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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70화 (370/1,826)

§ 나는 될놈이다 370화

“응??”

태현은 정말 놀랐다.

뭔 주인님?

“저, 저기요! 태현 님! 위에!”

이다비가 위를 가리켰다.

날개 악마가 성벽 위에 있던 쑤닝 길드원들의 공격을 피해서 날아오고 있었다.

-주인님!

-돌아오실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내가 너희를 버릴 리 없잖아!”

이제까지 잊고 있었던 사람의 뻔뻔한 대답!

그러나 태현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자! 들어가자!”

지금 필요한 건 스피드!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나중에 들어도 됐다.

중요한 건 성문이 열렸다는 것!

“가자! 가자! 가즈아!”

뒤에서 따라오던 길드원들도 성문이 열렸다는 것에 기뻐하며 외쳤다.

쑤닝은 그 모습에 마지막으로 발악하듯이 외쳤다.

“김태현! 멈춰라!”

“너 같으면 멈추겠냐!”

“그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 길드뿐만이 아니라 다른 플레이어들도 피해를 본다!”

절박해진 쑤닝은 발버둥 쳤다.

어떻게든 태현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마음을 바꾸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

“그래! 성안에 있는 다른 플레이어들을 생각해 봐! 악마들이 들어오면 제작 직업이나 그런 플레이어들은 그냥 죽을 수도 있다고! 너 대장장이 좋아하잖…… 좀 멈추라고! 멈춰!”

아무리 말해도 태현은 멈추지 않았다.

게임 방송의 이미지 때문에 착각하기 쉬웠지만, 원래 태현은 자기 일 아니면 게임에서는 남들이 죽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는 사람!

콰콰콰콰-

“안에 들어오잖아?!”

“어떤 새끼가 문 열었어?!”

“악마가 문 열었대!”

“뭔 헛소리를……!”

안에 있던 쑤닝 길드원들이 당황해서 외쳤지만 이미 열려져 있는 성문이었다.

“와, 이 미친놈들. 성문을 세 개나 설치해놨어?”

태현은 열려져 있는 성문들을 빠르게 통과하며 어이없어했다.

이 정도로 성문을 설치하다니.

솔직히 오스턴 왕국에서는 이 정도로 성문을 설치할 필요가 없었다.

단단한 성문 하나만 있어도 성벽 위에서 공격을 퍼부으며 막을 수 있었으니까.

만약 상대가 성문 하나로 못 막을 적이라면, 성문 세 개여도 큰 차이가 없었다.

거의 집착이 느껴질 정도의 방어!

한 번에 열리지 않고 일일이 망치로 부숴야 했다면, 부술 수 있었어도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다.

뒤에서 쫓아오는 악마들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위험한 상황!

옆에 있던 이다비가 말했다.

“음, 저번에 그런 일을 당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사람인 이상 눈 뜨고서 성을 뺏긴 일을 잊을 수는 없었다.

그 말을 들은 태현은 반성했다.

쑤닝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당했는데 이 정도는 하는 게 당연!

“뭐, 중요한 건 잘 풀렸다는 거지. 안 그래?”

“그렇죠!”

둘의 대화를 듣던 케인은 기막힌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왜냐면 둘의 뒤에서는…….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쿠당탕! 콰콰쾅!

“으아악! 뭐야?!”

“악마가 성안에 들어왔다!”

카달타 성안에는 쑤닝 길드원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카달타 성으로 사냥을 오거나 퀘스트를 깨러 온 플레이어들도 많았던 것이다.

그 플레이어들은 멀리서 달려오는 악마 군세에 팝콘을 먹으며 지켜보고 있다가 성문이 열리는 걸 보고 기겁했다.

“뭐하냐?! 왜 성문을 열었어!”

“쑤닝 길드 미쳤냐?!?!?”

쑤닝 길드원들은 플레이어들의 항의에 대꾸할 정신도 없었다.

남쪽 성문으로 들이닥친 악마들이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성문 근처의 가게를 부수고, 회복 효과가 있는 분수를 부수고, 버프 효과가 있는 조각상을 부수고…….

하여튼 돈 좀 되는 것들은 다 부수고 지나가는 악마들!

“막아! 막아야 해!”

쑤닝 길드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성벽 위에서 내려왔다.

저 멀리 태현이 손을 흔들며 도망치고 있었지만 쫓을 엄두도 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어떻게든 악마들을 잡아서 상황을 수습하는 것!

그렇지 않으면 이 카달타 성이 완전히 거덜 나게 생겼다.

“1조! 1조는 이쪽으로 와! 대장간에서 물약 가게 거리를 막는다!”

“도울 수 있는 플레이어들은 와서 도와라! 너희도 퀘스트 떴잖아!”

쑤닝 길드원들은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도와달라고 외쳤다.

성안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도와준다면 큰 전력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별로 내키지 않는 기색이었다.

“아니…… 퀘스트 뜨기는 떴는데…….”

“우리가 그걸 왜 해야 해?”

“맞아. 저 건물들이 우리 건물들도 아닌데.”

“저거 망가지면 너희만 손해잖아. 우리는 그냥 성벽 위에서 화살이나 쏠게.”

저기 저렇게 많은 악마들과 정면으로 붙기 싫다!

“뭐, 뭐라고?”

“못 들은 척하지 마. 정면에서 싸우기 싫다니까. 우리가 왜 그런 걸 해야 해?”

“하면 골드 주냐?”

“평소에 그렇게 세금을 빡세게 뜯으시던데 알아서 해봐.”

평소에 당했던 불만들을 쏟아내는 플레이어들!

“이, 이 자식들이 진짜! 지금 그럴 때냐!”

쾅! 콰쾅!

악마들이 불덩어리를 집어 던지자 광장에 있던 조각상이 하나 더 박살 났다.

“으악! 도망치자!”

“북쪽 성문에는 아직 악마들 없대. 그쪽으로 가자고!”

“그래!”

플레이어들은 우르르 도망치기 시작했다.

악마들이 날뛰고 있었지만 성안은 넓었고 도망칠 곳은 많았다.

싸움에 자신이 있는 플레이어도, 싸움에 자신이 없는 플레이어도 사이좋게 손을 잡고 도망쳤다.

멀리 있던 쑤닝은 울고 싶어졌다.

저 멀리, 카달타 성에서 불길이 솟구치고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악마들이 마법을 쓰는 소리와 건물들이 박살 나는 소리는 덤!

재산 피해가 현실 단위로 억은 가볍게 넘어갈 것 같았다.

현실과 차이점이 있다면, 이건 어디도 책임을 져주지 않는다는 것!

“크으윽…… 크으으윽……!”

“길마님!”

쑤닝이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괴로워하자 길드원들이 달려들었다.

“당장…… 당장 가서 수습해! 수습 안 하면 귀찮아진다!”

“예!”

뒤늦게 쑤닝과 길드원들은 카달타 성안으로 돌격했다.

그러나 아무리 빨리 가도 이미 상황을 돌이키기에는 늦어 보였다.

* * *

한참 카달타 성의 큰길을 질주하다가 방향을 꺾는 태현!

우드스탁 길마는 그런 태현을 가리키며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너……!”

“……?”

“여기 오스턴 왕국에 악마가 나타나는 게 너 때문이었냐?!”

“……!”

우드스탁 길마의 의심은 당연했다.

갑자기 성문이 열리더니 날개 악마가 달려와서 태현에게 주인님이라고 하는 것이다.

아무리 봐도 오스턴 왕국에서 나타난 악마들과 연관성이 있지 않나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

물론 두 악마는 전혀 상관이 없었지만…….

‘어떻게 알았지?!’

우드스탁 길마의 속셈을 모르는 태현은 당황했다.

사실 정말로 태현 때문이었으니까!

마계에서 악마 아다드한테 친 사기를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걸 우드스탁 길마가 깨닫다니.

‘뭐지? 영원히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벌써 들키다니. 어떻게 알아낸 거지?’

자칫하면 오스턴 왕국에 있는 모든 플레이어가 태현의 적이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

안 그래도 판온 1의 적들이 우글거리는데 거기에 더 적을 추가하고 싶지는 않았다.

태현이 망설이는 동안 대답한 건 이다비였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이 악마는 에스파 왕국에서 데리고 온 악마들인데.”

“아, 그거였나.”

우드스탁 길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쑤닝이 개망신을 당했던, 에스파 왕국에서 일어났던 악마 에다오르 퀘스트는 그도 알고 있었다.

그때 남은 악마들이 분명했다.

“김태현!!!”

뒤에서 악마보다 더 짙고 깊은 어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쑤닝이었다.

“네놈…… 네놈…… 설마…… 오늘을 위해서…… 그 악마들을 안에 숨겨놓은 거냐?”

쑤닝은 대체 멀쩡하던 성의 성문이 왜 열렸는지 길드원들에게 물어봤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갑자기 내성 쪽에서 조각상들이 깨어서 날아갔습니다!

-성문 개폐 장치에 가서 갑자기 성문을 열어버렸어요! 설마 여기를 노리는 놈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해서 순식간에……!

성벽 위에서 막는 데에만 집중하던 쑤닝 길드는 그대로 허를 찔린 셈이었다.

그러나 쑤닝은 믿을 수 없었다.

대체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이런 순간을 위해 성에 부하 악마를 남겨 놓고 간단 말인가?

이건 큰 그림 수준이 아니었다.

“대답해라! 김태현! 이걸 노린 거였나?!”

“……물론 그렇지!”

물론 아니었다.

까먹고 있다가 날개 악마들이 소란을 듣고 알아서 튀어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상대방이 알아서 오해를 해주자 태현은 그냥 맞춰주기로 했다.

“말도 안 돼! 대체 어떻게!”

쑤닝 길드원들도 놀랐고,

“정말 이걸 예상하고 악마들을 대기시켜놨다고?”

우드스탁 길드원들도 놀랐고,

“……너 저거 그냥 잊고 있었던 거 아니냐? 나도 잊고 있었는데.”

케인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몸을 돌렸다.

이미 원하는 건 다 이룬 상황!

카달타 성은 지금 악마들이 날뛰고 있으니 완전히 박살이 날 것이고, 쑤닝 길드는 수습하느라 쫓아오는 건 꿈도 꾸지 못할 것이다.

이제 유유자적하게 북쪽 문으로 도망치면 끝…….

“너, 너, 거기서 뭐 하는 거냐?”

“어르신?”

익숙한 목소리에 태현은 고개를 돌렸다.

유 회장이 처음 보는 중년 남자 한 명과 같이 악마들을 두들겨 패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유 회장이 낚싯대를 휘둘러 악마의 목을 뎅겅뎅겅 베고 있었고, 같이 있던 남자는 히익거리며 뒤에 숨어 있었다.

유 회장이 같이 있던 남자를 쳐다보는 눈빛이 볼만했다.

한심한 짐덩어리를 보는 눈빛!

“너, 설마 악마를 끌고 온 게…….”

“저 아닌데요?”

“네놈이 아니면 누가 했겠냐?!”

“제 의견과 어르신 의견이 다르니 남은 건 법정에서 해결을 보죠. 그러면 이만!”

“같이 가자, 이놈아!”

유 회장은 덥석 수레에 올라탔다.

생각지도 못한 악마 군세 습격에 어떻게 해야 할까 싶었는데, 잘 됐다 싶었다.

“어르신, 실력이 좀 많이 느셨습니다?”

“흠흠, 내가 좀 늘었지.”

태현의 칭찬에 유 회장은 나잇값도 못하고 기뻐했다.

솔직하게 말해서, 정말로 기뻤던 것이다.

판온 내에서 따지면 태현은 이름만 말해도 다들 아는 실력자!

유성 그룹의 사원들도 ‘우리가 김태현을 어떻게 따라가요~’ 할 정도의 실력자 아닌가.

그런 태현이 많이 늘었다고 하니, 뿌듯하고 기쁜 게 사실이었다.

이제까지 한 노력이 보상을 받는 기분!

“그런데 이 악마들은 왜 여기 온 거냐?”

“제가 싫어하는 놈 괴롭히려고 그랬죠. 그런데 이분은 누구?”

“이야기하자면 긴데…….”

수레에 탄 남자는 태현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넌 누구냐’는 눈빛!

“내가 저번에 내려달라고 했었잖아?”

“네. 친구 만나야 한다고 하셨죠. 그런데 친구가 있으셨어요?”

“…….”

꽈악!

유 회장은 낚싯대를 움켜잡았다.

그래도 이제 태현한테 한 방 정도는 먹일 수 있지 않을까?

“나, 나도 친구 하나 정도는…….”

“판온 같이 하는 친구는 아버지 정도밖에 없어서 아버지 만나시나 싶었죠. 그런데 아까 안 보여서 누구를 만나셨나 싶었는데.”

“응? 김태산 그 친구도 여기 있었나?”

“이 근처에서 영지 키우고 있으니 찾아가시면 좋아하실걸요.”

유 회장은 방금까지 태현이 김태산이 하던 일을 방해하고 도망쳤다는 걸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쨌든 자네들하고 갈라진 다음에, 나는 한동안…… 음…….”

말하려던 유 회장은 멈칫했다.

비서실장을 시켜서 회사 사원들과 같이 파티 플레이를 했다고 말하는 건 뭔가 민망했던 것이다.

‘레벨 업 하려고 그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하는 눈빛이 돌아올 것 같았다.

“설마 회사 사원들 불러서 같이 파티 플레이한 건 아니죠? 주말에 등산 같이 가자고 하는 상사도 아니고 그러면 속으로 욕해요.”

“…….”

“……설마 진짜였습니까?”

농담 삼아서 한 말에 유 회장이 침묵하자 태현은 경악했다.

어쩐지 레벨이 팍팍 올라가 있다 싶었다.

“아, 아니야! 자기들도 다 하고 싶다고 했어! 수당도 제대로 챙겨줬…….”

“유성그룹이 사원들 괴롭힌다!”

“야, 이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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