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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83화 (383/1,826)

§ 나는 될놈이다 383화

김 전무는 당황해서 변명에 나섰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유 회장과 친해지려고 판온 캡슐에 앉은 건데, 역효과만 나고 있었다.

혹시 유 회장이 그를 겁쟁이라고 생각한다면 큰일이었다.

“이런 정신없고 위험한 곳은 회장님과 맞지 않는 것 같아서……!”

맞는 말이었다.

요새의 절반은 박살이 났고, 하늘에서는 아직도 화염의 비가 내리고 있었으며, 몇몇 플레이어는 아까 공격에 맞고 요새 밖으로 날아갔다.

남은 플레이어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갈그랄을 공격하거나 다른 악마들을 처리하느라 바쁜 상황!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평소라면 조용하고 엄격, 근엄, 진지를 추구하던 유 회장이 치를 떨 상황!

그러나 유 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진짜 낚시는 여기에 있다고! 내가 대짜를 낚은 게 안 보이나!?”

“회장님! 앞에! 앞에 보셔야 합니다! 저놈이 움직입니다!”

“걱정 말라니까! 이게 블랙 드래곤 수염으로 만든 낚싯줄이야! 이걸 내가 얼마 주고 샀는지 아나?”

김 전무는 순간적으로 궁금해져서 물었다.

“얼마 주고 사셨는데요?”

“어…… 내가 가격 보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서…… 아마 0이 9개였나 10개였나…… 지금 그게 중요한가? 중요한 건 이 명품이 값어치를 한다는 거지! 이 아름다운 선을 보게! 저놈이 아주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군!”

“게임 아이템 하나에 10억을?!”

“100억일 수도…… 아니, 100억은 아니겠군. 모르겠네. 지금 기분은 100억을 줘도 아깝지 않았을 것 같은데.”

“회장님! 고작 게임입니다!”

획!

유 회장의 낚싯대에서 또 다른 낚싯줄이 튀어나와서 김 전무의 목을 정확하게 감았다.

현실의 낚싯대에서는 볼 수 없는 기능!

“방금 뭐라고 했나, 김 전무?”

“그리고 그런 게임에 최선을 다하는 회장님의 모습이 정말로 감명 깊었습니다! 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하하, 자네 뭘 좀 아는군.”

처음으로 유 회장에게 들은 따뜻한 말!

김 전무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유 회장에게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면 판온이 아니라 아이들 장난감이라도 갖고 놀 수 있을 것 같았다.

둘이 그렇게 떠드는 사이 위에서 태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르신!”

“왜!”

“낚싯줄 놓고 거리 벌리시죠!”

“네놈도 날 걱정하는 거냐? 걱정할 필요 없다! 이 낚싯줄은 못 끊으니까! 이놈은 완벽하게 잡았으니 빨리 딜이나 넣…….”

붕-

유 회장의 몸이 허공으로 떴다.

묶인 상태에서 힘을 모은 갈그랄이 낚싯줄을 잡고 유 회장을 역으로 던져버린 것이다.

콰콰쾅!

유 회장이 부서진 요새 벽으로 날아가 그대로 처박혔다.

[장인이 만든 걸작 낚시꾼 조끼가 충격을 흡수합니다.]

……

……

[완벽한 가호의 팔찌가 충격을 흡수합니다.]

“어르신, 살아 계십니까?”

“그래. 그리고 낚싯줄은 안 끊어졌다.”

“그게 어르신 기분을 좀 낫게 해주신다면야…….”

김 전무는 허겁지겁 달려와 유 회장을 일으켰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그래. 난 괜찮으니 걱정 안 해도 되네.”

“어떻게 걱정을 안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꼴을 당하셨는데!”

“저번에는 이것보다 더 험한 꼴도 당해 봤거든.”

“예?”

“아무것도 아니야. 자네도 한 번 그 용암 광산을 겪어 봤어야…….”

유 회장은 말끝을 흐렸다.

태현한테 속아서 강제 용암 광산 낚시를 갔던 일은 별로 유쾌한 기억이 아니었다.

“회장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어…… 그래. 저기 잔해 보이지?”

유 회장은 무너진 요새의 벽을 가리켰다.

“보입니다!”

“그래. 저기 뒤로 가게.”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됩니까?”

“계속 숨어 있게.”

“…….”

김 전무가 이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회장님! 저 할 수 있습니다!”

“자네 레벨이 100 넘나?”

“그, 그건 아닙니다만…….”

“근데 뭘 할 수 있나? 그냥 죽기나 하겠지.”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이고 뭐고 없네! 레벨 100도 안 넘는 플레이어는 판온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움찔!

유달리 멀리까지 들리는 유 회장의 목소리에 태현의 어깨가 움찔했다.

“봐보게. 내가 자네를 무시하는 건 아닌데 판온에는 판온의 규칙이 있는 거야. 판온을 잘하고 싶나? 레벨을 올리게. 그리고 현질도 좀 하고. 사실 현질이 더 중요한 거 같긴 하지만 자네도 돈은 많으니까.”

“…….”

“그러니까 날 그만 귀찮게 하고 이 스크롤이나 갖고 가서 저기 숨어 있게.”

“이 스크롤은 뭡니까?”

“쓰면 공격 마법이 나가. 아주 비싼 거라고. 0이 몇 개였더라…….”

“그, 그건 나중에 듣고. 어쨌든 이걸 갖고 있다가 저놈이 이 근처로 오면 쓰면 되는 겁니까?”

“아니. 그건 사실 악마가 자네 공격하면 자네 스스로 공격해서 로그아웃하라고 준 거야. 악마한테 당해서 로그아웃하면 자네 성격에 좀 많이 굴욕일 거 같아서.”

“…….”

한마디로 자살용 스크롤!

“그러면 앞으로는 뉴비 티 좀 벗고 진짜로 나를 도와줄 일이 있길 기대하겠네.”

“뉴비? 뉴비가 뭡니까?”

“그런 게 있어. 자네 같은…… 아, 진짜. 가봐야겠군! 거기 숨어 있게! 숨어 있기 싫으면 알아서 죽든가 말든가 하고!”

유 회장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갈그랄이 있는 곳으로 향해 후다닥 달려갔다.

* * *

-아키서스의 축복!

“스킬 아끼려고 한 거 아니었어요?!”

“안 쓰다가 다 죽는 것보단 낫지.”

[회피에 성공합니다.]

[회피에 성공합니다.]

최대한 들키지 않게, 아키서스 관련 스킬을 쓰지 않도록 마음먹었지만…….

세상일은 그렇게 쉽게 흘러가지 않았다.

유 회장을 던져버린 갈그랄이 태현이 있는 곳으로 덤벼들더니 양손에 검붉은 악마의 영혼 불꽃을 키고 닥치는 대로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거대한 악마의 손끝에 닿는 순간 두꺼운 돌벽이고 뭐고 순식간에 타올랐다.

그래도 태현은 최대한 쓰지 않으려고 했다.

태현은 회피할 자신이 있고 사디크의 권능 스킬로 역이용할 자신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아니었다.

“으악! 김태현! 진짜! 저 앞에 있던 놈 로그아웃 당한 거 못 봤냐?! 빨리! 나 진짜 저거 맞으면 즉사할지도 모른다고!”

“그거 제대로 계산한 거 맞냐? 네가 틀리게 계산한 걸 수도 있잖아.”

“으아악! 나 죽는다! 김태현 이 개ㅅ…….”

-아키서스의 축복!

그리고 케인을 향한 갈그랄의 공격이 회피가 떴다.

케인은 급히 말을 수정했다.

“……선될 여지가 있는 녀석!”

“너무 억지예요.”

“나 좀 도와주면 안 되냐!?”

“제가 지금 스킬 쿨타임이라서 갈그랄의 발목을 묶을 수가 없어요.”

“그거 말고! 편을 들어달라고!”

케인과 이다비가 떠들고 있었지만 태현은 긴장하고 있었다.

아키서스 스킬을 사용한 것이다.

갈그랄이 분명 폭발적인 분노를…….

-어떤 놈, 아키서스의 힘 사용했다! 찢어버리겠다! 부숴버리겠다! 짓이겨버리겠다!

‘응?’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씩씩거리는 갈그랄.

그 모습에 태현은 깨달았다.

아키서스 관련 스킬만 느낀 거지 누가 썼는지는 모르는구나!

그 순간 이세연에게 귓속말이 도착했다.

-김태현! 지금 서쪽 입구로 들어간다!

-참 빨리도 온다.

-언데드 강화시키느라 좀 늦었어. 미안해.

-괜찮아.

-응? 너 뭐 잘못 먹었…….

말과 함께 태현은 서쪽 입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저기 아키서스의 진정한 후계자가 들어온다, 갈그랄! 너는 절대로 이겨내지 못할걸?”

-아키서스! 찢는다! 부순다!

[갈그랄을 속이는 데 성공합니다.]

‘와, 머리가 안 좋으니 이런 방법이 있었군.’

“헉, 헉…… 방금 저놈이 아키서스라고 하지 않았어?”

“네가 잘못 들었겠지.”

간신히 회복하고 돌아온 우드스탁 길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들었던 것 같았는데?

“이거 왜 이렇게 쌩쌩해?!”

멀리서 이세연의 비명이 들려왔다.

* * *

이세연은 역시 탑 랭커였다.

들어오자마자 덤비는 갈그랄을 상대하면서도 절대 멈추지 않았다.

먼저 각종 저주로 갈그랄을 느리게 만들고 데리고 온 언데드들과 골렘들로 갈그랄의 발을 묶었다.

그사이 이세연은 파괴력 있는 마법들을 준비해 갈그랄에게 퍼부었다.

마법 저항력이 높은 갈그랄이었지만 이세연은 그걸 감안하고도 충분한 데미지를 넣고 있었다.

“잘한다, 이세연! 파이팅, 이세연!”

“……너 진짜 죽을래?! 당장 와서 안 도와?!”

“어떻게 안 거지?”

태현은 의아해했다.

태현이 갈그랄을 이세연한테 보냈다는 걸 대체 어떻게 알아낸 거지?

옆에 있던 이다비가 조언했다.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하면 거짓말을 눈치채기가 쉬워요.”

“아. 그렇군. 앞으로는 좀 더 개XX처럼 굴어야겠어. 괜히 친절하게 대했다가 이세연한테 들켰잖아.”

“그,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요…….”

이세연은 이를 갈며 외쳤다.

“<잊혀진 망자의 왕관> 내놓을 거 아니면 당장 와서 잡아. 아니면 너부터 공격할 테니까. 그리고 대체 뭔 소리를 했는데 이 무식한 악마가 이렇게 덤벼드는 거야?”

“뭐, 아키서스 관련자가 너일 수도 있다고 말한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내 직업이 네크로맨서인데?”

“그걸 알 정도로 똑똑한 악마가 아니거든.”

“그래. 알겠어.”

이세연은 말과 함께 태현을 가리키며 외쳤다.

“쟤가 아키서스의 힘을 쓰는 놈이야!”

“뭐? 속지 마! 쟤가 진정한 아키서스의 후계자라고!”

둘의 말싸움에 갈그랄은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혼란스러워했다.

-어렵다! 누가 진실을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쟤라니까!”

“저 사악한 언데드 무리를 봐! 아키서스나 그런 사악한 언데드 무리를 갖고 다니지 않을까?”

-크으으…….

“빈틈!”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갈그랄이 혼란스러워하며 괴로워하자 태현은 바로 공격에 들어갔다.

검은 오오라에 휩싸인 데스 나이트가 감탄했다.

-우리 언데드보다 더 비열한 인간이라니! 대단하다!

-강격, 연타, 반격의 원, 완벽에 가까운 연격, 치명타 폭발!

숨도 쉬지 않고 퍼붓는 폭딜 사이클.

갈그랄의 근육질 육체가 풍선처럼 부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뜨는 메시지창!

[갈그랄이 3 형태로 변신합니다. 변신한 상태에서는 전체 능력치가 증가합니다.]

“아, 진짜!”

다시 뜨는 변신 창에 태현은 이를 갈았다.

그러나 아무리 화를 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변신하면 또 한바탕 날뛸 거야! 대비해야 해!”

“알겠어.”

이세연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옆에 있던 김철수에게 신호했다.

-죽음을 거부하다!

화르륵!

이세연이 스킬을 사용하자 그녀를 중심으로 검은색 파동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던 플레이어들, 이세연이 이끌고 있는 언데드들과 소환수들이 모두 그 검은색에 뒤덮이기 시작했다.

[<죽음을 거부하다>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일정 시간 동안 무적 상태가 됩니다.]

[스킬이 끝나는 순간 누적된 데미지를 입습니다. HP는 1 밑으로 내려가지 않습니다.]

‘이런 스킬이었군!’

태현은 어떤 스킬인지 파악함과 동시에 바로 <권능 복사> 스킬을 사용했다.

-데메르의 시간 되돌리기!

-권능 복사!

[권능 복사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사용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계속하시겠습니까?]

-그래! 사용!

[<데메르의 시간 되돌리기> 스킬을 복사했습니다.]

[<데메르의 시간 되돌리기> 스킬을 얻었습니다.]

“……어?”

태현이 묻기도 전에 3 형태로 변신한 갈그랄이 사방으로 파동을 쏘아 보내기 시작했다.

아까의 화염 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빽빽한 공격!

태현 파티면 모를까 다른 플레이어들은 다 쓰러져나갔을 테지만, 이세연의 마법 덕분에 쓰러지는 플레이어들은 없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김철수의 회복 마법!

[<데메르의 시간 되돌리기>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1분 전의 상태로 되돌아갑니다. 모든 HP, MP, 스킬의 쿨타임에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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