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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66화 (366/1,826)

§ 나는 될놈이다 366화

우드스탁 길드원들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천하의 김태현이 도망친다는 방법을 쓰다니!

“아니, 왜 도망을 쳐?”

“맞아! 네 실력이면 다 쓰러뜨리고 갈 수 있잖아!”

땍땍대며 쏟아지는 항의!

우드스탁 길드원들은 최강지존무쌍 길드원들에게 맺힌 게 많았다.

밖에서 같은 길드원들을 쓸어버리고 애써 가꿔온 요새를 꿀꺽 점령해버렸으니 당연한 것!

물론 태현이 그런 당연한 마음을 신경 써줄 정도로 친절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것들이 나한테 뭐 맡겨놨냐? 같이 던전 한 번 돌았다고 친구라도 된 줄 아나 본데?”

바로 싸늘해지는 목소리!

그 태도에 우드스탁 길드원들은 움찔했다.

같이 던전을 도느라 잊고 있었지만, 생각해 보니 저놈은 ‘그’ 김태현이었다.

투기장 도시에서 쑤닝 길드를 포함한 다른 길드 여럿을 작살 내버린 PK의 화신!

그때 영상은 아직도 PK 좋아하는 플레이어들의 교본처럼 돌아다니고 있었다.

“내가 너희들 도와주면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면서 고개 숙이고 있지는 못할망정 옆에서 징징거려? 나한테 맡겨 놓은 거 있냐? 물에 빠진 놈 구해놨더니 아주 보따리까지 내놓으라고 그러네. 내가 던전 공략할 때는 하나도 안 도와준 놈들이…….”

“그, 그건 우리가 도와주려고 했는데 네가 멋대로 움직인…….”

“뭐라고?”

“아, 아무것도 아니야.”

태현과 눈이 마주친 길드원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괜히 혼자 나서 봤자 본전도 못 얻을 것 같은 분위기였던 것이다.

물론 길드원의 말이 맞았다.

태현이 솔선수범해서 던전 공략에 앞장선 건 오로지 경험치 때문이었으니까.

6층의 보상을 최대치로 누리겠다!

그렇게 해도 태현이 레벨업을 할까 말까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지금 그 말을 할 배짱이 있는 길드원들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우드스탁 길마까지 시선을 돌리고 있는 상황!

“내가 도와주면 얌전히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들여라. 응? 이것저것 토 달지 말고.”

지금 태현에게서는 판온 1을 할 때 태현의 분위기가 풍기고 있었다.

“우와…… 장난 아니다.”

“살벌한 거 봐. 원래 이럽니까?”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작게 수군거렸다.

아까까지는 사람 좋게 웃던 태현이 정색하니 정말 무서웠던 것이다.

그러나 케인은 별로 놀란 것 같지 않았다.

“뭘 이런 걸 갖고 놀라고 그러냐.”

“!”

“역시……! 태현 님한테 매번 욕을 먹는다는 게 거짓말이 아니었군요! 저 정도는 별로 놀랍지도 않은 거야!”

“누가 그딴 소리를 해?! 이다비냐!? 이다비지?!”

케인이 발끈하는 동안 우드스탁 길마는 싸늘해진 분위기를 달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하, 뭔가 오해가 있었던 거 같은데…….”

자신도 모르게 우드스탁 길마는 많이 비굴해진 모습이었다.

던전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힘 때문!

당당한 척하려고 해도 이미 태현이 싸우는 걸 본 몸은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무슨 오해? 너희들이 나하고 친구일 거라고 생각한 오해?”

“아니. 그건…… 우리는 같이 던전을 깼잖아! 안 그래? 그 정도면 이미 친구지?”

“음. 뭐 그럴 수도 있겠지.”

“?!”

“?!?!!”

케인과 이다비가 태현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도망가!’

‘도망가, 멍청아!’

태현학이 있다면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케인은 태현을 상대하는 법에 익숙해져 있었다.

지금 저 말은 위험 징조!

‘네 말에 동의한다’=‘널 살살 달래서 네 전생의 재산까지 빼먹겠다’와 똑같은 뜻!

그러나 우드스탁 길마는 둘의 친절에도 불구하고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 그 정도면 친구잖아!”

오히려 태현의 반응에 기뻐하는 모습!

‘아. 끝났다.’

‘불쌍한 놈.’

“우리 정도면 친구인 거지!”

“그래?”

“그렇다니까!”

“그래. 난 잘 모르겠지만 네가 친구라니 뭐 친구인가 보지. 그러면 친구야. 설마 친구를 공격하는 걸 돕지는 않겠지?”

“어…… 어?”

“뭘 어야. 네가 들어간 대형 길드 연합 말하는 거잖아.”

“어…….”

우드스탁 길마는 말문이 막혀서 어버버거렸다.

이 상황에서 태현이 길드 연합을 꺼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뭐야. 친구라고 하지 않았어? 나한테 거짓말을 한 건가?”

왠지 모르게 태현의 목소리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우드스탁 길마는 급히 말했다.

“친구지!”

“그러면 친구를 공격하는 걸 돕지는 않겠지?”

“그…… 렇지!”

“오히려 친구를 공격하려는 놈들은 같이 패야겠지? 쑤닝 같은 놈들 말이야.”

“쑤닝은 괜찮지! 같이 밟자고!”

안 도와준 것에 대한 원한!

쑤닝을 공격하는 것은 오히려 찬성이었다.

“쑤닝뿐만 아니라 친구를 공격하려는데 가만히 지켜만 본 놈들도 같이 패야겠지?”

“아, 아니, 그건 좀…… 그냥 가만히 있었던…….”

태현은 지금 대형 길드 연합의 전원을 적으로 돌리라고 말하고 있었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강제로 배신자가 되게 생긴 상황!

“친구라며.”

“그, 그게…… 그렇긴 한데…….”

“친구야? 아냐?”

태현이 롱소드를 탁탁 두드렸다. 아까 태현이 딜을 넣는 걸 본 우드스탁 길마는 꿀꺽 침을 삼켰다.

“친구…… 입니다…….”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존댓말!

“그렇지. 잘 아네. 그러면 앞으로 친구를 지켜줄 거지?”

“그, 그래…….”

“그래. 그래. 나도 친구가 생겨서 기쁘네. 난 친구인 줄도 몰랐는데 말이야. 친구라니까 뭐 친구인 거겠지. 안 그래? 친구? 하하하!”

“하, 하하, 하하하…….”

우드스탁 길마는 혼이 빠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 좀 수습해 보려고 했다가 뭔가 더 큰 혹이 생긴 느낌이었다.

“그러면 슬슬 올라가 볼까?”

“잠, 잠깐만. 우리는 친구니까 그래도 좀…… 도망치는 것보다는…… 최강지존무쌍 길드를 몰아낼 방법이 없을까?”

“뭐? 너는 지금 친구보고 친구의 아버지를 공격하라는 거냐? 어떻게 그렇게 사악할 수가 있냐? 네가 그러고도 친구냐?”

“…….”

치사하게 정색하는 태현이었다.

‘자기는 맨날 보면 공격하면서!’

‘진짜 뻔뻔하다!’

* * *

“뭔가 이상하다.”

김태산은 인상을 찡그리고서 던전의 입구를 쳐다보았다.

일반 플레이어들은 눈치를 보면서 한둘씩 나오고 있었지만 우드스탁 길드원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던전을 돌파하던 최강지존무쌍 길드의 아저씨들은 우드스탁 길드원들이 6층으로 빠졌다는 걸 깨달았고, 그 즉시 물러섰다.

우드스탁 길마를 포함한 공략 파티는 길드의 최강 전력.

괜히 던전의 최심부로 들어가 상대방에게 유리한 싸움을 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기다리다 보면 불리한 놈들이 알아서 나올 줄 알았는데…….

“나올 때가 벌써 지났는데.”

“조금 더 기다려보는 게 어떻습니까?”

“그놈이라면 벌써 나왔을 거야. 아직까지 거기서 버티고 있을 리가 없는데.”

“설마 던전을 깨는 거 아닐까요?”

“크하핫! 우리가 여기를 점령했는데 그 와중에 던전을 공략할 정도의 배짱이라면 그놈이 애초에 우리 사냥터에 와서 공격하고 튀지도 않았겠지. 바로 전면전으로 갔을걸?”

김태산은 우드스탁 길마를 얕잡아보고 있었다.

전면전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 걸지 못하고, 남의 사냥터에 가서 깽판 정도만 치는 얄팍한 속셈.

‘이 정도로는 전면전까지는 안 가겠지~’라는 속마음이 뻔히 보였다.

자기네는 덩치가 있고, 다른 연합 길드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김태산은 그런 계산 밖에 있는 남자였다.

누군가가 선빵을 갈긴다면?

전면전!

누군가가 견제를 하고 도망친다면?

전면전!

누군가가 도발을 한다면?

전면전!

계산이고 손해고 연합이고 동맹이고 승산이고 뭐고 다 필요 없었다.

시비를 걸어오면 최선을 다해 박살 낸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안 나온다는 건…… 뭔가 이상하긴 하군. 던전에 다른 탈출구가 있는 게 아닐까?”

“사전에 수집한 정보에는 없었습니다만.”

“우리가 모은 정보는 5층까지였잖아. 6층에는 출구가 있을지도 모르지.”

부릉, 부르릉, 부르르릉-

“?”

“??”

던전 안에서 뭔가 부르릉대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판타지 온라인에서는 상당히 듣기 힘든 특이한 소리!

“저거 뭔 소리냐?”

“어, 저거 들어본 적 있는 거 같은데요.”

“어디서?”

“드워프 도시에서 드워프들이 타고 다니는 기계 자동차가 저런…….”

“그게 왜 던전 안에서…….”

콰콰쾅!

그 소리와 함께 안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물론 태현, 케인, 이다비가 이끄는 오토바이와…….

뒤에 매달은 수레에 타고 있는 우드스탁 길드원들!

“?!?!?!?!?!”

정말 생각지도 못한 모습에 아저씨들의 반응이 늦었다.

퍽!

[붉은색으로 칠한 날아다니는 오토바이에 정통으로 부딪혔습니다. 강렬한 충격을 받습니다.]

[잠시 동안 움직일 수 없습니다.]

[칭호:최초의 교통사고를 얻었습니다.]

“컥!”

“아차!”

태현은 잘 컨트롤해서 피해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김태산이 갑자기 움직이는 바람에 치어버린 것이다.

누워서 쿨럭이는 김태산이 ‘아차’라는 목소리를 듣고 눈썹을 찌푸렸다.

“잠깐, 이 목소리는…….”

“잘못 들으신 것 같습니다.”

“너 인마!!”

“하하! 가자!”

김태산의 분노가 쏟아지기 전에, 태현은 오토바이의 출력을 최대로 올렸다.

어지간한 탈 것은 상대도 안 되는 빠른 속력!

그들은 순식간에 던전 입구에서 빠져나와 요새 입구까지 통과했다.

워낙 강렬한 모습에 앞을 막아서는 플레이어들은 없었다.

“으아, 으아, 으아아아! 흔들려! 흔들린다고!”

[덜컹거리는 수레 위에 앉아 있습니다. 체력이 감소합니다.]

[멀미 상태에 빠집니다. 명중률이 하락합니다.]

“운전, 좀, 잘해, 봐!”

“어쩔 수 없어. 조용히 하고 쫓아오는 놈들 공격이나 해라.”

“여기서, 어떻게, 맞추라고!”

던전 안에서, 태현은 오토바이 뒤에 매달 수레를 급조했다.

수레라고 해도 약한 수레가 아니었다.

질 좋은 A급 강철을(우드스탁 길드가 갖고 있는) 통째로 사용해서 튼튼하게 만들고, 겉에는 주변 공격을 막을 수 있게 창날을 박아 놓았다.

안에 탄 길드원들이 공격을 하면 추격을 방해할 수 있는 전투용 수레!

오토바이를 몰던 이다비가 갑자기 생각나서 물었다.

“어, 그런데 마차를 만들면 훨씬 낫지 않았을까요? 어차피 쟤네 재료로 만드는 건데?”

“아. 마차는 제작법 필요하더라. 수레는 그냥 만들 수 있는데.”

“……대장장이 기술 스킬이 고급인데 마차 제작법이…… 없다고요?”

“아니, 살다 보면 없을 수도 있지. 왜 그런 눈으로 쳐다봐?”

극단적인 방향으로 편중된 태현의 대장장이 기술 스킬!

“김태현, 너 인마! 죽을래!!!”

“윽!”

[오크의 전투 함성을 들었습니다. 전 스탯이 일시적으로 하락합니다.]

[저항에 성공합니다.]

들판에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오크의 고함!

태현이야 가볍게 저항에 성공했지만, 이다비나 다른 플레이어들을 보니 타격을 입은 모양이었다.

“저 양반은 또 그사이에 레벨을 올리셨나?”

“감히 하늘 같은 아버지를 치고 가?!”

“아, 원래 피해가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거기 들어오신 거거든요?”

“그걸 말이라고 하냐! 너 당장 내려, 인마! 거기 서!”

둘의 대화 내용은 장난 같았지만, 추격하는 기세는 보통이 아니었다.

살벌하게 쫓아오는 오크들!

최강지존무쌍 길드의 탈것은 말이 아니었다.

푸른 전투 늑대!

길들이기 힘든, 테이밍 직업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몇 달이고 공을 들여야 하나를 길들일 수 있는 전투 탈것!

그런 탈것을, 오크 아저씨들은 전원이 타고 있었다.

현질의 힘!

그걸 알아챈 이다비가 안타까운 눈으로 늑대들을 쳐다보았다.

저걸 공격해야 하다니.

저게 다 돈으로 따지면 얼마란 말인가!

“너 지금 이상한 생각 하는 거 아니지?”

“아,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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