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358화
“우와와와! 오토바이잖아! 완성했구나!”
태현이 고민을 끝내기도 전에, 케인은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보기 드물게 순수하게 기뻐하는 케인!
태현이 만드는 동안 그 옆에서 계속 왔다 갔다 하며 기다린 케인이었다.
“그렇게 좋냐?”
“내가 이걸 판온 1 때부터 갖고 싶었다고!”
“판온 1?”
“아, 넌 모르려나? 판온 1의 김태현이 로켓 타고서 상대방한테 꼬라박은 적이 있었는데…….”
케인은 우쭐해져서 태현에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명백히 아무것도 뉴비를 대하는 태도!
그 태도에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내가 직접 한 거거든?’
“그래서 너도 이걸 타고 꼬라박으려고?”
“미쳤냐?! 아낄 거야! 매일 매일 먹이 주고 기름칠 할 거야!”
케인을 보며 이다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토바이가 먹이를 먹어요?”
“판온에서는 먹일 수 있지. 무슨 원리인지는 나한테 묻지 마. 그보다 오토바이를 하나씩 골라야 하는데…….”
이다비나 케인한테는 숨겨진 옵션이 보이지 않았다. 기계공학 스킬이 딸려서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나는 낮은 확률로 랜덤 순간이동.
하나는 낮은 확률로 사디크의 화염 질주.
하나는 낮은 확률로 아키서스의 신성 보호막.
이 중 명백히 하나가 함정!
‘저 순간이동을 누구 주지?’
원래라면 케인을 줬겠지만, 태현은 망설여졌다.
판온 1에서부터 그가 하는 걸 보고 기계공학 탈것을 꿈꿔 왔다지 않은가.
태현도 살짝 감동할 정도의 끈기!
요즘 케인 구박도 많이 했고, 보상으로 좋은 걸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그래, 직업 상성으로 봐도 케인이 갑자기 사라지면 내가 싸울 때 곤란해질 수 있으니까…….’
“자, 이다비. 네가 이 파란색 오토바이를 받고…….”
“안 돼!”
“??”
케인의 말에 태현이 고개를 돌렸다.
“내가 먼저 고르게 해줘!”
“어…… 파란색 고르려고?”
“그래! 이 정도는 나한테 우선권을 줘도 되잖아!”
케인은 간절하게 외쳤다.
“아니…… 왜 파란색을 고르려고 하는데?”
“…….”
케인은 입을 다물었다.
파란색을 고르려는 이유는 하나였다.
‘저 자식은 분명 이다비한테 좋은 걸 주려고 했을 거야!’
겉으로 말하기에는 쑥스러운 이유!
“너, 설마 내가 이다비한테 좋은 거 줄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냐?”
“아, 아니거든?”
“맞구만. 그래서 파란색 오토바이를 갖고 싶으시다?”
“그래! 한 번만! 앞으로 말 잘 들을게!”
“오, 자폭시켜도?”
“……하면 되잖아 XX놈아!”
케인은 자포자기해서 외쳤다. 그걸 본 태현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러면 네가 그거 타라.”
“정말로?! 정말이지?! 말 바꾸기 없다?!”
“네가 좋다는데 내가 왜 말리겠냐. 타라.”
태현은 짠한 눈빛으로 케인을 쳐다보았다.
뭘 해도 되는 놈이 있고, 뭘 해도 안 되는 놈이 있었다.
케인은 명백하게 후자!
스스로 복을 걷어차고 있었다.
이다비가 옆에서 속삭였다.
“저 파란색이 가장 안 좋은 거죠?”
“왜 그렇게 생각해? 성능 다 똑같잖아.”
“숨겨진 옵션 있잖아요. 제작자한테만 보이는.”
“……어떻게 알았냐?”
“케인 씨한테 상냥하실 때는 다 이유가 있으니까요!”
이미 상황을 알아차린 이다비!
둘은 짠한 눈빛으로 케인을 쳐다보았다. 그것도 모르고 케인은 신이 나서 오토바이를 쓰다듬고 있었다.
* * *
“그러면 이제 오리하르콘 화살을…….”
태현은 멈칫했다.
생각해 보니, 저 석궁에 쓰는 화살은 그냥 화살이 아니라, <왕가의 오리하르콘 화살>이었다.
명백하게 제작법이 필요!
‘으…… 오스턴 왕국 가야 하나?’
워낙 저지르고 온 게 많아서 찜찜한 오스턴 왕국!
아직 들키지는 않았겠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도 오스턴 왕국에는 적이 많았다.
쑤닝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을 것 아닌가.
지금 투기장 대회를 준비하느라 대형 길드 연합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태현이 직접 거기 가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죽여 달라는 것이나 마찬가지!
‘뭐, 괜찮을 거 같기는 한데…….’
누구든 간에 태현은 따돌릴 자신이 있었다.
이세연이 알면 대회 전에 위험한 짓을 한다고 구박을 할 것 같았지만…….
‘상관없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는 태현!
떠나기 전에 태현은 몇 가지 준비를 더 했다.
[공적치 포인트를 500 사용합니다.]
[공적치 포인트를 120 사용합니다.]
피 같은 공적치 포인트를 사용해 포션들과 폭탄을 재정비했다.
고급 기계공학으로 이루어지는 무차별 폭탄 사격!
그걸 본 이다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어차피 투기장 대회에서는 이런 장비들 못 쓰잖아요?”
“투기장에서 쓰려는 게 아니라 그 이후에 쓰려는 거야.”
“누구한테요?”
“아마 이세연?”
“…….”
“아니, 꼭 쓰겠다는 건 아니고…… 걔가 나한테 선빵을 갈길 수도 있잖아.”
* * *
“회장님. 회장님의 레벨과 직업. 스탯과 스킬을 분석했을 때 지금 가장 좋은 사냥터를 뽑아왔습니다.”
무지막지한 자본의 힘!
태현이 안다면 ‘돈을 왜 그렇게 쓸데없이 써요?’라고 말했겠지만, 그런 소리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스턴 왕국?”
“예! 지금 거기에 악마들이 나와서 사냥하기 아주 핫하다고 합니다.”
플레이어들이 레벨을 올리는 방식은 다양했다.
태현 같은 솔로 플레이어들은 퀘스트 위주로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퀘스트를 깨는 도중에도 경험치가 나오고, 퀘스트를 깨면 추가로 보상이 나왔으니까.
그러나 파티나 길드 단위로 움직이는 플레이어 중에서는 그렇게 퀘스트에 집착하지 않는 플레이어들이 많았다.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많은 인원이 다 받을 적당한 퀘스트를 계속 찾는 것도 힘들었다.
그보다는 질 좋은 사냥터, 던전을 찾아서 지속적으로 무리 사냥을 하는 게 더 낫다!
그런 의미에서 유 회장의 파티는 후자였다.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으로 뭉쳐진 끈끈한 파티!
“오스턴 왕국…… 오스턴 왕국이면 아마…….”
유 회장은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 김태산이 활동하고 있는 곳이 오스턴 왕국!
‘그 친구가 이걸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되는구만.’
유 회장은 씩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리 김태산이라도 절대 예상하지 못할 수준의 변화!
* * *
“우리는! 강하다!”
습관처럼 시작하기 전에 구호를 외친 정수혁과 친구들!
“근데 우리 진짜 강한가?”
“글, 글쎄?”
여기까지 오기는 했지만, 그들 스스로가 강하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드는 그들이었다.
“그런 생각 하지 마! 두 번만 이기면 본선! 본선이라고!”
“실감이 안 나는데…….”
“과 애들이 우리 경기 보고 있는 거 알고 있냐?”
“뭐? 진짜?”
“대회 여기까지 왔으면 소문 퍼질 법도 하지.”
“우리 진짜 용케 여기까지 왔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참가한 플레이어들의 수준을 보면, 여기까지 온 게 그들도 신기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행운이든 뭐든 잡은 기회는 기회!
“야, 선배님한테 귓속말 좀 보내봐.”
“딱히 할 말이 있나?”
태현은 이미 조언을 다 마친 상태였다.
사실 그들의 전략은 딱 하나밖에 없었다.
최대한 많은 적을 한자리에 모은 다음, 그 뒤는 운빨에 걸어라!
실력으로는 밀리니 그것밖에 답이 없었다.
이제 예선전에서 남은 팀은 실력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들!
“그래도 그냥 좀 보내봐!”
“맞아! 맞아!”
태현한테 조언을 받을 건 없지만, 그래도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귓속말을 보내라는 친구들!
정수혁은 어쩔 수 없이 태현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선배님. 선배님.
-어? 왜?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좀 있으면 다음 경기인데 혹시 해주실 말씀이 있으신가 해서…….
-저번에 다 말했잖아.
-그, 그러셨죠.
-그냥 내가 변장하고 참가해 준다니까…….
-하하, 재밌는 농담이었습니다. 기운이 좀 나네요! 제 긴장을 풀어주시려고 하신 거군요!
-……됐다. 지지나 마라.
-자신 있습니다!
정수혁의 태도에 태현은 감탄했다.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인데도 스스로를 확실하게 믿는 저 모습!
변수가 많기는 했지만, 저 정도 자신감이라면 믿어도 될 것 같았다.
태현은 확신했다.
정수혁을 본선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래, 힘내라!
-예!
그러나 태현이 정수혁과 본선에서 만나는 일은 없었다.
적 두 명에게 모든 힘을 쏟아낸 정수혁은 아키서스의 마법 부작용으로 다음 전투에서 거짓말처럼 참패를 당했다.
정수혁 팀 탈락!
* * *
“그러니까 내가 참가해서 도와준다고 했잖아!”
“아니, 그건 아니지.”
“그건 좀 아니죠.”
태현의 불평에 둘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변장해서 참가하는 건 좀 미친 짓!
“그런데 태현 님.”
“……?”
“오스턴 왕가의 대장장이를 찾아야 하는 거잖아요?”
“어. 은퇴한 그런 대장장이 NPC들 있잖아. 오스턴 왕국에서 활동하는 대장장이 플레이어들 꽤 되니까 정보 풀리지 않았을까?”
“네. 풀렸어요.”
태현이 찾고 있는 건 화살의 제조법을 아는 대장장이!
그러려면 필수적으로 오스턴 왕가와 관련이 있는 대장장이를 찾아야 했다.
그 정도 되는 대장장이 NPC는 당연히 대장장이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유명할 테니, 정보가 풀려 있을 거라는 계산!
그 계산은 맞았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을 풀어 물어본 이다비가 바로 알아낸 것이다.
“그런데…….”
“……?”
“이미 모셔갔다는데요?”
“누가?”
“대형 길드 쪽에서…… 자기네들 요새로 모셨대요.”
“아니, 왜?! 왜 그런 짓을?”
태현은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대장장이 NPC는 모시면 무조건 좋잖아.”
“아니, 도시도 없는 놈들이 과하게 투자하는 거 아니냐?”
태현은 투덜거렸다. 대장장이 NPC를 데리고 간 이유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요새의 수리, 제작은 물론이고 여러 퀘스트가 생기는 데다가 대장장이 플레이어들이 찾아오는 건 덤!
특히 은퇴한 왕가의 대장장이처럼 뛰어난 대장장이 NPC라면 대장장이 플레이어들은 어떻게든 찾아오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요새는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되어 있었다.
“쑤닝은 아니지? 쑤닝은 아니라고 해줘.”
“네. 쑤닝은 아니네요.”
“그나마 다행이군.”
쑤닝 길드가 데리고 있었다면 일이 더더욱 꼬였을 것이다.
“근데 음, 쑤닝과 연합한 길드는 맞는데요.”
쑤닝 정도는 아니어도 태현을 좋아할 길드는 아니었다.
“미치겠군. 변장하고 들어가야 하나.”
“요새 들어가는 거면 모를까, 대장장이 만나는 거면 변장도 힘들지 않을까요?”
“그 정도야? 내가 들킬 정도인가?”
태현은 놀라서 물었다.
상대 길드 요새에 그렇게 뛰어난 감정 스킬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있단 말인가?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지금 물어보니까 그쪽 길드가 그 대장장이 NPC를 사용해서 아주 제대로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해요.”
“주로 어떤 식으로?”
“길드 가입이죠. 대장장이들은 언제든 있어도 좋으니까요.”
“끙…….”
태현은 앓는 소리를 냈다.
방법 자체는 흔한 방법이었다.
이런 대단한 NPC를 우리가 데리고 있다! 이 NPC와 대화해서 배우고 싶다면 우리 길드로 들어와라!
문제는 이런 식으로 하면 대장장이 NPC와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접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요새에서 쉽게 만날 수 있으면 저 방법이 의미가 없으니까!
아마 길드원들만 쓸 수 있는 곳 깊숙한 곳에 모시고 있겠지.
“쯧. NPC들이면 편한데 여기는 다들 플레이어들이겠지?”
“네.”
NPC들이면 화술 스킬로 뚫고 들어갈 자신이 있었지만, 플레이어들은 그게 안 됐다.
“일단 요새 안으로 들어가 보자고. 그건 쉬울 거 아니야.”
오스턴 왕국에 오고 가는 플레이어들이 많으니 요새 안으로 들어가는 건 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