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361화 (361/1,826)

§ 나는 될놈이다 361화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이 새끼들이 동맹한 걸 잊어버렸나?!”

우드스탁 길마는 격렬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다른 길드의 길마들은 말을 돌리며 대답을 피했다.

-아니~ 우리도 도와주고는 싶은데~ 지금 우리도 하는 게 있어서~

-우리 길드 애들은 지금 퀘스트 깨고 있는 게 있어서…….

-우리 길드 애들은 지금 프리카 투기장에 가있어서!

-그보다 그러니까 왜 그런 무식한 놈들한테 시비를 걸어? 들어보니까 먼저 걔네 사냥터에 가서 시비를 걸었다며?

-맞아, 맞아!

어떻게든 이유를 찾던 길마들에게 우드스탁 길드의 선공은 좋은 핑곗거리였다.

물론 우드스탁 길마에게는 기가 막힐 뿐이었다.

‘자기들이 언제부터 저렇게 착하게 살았다고!’

경쟁이 치열한 오스턴 왕국이었다.

경쟁 상대의 사냥터에 가서 견제하고 시비를 거는 건 당연한 일!

다른 길드들도 다 그러고 있었다.

-그래서 안 도와주시겠다?

-안이 아니라 못! 못 도와주는 거지!

-이딴 동맹을 믿고 있었다니! 됐다! 앞으로는 내 힘으로 해결하겠다. 나중에 그 무식한 오크 놈들한테 두들겨 맞고서 후회나 하지 마라!

대형 길드 연합의 길마들은 자기 길드를 가장 먼저 생각했다.

동맹이지만, 상대 길드도 워낙 덩치가 있으니 결국에는 경쟁 상대!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연합이 이루어질 리 없었다.

저번 쑤닝이 태현을 죽이자고 방방 뛰었을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던 것처럼, 우드스탁 길마도 똑같은 일을 당한 것이다.

‘두고 봐라! 후회할 거다!’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동맹을 지키지 않으면 나중에는 동맹 자체가 의미 없어진다는 것을.

“전체로 물어보는 게 아니었어.”

“예?”

“전체로, 공개된 상태에서 도와달라고 하니 저 이기적인 놈들이 도와줄 리 없지. 지금 여기서 가장 가까운 길드가 누구지? 그놈들한테 따로 연락한다! 대가를 지불하면 되겠지!”

우드스탁 길마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비용이 좀 나가겠지만, 따로 일대일 교섭을 한다면 도움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쑤닝입니다만…….”

“좋아. 내가 직접 연락하지!”

우드스탁 길마는 쑤닝이 자기 제안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쑤닝도 이 주변에서 영지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었고, 최강지존무쌍 길드는 눈엣가시 중 하나였으니까.

적당한 대가만 준다면 분명 기회를 잡으리라!

-싫다!

그러나 돌아온 건 매몰찬 거절이었다.

-어, 어째서?!

-저번에 김태현을 잡자고 했을 때 네가 뭐라고 말했었지?

-그, 그건…… 그때는 어쩔 수 없었…….

-변명 따위는 필요 없다!

저번에 쑤닝이 이를 갈면서 ‘동맹의 힘을 총동원해서 김태현을 잡자!’고 했을 때, 다른 길마들은 시큰둥했다.

해봤자 남는 게 없었으니까!

쑤닝은 그 원한을 잊지 않았다.

이성적인 판단이고 뭐고, 그런 걸 능가하는 태현에 대한 원한!

-알아서 잘해 봐라! 흥!

-잠, 잠깐만!

[쑤닝 님이 당신을 차단했습니다.]

[귓속말을 보낼 수 없습니다.]

“이 새끼가?!”

아예 귓속말도 차단해 버리는 쑤닝!

우드스탁 길마는 분노해서 날뛰었다.

“이 속 좁은 놈은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나! 김태현이고 뭐고……!”

“나 불렀냐?”

“?!”

* * *

태현 파티는 빠르게 던전의 1, 2, 3층을 돌파할 수 있었다.

“누가 먼저 쓸고 갔나 본데요? 몬스터가 안 보입니다.”

“우드스탁 길드가 심층을 공략하려고 했으니 이 주변을 쓸고 갔을 거고, 아직 다시 안 나왔겠지. 잘됐네.”

태현 파티를 처음으로 가로막은 건 우드스탁 길드원이었다.

4층부터는 우드스탁 길드원이나, 우드스탁 길드의 허락을 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잠깐, 멈춰라! 여기는 허락을 받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

“최강지존무쌍 길드 만세!”

푹찍!

“크아악!”

태현은 가차 없이 검을 휘둘렀다.

김태산이 날뛰고 있는 한, 태현이 조금 더 날뛰어봤자 어차피 다들 김태산이 한 짓으로 생각할 테니까!

[HP가 0으로 내려가 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으아…….”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은 질린 눈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최강지존무쌍 길드원인 척을 하고서 PK를 하는 저 사악함!

‘우리 길마보다 더 사악해!’

태현은 아이템을 챙긴 다음 뒤에 있던 길드원들에게 넘겼다.

짐꾼+잡일 처리를 위해 온 길드원들이었기에 바로 아이템을 받아 챙겼다.

태현은 그들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아이템 개수 다 세어놨으니까 빼돌릴 생각 하지 마라.”

‘우리 길마보다 더 쪼잔해!!’

방금 우드스탁 길드원을 순식간에 지워 버리는 강력한 모습과 반대되는 모습!

“아니, 저희는 그런 짓 하지 않습니다! 태현 님이 저희를 믿고 맡겼는데!”

“그래. 그래. 믿어. 믿는다니까?”

전혀 안 믿는 사람의 모습!

태현은 건성으로 믿는다고 대답했다.

“안 믿어주시는 것 같은데……!”

“믿는다고 했잖아. 이 자식들아. 왜 자꾸 징징대? 너희들도 케인처럼 해줄까?”

“헉! 그것만은!”

“…….”

옆에서 대화를 듣던 케인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아, 저기군.”

태현은 파티에게 멈추라고 말했다.

현재 그들이 있는 곳은 6층의 입구.

좁은 통로 건너편의 넓은 공간에 규모가 큰 파티가 있었다.

지금 6층에 있는 파티라면, 당연히 우드스탁 길마의 파티일 수밖에 없었다.

‘5층에 있던 길드원들도 데리고 모였나? 어쩐지 사람이 없더라. 하긴 따로 있는 것보다는 뭉쳐 있는 게 낫겠지.’

4층의 출입을 관리하는 길드원들은 내버려 두고, 5~6층의 길드원들은 한자리에 모인 게 분명했다.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

“잠깐 좀 듣고 올게.”

-행운의 은신.

태현은 은신 스킬을 사용해 가장 최적의 방법을 찾아냈다.

노리는 것은 우드스탁 길드의 대화!

-전혀 눈치 못 챈 거 같은데, 지금 습격하는 게 낫지 않나?

-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일단 상황 좀 보고 결정하려고.

원래라면 바로 기습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처음과 상황이 달랐다.

김태산과 최강지존무쌍 길드의 습격!

우드스탁 길드는 궁지에 몰린 것이다.

태현은 이걸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없나 고민했다.

‘지금 필요한 것만 챙기는 건 하책이고, 나중에 쓸 수 있는 방법까지 만드는 건 상책이지.’

대형 길드 연합이라는 게 생겼고, 그들 중 태현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길마들이 있다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염탐한 결과!

‘주로 쑤닝 같은 놈들이지.’

다행히 다들 이기적이라 힘을 합쳐서 뭔가를 하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귀찮아질 가능성은 충분했다.

많은 숫자는 그것만으로도 강력한 힘!

판온 1에서 이미 질리도록 경험한 태현이었다.

‘자, 무슨 이야기를 하려나?’

우드스탁 길마와 길드원들을 보니, 상황이 좋게 흘러가는 거 같지는 않았다.

방방 뛰고 벽을 치고 다른 길마들을 욕하고…….

‘안 도와준다고 했나 보군.’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길마들이 안 도와준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었다.

아무 이득이 없는 상황에서 뭐하러 도와준단 말인가.

게다가 아버지가 이끄는 길드는 절대 만만한 길드가 아니었다.

겉모습은 좀 이상해 보여도, 시간 많고 돈 많은 아저씨들이 주축인 길드!

게임에서는 최강이나 마찬가지인 조건이었다.

‘좋아. 그러면 나가볼까?’

마침 우드스탁 길마도 태현의 이름을 부르며 날뛰고 있었다.

* * *

“김, 김태현?”

자리에 있던 우드스탁 길드원들은 눈을 깜박였다.

태현을 못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왜 저놈이 저기에 있지?’

우드스탁 길마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태현을 가리켰다.

“너, 너……!”

“그래. 내가 누군지 당연히 알겠지?”

“네가 이 습격을 계획했구나!”

“…….”

이상하게 흐르는 대화의 방향!

우드스탁 길드가 오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태현과 김태산은 부자 관계였고, 태현은 다른 길드의 일에 깽판 놓는 것으로 악명 높았으니까.

태현은 살짝 당황해서 손을 흔들었다.

“아, 아니거든?”

“뭐? 네가 아니라면 누가 했다는 거냐!”

“저 습격하고 나하고는 상관이 없다고. 애초에 내가 같이 습격했으면 이렇게 혼자 내려왔겠냐? 오크들하고 같이 왔겠지.”

“……!”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었다.

그래도 아무도 경계를 풀지는 않았다.

이제까지 쌓은 업보!

우드스탁 길마는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러면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거냐? 잠깐, 4층에는 우리 길드원들이 입구를 막고 있었을 텐데? 어떻게 들어온 거지?”

“응? 4층에? 없었는데?”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뻔뻔하게 말하는 태현!

“뭐라고?!”

“아, 위에 있는 최강지존무쌍 길드원들이 공격했나 보네. 너희들한테 알려주기 전에 로그아웃 당한 게 분명해.”

“그, 그런……! 벌써 4층까지 들어왔다고?!”

“길마님! 어떻게 하죠!”

“조용히 해라! 나도 지금 생각하고 있다!”

절망하는 길드원들!

태현은 웃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그래서 왔지.”

“……그래서 넌 무슨 일로 온 거지?”

“아, 여기 던전 지하에 볼일이 있어서.”

“4층 이하는 우리 길드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하하, 원래 잘 부탁해서 허락을 받으려고 했는데 감시하는 사람이 없더라고. 그래서 그냥 들어왔지.”

뻔뻔하게 말하는 태현을 보고 길마는 입맛을 다셨다.

저게 거짓말이라는 건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지금 싸울 수는 없었다.

김태산과 오크들이 저 위에 있는데 적을 하나 더 늘릴 수는 없는 것!

-길마님, 저렇게 입을 놀리는데 가만히 내버려 둬야 합니까?

-……내버려 둬라.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

태현에 대한 알 수 없는 두려움!

이제까지 태현과 싸워서 좋은 꼴을 본 사람이 없었다.

그걸 알았기에 우드스탁 길마도 참고 있는 것이었다.

‘덤비고 싶지만, 무슨 함정이 있을 게 분명해!’

“우리 앞에 나타난 건 뭐냐? 뭘 원하냐?”

“너희들을 도와주고 싶어서 말이야.”

“?”

“????”

모두가 귀를 의심했다. 방금 저놈이 뭐라고 말한 거?

“으하하하하! 그걸 믿으라는 거냐? 필요 없다! 꺼져라!”

“그래? 그러면 뭐…….”

태현은 주저하지 않고 돌아섰다.

그러자 길드원들이 황급히 나섰다.

“길, 길마님. 지금 상황이 안 좋잖습니까. 도와준다는데 이야기라도 들어보는 게…….”

“넌 저놈을 믿냐!?”

“아니, 그래도 이야기 정도는 들어봐서 나쁠 거 없잖습니까.”

“맞아요. 그리고 김태현이 은근히 착하대요. 거칠어 보여도 속은 따뜻하다고…….”

“그런 헛소문을 믿는다고?!”

길마는 기가 막혔지만 궁지에 몰린 길드원들은 완강했다.

-적어도 이야기는 좀 들어봐라!

길마는 분위기를 파악했다. 여기서 듣지 않는다면 그가 나쁜 놈이 될 분위기였다.

‘아오…… 엮이기 싫은데…….’

길마는 망설이다가 결국 태현을 불렀다.

“야! 잠시만 기다려 봐!”

그러나 태현은 멈추지 않았다.

“야! 잠시만 기다리라니까! 왜 말이 없어!”

“꺼지라고 해서 꺼지는 중인데? 아버지한테나 가야겠다.”

“…….”

간장 그릇보다 좁은 속!

“미, 미안! 내가 말이 좀 성급했다!”

여전히 멈추지 않는 태현!

“잘못했습니다! 이야기만 좀!”

우뚝-

태현은 그제야 발걸음을 멈췄다.

“좋아. 그러면 이야기를 해볼까?”

태현은 말과 함께 파티원들을 불렀다.

케인, 이다비를 필두로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이 민망한 표정으로 우르르 튀어나왔다.

“저놈들은 어디 있었어?!”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자. 일단 사진이나 한 방 찍자.”

태현은 우드스탁 길마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뭐야? 뭐야?”

“야. 웃어. 웃으라고.”

찰칵!

“잘 나왔네요!”

“?!?!”

우드스탁 길마가 상황 파악을 끝내기도 전에 이다비는 사진을 찍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