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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56화 (356/1,826)

§ 나는 될놈이다 356화

“아니, 필요하면 보는 거지!”

당연한 이다비의 말에도 태현은 당당했다.

필요하면 본다!

판온 1 때도 태현은 필요하면 적을 연구하는 걸 아끼지 않았다.

그때는 대장장이 직업이었으니 연구가 더더욱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도동수 같은 플레이어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길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래도 이세연 씨도 있으니까 봐야 하지 않나요?”

“아. 그렇긴 하군.”

잊고 있었다.

지금은 이세연과 손을 잡고 있었지만, 태현은 원래 이세연과 싸울 때가 더 많았었던 것!

투기장 대회가 끝나면 언제 다시 싸우게 될지 모르는 법이었다.

이세연이 지금 생글생글 웃으면서 태현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있었지만, 태현은 속지 않았다.

‘내가 왕관도 먹튀했으니…….’

서로 비슷한 부류의 인간이었기에 알 수 있었다.

이세연은 절대 왕관을 잊지 않을 것이라는 걸!

미리미리 대책을 세워놓는 게 좋았다.

이세연도 분명 태현을 어떻게 상대할지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이세연을 어떻게 공략할 건지도 미리 생각을 하긴 해야겠다.”

“뭐? 이세연하고 왜 싸워! 그럴 일은 일어나면 안 돼!”

옆에서 와이번 위에 탄 케인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소리쳤다.

“용용아, 박아.”

쾅!

“으아아악! 진짜 박으면 어떻게 해!”

용용이가 옆에서 들이박자, 와이번 위에 타고 있던 케인은 비틀거리며 와이번을 붙잡았다.

[이 높이에서 떨어질 경우 사망할 수 있습니다!]

실감 나게 뜨는 메시지창!

“떨어졌으면 어쩌려고!!”

“뭐 어때, 내 목숨도 아닌데. 그리고 이 자식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이세연 믿지 말라니까! 한 번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지.”

“아, 아니야! 이세연은 착한 사람이라고! 나한테도 친절하게 말해줬어!”

“야, 세상에 아무 이유 없이 친절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더 위험한 거야! 이세연이 왜 그러는지 생각을 해보라니까?”

“넌 나한테 따뜻한 말 한 번이라도 해준 적 있냐!”

태현과 케인의 대화를 듣던 이다비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했다.

‘……누가 들으면 사랑싸움하는 줄 알겠…….’

“넌 왜 그렇게 이세연을 싫어하는데! 이세연이 너한테 잘못한 거라도 있냐?”

사실 케인의 태도는 당연했다.

판온 2에서 태현이 이세연에게 피해를 입혔으면 입혔지, 이세연이 태현에게 피해를 입힌 적은 없는 것!

저번의 <잊혀진 망자의 왕관>을 갖고 다툴 때에도 결국 손해를 본 건 이세연이었다.

이세연과의 악연을 설명하려면 판온 1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했지만…….

태현은 거기까지 말해줄 생각은 없었다.

“잘 들어라, 케인. 우리가 이세연이 노리던 왕관을 뺏었지?”

“우리가 아니라 너…….”

“너도 자리에 있었어, 인마. 발버둥 쳐봤자 늦었다고. 이세연이 그걸 되찾으려고 하겠지?”

“이세연이라면 관대하게 넘어가지 않…….”

“그걸 누가 넘어가냐? 그게 흔하게 보이는 아이템도 아니고. 그걸 되찾으려고 하면 우리를 공격할 거 아니야.”

“…….”

“그러면 어차피 싸우게 될 텐데 미리 싫어하는 거지.”

“그게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방방 뛰는 케인을 무시하고, 태현은 이다비에게 말했다.

“저거 아직도 정신 못 차린 거 같은데, 나중에 돌아갈 때 저놈 와이번만 빼돌린 다음에 이세연한테 케인이 저놈이 했다고 말할까?”

“와이번 경매장에 올리시면 얼마나 주실 거에요?”

“흠. 통 크게 반 줄게.”

“그럼 좋네요!”

“다 들리거든, 이 사악한 자식들아!”

다 들리게 말하는 이다비와 태현의 대화에 케인은 부들부들 떨었다.

정말 저렇게 한다면 그는 이세연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다.

레드존 길마 때는 절도고 약탈이고 이것저것 했었지만, 나름 이세연의 팬이었던 케인!

떠들던 케인은 문득 생각이 나는 게 있었다.

“아, 맞다! 탈것! 너, 탈것 만들어준다고 했잖아! 네가 미리 만들어줬으면 이세연한테 안 빌렸어도 됐잖아!”

“아. 그랬었지?”

태현은 그런 약속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탈것, 그것은 판온 플레이어들의 영원한 로망!

레벨이나 직업이 아닌 탈것에만 집착하는 플레이어들이 따로 있을 정도로, 탈것의 인기는 높았다.

말이나 소처럼 땅에서 탈 수 있는 흔한 동물형 탈것부터 시작해서, 이세연이 빌려준 언데드 와이번 같은 강력한 비행형 탈것까지.

탈것의 종류는 다양했다.

그리고 태현이 약속한 것은 기계공학 탈것!

판온 1에서도 탈것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기계공학을 배우는 플레이어들이 있을 정도로, 기계공학 탈것의 인기는 높았다.

특유의 멋과 성능 덕분!

‘생각해 보니까 이번에 기계공학 스킬 고급 찍었으니까 한 번 제대로 만들 법한데?’

고급 기계공학 스킬.

고급 직전까지 찍은 대장장이 기술 스킬.

거기에 태현의 행운까지.

한 번 제대로 각을 잡고 만들면 정말 쓸만한 걸 기대할 상황이었다.

‘하도 정신이 없어서 고급 기계공학이 되고 나서 얻은 스킬도 제대로 확인을 못 해봤네…….’

“그런데 그런 탈것을 만들려면 재료가 많이 필요하지 않나요?”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한테 시키면 안 되나?”

“제 길드원들인데 왜 케인 씨가 시키려고 하죠?”

“미, 미안…….”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구박을 받은 케인은 시무룩해졌다.

태현은 뺨을 긁적이며 물었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한테 시키면 안 되나?”

“그러도록 하죠!”

똑같은 질문, 전혀 다른 대답!

“야! 야!!”

“사실 파워 워리어 길드원들 힘은 그렇게까지 필요하지 않을 거야.”

“……?”

“지금 가는 곳이 왕국이잖아. 국왕한테 상 받으러 가는 거니까. 공적치 포인트 좀 쓰면 어지간한 재료는 나오겠지. 잡다한 거만 부탁하면 돼.”

“그런 방법이……!”

* * *

“……분위기가 뭔가 이상한데?”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탈리 왕국의 분위기가 뭔가 이상했던 것이다.

어색하고 거북한 공기가 가득!

태현이 기대했던 분위기는 좀 더 활기차고, 환영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와! 김태현 백작! 사디크 교단을 토벌하다니! 대단해!

-반역자의 목까지 따오다니! 정말 대단해!

-영지를 하나 더 주겠어! 공적치 포인트도!

그러나 지금 왕궁에는 그런 분위기가 전혀 없었다.

돌아다니는 귀족 NPC들도 모두 태현의 시선을 피하는 상황!

[뛰어난 예술품을 보았습니다. 감정 스킬이 올라갑니다.]

[황금상인의 힘이 증가합니다.]

“와! 여기 예술품 좀 보세요!”

“지금 그거 볼 때냐? 이 분위기 왜 이런 거야?”

“음, 아탈리 왕궁 관련 정보는…… 사이트에서 찾아봐야 할 거 같은데요.”

플레이어들이 얻기 쉬운 정보는 사이트에서 검색 한 번만 해도 나왔지만, 얻기 어려운 정보는 손쉽게 얻을 수 없었다.

실제로 김태산 같은 경우는 길드원들의 전직을 위해 아낌없이 현질을 하지 않았던가.

가치가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투자를 해야 하는 법!

“여기 사이트에서 결제하시면 아탈리 왕궁 관련해서 정리해 놓은 걸 볼 수 있어요!”

“넌 이런 걸 어떻게 아냐?”

“그야 저희는 정보 얻으면 여기 올려서 파니까요.”

“…….”

파워 워리어의 수입원 중 하나를 듣게 된 태현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결제할까요?”

“아니. 난 그런 거 필요 없어.”

태현은 자신만만하게 걸어나갔다.

남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판온의 정보를 모을 때, 태현은 당당하게 움직였다.

이유는 하나!

탁-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고급 화술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대화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백작 작위를 갖고 있습니다. 귀족들과의 대화에 페널티를 받지 않습니다.]

[아탈리 왕국에 기준치 이상의 공적치 포인트를 갖고 있습니다. 귀족들과의 대화에 보너스를 받습니다.]

[…….]

우르르 뜨는 보너스 메시지창!

고급 화술 스킬에 각종 칭호와 공적치 포인트로 보너스를 받으니, 그 까다로운 귀족 NPC와의 대화도 문제없었다.

“하하하! 하하하!”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화기애애하게 웃는 태현과 귀족 NPC!

그걸 본 케인이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 저 귀족 NPC 아까 나한테는 침 뱉고 지나갔는데…….”

판온에서 신분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일반 플레이어들이 귀족들과 상대하려면 보통 방법으로는 불가능!

그러는 사이 태현은 귀족 NPC의 설득을 끝냈다.

-자, 이유를 말해라!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사정을 들은 태현은 눈썹을 찌푸렸다.

아탈리 왕국에서 반란을 일으킨 귀족을 토벌하면, 그 토벌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한테 보상으로 반란을 일으킨 귀족의 영지를 주는 전통이 있었던 것!

안토니오가 갖고 있던 영지는 왕궁 근처의 금싸라기 같은 영지였다.

현재 플레이어들이 가질 수 있는 영지와는 차원이 다른 부유한 영지!

당연히 국왕이 주기 좋아할 리 없었다.

“어, 그래서 안 주는 건가?”

“어떻게든 안 주지 않겠습니까?”

“에이…….”

귀족의 말을 들은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국왕이라는 놈이 쪼잔하게!

“어떻게 하실 거예요?”

“뭘 어떻게 해. 안 준다는데 억지로 받아낼 수 없잖아.”

오스턴 왕국과 달리, 아탈리 왕국은 멀쩡하게 돌아가는 왕국이었다.

국왕과 사이가 안 좋아지면 그 순간 바로 위험!

게다가 태현의 영지도 아탈리 왕국 소속이었으니…….

“생각보다 포기가 빠르시네요?”

“뭐, 지금 있는 영지도 감당 못 하는데 새로 영지 받아봐서 뭐하겠어.”

지금 있는 영지도 있는 골드들을 다 쏟아붓고 있었다.

영지가 더 늘어나면 정말 현질까지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

그렇기에 별 관심 없어 보이는 태현이었다.

‘어라? 골짜기하고 달리 새로 받을 영지는 왕궁 근처의 알짜배기 영지니까 얻기만 하면 골드가 쏟아져 나오지 않나?’

이다비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 결과…….

“폐하!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어떻게 그런 것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오오, 김태현 백작!”

선수 치기!

못 받을 게 확실하면 차라리 먼저 포기해서 국왕의 환심이라도 살 생각이었다.

[아탈리 국왕이 매우 감동합니다.]

[공적치 포인트가 크게 늘어납니다.]

[아탈리 왕국 귀족들 사이에서 당신의 명성이 퍼져 나갑니다. 귀족들에게 원래는 불가능한 부탁을 할 수 있습니다.]

‘음?’

반가운 메시지창!

말이 부탁이지 태현 정도의 화술 스킬에 친밀도라면, 거의 확정적으로 가능한 부탁이었다.

‘기사단 빌려줘!’도 가능!

[사디크 교단을 토벌한 아키서스 교단에 대한 평가가 좋아집니다.]

[아탈리 왕궁에서 아키서스 교단 인물을 고용하고 싶어합니다.]

[어떤 인물을 고용하느냐에 따라 왕궁 내 아키서스 교단의 세력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어…….”

왕궁에 아키서스 교단의 NPC를 보내서 이런저런 효과를 얻으라는 퀘스트!

문제는…….

‘보낼 놈이 없는데?’

인재가 넘쳐나는 다른 교단에 비해, 인(간)재(해)들만 보이는 아키서스 교단!

머리를 굴려 봐도 딱히 떠오르는 NPC가 없었다.

‘으음, 으으음…….’

결국 태현은 역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보낼 인물이 없다면……!

“알겠습니다! 엄선해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하고 있겠다, 김태현 백작!”

[정해진 기간까지 NPC를 보내지 않을 경우 국왕이 실망할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아키서스 교단의 세력도가 내려갑니다.]

이다비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누구 보내시려고요?”

“응? 에드안.”

“……!”

아탈리 왕궁을 털다 잡힌 대도적(자칭), 에드안!

“다시 보내면 안 되죠?!”

“에이, 전 왕이니까 괜찮아. 모를 거야.”

태현의 속셈이 너무 대놓고 보였다.

여차하면 왕궁 창고를 털 준비를 하려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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