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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90화 (390/1,826)

§ 나는 될놈이다 390화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 거지?’

묻고 싶었지만 괜히 물었다가는 태현한테 구박만 들을 것 같았다.

버포드는 참았다.

사디크 교단에서 지내면서 늘어난 건 눈치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늘어난 눈치였다.

“사디크 교단의 성기사하고 사제들이라…….”

“무려 상급 성기사들하고 사제들도 있습니다.”

“그, 그래?”

태현은 살짝 솔깃했다.

상급 성기사들과 사제들이라니!

현재 아키서스 교단의 NPC들은 솔직히 전력으로 치기에는 너무 약했다.

성기사들은 그나마 나았다. 용병 정도는 됐으니까.

그러나 사제가 문제였다.

급이 낮은 아키서스 사제들이 쓸 수 있는 아키서스 계열 신성 마법들은 효과가 좀…….

많이 약했던 것이다.

행운 관련 마법은 효과가 바로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게 약한 마법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신성 직업 중에서 최고 등급의 직업인 <아키서스의 화신>인 태현이 쓰니까 그런 위력이 나오지, 하급 사제들이 써봤자 미묘한 효과들만 나왔다.

효과가 낮거나 랜덤인 신성 마법들.

든든한 힐러 역할을 해야 하는 사제로서는 꽤나 큰 약점이었다.

물론 영지에 뽑기를 하러 온 사람들에게는 아무 문제가 안 됐지만, 태현은 전력을 갖고 싶었다.

다른 교단처럼 이름만 들어도 강력해 보이는 성기사단이나 사제단!

지금 영지에 있는 귀족 기사단은 한 번 써먹으면 끝이었다. 가능한 전력을 더 갖춰야 했다.

‘그렇지만 현재 NPC들 굴리는데도 골드가 물 흐르듯이 빠져나가니…….’

이런 상황에서 사디크 교단의 상급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단체로 투항해온다는 건 끌리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버포드는 둘의 대화를 오해했는지 황급히 말했다.

“아키서스 교단에 들어가게 되면 사디크 교단의 스킬은 하나도 쓰지 않게 하겠습니다! 처음부터 아키서스 교단의 스킬을 배우겠습니다!”

탁-

태현은 버포드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

“그런 섬뜩한 소리는 하지도 마라.”

“?!?!?”

“그냥 사디크 교단의 스킬을 써. 뭐라고 안 할 테니까.”

* * *

휘이이잉-

싸늘한 바람이 사방에서 휘몰아쳤다.

[주변의 온도가 매우 낮습니다. 상태에 페널티를 받습니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동상에 걸릴 수 있습니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차가운 바람!

하늘 위에서는 굵은 눈이 펑펑 쏟아지고, 주변에는 얼음밖에 보이지 않았다.

가끔 저 먼 언덕에서 거대한 설인 몬스터나 얼음 거인이 꿈틀거리는 걸 볼 때마다 가슴이 덜컥거렸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 상황.

힐러나 딜러 역할을 맡아줄 파티원도 없는 상황에서 처음 보는 몬스터들과 싸우는 건 자살행위였다.

게다가 상대 몬스터는 강해 보였고, 지금 상황은 가만히 있어도 페널티가 붙는 상황!

케인 뒤에 매달려 있던 김 전무는 갑자기 바뀐 풍경에 기겁해서 외쳤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아, 가만히 좀 있어! 어떻게 한다…….”

고민하던 케인은 <주인님, 어디 계십니까> 스킬을 떠올렸다.

주인님…… 아니, 태현의 위치를 찾아내는 스킬!

대가를 지불한다면 그 옆으로 갈 수도 있는 강력한 스킬이었다.

지금 여기가 어딘지는 몰라도 태현과 꽤 먼 곳이 분명했다. 이렇게 추운 곳이라니.

그렇다면 지불해야 할 대가도 커지겠지만…….

‘여기서 계속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

으지직-

“응?”

으지지지직-

“어? 어?? 어어어???”

파창!

그들이 올라와 있던 얼음 바닥이 순식간에 깨지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충격으로 얼음이 무너집니다.]

[던전:프로즈란드의 지하유적에 입장하셨습니다. 당분간 로그아웃이 제한됩니다. 로그아웃 시 던전에서 강제로 퇴장당하며,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프로즈란드의 지하유적에서는 귓속말을 할 수 없습니다.]

[특정 스킬들이 제한됩니다.]

“으아아아아……!”

반응이 늦어 오토바이로 날아오르지도 못했다.

케인과 김 전무는 얼음 밑으로 비명을 지르며 추락했다.

* * *

“헉, 헉…… 죽는 줄 알았다…….”

다행히 오토바이가 있어서 추락사는 면할 수 있었다.

케인이야 체력이 높으니 이걸로 죽지는 않았겠지만 김 전무는 아니었다.

‘그보다 던전이라니. 재수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순간이동한 곳이 하필이면 얼음이 얇은 곳이었고, 그 얼음이 깨져서 숨겨진 던전의 입구가 드러났고, 거기에 강제로 케인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평소라면 이런 입장은 행운이었다.

남들은 기를 쓰고 찾아다니는 던전을 그냥 발견한 것 아닌가.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던전을 공략할 여유가 있을 때고, 지금 케인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냥 돌아가고 싶다!

-주인님, 어디 계십니까!

[던전 내에서 이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

대가를 감수하고 쓰려던 스킬이 바로 막혀 버렸다.

케인은 좌절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각해보니 이 모든 게 오토바이 때문 아닌가!

‘김태현 그 자식이 대체 뭘 넣어놓은 거야!’

갑자기 저 오토바이가 폭발하거나, 생물로 변해도 놀라지 않을 것 같았다.

던전 내부는 완전히 얼음으로 되어 있었다.

바닥도 얼음, 통로의 벽도 얼음, 기둥도 얼음.

추운 것도 마찬가지여서 계속 메시지창이 떴다.

[주변의 온도가 매우 낮습니다. 상태에 페널티를 받습니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동상에 걸릴 수 있습니다.]

“일단 불을 붙이고…….”

화르륵!

불을 붙이자 어두웠던 주변이 좀 밝아졌다. 덕분에 통로 너머까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통로 너머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

케인은 바로 무기를 뽑아 들었다. 여기 던전에 있는 사람은 적일 가능성이 99%!

“뭐, 뭐냐?”

당황한 김 전무가 케인 뒤에 숨었다.

그 소리에 통로 너머에 있던 사람들도 케인을 발견했다.

“누구냐!”

“침입자다!”

타타탁-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

일단 플레이어는 아니었다. 케인은 긴장한 눈으로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혼자서 이 주변을 돌아다니는 적들을 다 상대할 수 있을까?

태현이라면 가능했겠지만 그는 태현이 아니었다.

괴물 같은 태현과 같이 다니면서, 아이러니하게 케인은 스스로의 한계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냉정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었다.

‘도망을 쳐야 하나?’

“정체를 밝혀라, 그렇지 않으면 공격하겠다!”

“……!”

상대방의 말에 케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공격을 하지 않는 걸 보니 대화가 가능한 NPC였다.

물론 그렇다고 안전한 건 아니었다.

대화가 가능할 뿐이지, 여기서 대화를 실패하면 바로 적이 될 테니까!

상황이 이렇게 되니 더욱더 태현이 아쉬웠다. 악마의 혓바닥을 가진 태현이 있었다면 그냥 쉽게 넘어갔을 텐데…….

“그,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케인은 더듬더듬 설명에 나섰다.

갑자기 순간이동 당해서 여기로 왔는데 얼음이 깨져서 던전으로 입장!

[상대방의 설득에 실패했습니다.]

[상대방이 당신을 의심합니다.]

“그걸 믿으라는 거냐!”

“크흑……!”

케인은 이를 악물었다.

역시 김태현처럼은 안 되나!

이렇게 되면 싸울 수밖에 없었다.

-아키서스의 인내의 축복, 충실한 노예의 믿음!

스킬을 사용하자 케인 주변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아키서스의 노예>란 직업 이름 때문에 착각하기 쉬웠지만, 케인은 엄연한 랭커!

레벨도, 직업도, 랭커 평균은 되는 케인이었다.

“잠깐, 저건!”

“?”

상대방이 공격하지 않고 멈칫하자 케인은 의아해했다. 왜 저러지?

“네놈. 어떤 신을 믿느냐?”

“뭐라고?”

“대답해라! 누구를 믿느냐!”

“어…… 아키서스?”

쾅!

상대방은 들고 있던 지팡이로 바닥을 내리쳤다. 케인 뒤에 있던 김 전무는 깜짝 놀라 외쳤다.

“힉!”

“오오! 아키서스 님의 인도가 여기에 닿았도다! 위대한 아키서스 님이시여!”

“오오! 아키서스! 오오!”

“……???”

집단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이 외치자 다른 사람들도 ‘오오 아키서스 오오’거리기 시작했다.

케인은 점점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대체 얘네들은 누구야?

“나는 갈락파드라고 한다. 아키서스를 모시는 충실한 종이지.”

“아…… 나, 나도 충실한 종이야!”

“그래. 아키서스의 노예야. 네가 누군지는 알고 있다.”

“…….”

분명 맞는 말인데 남의 입으로 들으니까 뭔가 기분이 더러웠다.

“아키서스의 진정한 화신인 김태현 님을 아는가?”

“물, 물론 알지! 내가 <아키서스의 노예> 전직을 누구한테 했는데!”

“역시. 훌륭하다. 노예.”

갈락파드는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케인은 점점 기분이 더러워지는 걸 느꼈다.

“……나는 노예가 아니라 케인…….”

“그래서 노예, 김태현 님은 어디 계시는가?”

“김태현은 지금 오스턴 왕국에서…….”

퍽!

[사라트의 다섯 빛 마법에 적중당했습니다. 움직일 수 없습니다.]

“어허! 노예 주제에 건방지게! 아무리 태현 님이 이 자리에 계시지 않아도 그렇지, 그렇게 방자하게 입을 놀리다니!”

‘뭐, 뭐야?’

케인은 황당한 얼굴로 앞을 쳐다보았다.

마법이 시전되는 걸 느끼지도 못하고 당한 것이다.

이상할 정도로 빠른 속도!

몸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앞은 볼 수 있었다.

갈락파드는 가만히 있었다. 애초에 갈락파드는 별로 강해 보이지 않았다.

그냥 흔해 빠진 로브를 두르고 지팡이를 들고 있는 노인.

마법은 그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갈락파드처럼 로브를 쓰고 있었지만 그들은 전신을 가리고 있었다.

‘마법사들인가?’

“이제 좀 정신을 차렸는가?”

“아, 아니. 내가 김태현이랑 친해서…….”

“어허! 이놈이 아직도! 예절부터 교육해야겠구나!”

“크아아악!”

설마 설마 했는데, 갈락파드는 진짜 공격을 시작했다.

순식간에 팍팍 깎이는 HP에 케인은 비명을 질렀다.

어이가 없었다.

이제까지 이렇게 무방비한 상태로 맞아본 적은 없었던 것이다.

케인은 각종 스킬을 쓰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전부 실패했다.

[저항에 실패합니다. 움직일 수 없습니다.]

[저항에 실패합니다. 움직일 수 없습니다.]

대체 얼마나 강력한 마법이길래!

“잘, 잘못했습니다!”

결국 케인은 굴복했다.

굴욕 그 자체!

그렇지만 랭커들 상대로도 살아남았는데 여기서 아키서스 NPC들한테 죽고 싶지는 않았다.

“오냐. 이제 좀 정신이 드나 보구나. 그래서 너는 누구를 믿느냐?”

그리고 화살이 김 전무에게 돌려졌다.

“어, 나, 나는 무교인데?”

“……죽여라!”

“아키서스! 아키서스 믿겠습니다!”

평생 눈치 없는 XX란 소리를 듣던 김 전무는 판온을 시작하고서 눈치 스탯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다.

갈락파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오직 신은 아키서스만이 존재한다! 다른 신은 같잖은 사기꾼들뿐이니 전부 죽여서 아키서스 신전의 거름으로 써야 한다!”

다른 교단의 NPC들이 들으면 당장 토벌 퀘스트가 뜰 소리!

케인은 어이가 없어서 입을 떡 벌렸다.

저건 대체 뭐 하는 또라이야?

그러나 지금은 갈락파드에게 대항할 수 없었다.

“저, 갈락파드 님.”

“왜 그러느냐?”

“여, 여기에는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위대한 아키서스 님의 권능을 찾으러 왔다.”

“그, 그렇군요. 태현 샊…… 아니, 김태현 님을 부를까요?”

“노예 주제에 감히!”

“그, 김태현 님에게 연락을 드릴까요?”

“그래. 머리가 없지는 않은가. 이 유적지는 몇몇 마법을 쓸 수 없는 곳이지만 다음 구간을 지나면 쓸 수 있는 곳이 나온다. 그때 연락을 보내도록.”

“예!”

‘살았다!’

케인은 속으로 환호했다.

말을 들어보니 다음 구간으로 가면 귓속말이 되는 곳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태현하고 연락만 되면 이 정신 나간 놈들하고도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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