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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85화 (385/1,826)

§ 나는 될놈이다 385화

원래라면 이런 설득은 실패했을 것이다.

대형 길드는 보통 이기적이었고, 자기 앞까지 위험이 온 게 아니면 굳이 나서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상황이 좀 특별했다.

태현이 상대라는 게 원인 중 하나였다.

다른 플레이어면 모를까, 태현은 이제까지 해왔던 전적이 너무…… 화려했던 것이다.

길드 하나 없는 솔로 플레이어 주제에 온갖 일들을 저질러 왔으니, 대형 길드 입장에서는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과연 김태현이 쑤닝 길드만으로 만족을 할까?’

‘갈그랄도 있는데 더 날뛰지 않을까? 들어보니 갈그랄 군세 내에서 아주 잘나간다던데?’

쑤닝뿐만 아니라 제카스까지 나서서 진지하게 길마들을 설득하자, 대형 길드들은 흔들렸다.

거기에 쑤닝은 쐐기를 박았다.

-랭커 부르는 데 드는 비용 중 절반은 내가 낸다!

-!!

그 결과 이렇게 된 것이다.

다른 대형 길드들이 겁을 먹고 힘을 모으는 것도 모르고 태현은 신나게 날뛴 것!

물론 쉽지는 않았다.

의견을 모으고 나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터져 나왔던 것이다.

-잠깐, 김태현이 갈그랄하고 싸운다는데?

-잘됐네! 지금이 기회다! 둘이 싸우고 나서 기진맥진할 때 치면 되잖아!

-아니, 갈그랄하고 싸우면 이야기가 다르잖아. 갈그랄을 데리고 이 주변을 초토화시킨다며?

-그, 그건…….

-갈그랄을 잡고 놈의 군세를 완전히 흡수시켜서 더 쉽게 다루려고 하는 겁니다. 김태현의 야심을 얕보지 마십시오!

-그…… 런가?

-듣고 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하고…….

-제 말을 믿으십시오. 저기 요새에 있는 악마 중에서 가장 사악한 게 김태현입니다!

-이세연도 있다는데? 김철수하고.

-같이 잡으면 됩니다! 이 랭커들이라면 같이 묶어서 잡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세연을 랭커 1위라고 하는데 슬슬 끌어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기 있는 랭커분들도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쑤닝은 설득을 잘 못했다.

그런 부족한 부분은 제카스가 나서서 보충했다.

원래라면 도중에 깨졌을 아슬아슬한 계획이었지만, 결국에는 성공!

“김태현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화려하게 날뛰어서 설득하기 쉬웠습니다. 대형 길드 길마들이 이상할 정도로 겁을 먹어서…….”

“겁먹을 수밖에 없지.”

쑤닝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당해본 사람의 입장에서, 정말 피눈물이 났다.

현실 가치로 따지면 몇억, 몇십억까지 가는 영지가 한 놈한테 탈탈 털리는 것이다.

에스파 왕국의 아발랍 시는 태현이 날뛴 덕분에 아직도 길드들이 다시 들어서지 못하고 있을 정도!

대형 길드 연합에는 태현에게 당한 길드보다 안 당한 길드들이 많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겁을 먹었다.

겪어보지 않은 일이다 보니 더 두려움이 커졌던 것!

“그런데 이런 식으로 정말 김태현을 몰아넣을 수 있을까?”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분명 성공합니다. 저기 랭커 중에서 몇 명은 판온 1에서 김태현한테 털린 놈들이거든요. 싸우다 보면 뭔가를 느낄 겁니다. 뭔가 이상하다고 말입니다.”

“그게 가능해? 싸우는 것만으로 그런 걸 눈치챈다고?”

“다른 사람이면 못 알아챌 수도 있겠지만, 그 상대가 김태현이라면 분명히 알아챕니다. 직업이 뭐든 간에 김태현에게는 특별한 뭔가가 있습니다. 랭커들 정도라면 분명 그걸 눈치챌 겁니다.”

제카스의 계획은 간단했다.

태현이 판온 1의 김태현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널리 퍼뜨리는 것.

단지 그것뿐이었다.

제카스는 믿었다.

김태현이 판온 1에서 했던 것들을 생각해 보면, 그냥 그 사실만 알려져도 태현은 알아서 목이 졸릴 것이라고!

제카스가 처음에 ‘저놈 판온 1 김태현이다!’ 선언을 했을 때, 제카스는 일이 좀 더 쉬울 줄 알았다.

그는 랭커였고, 태현은 여러모로 의심 가는 점들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 선언은 솜씨 좋게 묻혔다.

어떤 세력이 뒤에서 조종을 한 게 아닐까 의심이 갈 정도로!

오히려 제카스가 퀘스트를 뺏겨서 질투심에 모함을 한 걸로 여론이 몰아져 갔다.

태현의 영지에 습격을 간 플레이어들이 강제 퀘스트를 받고 다시 제카스를 습격하러 왔을 때, 제카스는 깨달았다.

이런 식으로는 절대 태현을 이길 수 없다고.

PVP나, 상대방의 약점을 공략하는 싸움에서 태현은 신이었다.

판온 1에서도 이긴 사람이 없었는데 이제 와서 달라질 것 같지는 않았다.

제카스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태현이 잘하는 영역이 아닌, 태현이 어쩔 수 없는 곳에서 승부를 봐야 했다.

-김태현을 판온 1때 랭커들과 싸움 붙인다면 분명 그놈들 중에서 눈치채는 놈이 나온다. 나 혼자면 힘들겠지만 다른 랭커들도 수상하다고 말한다면 김태현도 수습할 수 없겠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은 계획이었지만 제카스는 참을 수 있었다.

태현에게 한 방을 먹일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러나 제카스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태현이 잡으라는 갈그랄은 안 잡고 이 주변을 쓸어버리고 다닐 줄은!

덕분에 이렇게 랭커들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쑤닝이 박살 난 요새를 보며 물었다.

“내 길드에 있는 랭커들까지 불렀는데 확실하게 잡을 수 있겠지?”

“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확실하게 잡을 수 있냐는 질문에는…… 반반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저기 갈그랄 잡느라 저 난리를 쳤는데도 반반? 스킬 다 쓰고 회복도 못 했을 텐데?”

“빠져나갈 수도 있잖습니까. 다른 랭커들도 있고. 그리고 김태현은 저 정도 불리함은 쉽게 극복할 테니 말입니다. 그래도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여기 있는 랭커들과 다 싸워서 이길 수는 없을 겁니다.”

“으음…….”

쑤닝은 고민에 찬 신음 소리를 냈다.

태현의 높은 회피력에 대해서는 이미 그도 알고 있었다.

여기 있는 랭커들도 그에 대한 대비 수단을 다 마련하고 왔을 정도였으니까.

빠져나가기로 마음을 먹으면 잡기 힘든 상대!

“차라리 지금 들어가면?”

“갈그랄이 잡히기 전에 들어가시는 건 미친 짓입니다. 김태현한테 이용당할 겁니다.”

“확실히 그렇겠군.”

옆에서 듣던 랭커들은 어이없다는 듯이 둘을 쳐다보았다.

보스 몬스터를 이용한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당연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저놈들 미친 거 아냐?

-김태현한테 한 번 깨지고 나서 정신이 나간 거 같은데…….

뒤에서 수군거리는 것도 모르고 쑤닝은 말을 계속했다.

“확실하게 잡아야 하는데…….”

“랭커들은 김태현과 싸우게 하는 것만으로도 목적은 달성입니다.”

“그건 너무 약하잖아! 내가 이번 일에 얼마나 투자했는지 알아?”

“어차피 안 주실 거 아닙니까?”

“쉿. 목소리 줄여.”

쑤닝은 주변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다른 길드의 랭커들에게 지불하기로 한 비용은 시간을 끌면서 미룰 생각이었던 것이다.

“걱정 마십시오.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김태현은 궁지에 몰렸으니 말입니다.”

* * *

요새 바깥에 모인 랭커들.

쑤닝과 제카스.

그리고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에게 들려오는 짧은 정보들.

그것만으로 태현은 상황을 파악하는 걸 끝냈다.

‘너무 나댔군.’

태현이 길드의 영지를 박살 내는 동안, 쑤닝은 피눈물을 삼키며 랭커들을 부른 것이다.

대형 길드들이 다들 이기적이라 너무 방심하고 있었다.

스스로 안 움직일 뿐이지, 대가만 지불하면 충분히 랭커들도 모을 수 있는 것이다.

사실 태현에 대한 공포가 큰 원인이었지만, 태현은 그거까지는 짐작하지 못했다.

“어떻게 할 거야? 미안하지만 난 여기서 너하고 같이 죽을 생각은 없는데.”

“굳이 따지자면 쟤네는 너도 잡고 싶어 하지 않나?”

“너하고 나하고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면 널 쫓아갈 거 같아, 날 쫓아갈 거 같아?”

“젠장. 반박할 수가 없군.”

태현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태현과 이세연 중에서는 태현이 더 탐나는 먹잇감이라는 걸.

“더 이상 안 다가오는 걸 보니까 갈그랄하고 싸운 다음 지치게 되는 걸 노리는 것 같은데.”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갈그랄을 잡은 다음 바로 회복을 쓰면…….”

태현은 김철수를 보며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태현이었다면 ‘잘 있어라 바보들아!’ 하고 벌써 튀었을 것!

“감사합니다. 그런데 계획은 벌써 세웠거든요.”

“?”

“갈그랄을 바로 잡고, 여기서 빠져나간다.”

요새 밖의 랭커들을 보니, 갈그랄을 잡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거라고 생각하는 게 분명했다.

그러니 아직까지 접근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거겠지.

만약 갈그랄을 지금 즉시 잡는다면 빠져나갈 시간을 벌 수 있었다.

물론 즉시 잡는다면 말이지만!

“계획은 좋은데 바로 못 잡잖아? 지금 내가 손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거 보이지?”

“나도 움직이고 있거든?”

“……두 분 다 어떻게 그렇게 말하면서 움직이시는 겁니까?”

태현과 이세연은 떠들면서 갈그랄을 공격하고 있었다.

남들은 갈그랄의 움직임을 보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둘은 떠들면서 갈그랄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김철수뿐만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들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케인, 끌고 와라. 어르신, 묶으십쇼. 한 번에 끝내야겠습니다.”

태현은 바로 무기를 갈아 끼웠다.

아끼려고 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빠르게 갈그랄을 잡고 빠져나가야 했다.

저기에 저렇게 랭커들이 모였다는 건, 그들을 상대할 자신이 있다는 뜻.

상대방이 유리한 상황에서 붙어주는 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었다.

빠져나가야 했다.

오리하르콘 화살이 아까웠지만 그걸 아꼈다가는 정말 망하는 수가 있었다.

-노예의 쇠사슬!

케인은 재빠르게 스킬을 사용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둘러싸고 빠져나가는 걸 막고 있던 갈그랄이 즉시 케인 앞으로 끌려왔다.

-%$##@%!

알아듣기 힘든 괴성을 지르며 갈그랄이 케인에게 덤벼들었다. 그 순간 바로 유 회장이 낚싯줄을 휘둘렀다.

그러자 갈그랄의 동작이 일순 막혔다.

콱!

착착 손발이 맞는 그들! 누가 보면 몇 년은 같이 합을 맞췄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뒤에서 보던 김 전무는 감탄하고 동시에 혼란스러워했다.

유 회장이 언제부터 이 게임을 했길래, 대체 저렇게 손발이 잘 맞는 걸까?

심지어 태현이라는 청년도 아닌 이상한 코와 귀를 달고 있는 케인이라는 청년하고도 손발이 잘 맞았다.

게임을 전혀 모르는 그로서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모습!

철컥-

뒤에서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바로 화살을 장전했다.

다른 화살들과 달리 이건 빗나가면 안 됐다.

빗나가는 순간 망한다!

이 화살 하나를 얻기 위해 했던 고생들을 떠올리면…….

‘심지어 오리하르콘은 경매장에서도 안 팔지.’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치명타 폭발!

한 번에 끝내기 위해 태현은 이제까지 모았던 스킬 스택을 폭발시켰다.

쐐애애액-

석궁에서 한 줄기 빛처럼 화살이 쏘아져 나갔다.

묶인 갈그랄은 곧바로 피하려고 들었지만 너무 늦었다.

콰직!

정확하게 꽂힌 화살!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크아아아아아아아!

오리하르콘 화살이 빛을 발하며 사라지는 것을 보자 태현은 입맛이 썼다.

그래도 갈그랄을 잡았으니까…….

‘잠깐만?’

잡았다는 메시지가 뜨지 않고 있었다.

이세연도 그걸 깨달았는지 당황한 얼굴이었다.

“못 잡았어?”

“이걸 견뎠다고? 말도 안 되는…….”

카랑!

깨지는 소리와 함께 갈그랄이 낚싯줄 사이에서 빠져나왔다.

유 회장이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말도 안 돼! 이걸 풀고 나올 수는…….”

“막고 공격해! 아무리 견뎌봤자 이걸 맞았으니 얼마 못 버틸 거야!”

“아니야. 저건 도망치는 거야!”

“뭐?”

갈그랄 같은 보스 몬스터가 도망칠 줄은 몰랐기에 태현도 당황했다.

낚싯줄 사이에서 몸을 뺀 갈그랄은 너덜너덜해진 상태로 달려 나갔다.

모두가 예상치 못한 상황.

그 틈을 타 갈그랄은 빠져나가려고 했다.

“어, 어…….”

그리고 갈그랄이 가는 길목에는 김 전무가 있었다.

거대한 악마가 달려오는 모습에 겁을 먹은 김 전무는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그리고 스크롤을 찢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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