다며? 버텨! 체력도 많이 남았으면서!”

“아니…… 기분이 뭔가…….”

버포드는 샌드백이 된 기분이었다.

사디크 교단의 스킬 중 HP와 체력 회복 속도를 올려주는 스킬을 키고, 태현의 공격을 전부 맞고 있었던 것이다.

“가만히 서 있지 말고 움직여서 좀 덤벼봐! 스탯 오르는 속도가 느려지잖아!”

‘최대한 하고 있거든?!’

버포드는 기가 막혔다.

샌드백이라고 해도 가만히 서 있는 게 아니었다.

스킬을 다 켜고, 움직이면서 최대한 방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판온의 시스템은 바보가 아니었다.

저항하지 않는 상대를 치면 처음에는 스탯이 조금 올라도 그 이후로는 오르는 양이 빠르게 내려갔다.

그걸 피하려면 맞는 상대도 최대한 맞서 싸워야 했다.

그런데…….

버포드는 완전히 두들겨 맞고 있었다. 쓰고 있는 스킬은 버프 계열 스킬들.

둘은 공격 관련 스킬은 쓰지 않고 오로지 맨손 격투로만 붙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이라면 한두 대 정도는 맞춰야 정상인데, 그 한두 대를 못 넣고 있었다.

그런 주제에 태현은 답답하다는 듯이 외치고 있으니 더 억울했다.

“아오, 왜 이렇게 굼떠! 너 뭐하냐!”

‘네가 이상한 거야!!’

버포드가 주먹을 휘두르기도 전에 눈치를 채고 바로 카운터를 꽂아 넣고, 버포드가 피하려고 하면 그 피하는 동작을 읽고 주먹을 찔러 넣었다.

태현이 무기를 들고 있을 때에도 느꼈던 것이었지만 정말 무시무시한 반응 속도였다.

초근접전에서 별다른 스킬을 쓰지 않자 확실하게 느껴지는 태현의 괴물 같은 반사 신경!

“흠, 이제 더 안 오른다. 여기까지만 하자.”

“감, 감사합니다.”

[사디크 교단 성기사들의 공포심이 올라갑니다.]

[사디크 교단 사제들의 공포심이 올라갑니다.]

“응?”

태현은 메시지창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저 멀리서 질린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는 사디크 교단 NPC들!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 이건 그냥 서로…….”

“히익!”

“죄송합니다!”

“…….”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벌벌 떠는 사디크 성기사들과 사제들!

태현은 어떻게 된 건지 깨달았다.

‘사디크 교단에 한 짓이 너무 심했구나!’

이제까지 사디크 교단을 상대로 온갖 토벌을 해왔으니, 사디크 교단 NPC들이 공포심을 갖고 있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적이 아니라 항복하러 온 상황!

‘그냥 설득하지 말고 전직이나 시켜줘야겠군.’

어설프게 ‘나 안 무서운 사람이야’하는 것보다는 그냥 겁을 먹게 하는 게 나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공포심도 일단 NPC가 명령을 잘 따르게 하는 스탯 중 하나였으니까!

[사디크 교단 NPC들을 아키서스 교단으로 받아들이겠습니까?]

-예.

[사디크 교단 NPC들을 받아들였습니다.]

[<사디크 교단 성기사>가 <아키서스를 믿는 사디크 성기사>로 전직합니다.]

……

……

[<사디크 교단 사제>가 <아키서스를 믿는 사디크 사제>로 전직합니다.]

“……?”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좀 이상한 직업 이름!

“아키서스를 믿는 사디크 성기사? 뭔 직업 이름이 이래?”

“저, 저도 잘…….”

버포드도 당황한 얼굴이었다.

아키서스 성기사면 아키서스 성기사고, 사디크 성기사면 사디크 성기사지, 이 무슨 혼종이란 말인가!

“뭐 어쨌든 사디크 스킬은 그대로 있지?”

“예? 예. 있습니다.”

“다행이군.”

직업 이름이 뭐든 간에 사디크 스킬만 남아 있다면 괜찮았다.

태현은 혹시 전직 과정에서 사디크 관련 스킬을 다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다.

버포드는 태현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진짜 함정이 아니었어……!’

도저히 버포드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태현의 모습!

만약 버포드가 아키서스 교단을 새로 세웠다면, 아키서스 교단을 엄청 아꼈을 것이다.

다른 교단 NPC가 들어온다면 그 이전 스킬을 버리게 하는 건 기본!

그런데 태현은 오히려 그 이전 스킬을 쓰라고 권하고 있었다.

정말로 이해 불가!

버포드와 사디크 NPC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동안 태현은 펠마스와 작은 목소리로 대화했다.

“어쨌든 다 된 거 같군. 그렇지?”

“후후. 그렇습니다. 태현 님.”

“버포드한테 받은 것들은 이상한 데다가 쓰지 말고 얌전히 창고에 넣어 놔라.”

“……네.”

펠마스를 내버려 두면 이상한 방향으로 폭주한다는 건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걸 알았기에 태현은 사전에 차단했다.

“원래 물어볼 게 있었는데 사디크 놈들 때문에 못 물어봤군. 그래서 갈락파드 말인데,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지?”

움찔!

갈락파드가 어디 있는지를 묻자 펠마스는 노골적으로 몸을 떨었다.

“갈, 갈, 갈, 갈락파드 말입니까? 지금 아키서스의 권능을 찾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너 빼고 다 아키서스 권능 찾아서 돌아다니는 건 알고 있거든? 그런데 왜 그렇게 놀라냐?”

“저, 저, 저는 안 놀랐…….”

협박과 설득.

10초 후 펠마스는 눈물을 흘리며 갈락파드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흑흑! 갈락파드는 우리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놈입니다!”

“너희들 중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태현은 말도 안 된다는 눈빛으로 펠마스를 쳐다보았다.

이미 그들은 충분히 위험한 쓰레기들이었다.

“태현 님. 지금 뭔가 저희를 욕하신 것 같은…….”

“착각이겠지. 그래서?”

“저희는 순수한 마음으로 아키서스 님을 찾아 헤맸습니다.”

“행운의 힘으로 도박장에 가서 부자가 되겠다는 마음이겠지.”

“……어찌 되었든 간에 다들 그런 순수한 마음으로 아키서스 님을 찾아다녔고, 모시고 있지만…… 갈락파드는 다릅니다. 갈락파드는 거의 미쳤다고 보시면 됩니다.”

“왜 미친 거지?”

“……놈은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아키서스 님을 믿는 광신도입니다!”

“그럴 수가! ……잠깐, 원래 그게 정상 아니냐?”

펠마스의 말에 잠깐 놀랐던 태현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보통 판온 교단 NPC들은 다들 ‘대가 없이 믿는 것이 진정한 신앙심!’이라고 했던 것이다.

“아닙니다! 태현 님! 아무것도 안 주는데 믿는 놈은 미친놈입니다!”

“너희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아주 잘 알겠다. 그래서 그게 다냐? 대가 없이 믿는 놈이라 미친놈이라고?”

“그것만이면 저희가 피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갈락파드는 우리한테까지 그런 자세를 강요했습니다.”

“…….”

“저희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시겠습니까!”

“그래. 갈락파드를 여기로 불러야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