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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79화 (379/1,826)

§ 나는 될놈이다 379화

“넌 인간이잖아?”

성문에 있던 악마 전사가 어이없다는 듯이 태현을 쳐다보았다.

인간을 우습게 보는 악마 입장에서 태현의 말은 같잖게 들릴 뿐이었다.

태현의 화술 스킬이 아니었다면 바로 악마들에게 공격이 나왔을 것이다.

“제법 혓바닥은 쓸 만한 거 같지만 인간 놈은 우리 군세에 들여보내지 않는다. 죽어라.”

“잠깐!”

태현이 데리고 온 날개 악마들이 나섰다. 같은 종족이라는 걸 알아본 악마 전사가 멈칫했다.

“이 인간은 우리와 같이 카달타 성의 성문을 열어서 갈그랄 님이 강림할 수 있도록 협조한 인간이다. 악마 군세에 들어갈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뭐라고? 카달타 성의 성문을 연 게 너희들이었나?”

[성문을 지키는 악마 전사들이 당신에게 호감을 가집니다.]

카달타 성문을 열고 생지옥으로 만든 걸 이렇게 써먹는 태현!

악마 전사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군세에 들어오는 걸 허락한다. 위대하신 갈그랄 님의 이름으로!”

“위대하신 갈그랄 님의 이름으로!”

[갈그랄의 악마 군세에 들어갑니다.]

[악명 스탯이 크게 오릅니다.]

[신성 스탯이 내려갑니다.]

[스킬 <악마 군세의 일원>이 걸립니다. 군세에서 나올 때까지 해제할 수 없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질 경우 다른 NPC들에게 분노를 살 수 있습니다.]

[갈그랄에게 당신이 <아키서스의 화신>인 게 들킨다면 갈그랄이 극도로 분노할 것입니다.]

“아. 그리고 저 뒤에 같이 악마 군세에 들어오려는 인간들이 있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좋다!”

뒤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악마 군세에 들어가게 됐다는 메시지창들이 뜨자 그제야 진짜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악, 악명이 너무 높게 오르는데……?”

“이거 어떻게 수습하지?”

악마 군세에 들어간 덕분에 악명이 치솟아버린 것이다.

태현이야 높은 명성 스탯으로 억누르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게 안 됐다.

“일단 앞으로 걸어가. 멈추지 말라고! 악마들이 쳐다보잖아!”

그렇게 그들은 당당하게 정문으로 들어갔다.

“잠깐…….”

“……!”

악마 전사 중 하나가 케인을 붙잡았다. 케인은 깜짝 놀라서 태현을 쳐다보았다.

그걸 본 태현도 가슴이 덜컥했다.

‘아차. 케인은 두고 왔어야 했나?’

태현이야 <마르덴 후작의 살아 움직이는 가면>을 쓰고 있으니 신성력을 숨기는 게 가능했지만, 케인은 들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케인은 들키지 않았다.

“네 코와 귀가 마음에 드는군. 인간 주제에!”

“……감, 감사합니다?”

케인이 착용하고 있는(강제로) <못생긴 악마의 귀와 코> 때문에 악마들이 말을 건 것이었다.

말을 건 것은 그 악마 전사뿐만이 아니었다.

“오, 인간 주제에 괜찮은 코와 귀를 갖고 있는데?”

“악마의 피가 섞이기라도 했냐? 괜찮은 코와 귀군.”

지나갈 때마다 말을 걸어오는 악마들!

케인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 * *

“응? 성안으로 들어갔다고? 대단한데?”

이세연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성안으로 잠입을 성공하다니.

성안에는 레벨 높은 악마들이 우글거릴 텐데, 그런 악마들을 속이고 은신 스킬을 쓴다는 건 보통 난이도가 아니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드스탁 길드원들도 데리고 안에 들어갔다고!? 어떻게?!”

우드스탁 길드원들도 데리고 들어갔다니. 이쯤 되자 어떻게 데리고 간 건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

그리고 어떻게 된 건지 전해 들은 이세연은 할 말을 잃었다.

바로 태현에게 귓속말을 하는 이세연!

-뭐 하는 거야?! 탐색하라고 보냈더니!

-탐색하려면 성안에 들어가야 할 거 아냐.

-그거 말고도 방법이 있었겠지!

-없더라고. 갈그랄이 워낙 이상한 놈이라서 다른 식으로 건드릴 방법이 없었어.

-너 혼자 들어가도 되지 않았어?

-하하. 혼자 들어가려니까 좀 무서워서.

-…….

말 같지도 않은 태현의 말에 이세연은 멈칫했다.

무슨 속셈이지?

태현의 속셈은 간단했다.

‘여차하면 <살아 움직이는 폭탄>을 써서 혼란을 만들어야지.’

태현 혼자 들어왔을 경우, 만약 갈그랄한테 발각되거나 다른 악마들에게 공격당할 경우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었다.

우드스탁 길드원들을 데리고 온 이유는 바로, 여차할 때 쓸 수 있는 인간 폭탄이기 때문!

‘그리고 이세연 성격이면 나는 몰라도 우드스탁 길드원들이 여기에 다 들어왔는데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을 테니까.’

태현이 카달타 성안에서 위기에 빠진다면?

이세연은 ‘너라면 알아서 잘할 수 있겠지’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길드원들까지 데리고 가서 위기에 빠진다면, 이세연은 마지못해 나설 것이다.

-위험한 짓은 하지 말고 정보만 얻어! 알겠지?

-물론이지!

전혀 신뢰가 안 가는 태현의 대답이었다.

* * *

“이야…… 악마들 진짜 많네.”

카달타 성 구석에 자리를 잡은 태현 파티!

온갖 종류의 악마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방금 들어온, 따지자면 군세의 가장 밑바닥!

세력 소속에서 어떤 공적도 못 세운 이상 가장 밑바닥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태현 님도 악마 소환 스킬 있지 않았나요?”

“있어. 근데 못 쓰고 있는 거지.”

“……?”

“마계에 나하고 원수진 악마들이 있는데 그쪽 계열 악마들이 소환되면…….”

“아…….”

기껏 얻어 놓고서 스킬을 안 쓰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다비는 이유를 듣자 안쓰러운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우드스탁 길마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지?”

길마의 목소리에는 불만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솔직히 감탄한 것이다.

악마 군세에 들어가는 걸 성공하다니!

처음에 당당하게 정문으로 걸어갈 때에는 ‘저거 미쳤나’ 싶었지만, 이렇게 결과를 보여주자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아, 이래서 김태현이 그 굵직굵직한 퀘스트들을 깨왔구나!

남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퀘스트를 깰 줄 아니 지금 저 정도 위치에 있는 것이다.

‘이대로 김태현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갈그랄을 잡을 수 있을 거다! 분명!’

“여기서 기다린다.”

“……어? 그냥 기다린다고? 가만히?”

“기다리다 보면 빈틈이 나오겠지. 갈그랄이 여기 가만히 있을 악마도 아니고. 그동안 갈그랄 주변에 있는 악마들 같은 거 체크나 하라고. 레이드 뛸 때 필요하니까. 그리고 가만히는 못 있을걸.”

“……?”

“군세에 들어갔으니 악마 군세 퀘스트가 나올 테니까.”

“악, 악마들이 내려주는 퀘스트를 깨라고?”

“깨는 시늉만 하던가. 어쨌든 하는 척은 해야 해. 안 그러면 쫓겨날 수도 있거든.”

어떤 세력에 들어가서 가장 밑바닥인데 퀘스트도 제대로 못 깬다면 쫓겨날 수도 있었다.

그 세력이 악마의 세력이라면 더더욱 엄격할 것!

우드스탁 길마는 혼란스러운 얼굴로 케인을 쳐다보았다.

“악마가 내려주는 퀘스트를 깨도 되나?”

“뭐 못 깰 거 있나?”

이미 케인은 태현을 따라다니며 이런 퀘스트에는 놀라지 않을 정도로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자 길마는 이다비를 쳐다보았다.

-악마 퀘스트는 좀 아니지 않나?

“뭐 어때요! 악마든 누구든 보상만 제대로 주면 그만이죠!”

‘얘도 제정신은 아닌 거 같아!’

우드스탁 길마는 멀쩡한 사람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유 회장을 발견했다.

“악마가 내려주는 퀘스트를 깨는 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경험치가 안 나오나?”

“경험치야 당연히 나오겠지만…….”

“그러면 됐네. 깨야지!”

“…….”

‘내가 이상한 건가?!’

우드스탁 길마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믿기지 않았다.

악마 군세에 들어간 것만 해도 벌써 페널티가 만만치 않았다.

악명부터 시작해서 강제 스킬 적용까지.

그런데 악마 군세 퀘스트까지 깨자니.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 가면 뒷감당이 어려울 수도 있었다.

‘얘네들은 페널티 신경을 안 쓰나?’

띠링-

그 순간 그들에게 퀘스트창이 떴다.

<요새를 공격하라-악마 군세 퀘스트>

갈그랄 밑에 모인 악마들은 뛰어난 전공을 세워 갈그랄에게 그들의 능력을 증명하려고 한다.

새로 들어온 당신은 그 누구보다도 능력의 증명이 필요하다. 인간이 악마 군세에 들어온 이상 제대로 된 능력을 보이지 못한다면 공격당할 수도 있다.

제난 요새를 공격해서 함락시켜라. 실패하면 죽음뿐이다.

보상:악마 군세 내에서 공적치 포인트. 악마 군세 내에서 평가 상승. 악명. ?, ??

-실패할 경우 악마 군세 내에서 평판 급하락.

주변 요새 공략 퀘스트.

무난한 퀘스트였다.

보아하니 갈그랄은 직접 안 나서고 주변의 부하 악마들이 자기의 능력을 보여주려고 나서는 것 같았다.

“제난 요새가 어디더라?”

“이 근처에 있는 요새에요. 쑤닝 길드가 갖고 있을걸요.”

“아이고, 쑤닝이 또. 내가 진짜 쑤닝을 안 괴롭히려고 하는데 이게 어쩌다 보니 매번 일이 이렇게 된다니까?”

“태현 님은 착하신 게 탈이에요!”

“하하. 내가 좀 그렇지.”

태현과 이다비의 대화를 듣던 우드스탁 길마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본 태현이 말을 걸었다.

“악마 퀘스트 깨는 게 영 불편하면 안 해도 돼. 우리들로만 깰 수 있으니까. 그냥 참석만 해도 평판 떨어지는 건 막아질 걸? 페널티 무서우면 자리에만 있으라고.”

“……아니!”

“……?”

“쑤닝 길드라면 당연히 공격해야지!!”

우드스탁 길마는 돌변했다.

페널티고 뭐고 쑤닝 길드의 영지라면 공격하겠다!

내 영지가 박살 났으니 네 영지도 좀 박살 나봐라!

그걸 본 태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딱히 내가 뭘 안 해도 둘의 사이가 미친 듯이 나빠지네.’

태현 입장에서는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어서 편한 일이었다.

계속 싸워라!

“애들아! 준비해라! 쑤닝 길드 치러 간다!”

“와아아아아!”

갑자기 기세가 오른 우드스탁 길드원들을 보고 이다비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우드스탁 길드의 영지를 친 건 결국 <최강지존무쌍>길드 아닌가요? 왜 저렇게 쑤닝을 싫어하죠?”

“원래 종로에서 뺨 맞으면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법이지. 내버려 둬. 알아서 잘하는데.”

* * *

이세연과 김철수, 그리고 남은 길드원들은 멀리서 움직이는 악마 떼를 보며 어이없어했다.

-쑤닝을 공격하는 것도 좋지만 그걸 꼭 지금 해야 해?

-내가 고른 거 아니거든? 악마들이 근처 요새라고 알아서 공격 퀘스트 뜬 거야.

태현도 진심으로 억울했다.

딱히 쑤닝을 노리고 한 건 아니었지만, 이번 퀘스트가 끝나면 분명 다들 이세연처럼 생각할 것 아닌가.

김태현이 악마들을 선동해서 쑤닝을 공격했다!

“넌 진짜 대체 뭐 하는 놈이냐?”

요새의 장벽 위에서 쑤닝 길드원들이 태현을 보며 말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기가 막힌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갈그랄 레이드한다던 놈이 갑자기 악마들과 함께 요새로 쳐들어오다니!

대체 뭔 일이 있었길래 저렇게 된단 말인가?

게다가 혼자 있는 게 아니었다. 옆을 보니 우드스탁 길마와 길드원들도 있었던 것이다.

“우드스탁 길드 미쳤냐! 악마하고 같이 여기를 치러 와?!”

“닥쳐! 도와주지도 않은 놈들이!”

우드스탁 길마와 쑤닝 길드원들이 서로 날 선 대화를 하고 있는 동안 태현은 제난 요새를 훑어보았다.

‘……어렵겠는데?’

제난 요새는 작은 요새치고 엄청나게 튼튼하게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갈그랄이 떴다는 소식에 급하게 준비한 게 분명했다.

게다가 요새에는 이상하게 플레이어들이 많았다.

쑤닝 길드원들만 있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근처 플레이어들도 모였군.’

악마를 사냥할 수 있는 건 좋은 기회였다.

갈그랄의 군세가 다른 곳을 습격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길드들에게도 이 요새는 기회!

남의 길드 요새를 빌려서 악마 숫자를 줄여놓자!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에 비해 요새로 쳐들어온 악마들은 비교적 약하고 급이 낮은 악마들이었다.

대(對) 악마 준비를 끝낸 플레이어들이 있는 요새로 돌격했다가는 그대로 녹아내릴 것이다.

‘음? 잠깐. 여기서 시간 끌면 갈그랄이 직접 나오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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