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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71화 (371/1,826)

§ 나는 될놈이다 371화

유 회장은 황급히 태현의 입을 막으려 들었다.

“그래서 사원들하고 같이 레벨 업을 하셨다 이거죠? 그런데 걔네들은 다 어디 갔어요?”

“지금은 같이 안 다니지.”

“……?”

“사원들도 자기 일을 해야 하지 않겠나.”

“사원들 불러서 파티 플레이하셔놓고 전혀 설득력이 없는…… 아. 알았다. 어르신이 더 이상 경험치를 못 받아서 따로 다니시는 거구나.”

“……!”

유 회장은 깜짝 놀랐다.

이놈이 어떻게 알았지!?

레벨이 낮았을 때에는 비교적 고렙인 사원들과 같이 파티를 하면 쭉쭉 경험치가 올랐다.

그렇지만 순식간에 레벨을 따라잡고 그들과 비슷해지자, 별로 이득이 없어졌다.

레벨이 비슷하면 온갖 현질한 장비로 중무장을 하고 있는 유 회장의 실력이 더 뛰어났다.

그래서…….

-회장님!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아, 아니야. 자네들도 일 봐야지. 나는 이만 혼자 하겠네.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괜찮다니까!

유 회장은 도망치듯이 그들하고 갈라져 나왔다.

고마운 건 고마운 거지만 레벨 업을 위해서는 피도 눈물도 없다!

혼자서 경험치를 독점하고 말겠다!

그런 속마음을 태현한테 들킨 것이다.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크흠, 크흐흠…….”

“그러면 여기는 악마 사냥하려고 오신 거네요.”

카달타 성을 거점으로 이 주변의 악마들을 사냥하면 경험치가 쏠쏠하게 나올 것이다.

“그렇지.”

“퀘스트는 깨시고 있으시죠?”

“레벨 업을 우선시해야 하는 거 아니야?”

“레벨 업도 좋지만 퀘스트 깨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디서 누구한테 말을 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뜨끔!

유 회장은 태현을 쳐다보았다.

‘이놈, 독심술이라도 쓰는 거 아냐?’

게임 관해서는 상대방이 무슨 생각으로 뭘 하고 있는지 다 맞춰 버리는 태현!

실제로 유 회장은 사원들과 정지용 비서실장의 조언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참고한 건 보통 판온 게시판의 공략 글!

-레벨이 깡패니 퀘스트보다도 효율 좋은 사냥터를 찾아서 올려라.

-스킬은 비교적 나중에, 레벨 업을 먼저.

물론 레벨을 올리는 건 정석 중의 정석이었지만, 태현은 생각이 좀 달랐다.

판온에서 스킬은 상당히 중요했던 것이다.

태현의 말을 들은 유 회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퀘스트를 깨다 보면 레벨 업에 소홀해지지 않나?”

레벨 업을 하려고 효율 좋은 사냥터를 돌다 보면 필요한 퀘스트를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퀘스트를 깨면 효율 좋은 사냥터에 비해 경험치가 떨어졌다.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문제!

그러나 태현은 뭐 그런 당연한 걸 묻냐는 듯이 대답했다.

“그러니까 경험치를 엄청나게 많이 주는 퀘스트를 해야죠.”

“…….”

유 회장은 순간 ‘그걸 말이라고 하냐’라고 하려다 참았다.

태현은 실제로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런 퀘스트를 어디에서 찾아?”

“하하. 어르신. 어르신 앞에 누가 있습니까?”

유 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태현의 친절한 태도가 유 회장을 경계하게 만든 것이다.

저번에도 저 친절한 모습에 속았다가 지하 광산에 가서 용암 물고기들과 사투를 벌여야 하지 않았던가!

“저만 따라다니시면 아주 굵직굵직한 퀘스트를 원 없이 하실 수 있습니다. 아키서스 교단 공적치는 덤으로 나오겠네요. 하하.”

“……생, 생각해 보지.”

“그래서 저분은 누군데요? 어르신 회사 사원들도 아니면…….”

“아. 저 사람.”

유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정지용 비서실장도 보내고, 사원들도 보낸 유 회장은 혼자서 사냥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미 풋내기 티는 예전에 벗어버린 유 회장이었다.

카달타 성의 성벽에 있다가, 악마들이 필드에 나타났다는 정보를 얻으면 바로 달려가서 사냥하고, 다시 카달타 성으로 돌아와 장비를 수리하고 아이템을 보충!

지금 유 회장은 효율적인 레벨 업에 목숨을 건 사냥 기계였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저, 회장님.”

“……?”

게임에서 그가 회장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유 회장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말을 건 것은…….

“김 전무?”

“예! 알아보시는군요! 하하!”

“자네가 여기는 무슨 일로?”

“회장님께서 판온을 하신다는 말을 듣고 왔습니다! 혼자 하시면 적적하실 거 아닙니까! 제가 말동무라도 되어 드리려고 합니다!”

“어…… 으음…….”

유 회장은 말끝을 흐렸다.

김 전무의 모습을 보니, 아무리 봐도 판온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뉴비였다.

적적이고 말동무고 뭐고 아무 도움도 안 될 게 분명!

효율적으로 사냥하려고 데리고 다니던 고렙 사원들도 다 두고 왔는데 웬 짐덩어리가 나타난 것이다.

“……자네 레벨이 몇인가?”

“예? 잠깐만요. 1이군요!”

“……그래…….”

“회장님! 낚시를 하러 가신다면 제가 가방을 들어 드리겠습니다!”

유 회장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김 전무가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

다만 눈치가 더럽게 없을 뿐!

판온에 대해서 전혀 모르니 유 회장을 도와준다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 * *

“그래서요?”

“그래서 계속 같이 다니고 있잖아!”

유 회장은 울컥해서 태현에게 외쳤다.

아까 악마들이 나타났을 때도 김 전무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으악! 으아악! 으아아악! 회장님! 피하십시오!’ 이런 소리만 하면서 발만 굴렀을 뿐.

실질적으로 악마들을 다 사냥한 건 유 회장이었다.

“쯔쯔…… 도움이 안 되는 놈들은 빨리 잘라내셨어야…….”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이놈아.”

유 회장은 입맛을 다시며 김 전무를 쳐다보았다.

눈치 없는 주제에 또 속은 좁아서 삐지면 오래 가는 놈!

능력이 없는 건 아닌데, 솔직히 상대하기 귀찮았다.

‘김 전무하고 같이 어울려서 좋게 끝났던 적이 없어!’

둘이 대화하는 동안, 김 전무는 태현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유난히 유 회장과 친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이는 저 청년!

저 청년은 뭐 하는 사람이란 말인가?

‘조사해 봐야겠군.’

게임에 대해 관심이 없는 김 전무는 태현이 뭐 하는 사람인지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눈치 없는 새…… 아니, 눈치 없는 김 전무였지만 그도 느끼고 있었다.

유 회장이 판온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낚시나 하러 온 사람은 낚싯대를 휘둘러서 악마 모가지를 뎅겅뎅겅 날리지 않았다.

전투적으로 덤비는 유 회장의 모습은 낚시꾼이 아니라, 무슨 전쟁터에서 계속 구른 역전의 전사 같은 용맹한 모습!

정지용 비서실장이 생각했던 것처럼, 김 전무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판온에 대해 조사하고 저 친구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이걸로 두각을 드러내겠다!’

그러는 사이 태현이 이끄는 수레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우드스탁 길마와 나름 친한 길드의 요새였다.

“여기서 내려주면 되냐?”

“그, 그래. 고맙다.”

우드스탁 길마는 태현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

오늘 하도 많은 일이 있어서 정신이 없었다.

요새를 뺏기고, 길드 연합한테는 배신당하고, 태현한테는 도움을 받고, 쑤닝한테는 공격을 받고…….

그래도 최악은 아니었다.

길마인 그를 포함해서 길드원들은 사망 페널티 없이 멀쩡했던 것이다.

피해는 크지만 어떻게든 다시 해볼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태현에게 고마운 마음이 물씬 치솟았다.

“정말 고맙다. 네 덕분에…….”

“뭐, 더 고마워해야지.”

“…….”

‘별걸 가지고’, ‘고마워할 필요 없어’ 같은 반응은 태현에게서 기대할 수 없었다.

더 고마워해라!

“……그, 그래.”

우드스탁 길마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자리에 있던 모두에게 퀘스트창이 떴다.

<갈그랄의 강림-오스턴 왕국의 악마 군세 퀘스트>

파괴와 혼돈은 악마들에게 좋은 먹잇감이다.

왕국이 불타고 혼돈으로 넘칠수록 더 많은 악마가 마계에서 넘어올 수 있는 것이다.

카달타 성에 들이닥친 악마 군세는 강력한 의식을 통해 그들의 주인인 갈그랄을 불러냈다.

우두머리가 생긴 악마 군세는 한층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죽고 싶지 않다면 그들을 토벌해야 한다!

보상:?

“…….”

“…….”

자리에 있던 모두가 태현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거 어떻게 할 거야’라는 눈빛!

악마 군세를 모아서 쑤닝을 괴롭힌 건 좋은데, 너무 막 나간 나머지 퀘스트 규모가 커진 것이다.

태현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다른 왕국 가야겠네.”

“……야!”

방금까지 고마운 마음이 싹 사라지는 태도!

그러나 태현도 속으로는 고민하고 있었다.

태현은 혀를 찼다.

‘갈그랄이면 그놈이지?’

마계에서 아다드 밑에 있던,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던 악마.

그 악마는 태현과 상성이 안 좋았다.

사람의 말을 아예 안 듣고 자기 할 것만 하니 화술 스킬이 잘 안 통하는 것이다.

그런 놈이 내려왔다니.

‘무식하게 날뛰겠군.’

안 봐도 상상이 갔다. 닥치는 대로 ‘아키서스 나와라!’ 하면서 부수고 다니겠지!

‘아탈리 왕국까지 안 내려오게 하려면…… 오스턴 왕국에서 끝내야 한다!’

오크 대공세 때도 그랬지만, 태현의 약하고 갸날픈 영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왕국에서 싸워야 했다.

물론 그 다른 왕국 쪽의 플레이어들은 다르게 생각하겠지만!

일단 태현은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권능 스킬을 얻고 싶었던 것이다.

우드스탁 길드 앞에서 아이템을 사용하면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챌 수도 있었다.

‘어? 김태현 설마 아까 던전에서 갖고 나온 걸 쓴 건가? 그거 사실 좋은 거였나?’ 같은 의심을 굳이 살 필요 없었다.

“뭐 나중에 보자고.”

“잠, 잠깐만! 너도 악마 퀘스트 떴잖아!”

“떴지.”

“같이 깨자! 이건 혼자서 무리라니까!”

“싫은데? 혼자 깰 자신 있는데?”

“아냐! 다시 생각해 봐!”

“다시 생각해도 깰 자신이 있군.”

“아니라니까!”

우드스탁 길마는 태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지금 요새를 날려 먹은 것 때문에 얻은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대박을 터뜨려야 했다.

저 갈그랄이라는 악마가 강림한 건 큰 위기였지만, 동시에 기회였던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피해를 입은 전력으로 싸우기에는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쑤닝 길드는 우드스탁 길드에 이를 갈고 있을 것이다.

원인을 따져보면 쑤닝이 잘못한 거긴 했지만, 이미 눈이 뒤집힌 쑤닝에게 그런 말은 통하지 않을 게 분명!

남은 건 태현과 함께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내가 필요한 거 다 지원해 줄게! 너 폭탄 만드는 거 좋아하잖아! 내가 경매장에서 다 재료 사다 줄게!”

“누구를 테러리스트처럼 말한다?”

‘맞지 않나?’

케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우드스탁 길마는 이제 체면도 벗어던지고 달라붙었다.

기둥뿌리도 뽑아서 줄 것 같은 기세!

“음, 그러면 좀 생각해 볼까…….”

태현은 못 이긴 척, 말끝을 흐렸다.

“……!”

그 모습에 우드스탁 길마는 눈을 번쩍 떴다. 미끼를 문 것이다.

태현이 저렇게 말한다는 건, 그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같이 깰 수도 있다는 것!

* * *

“와…… 태현이 이놈시키 진짜…….”

김태산은 중얼거리며 영상을 쳐다보았다.

카달타 성이 불타고 있는 영상!

영지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저런 걸 보니 등골이 서늘했다. 쑤닝은 아마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김태산도 더 따라갔을 경우 크게 당했을 것이다.

태현은 수틀리면 악마 군세를 쑤닝이 아니라 김태산의 영지에도 풀 수 있는 놈이었으니까!

다행히 쑤닝이 있어서 대신 맞아준 거지, 아니었다면…….

‘어떻게 복수를 해준다?’

김태산은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오스턴 왕국에 영지가 있는 김태산은 아탈리 왕국에 영지가 있는 태현보다 불리했다.

오스턴 왕국이 더 적이 많고 치안도 안 좋은 것이다.

서로 영지를 공격하면 김태산이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컸다.

우우웅-

고민하는 동안 걸려온 전화.

모르는 번호였다.

김태산은 전화를 받았다. 전화 너머에서 긴장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십니까? MBS에서 PD로 일하고 있는 배장욱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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