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364화
“가자!”
기나긴 준비를 끝내고, 우드스탁 길드원들과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던전을 공략할 준비를 마쳤다.
태현 옆에 선 우드스탁 길마는 던전 6층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 6층에 나오는 놈들은 <저주받은 도굴꾼 전사>하고 <저주받은 도굴꾼 주술사>야. 이 전사 놈 중에 활 들고 있는 놈들이 특히 위험한데, 데미지가 장난이 아니거든. 5명보다 적게 나오면 쉽게 처리할 수 있지만 5명보다 넘게 나오면 골치가 아파져. 일단 탱커가 앞에 서서 어그로를 끌어야 하는데, 이게 아무리 탱커라도 쟤네 화살 세 방 맞으면 위험하거든? 두 방 안에 딜을 퍼부어서 화살 공격을 끊어야…….”
우드스탁 길마는 아주 자세하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이 6층을 깨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다는 게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처럼, 그의 분석과 공략은 구체적이고 정확했다.
“……하니까 절대로 조심해야 하고 서투른 짓은 하면 안 돼…….”
“아. 적이다.”
퍽!
저 멀리 통로에서 도굴꾼 전사들이 보이자 바로 머스킷을 꺼내 들어 선빵을 날리는 태현!
“야, 이 XXX야!!!”
우드스탁 길마의 비명을 무시하고 태현은 적들에게 달려들었다.
적은 모두 여섯 명.
두 명은 활을 들고 있고, 나머지 넷은 칼을 들고 있었다.
우드스탁 길드원들이 고전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적들의 레벨은 100 초반, 아니, 중반에 가깝다고 봐야 했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궁수부터 처리하자!’
-용용아, 오른쪽에 퍼부어라!
그림자 잠수 스킬을 사용한 다음 바로 뛰어올라 궁수 앞에 도착한 태현.
이미 공격력은 행운의 일격 중첩을 사용해서 뻥튀기를 시켜 놓은 상태였다.
거기에 사제 플레이어들의 버프까지 받은 상태.
컨디션은 최상이라고 봐야 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크아악!”
도굴꾼 전사가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뒤에 있던 동료가 당한 걸 깨닫자 다른 전사들이 재빨리 돌아섰다.
“침입자들이 어디서!”
“죽여 버리겠다!”
[도굴꾼의 악의 서린 저주가 시전됩니다.]
[이동속도, HP 회복 속도, MP 회복 속도가 모두 내려갑니다.]
[도굴꾼에게 입는 데미지가 증가합니다.]
[신성 권능 스킬로 저주에 저항하는 데 성공합니다.]
도굴꾼들은 휘어진 곡도를 들고 달려들었다. 너풀거리는 갈색 천 갑옷은 낡아 보였지만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었다.
언제나 레벨은 깡패였으니까!
온갖 현질을 한 장비를 입은 레벨 1보다,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는 레벨 100짜리 플레이어가 더 무서운 법!
태현은 재빨리 대응했다.
꺼낸 것은 <소형 번개 폭탄>.
데미지는 다른 폭탄류보다 적은 편이지만 마비, 스턴 효과가 더 길었다.
소형 번개 폭탄:
뇌광석을 이용해 만든 폭탄. 경지에 오른 대장장이가 만들었다. 오발하거나 불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태현이 직접 아탈리 왕궁의 창고에서 뜯어낸 재료로 만들었으니 효과는 확실!
파지직!
[저주받은 도굴꾼 전사가 스턴 상태에 빠집니다.]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지만, 몇 초면 충분했다.
몇 초의 시간이라면 태현에게는 한 명을 쓰러뜨리고 다음 놈까지 쓰러뜨리기 충분한 시간!
-콰아아아!
용용이가 활을 든 도굴꾼을 양 발톱으로 붙잡고 강력하게 번개를 퍼붓고 있었다.
-주인이여. 잡았다! 빨리 처리해라!
“그래. 잡고 있어!”
푹찍!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뒤에서 위험한 공격을 날릴 수 있는 궁수들은 먼저 처리한다.
그다음에 남은 전사들을 하나씩 처리해 나간다.
말은 간단해 보여도 실제로 하는 건 절대로 간단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태현은 아이템 몇 개와 스킬만으로 해내고 있었다.
꿀꺽-
우드스탁 길마는 침을 삼켰다. 김태현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도 이렇게 직접 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주변에서 풍기는 분위기부터가 달랐던 것이다.
‘대단하다!’
우드스탁 길마도 랭커는 많이 만나봤고, 그도 거의 랭커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태현을 보니 그런 생각은 사라졌다.
‘쑤닝 놈이 그렇게 털린 이유를 알 거 같군…….’
쑤닝과는 차원이 다른 품격!
* * *
이후로도 태현은 과감하게(우드스탁 길마의 기준으로는 무식하게) 행동했다.
그럴 때마다 우드스탁 길드가 이제까지 치밀하게 조사해서 쌓아 올린 공략법은 의미가 없어졌다.
문제는 태현이 곤란에 처하지도 않고 아주 잘 처리한다는 것!
-저놈 뭐냐 진짜?
-한 번만 걸려서 망해라!
처음에는 ‘와 대단하다’, ‘저래서 자신 있게 나선 건가’ 하던 우드스탁 길드원들도 태도가 달라졌다.
제발 한 번만 실수를 해서 망신을 당해다오!
태현이 실수를 하면 그들한테도 좋을 건 없었지만, 그만큼 태현이 상식을 벗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태현은 또 한 번 도굴꾼 전사 무리를 쓰러뜨리고 있었다.
파아앗!
“……!”
쓰러진 도굴꾼 전사 중 하나가 <죽은 척하기>스킬을 사용한 다음 재빨리 태현에게 덤벼든 것이다.
물론 태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쾅!
옆에 있던 케인을 끌어당겨서 가볍게 막아낸 것이다.
케인은 이제 당황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막아냈다.
이제 이런 상황에는 너무 익숙해졌다!
그걸 본 우드스탁 길드원들은 탄성을 내뱉었다.
“아…….”
“아깝…….”
그들의 말을 들은 태현이 고개를 돌렸다.
“응? 뭐라고?”
“아, 정말 대단하시구나! 라고 하려고 했습니다.”
“아깝다! 더 쉽게 처리할 수 있었는데 라고 하려고 했습니다!”
곧바로 태도를 바꾸는 길드원들!
태현이 날뛰는 걸 눈앞에서 직접 보니, 더더욱 싸움을 걸 생각이 들지 않았다.
바깥의 김태산과 오크들보다 더 무서운 게 이놈!
그나마 지금은 같은 편이라는 게 다행이었다.
-아오, 저 얄미운 놈! 한 번만 넘어졌으면 좋겠다! 아까 함정은 대체 뭐냐? 김태현 저놈은 왜 안 맞는 거지?
-김태현 회피율이 높다고 들었는데요.
-아무리 높아도 그렇지 저게 말이 되냐!
아까 전, 그들은 함정이 가득한 통로를 지났다.
저번 시도 때 피를 본 우드스탁 길드원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려고 했다.
그러나 태현은 성큼성큼 가운데로 걸어갔다.
당연히 함정은 전부 작동!
온갖 공격이 날아오는데 태현은 멀쩡하게 함정을 통과해서 지나가 버렸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화살부터 시작해서 옆에 설치된 부품까지 뜯어서 챙겨나가는 여유를 보여준 것이다.
뒤에서 보고 있던 우드스탁 길드원들이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대체 저놈은 뭐냐!
-아무리 김태현이라도 다음에는 막힐 수밖에 없을 거다. 우리도 저번에 저기서 막혀서 돌아왔으니까.
-맞아! 분명 다음에는 골렘이 있었지!
-막혀서 우리한테 도움을 요청할 거다. 그때 얼굴을 한번 보자고!
-너무 기대됩니다!
다른 길드원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길드원 중 한 명은 속으로 생각했다.
‘근데 김태현이 활약하면 어쨌든 우리한테는 좋은 거 아닌가?’
맞는 말이었지만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말!
* * *
쿠르릉-
[도굴꾼들의 수호 골렘이 잠에서 깨어납니다.]
[골렘을 상대할 때에는 주의하십시오. 골렘의 주먹에 맞을 경우 크게 다칠 수 있습니다.]
“……!”
새 방에 들어가자 뜨는 메시지창.
저렇게 주의하라는 메시지창이 뜬다는 건 그만큼 상대가 강하다는 뜻이었다.
태현은 고개를 돌려 우드스탁 길마를 쳐다보았다.
우드스탁 길마는 무언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태현을 바라보았다.
-쟤 왜 나를 저렇게 쳐다보냐?
-이제까지 못 깼는데, 태현 님이 있으니까 깰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러는 거 아닐까요?
-그런 거치고는 뭔가 눈빛이 기분 나쁜데?
-태현 님은 언제나 다른 사람 눈빛 기분 나쁘다고 하시잖…….
-시꺼.
태현은 귓속말을 끊고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직사각형의 거대한 방의 옆면에서 골렘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태현은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그러고 보니 이 던전은 무슨 던전이냐?”
“교단의 유적지 던전으로 알고 있는데…….”
“무슨 교단?”
“그거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게 필요한가?”
“던전을 공략하려면 그 던전이 어떤 던전인지 알아야 하지 않나?”
“그런 게 왜 필요해? 그냥 그 던전을 공략하는 방법만 알면 되지. 굳이 배경까지 찾을 필요 있나?”
우드스탁 길마의 말을 듣고 태현은 고개를 저었다.
저런 식으로 하니까 아직까지 못 깨고 있는 거지!
전형적인 대형 길드의 방식이었다.
던전을 조사하기보다는 그냥 플레이어들 숫자로 밀어붙이는 방식.
어찌 됐든 계속 시도를 하다 보면 던전은 깨지게 되어 있었다.
물론 태현은 그런 것보다 좀 더 세련된 방식을 좋아했다.
던전에 대한 배경을 미리 알아내고, 그 던전에서 얻어낼 수 있는 건 다 얻어내는 방식!
“그런 식으로 하니까 못 깨는 거지. 사전 조사는 중요하다고.”
“……네가 할 소리냐?”
우드스탁 길마는 당당하게 말하는 태현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
지금 공략법 말해주는 걸 하나도 안 듣고 혼자서 깨고 있는 게 누군데!
“몬스터 공략법 사전 조사 말고, 던전에 뭐가 있는지 같은 사전 조사 말이야. 멍청한 놈아. 몬스터 공략법 같은 건 쓸데없이 자세하게 조사하면서…….”
태현의 말에 우드스탁 길마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들이 피땀 흘려 노력한 걸 감히 저렇게 말하다니!
“그러면 네가 한번 해봐라!”
“안 그래도 할 생각이었다.”
태현은 저 멀리서 움직이기 시작한 골렘을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았다.
일단 나오기는 했지만 먼저 공격은 하지 않고 있었다.
‘아마 접근하면 공격을 하는 거 같은데…….’
보아하니 우드스탁 길마는 여기서 골렘을 공략하는 데 실패하고 뒤로 돌아간 것 같았다.
옆에서 ‘그러면 네가 한번 해봐라!’ 이러는 걸 보니 뻔한 모습!
태현은 케인을 불렀다.
“케인.”
“왜?”
“저거 여기 앞으로 데리고 와라.”
“??”
5m는 가뿐히 넘길 것 같은 거대한 골렘을 앞으로 데리고 오라니.
케인은 당황해서 태현을 쳐다보았다.
“그, 그냥 우드스탁 길드원들도 같이 움직이면 되지 않냐? 쟤네들도 탱커 있어! 탱커 나만 있는 거 아니야!”
“굳이 쟤네들까지 부를 필요 있나? 너라면 혼자서 할 수 있잖아.”
“아니, 자신 없…….”
“오오!”
“역시……!”
태현의 말을 들은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감탄한 눈빛으로 케인을 쳐다보았다.
덕분에 케인은 ‘자신 없는데’라는 말을 하지 못하고 멈춰야 했다.
“실력을 보여주세요!”
“파이팅! 파이팅! 케인!”
순수하고 밝은 눈동자로 기대하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이 자식들 일부러 이러는 건 아니겠지?’
어찌 되었든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케인은 한숨을 쉬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
어쨌든 태현도 뒤에 있으니, 만약의 상황이 터지면 좀 구해주겠지!
‘적당히 간 보다가 안 되면 바로 뒤로 튀어야겠다.’
“간다!”
그 비장한 모습에 우드스탁 길드원들도 수군거렸다.
“혼자서?”
“말도 안 돼.”
“대단하군, 케인. 말은 많이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역시 김태현과 영혼의 듀오인 이유가 있어. 실력이 걸맞으니까 가능한 거겠지.”
“…….”
케인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어째 점점 더 부담이 되는 상황!
적당히 간 보다가 튀려는 생각이었는데, 도망치기 부담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었다.
“케인. 뭐하냐? 빨리 불러와.”
“에에이! 간다!”
케인은 혼자 앞으로 달려 나갔다.발판에 발을 디디는 순간, 골렘이 눈을 번쩍 뜨더니 달려 나오기 시작했다.
-침입자! 배제!
쾅! 쾅! 콰쾅!
케인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공격을 피했다.
탱커지만 이 정도 회피는 할 수 있었다.
굳이 저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야! 이놈아! 따라와라!”
케인은 골렘을 도발하고 뒤로 움직이려고 했다.
태현과 다른 길드원들이 있는 곳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그러나 골렘은 움직임을 멈추더니, 바닥을 내리찍었다.
붕-
[도굴꾼들의 수호 골렘이 <대지 뒤흔들기> 스킬을 사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