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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73화 (373/1,826)

§ 나는 될놈이다 373화

-1위 랭커, 네크로맨서 이세연의 권능 스킬 공개! 낱낱이 해부해 본다!

“누가 1위야?”

싸워서 결정한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들 멋대로 1위라고 하다니.

태현 입장에서는 뭔가 불쾌했다.

물론 이런 동영상을 올리는 사람들은 조회수를 많이 모아야 하니 자극적인 제목을 쓸 수밖에 없었다.

태현은 몰랐지만, 판온에서 태현을 본 플레이어들도 <1위 랭커 김태현의 스킬 공개?!> 같은 동영상을 올리고 있었다.

언제나 랭커들은 관심의 대상!

물론 불평은 해도 태현은 이세연의 영상을 볼 생각이었다.

권능 스킬을 갖고 있다니 흥미도 생기고…….

‘네크로맨서니까 역시 죽음의 신 쪽 권능 스킬인가?’

이세연도 전설 직업 플레이어.

게다가 태현 못지않게 스킬과 퀘스트 관리를 꼼꼼하게 하는 플레이어였다.

아예 직업이 <아키서스의 화신>인 태현만큼은 아니어도, 권능 스킬을 얻어놨을 가능성이 충분했다.

-안녕하세요! 최민수입니다. 오늘 저는 우연히! 이세연 씨를 보게 되었는데요…….

‘이건 넘어가고.’

동영상 시작할 때 왜 그리도 자기소개가 긴지!

그냥 이세연이 무슨 스킬을 쓰고 있고 이게 어떤 신의 스킬인지 바로 정리해서 말해주면 되잖아!

콰아앙-

이세연의 근처로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날아왔다. 이세연은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막아냈다.

동영상에 나온 이세연은 완전히 중무장을 하고 있었다.

‘어디지? 프리카 대륙인가? 아니, 중앙 대륙의 동쪽 끝인가.’

오크 대족장이 있는 우르크 지역에서 더 동쪽으로 가면 나오는 곳.

지금 우르크 지역도 플레이어들이 다 뚫지 못한 상황에서, 더 동쪽의 지역은 정말 몇몇 모험가 플레이어나 랭커들만 들락거리는 곳이었다.

그리고 이세연이 상대하고 있는 건 거인족이었다.

보통 종족보다 몇 배는 큰 덩치를 가진 거인족 몬스터들은 탱커에게는 재앙이었다.

한 대 맞으면 아무리 탱커라도 온갖 상태 이상에 빠지고 HP가 쫙쫙 깎이는 것이다.

그나마 상대하기 쉬운 건 공격을 회피하기 쉬운 계열의 직업이나, 아예 후방에서 원거리 공격을 퍼붓는 직업이었다.

그리고 이세연은 아예 다른 방식으로 상대하고 있었다.

-내…… 주인의…… 명을…… 받들리라!

거인을 잡아서 거인족 언데드 전사를 만든 것이다.

쾅! 콰쾅!

거인족vs거인족 언데드 전사!

두 덩치가 치고받으니 주변의 나무가 뒤집혀 날아가고 바위가 박살 났다.

처음에는 팽팽했지만, 거인족 몬스터들은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거인족 언데드 전사는 이세연의 각종 버프를 받는 것이다.

거인족 몬스터들에게는 다양한 저주를.

아군 거인족 언데드 전사들에게는 버프를.

어두운 오오라에 휩싸인 언데드 전사들은 거인족 몬스터들을 밀어붙였다.

-크와아앙!

궁지에 몰린 거인족 몬스터들의 눈빛이 붉게 빛났다.

그걸 본 방송 스트리머가 신나서 외쳤다.

-네! 지금 거인족 몬스터가 광폭화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HP가 일정 수치 밑으로 내려가면 자동으로 사용되는 스킬인데, 이 상태에서는 방어력과 공격력, 스킬 사용 속도가 올라가고 받는 데미지도 크게 감소한다고 합니다.

HP가 떨어진 거인족 몬스터들은 무섭게 반격에 나섰다.

동영상으로 봐도 이렇게 압도적인데, 실제로 저걸 당하면 공포스러울 것 같았다.

‘나야 회피율이 있어서 그나마 상성이 좋다지만, 케인 같은 중갑옷 전사들에게는 지옥 같겠군. 그나저나 이세연은 어떻게 하려나?’

이대로 내버려 두면 밀릴 게 뻔한 상황. 이세연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무슨 수를 쓸 것이다.

스으으으-

“……!”

거인족 언데드 전사들의 몸이 어두운 오오라에 휩싸인 것을 넘어 완전히 새카맣게 변했다.

칠흑처럼 어두운 색!

‘뭐지?’

광폭화 상태에 빠진 거인족 몬스터들은 거칠게 몽둥이와 도끼를 휘둘렀다.

깡, 깡, 깡!

그러나 새카맣게 변한 거인족 언데드 전사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방어력이 오르거나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아예 공격 자체가 안 통하는 수준!

‘저건 무적 상태다!’

데미지가 조금이라도 들어갔다면 다른 반응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거인족 언데드 전사들은 미동조차 안 하고 덤벼들었다.

태현은 깜짝 놀랐다.

정확한 건 이세연만이 알고 있겠지만, 지금 겉으로 본 것만 봤을 때 저 스킬은 일정 시간 동안 무적으로 만들어주는 스킬!

‘저런 스킬을 갖고 있었단 말이야?’

게다가 이세연 본인도 완전히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네크로맨서가 부리는 언데드 몬스터한테만 적용되는 게 아닌, 아군 전체에게 적용시킬 수 있는 스킬이 분명했다.

-네! 지금 이세연 씨가 사용한 스킬이 바로 <죽음을 거부하다> 스킬입니다. 이 스킬은 죽음의 신 타나스의 권능 스킬이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이세연 씨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얻지 못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강력하고 희귀한 스킬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타나스.

죽음과 네크로맨서의 신. 당연히 네크로맨서들이 많이 믿는 신이었다.

딱히 신전이나 사제들이 있지는 않지만 얻을 수 있는 스킬들은 강력한 게 많아 찾아다니는 네크로맨서들의 숫자가 꽤 될 정도로.

‘좋아. 결정했다!’

태현은 마음을 정했다.

많은 권능 스킬이 있었지만 지금 이세연이 쓴 스킬만 한 건 찾기 힘들 것 같았다.

태현이 사용한다면…….

<죽음을 거부하다>+<아키서스의 축복>으로 상대방 입장에서는 욕이 나오는 생존기 콤보가 가능했다.

‘그런데 이걸 이세연한테서 어떻게 뜯어낸담?’

권능을 복사하려면 일단 이세연이 먼저 태현의 눈앞에서 저 스킬을 사용해야 했다.

당연히 저런 스킬은 아무 때나 쓰지 않았다.

태현이 <아키서스의 축복>의 쿨타임 때문에 아껴두듯이, 이세연도 당연히 아껴둘 것!

이세연이 저런 스킬을 쓰게 만들려면 그럴 만한 상황이 필요했다.

‘음. 으음, 으으음…….’

태현은 고민에 빠졌다.

스킬은 뜯어내고 싶었지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떠오르지 않는 건 아니었다.

떠오르긴 떠올랐지만…….

이세연에게 연락해서 친한 척을 해야 하는 게 괴로운 것!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라면 태현은 얼마든지 가식적으로 굴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세연에게는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쓸데없는 자존심!

‘끄으으응…….’

“뭘 그렇게 보세요?”

“아. 권능 정리한 동영상.”

“어라? 이거 올린 거 우리 길드원…….”

“나 잠깐 귓속말 좀 하고 올게.”

끙끙대던 태현은 마음의 다짐을 하고 일어섰다.

어차피 할 거라면 빨리 하는 게 좋았으니까.

* * *

-지금 시간 괜찮니?

-말도 안 돼!

-…….

-김태현이 나한테 먼저 귓속말을 보내다니! 말도 안 돼!

이세연은 태현에게 귓속말을 받자 놀라는 척을 했다.

자신을 놀리는 게 뻔히 보였지만 태현은 참았다.

원하는 걸 얻어내기 위해서!

-……내가 먼저 귓속말을 할 수도 있지. 왜 그런 걸 가지고…….

-김철수 씨도, 케인 씨도, 음, 케인 씨는 좀 귓속말을 많이 보내긴 하지만, 어쨌든 심지어 도동수까지도 나한테 귓속말을 보낸다고. 대회에 나가는데 팀이 이 정도는 대화는 해야지. 네가 제일 말이 없어!

-그래서 연락한 거잖아.

-정말로?

-정말이지.

-못 믿겠는데?

‘젠장!’

태현은 이를 갈았다.

이세연은 눈치를 챈 게 분명했다.

평소에는 이세연을 피하던 그가 먼저 연락해 왔을 때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걸!

‘후…….’

태현은 마음을 다잡았다.

이세연을 상대할 때에는 허투루 상대하면 안 됐다.

-그럼 믿지 말던가.

태현은 승부수를 던졌다.

권능 스킬을 얻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세연에게 끌려다닐 수는 없다!

-기껏 연락했는데 됐어. 그럼 끊는다.

-잠깐, 잠깐만! 미안해. 하도 연락 안 하다가 연락해서 내가 좀 신이 났나 봐. 그래. 무슨 일로 귓속말을 한 건데?

태현이 끊어버릴 것 같자 이세연은 먼저 고개를 숙였다.

-지금 오스턴 왕국인데, 시간 되면 같이 파티 좀 하자고 하려고 했지.

-오스턴 왕국? 무슨 일이…… 응? 악마 갈그랄이 강림? 악마들이 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건 들었지만 이 정도로 심해질 줄은 몰랐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난 잘 모르겠네.

뻔뻔함의 극한!

물론 이세연은 태현의 말을 믿지 않았다. 바로 검색 후 동영상을 찾아냈다.

태현이 오토바이 뒤로 악마들을 모으고 다니는 영상!

거기에 달린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 * *

-김태현 미친놈이 악마들 모아서 카달타 성에 뿌렸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건 좀 심하지 않냐? 나 카달타 성에서 장사 하다가 바로 뛰어나왔잖아.

-저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본다.

-맞아. 쑤닝 놈들 세금 더럽게 세게 물던데 솔직히 좀 고소하더라.

-피해는 내가 봤는데!

-그게 다 쑤닝 놈들이 김태현 쫓아다녀서 김태현은 어쩔 수 없이 한 거라니까?

-맞아. 김태현이 원래라면 저런 짓 할 사람 아니지.

놀랍게도 그런 깽판을 치고서도 태현에 대한 여론은 좋은 편에 가까웠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곳곳에서 실드를 치기는 했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분명 태현의 이미지 덕분!

대형 길드와 싸웠던 전적들이 있으니 사람들이 저 정도는 관대하게 이해해 주는 것이다.

* * *

-장난해? 너 때문이잖아!

-카달타 성에서 강림했으니 쑤닝 때문 아닐까?

-아, 그렇구나…… 라고 할 줄 알았어? 어쨌든 너 때문에 악마들이 모여서 이 난리가 났고, 그래서 파티하자는 거야?

-그래.

-왜?

-……왜라니. 뭐가 왜야?

-넌 저 악마 꼭 잡을 필요 없지 않아? 그냥 다른 곳 가도 되잖아.

-책임감을 조금 느껴서.

-정…… 말?

이세연은 태현이 책임감을 느꼈다는 것에 매우 놀라워하고 있었다.

판온 1의 태현이라면 ‘하하 오스턴 왕국의 길드 놈들 다 망해라’ 하면서 다른 곳으로 떠났을 테니까.

‘쓸데없이 예리하기는.’

-정말이라니까. 그래서 가능하면 잡아보려고 했지.

-그래?

-그래. 그리고 합을 맞춰볼 기회도 될 테니까.

-그렇게 말하니까 조금 고민이 되네.

이세연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래도 이건 내가 네 부탁을 들어주는 거잖아.

-……그래서?

-그러면 너도 나중에 내 부탁을 하나 들어줄 수 있지?

-물론이지!

-생각 좀 하고 말해. 속 뻔히 보이거든?!

태현이 나중에 모르는 척할 게 뻔히 보였다. 이세연은 어이가 없어서 다시 말했다.

-음, 으음, 으으으음……

-……나한테는 부탁을 하면서 내 부탁은 그렇게 들어주기 싫어?

아무리 이세연이라도 이건 살짝 상처였다.

그렇게 싫나?

아니, 그녀가 무슨 죽으라는 부탁을 할 사람도 아니고…….

-응!

그리고 태현은 과하게 솔직한 사람이었다.

-……XXX.

-뭐라고?

태현은 개로 시작해서 끼로 끝난 단어를 들은 것 같았다.

-아무것도 아니야. 어쨌든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지. 받아들이지 않으면 파티는 없어.

-악마들에게 고통받는 오스턴 왕국의 플레이어들이 불쌍하지 않…….

-안 불쌍해.

-대회 시작하기 전에 합을 맞춰봐야…….

-너 그런 거 신경 안 쓰잖아.

-젠장. 알겠어. 들어주면 되잖아. 대신 무리한 거면 안 돼.

-그런 건 시킬 생각도 없었어.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분명 이득이기는 했다.

이세연의 권능 스킬을 얻고, 그녀의 협력을 얻어서 태현의 원수인 악마 갈그랄도 사냥할 수 있었다.

게다가 말하는 걸 보니 랭커 사제 플레이어인 김철수도 덤으로 올 것 같았다.

그럼에도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찜찜함! 자기도 모르는 함정에 발을 한 발짝 디딘 느낌이었다.

그러나 태현은 알지 못했다.

저택의 다른 곳에서 지금 겪은 것보다 몇 배는 더 큰 폭풍이 준비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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