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388화
태현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케인과 케인이 탄 오토바이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케인 뒤에 있던 김 전무도 같이 사라진 상황!
“이 자식들이……!”
태현은 랭커들을 노려보았다.
저놈들이 안 보는 사이 스킬을 써서 케인을 떨어뜨렸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사디크의 화염 화살, 사디크의 화염 부여, 행운 부여!
[사디크의 화염 스킬로 머스킷에 속성이 부여됩니다.]
[장비의 내구도가 빠르게 하락합니다.]
[고급 대장장이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페널티가 줄어듭니다.]
[고급 기계공학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페널티가 줄어듭니다.]
[행운 부여 스킬로 머스킷에 특수한 효과가 부여됩니다.]
[아키서스의 보이지 않는 손 스킬로 행운 부여 스킬이 추가로 발동됩니다.]
[삼연속 사격 스킬이 발동됩니다.]
콰콰쾅!
분노로 올라간 집중력!
궁수 랭커도 스킬을 써서 맞춰야 하는 거리를 태현은 그냥 평타로 맞추고 있었다.
랭커들 입장에서는 기가 막힌 상황!
“저거 진짜 사격 스킬도 고급 찍었나?!”
“그건 말도 안 돼! 이제까지 그런 정보는 없었다고!”
그러나 태현은 용용이와 같이 계속해서 원거리 공격을 쏘아댔다.
퍽!
랭커 한 명에게 치명타가 터졌다는 메시지창이 떴다.
그리고 행운 부여 스킬로 인한 추가 효과까지.
[치명타를 당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완전한 어둠 저주에 걸립니다. 시야가 완전히 가려집니다.]
“뭐라고? 강인한 전사의 혼!”
[강인한 전사의 혼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완전한 어둠 저주를 해제하는 데 실패합니다.]
“!”
어지간한 저주는 다 해제 가능한 스킬이 실패하다니.
랭커는 깨달았다.
이건 해제 불가능한 저주구나!
‘김태현은 대체 이런 저주를 어떻게 쓴 거지? 본 적도 없는 저주 스킬인데?’
정답은 랜덤 효과로 나타난 저주.
그러나 랭커가 그 이유를 알 리 없었다.
‘시야 가려진 것밖에 없으니 시간을 끌면…… 이런 썅!’
랭커는 상황을 깨닫고 욕설을 퍼부었다.
이런 저주는 시간을 끌며 버티면 풀리게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공중 위!
땅 위였다면 별거 아닌 저주였지만, 지금 빠르게 날고 있는 상황에서 시야가 완전히 가려지는 저주는 치명적이었다.
치명타를 맞은 건 충분히 견딜 수 있었지만 시야가 가려진 건 다른 문제!
쉬이이익-
랭커 한 명이 파티에서 벗어나 지상으로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야! 너 어디 가!”
“잠시 싸우고 있어! 곧 다시 돌아온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항의를 해봤자 랭커는 멈추지 않았다.
순식간에 땅으로 내려가 버린 랭커!
남은 랭커들은 욕설을 하며 태현을 다시 공격하려 했다.
혼자 튄 랭커의 책임을 묻는 건 나중에 해도 됐으니까.
그러나 그 순간 그들은 뭔가 이상한 걸 깨달았다.
“잠깐, 저기에서 케인이 사라졌다.”
“뭐? 말도 안 돼. 언제?”
“순간이동 마법을 썼으면 우리가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는데?”
“사라졌어! 없어!”
랭커들은 경악에 빠졌다.
태현 일행이 마법사나 스크롤의 힘을 빌려 이 주변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순간이동 대책은 확실하게 세워놓은 그들이었다.
요새 주변에서도 순간이동 방해를 쳐놨고, 지금 쫓는 중에도 순간이동 마법을 쓴다면 바로 알아채고 스킬을 방해할 수 있었다.
웅성거리는 랭커들!
쑤닝은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입을 열었다.
“잘못 본 거겠지. 찾아라! 분명 주변에 있을 거다!”
“아니…… 이건 함정이다.”
“함정?!”
“김태현이 도망치고 있는 방향을 봐라. 지금 아탈리 왕국 쪽으로 도망치고 있다. 아탈리 왕국은 김태현의 본거지. 도망치면서 함정을 준비한 게 분명해. 저번에 귀족 기사단을 동원한 것처럼.”
“그럴듯하군.”
“뭐가 그럴듯해! 미친놈들아! 너희들 정도면 그런 함정은 충분히 돌파할 수 있잖아!”
그러나 랭커들은 쑤닝 생각보다 더 이기적이었다.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 같자 바로 몸을 사리는 랭커들!
위험에 대한(있지도 않았지만) 예민함이 남들보다 몇 배는 되는 랭커들이었다.
“굳이 그런 위험을…….”
“맞아. 우리 약속은 요새에서 잡는 거였지 여기까지 쫓아오는 게 아니었다고. 그리고 지금 케인도 사라졌고.”
“주변에 숨어 있는 게 분명하다니까!”
“내 스킬을 무시하나? 주변에는 없어. 내 이름을 걸어도 좋아. 만약 케인이 내 스킬을 속이고 이 주변에 숨어있는 거라면 그 놈이 세계 최고 도적이다.”
아탈리 왕국으로 끌어들이는 건 태현의 계획이었지만, 거기에 케인이 사라진 건 태현의 계획이 아니었다.
그러나 랭커들 입장에서는 사라진 케인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사라지다니!
분명 김태현이라면 무슨 숨겨진 계략이 있는 게 분명해!
“나도 빠진다.”
“저도요!”
“난 이만 가도록 하지.”
“이, 이것들이……!”
하나둘씩 이탈하는 랭커들.
분노해서 날뛰려는 쑤닝을 말린 건 제카스였다.
“이거 놔라! 저놈들이……!”
“이미 늦었습니다. 말한다고 듣지 않을 겁니다.”
제카스는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물러서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김태현이라면 충분히 함정을 팠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제카스도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었다.
있지도 않은 함정에 두려워하는 랭커들!
태현이 했던 짓들 때문이었다.
게다가 제카스는 판온 1때부터 당해왔으니 그 두려움이 다른 사람보다 몇 배는 됐다.
“지금 이렇게 일을 벌여놓고 놈이 도망치는 걸 그냥 보고 있으라고?!”
“저도 분하고 억울합니다만 그런 걸 가장 잘 이용하는 게 김태현입니다. 지금은 물러나야 합니다.”
“내가 입은 손해는! 저 랭커들을 부르느라 얼마나 깨졌는지 아냐!”
“오히려 잘된 거죠.”
“뭐?”
“이걸 핑계로 나중에 지불하기로 한 돈을 미룰 수 있잖습니까.”
“……그거 좋은 생각이군!”
그런 짓을 했다가는 다른 랭커들에게 원한을 사기 딱 좋았다.
당장 돈 좀 아끼겠다고 원한을 사는 짓!
그렇지만 지금 쑤닝에게는 그런 걸 생각할 만큼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제카스도 그런 걸 배려해 줄 만큼 친절하지 않았고!
* * *
“안 쫓아오네. 포기했나 보군.”
“저기요, 태현 님.”
“?”
“아까 잘 싸우시는데 방해하는 거 같아서 말 안 했는데…… 케인 씨는 쟤네들이 떨어뜨린 게 아닌데요.”
“……뭐?”
“그냥 갑자기 순간이동했어요.”
“……!!”
이다비의 말에 태현은 상황을 깨달았다.
설, 설마…….
파란색으로 칠한 날아다니는 오토바이:
내구력 2000/2000
스킬 ‘부릉부릉’ 사용 가능, 스킬 ‘폭발 가속’ 사용 가능, 스킬 ‘미쳐 날뛰기’ 사용 가능.
고급 기계공학 스킬이 없을 시 운전에 페널티, 운전 시 낮은 확률로 주변에 폭발을 일으킴.
드워프나 고블린을 상대할 시 친밀도에 막대한 보너스.
기계공학에 도가 튼 대장장이가 만든 뛰어난 탈것이다. 알 수 없는 신성과 행운이 느껴진다.
-극히 낮은 확률로 랜덤 순간이동 시전.
극히 낮은 확률로 랜덤 순간이동!
설마 극히 낮은 확률이 지금 발동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케인, 케인?
[현재 상대방은 귓속말을 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어디로 간 거야?!’
이쯤 되자 상황을 확신할 수 있었다.
케인은 순간이동된 게 분명했다.
그것도 귓속말을 할 수 없는 곳으로!
유 회장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어떻게 된 거냐? 김 전무는?”
“어…… 그, 그게…….”
이다비와 유 회장의 눈빛이 아프게 느껴졌다. 태현은 머뭇거리며 상황을 설명했다.
“저번에 말한 숨겨진 옵션이 저런 거였어요?! 설마 제 거에도?!”
“아냐, 네 건 멀쩡한 옵션이야.”
“다행이에…… 잠깐, 처음에 그 파란 오토바이 저 주려고 하지 않았어요?”
이다비는 기억을 되살렸다.
분명 저 파란 오토바이는 태현이 그녀에게 주려고 했던 것!
“쓸데없이 기억력은 좋아서.”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아냐. 아무것도. 그리고 케인이 좀 불쌍하잖아. 그래서 좋은 걸 챙겨주려고 했지.”
“그렇긴 해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었네요.”
바로 납득한 이다비!
유 회장은 이다비보다 이해가 늦었다.
“그러니까, 김 전무가 그 케인이란 친구하고 같이 사라진 거란 거지?”
“죄송합니다. 어르신.”
“뭐, 괜찮아. 사라질 수도 있지.”
친구가 사라졌는데 별로 당황하지 않는 유 회장!
오히려 홀가분한 얼굴이었다.
“…….”
“어르신, 지금 설마 사라져서 좋아하시는 거 아니죠?”
“아, 아니야! 뉴비 사라져서 잘 됐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고 있었다고. 막타를 뺏은 놈 고생 좀 해보라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않고 있었지.”
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고고하게 낚시만 하겠다는 유 회장은 어디 가고 사람이 저렇게 됐단 말인가.
-태현 씨. 안녕하세요.
-케인?!
-배장욱입니다.
-아, 죄송합니다.
-케인 씨에게 무슨 일이 있나요?
-아…… 아뇨. 별일 없어요.
-다행이네요. 혹시 방금 경기 보셨나요?
-뭔 방금 경기?
-마지막 예선 경기 말입니다. 오늘 경기로 프리카 투기장 대회 예선이 종료되었습니다.
-……!!!
예선이 끝났다는 말은…….
곧 본선이 시작된다는 뜻!
-일정을 보내드릴 테니 그 일정에 맞춰서 프리카 투기장에 오셔야 합니다. 본선에 진출한 팀들을 정리해 놨으니 한번 봐주세요.
-그, 그러죠.
-혹시 몰라서 말씀드리는 거지만 지각이나 불참은 주최 측에서도 봐드릴 수 없으니 시간을 맞추셔야 합니다. 옛날 프로 대회에서는 그냥 몸만 오면 됐는데 가상현실 게임에서는 캐릭터도 위치에 맞춰야 한다는 게 참 번거롭죠. 하하하.
-그…… 러네요.
배장욱은 별생각 없이 웃고 있었지만 듣는 태현의 등에서는 땀이 흘러내렸다.
-어, 그냥 묻는 건데요, 만약 한 명이 늦으면 어떻게 되나요?
-그러면 그 인원대로 참석해야죠.
-…….
-설마 지금 바로 오실 수 없는 곳에 계시는 건 아니죠? 본선이 바로 시작하는 건 아니니 그사이 오시면…….
-당연히 갈 수 있습니다!
-당연히 그렇겠죠. 아, 그리고 이동팔 대표님한테 이야기 들었습니다. 아주 기대가 크시던데요. 대회 시작되면 방송 활동도 같이 하실 텐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아주 좋네요!
-역시! 그러면 다음에 뵙겠습니다!
귓속말이 끝나고, 태현은 오랜만에 창백해진 얼굴로 이다비를 쳐다보았다.
이다비는 처음 보는 태현의 모습에 당황했다.
“왜, 왜 그러세요?”
“……지금 많이 망한 거 같은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새로 귓속말이 날아왔다.
케인인가 싶었지만…….
이세연이었다.
-잘 도망쳤어? 지금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 보면 잘 도망친 거 같은데.
-어? 어. 물론이지. 별거 아니었어.
-네 덕분에 나도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어. 김철수 씨도 잘 빠져나갔다고 하더라. 연락은 받았지?
-무슨 연락?
-예선 끝났다는 연락. 팀 확정됐어. 이제 본선 경기 시작이야.
-당연히 받았지.
-그래, 그러면 알아서 맞춰서 경기장으로 오고. 그보다 랭커들을 어떻게 따돌린 거야? 들어보니 케인 씨를 시켜서 함정을 팠다고 하던데.
-다음에 이야기하자! 이만 끊자고!
-잠, 잠깐만! 방ㅅ…….
뚝-
태현은 바로 이세연의 귓속말을 끊어버리고 눈을 감았다.
과연 지금 케인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야, 야! 야!!!!
-누구세요?
-나한테 그딴 오토바이를 주냐!!
-아, 케인이었군.
-케인이었군?! 지금 할 소리가 그런 소리냐!?
-다른 사람들이 자꾸 귓속말을 보내서…… 그래서 어디냐?
-어딘지는 모르겠고! 지금 네 부하 만났다!
-내 부하?
-자기가 갈락파드라는데? 아키서스의 신도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