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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65화 (365/1,826)

§ 나는 될놈이다 365화

[방향 감각을 잃습니다.]

땅이 미친 듯이 요동치더니, 주변에 대한 감각이 사라졌다.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인지 파악하기 힘든 상황!

“으어억?!”

케인은 비명을 지르며 스킬을 사용했다.

상하좌우를 판단할 수 없을 때에는 일단 버텨야 산다!

꽝!!

다행히 그 판단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케인의 위로 거인의 주먹이 떨어져 내린 것이다.

“컥!”

방패 위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충격에 케인은 신음을 흘렸다.

[거대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장비의 내구도가 하락합니다.]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아키서스에 대한 믿음으로 스턴 상태에서 벗어납니다.]

[행운 부여 스킬로 특수한 효과가 일어납니다.]

‘어?’

태현이 싸우기 전에 걸어준 버프 중 하나. <행운 부여>.

장비에 걸어주는 무작위 버프 스킬이었는데…….

[근거리 순간이동을 시전합니다.]

“으아악! 안 돼!”

몸이 갑자기 허공으로 붕 뜨는 기분!

아직 디버프 상태가 풀리지도 않은 상황에서 공중으로 순간이동하다니.

케인은 이딴 버프를 걸어준 태현을 저주했다.

“김태현 이 자식은 왜 이딴 걸 걸어준 거야!”

쉭-

탁!

케인을 구해준 건 용용이였다.

케인이 위기에 빠진 걸 보고 빠르게 날아가 허공에 순간이동한 케인을 붙잡고 빠져나온 것이다.

골렘은 케인이 영역 밖으로 벗어나자 굳이 쫓아오지 않았다.

뚝-

그 즉시 동작을 멈추고 기다리는 골렘!

“헉, 헉, 헉…….”

“너 나 욕했지?”

“욕 안 하게 생겼냐! 저딴 버프를 걸어줬는데!”

“너 그거 덕분에 산 거 모르냐?”

“윽…….”

태현의 말이 맞기는 했다.

앞을 보니 아까 그 상태에서 저기 계속 있었다면 골렘한테 제대로 두들겨 맞았을 것이다.

몇 대 맞았다고 HP가 절반 넘게 깎여 있는 상황!

“애초에 네가 무리한 걸 시켰잖아!”

케인은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게 말했다.

최소한의 자존심!

그렇게 작게 말하면서도, 태현한테는 ‘나 화났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최대한 사납게 말했다.

그걸 본 이다비는 속으로 감탄했다.

‘정말 쪼잔하게 대단해!’

남들한테 안 들리게 작게 말하면서 최대한 화난 목소리로 말하기!

어떻게 저렇게 쪼잔하게 대단한 테크닉을 구사한단 말인가.

“내가 무리한 걸 시켰다고?”

“그래! 나 혼자 저기로 뛰어들어서 저걸 어떻게 유인해 오냐! 광역기부터 시작해서 온갖 걸 다 쓰는데!”

“……케인, 내가 말한 건…… 그냥 앞으로 가서 <노예의 쇠사슬> 쓰란 뜻이었다.”

“…….”

케인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5m를 넘는 거대한 덩치 때문에, 골렘에게 쇠사슬을 쓸 생각은 아예 떠올리지 못한 것이다.

케인은 급격하게 민망해졌다.

“그, 그러려고 했어! 그러려고 했다고!”

“그래. 믿어줄 테니까 가서 해라.”

돌아서서 앞으로 걸어가는 케인의 뒷모습이 왠지 모르게 초라해 보였다.

* * *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우드스탁 길마는 중얼거렸다.

“대단하군, 대단해. 둘이 영혼의 듀오라는 게 틀린 말이 아니야.”

“예?”

“봐라. 저 둘은 골렘을 상대하는 데 완전히 정보가 없었어. 그래서 먼저 케인을 들여보낸 거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 케인이 저기서 휘젓는 동안 김태현은 뒤에서 어떻게 공략할지 알아내려고 한 거겠지. 봐라. 바로 케인을 빼내잖나. 미리 준비를 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거지.”

“그런 거군요!”

물론 그런 게 아니었다.

그냥 케인이 죽을 것 같아서 급히 빼내온 것이었다.

“그러면 지금 저 둘이 이야기하는 건…….”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겠지.”

“케인이 화를 내는 거 같은데요?”

“강하게 의견을 표출하는 게 분명해.”

“그, 그런가요?”

“원래 의견 교환은 저렇게 하는 거다.”

“그…… 렇군요.”

“어쨌든 힘들 거다. 정보를 좀 얻었어도 저 골렘을 어떻게 깨고 넘어갈지는 떠오르지 않겠지. 좀 있으면 김태현도 포기하고 우리한테 부탁할 거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저 골렘을 쓰러뜨릴 방법을 찾자고! 기대되는군!”

우드스탁 길마의 말에 길드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현이 포기하고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라니.

생각만 해도 기대되는 모습!

‘……그런데 우리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 같은데…….’

태현이 성공하기를 바라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실패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케인이 다시 걸어가는데요?”

“정보를 한 번 더 얻어내려고 가는 거 같군.”

“그렇…… 어?”

휘리릭-

챠륵!

“쇠사슬이다!”

“콤보 스킬!”

골렘에게 쇠사슬이 날아가 감기자, 그걸 알아본 우드스탁 길드원들이 환호했다.

“저 기술은 투기장에서 나왔던 바로 그 기술이잖아!”

“랭커를 한 방에 보내 버린 그 기술!”

“…….”

우드스탁 길마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옆에서 아는 거 나왔다고 환호하는 길드원들이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길마의 표정을 눈치챈 길드원들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사이 케인은 골렘을 앞으로 끌고 왔다.

무게가 얼마나 무겁든, 덩치가 얼마나 크든, 앞으로 끌어당기는 강력한 스킬!

“끌고 왔다!”

“잘했다.”

그리고 이제 태현의 차례였다.

태현의 손에는 검이 아닌 망치가 들려 있었다.

활활 타오르는 망치!

뛰어오른 태현이 골렘의 머리 부분을 향해 정확히 망치를 내려찍었다.

부우우웅-

묵직한 소리가 들리더니,

꽝!!!!

굉음과 함께, 골렘이 앞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도굴꾼들의 수호 골렘이 영원히 쓰러집니다.]

“…….”

뒤에서 떠들던 우드스탁 길드원들이 멍청한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이, 이게 뭔…….”

그들이 당황하는 사이,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기뻐하기 시작했다.

“레벨 업 했다!”

“나도!”

몬스터를 쓰러뜨리면 기여한 만큼 경험치를 나눠 가졌다.

거의 아무것도 안 한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레벨 업 할 정도라면, 경험치가 어마어마한 수준!

다른 던전이었다면 충분히 보스 몬스터를 맡았을 골렘이었다.

“앗, 저도 레벨 업 했어요!”

이다비가 기쁜 목소리로 태현에게 말했다.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잘, 잘됐네.”

태현은 레벨 업을 못 했지만, 아까 레벨 업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 2, 3씩 오른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건 기분 탓이겠지!

우드스탁 길드원들을 돌아보니, 우드스탁 길드원들이 우울한 얼굴로 주섬주섬 아이템들을 늘어놓고 있었다.

“뭐하냐?”

“이거 골렘 잡으려고 준비해 온 아이템들인데…… 무게 많이 차지해서 여기에 두고 움직이려고요…….”

“…….”

어쩐지 움직임이 좀 둔한 길드원들이 몇 명 있다 했다.

저번에 막힌 골렘을 상대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왔던 것!

* * *

어쨌든 골렘을 쓰러뜨린 파티는 나머지 던전의 구역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도굴꾼들 무리가 계속 출몰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보스 몬스터가 보이지 않았다.

기껏해야 함정 정도가 전부!

“엇, 여기 벽에 문자 새겨져 있는데요?”

파워 워리어 길드원 중 한 명이 벽에 새겨진 문자를 발견한 것이다.

“읽을 수 있냐?”

“네. 제가 스킬 갖고 있어서…….”

“그런 스킬을 갖고 있어?”

“특이하네.”

우드스탁 길드원들은 별 희한한 놈 다 보겠다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효율적인 스킬을 우선시하는 그들로서는 저런 문자 해독 스킬은 왜 배우는지 알 수 없는 스킬!

“그래서 뭐라고 쓰여 있는데?”

“이 앞에는 타르카 신의 보물이 잠들어 있으니 자격이 없는 자는 들어서지 말 것이다 라고 적혀 있는데요.”

“타르카 신이면…….”

“아, 뭐야. 꽝이잖아.”

우드스탁 길마가 아쉽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6층을 깨면 뭐가 나올지 많이 기대했는데, 김이 샌 것이다.

“타르카 신이면 그 뭐냐, 교활한 흉내쟁이 신이잖아? 관련 스킬도 화술이고.”

우드스탁 길마는 입맛을 쩍쩍 다셨다.

앞에 있는 보상도 아마 화술 관련 스킬일 가능성이 컸다.

타르카 신은 믿는 플레이어도 얼마 없는 데다가 관련 스킬도 화술이니, 비싸게 팔기는 거의 틀렸다고 봐야 했다.

“하필 왜 저런 게 걸려가지고…….”

“화술이 뭐 어때서?”

“화술 같은 스킬을 누가 익혀? 상인이면 모를까. 상인도 일정 이상으로는 안 익히잖아. 그 시간에 감정을 익히면 익혔지.”

우드스탁 길마는 눈앞에 화술을 고급까지 찍은 플레이어가 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태현은 굳이 화술 스킬이 얼마나 좋은지 말하지 않았다.

남들이 안 쓰면 태현만 좋으니까!

‘화술 스킬이 있으면 게임이 얼마나 편해지는지 모르는군.’

대신 은근히 물었다.

“그래서 보상 안 챙길 거야?”

“아니…… 챙기긴 해야지. 여기까지 왔는데. 던전 클리어도 해야 하고.”

던전을 최초로 끝까지 깨면 나오는 추가 보상.

우드스탁 길마는 저 안의 아이템보다 그 경험치 보상을 더 원하는 것 같았다.

이미 기대가 없어진 얼굴!

“별 쓸모없는 거면 내가 가져도 되냐?”

“……일단 보고. 보고서 쓸모없는 거면.”

우드스탁 길마는 순간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좋은 아이템이라도 나올까 봐 경계하는 모습!

그러나 태현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당연히 같이 보고 보상을 나눠야지.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어.”

어차피 저놈은 봐도 뭐가 좋은 건지 모를 테니까!

* * *

[타르카 신의 의지가 담긴 방에 들어왔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신성이 오릅니다.]

우드스탁 길마는 두근거리는 표정으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가운데에 있는 관을 열었다.

과연 어떤 보상이 들어 있을까?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나온 건 스크롤 하나!

혹시 좋은 스크롤이 아닐까 싶어 확인해 본 우드스탁 길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타르카 신의 권능이 담긴 스크롤:

타르카 신의 권능이 담겨 있는 스크롤이다. 사용할 경우 타르카 신의 권능 중 하나를 얻을 수 있다.

“에이 씨…….”

권능 스킬은 그 신 관련된 직업을 믿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었다.

여기서 타르카 신을 믿는 플레이어는 없었다.

무용지물!

팔려고 해도 워낙 타르카 신을 믿는 플레이어가 적다 보니 팔릴지 의문이었다.

“이걸 어따 쓰라고…….”

“권능 스킬이잖아. 좋지 않냐?”

“뭐라는 거야. 배우지도 못하고 팔아봤자 제값도 못 받는데.”

“잘 팔면 되지.”

“아.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해!”

우드스탁 길마는 투덜거리며 스크롤을 태현한테 건넸다.

경쟁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실망한 것이다.

“길마님, 그냥 줘도 됩니까? 그래도 6층 보상인데…….”

“저거 팔아봤자 우리가 쓴 포션 값도 안 나온다. 차라리 주고 생색이나 내는 게 낫지.”

길드원들의 물음에 길마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길마는 보지 못했다.

태현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는 것을!

‘날로 먹었다!’

우드스탁 길마의 판단이 틀린 건 아니었다.

원래 교단의 권능 스킬은 그 교단 관련된 사람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었으니까.

아무리 좋더라도 배우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물론 태현은 이야기가 달랐다.

‘나가자마자 바로 사용해야겠군.’

지금 사용하면 효과 때문에 우드스탁 길드원들이 눈치를 챌 수도 있었다.

“그런데 김태현. 이제 거의 던전을 다 깼는데, 그다음에는 어떻게 할 거지? 우리를 내보내 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 그랬었지.”

“어떻게? 역시 최강지존무쌍 길드 놈들과 싸워서?”

우드스탁 길마는 살짝 기대하고 있었다.

태현 정도의 전투력이라면 위에서 몇 명이 대기하고 있어도 나름 승산이 있지 않을까?

“아니, 몰래 도망칠 건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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