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355화
구름처럼 모이는 지원자들!
그 모습에 정지용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군. 이걸로 어떻게든 되겠어.’
저번에 유 회장과 같이한 판온 플레이는 정말 괴로운 시간이었다.
‘새로운 시대에서 새로운 삶을! 즐겨라!’가 판온의 광고 문구였지만, 정지용은 조금도 즐길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유 회장 때문이었다.
* * *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보인 것은 유 회장의 눈부신 겉모습!
온갖 화려한 장비를 갖춰 입고 있는 유 회장의 모습은 절대로 초보자가 아니었다.
“회, 회장님?”
“왜 그러나?”
정지용은 묻고 싶었다.
‘오늘 판온이 어떤 게임인지 알려고 접속한 거 아니었습니까?’
정지용의 생각이 맞다면 분명 유 회장도 그처럼 초보자의 모습이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유 회장은 판온을 꽤 많이 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묻고 싶다!
그렇지만 정지용은 참았다.
그를 이 자리에까지 올려준 신중함!
“……잘 어울리십니다!”
“허허. 그런가?”
유 회장은 드물게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는 아부에 전혀 흔들리지 않지만, 판온에서는 의미가 달랐던 것이다.
“그러면 한 번 같이 움직여보지.”
“예!”
정지용은 기세 좋게 외쳤다.
그리고…….
-자네, 또 쓰러졌나?
-아니, 자네. 그것도 못 잡나?
-자네, 거기서 포션을 쓰면 어떻게 하나. 좀 더 버티다 써도 되네.
“…….”
정지용의 등에 굵은 땀방울이 주륵주륵 흘러내렸다.
말 그대로 초긴장한 상태!
판온을 처음 시작한 정지용은 지옥 훈련을 하고 나온 유 회장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덕분에 유 회장이 옆에서 정지용을 도우는 형태가 됐다.
옆에서 유 회장이 도울 때마다 한마디씩을 듣는 정지용은 죽을 맛!
“죄, 죄송합니다. 회장님.”
“아니야. 처음 하는데 당연히 그럴 수 있지. 신경 쓰지 말고 앞에 보게.”
“네, 넷!”
“이래서 뉴비는…….”
“!?”
작았지만 분명히 들렸다. 뉴비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별로 좋은 뜻은 아닌 게 확실!
“타이럼 시에서 시작을 시켰어야 했나…….”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계속 움직여보지.”
결국 정지용은 눈물을 머금고 사냥을 계속해야 했다.
유 회장이 딱히 정지용을 구박하지는 않았지만, 정지용의 실력에 만족하지 않는 건 확실했다.
유 회장이 옆에서 계속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고 있었으니까!
“크흠, 자네 실력을 탓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음에 같이 다닐 때는 조금 더 레벨 업을 하고 왔으면 좋겠구만. 그래야 같이 다니지 않겠나?”
완곡하게 돌려서 말하지만 뜻은 하나였다.
레벨 좀 올려라!
정지용은 유 회장의 뜻을 정확히 이해했다.
유 회장과 헤어지고 나서, 정지용은 바로 행동에 들어섰다.
일단 시중에 돌아다니는 판타지 온라인 2 책을 샀다.
<판타지 온라인 2 초보자 가이드>나 <쉽게 즐기는 판타지 온라인 2! 공략, 정보 모음!> 같은 책들을 읽으며 정지용은 열심히 공부했다.
“음음, 그렇군. 탱커 특화로 가려면 이런 직업을…… 그러면 회장님은 낚시꾼인가? 회장님을 가장 잘 도와주려면…….”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정지용은 깨닫게 되었다.
지금 혼자서 유 회장을 돕는 건 현실상 거의 불가능!
‘현금으로 좋은 장비를 사도 레벨이 너무 낮아. 레벨 업을 하는 데에도 시간이 좀 걸릴 테고.’
그렇다면?
‘젊은 사원들이야 게임을 좋아할 테니 그중에서 레벨 높은 놈들을 부르면 되겠군!’
간단한 해결책!
그렇게 정지용은 고렙 플레이어들을 순식간에 불러 모았다.
“이, 이게 무슨…….”
“어떻습니까, 회장님. 저희 직원들입니다.”
고렙 플레이어들의 장비는 겉모습만 봐도 분위기가 있었다.
번쩍이는 장비들을 입고 자세를 잡은 플레이어들이 유 회장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자, 정지용은 괜히 자기 어깨가 으쓱거렸다.
“괜히 이런 걸 할 필요는…….”
“하하, 저 녀석들도 다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그, 그래? 괜찮나?”
정지용이면 모를까, 젊은 사원들을 빼 온다는 게 좀 걸리는 유 회장이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물리기에는 너무 매력적인 파티였다.
“회장님! 여기 몬스터 몰아왔습니다!”
“회장님! 버프 걸겠습니다!”
“회장님! 나이스 샷!”
파티의 열정은 무시무시했다.
처음에는 ‘왜 회사에서 판온 하는 사람을 모은 거지?’ 하고 왔던 사람들도, 진상을 알게 되자 태도가 돌변했다.
그 유 회장과 같이 게임을 할 수 있는 기회라니!
회사에서는 프로젝트 하나를 성공적으로 진행해도 얼굴 한 번, 칭찬 한 번 듣기 힘든 유 회장이었다.
어떻게든 활약을 해서 유 회장의 눈에 들겠다!
유 회장이 갑자기 왜 판온에 흥미를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흐아앗! 불타는 용암 참격!”
“타오르는 육신! 흡수의 손!”
유 회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버프를 걸어주는 사람, 앞에서 화려한 스킬을 쓰는 사람…….
모두 목적은 똑같았다.
“회장님. 어떻습니까!”
“?!”
사원 중 한 명이 과감하게 나섰다.
화려한 연속 스킬 이후 유 회장에게 직접 말을 건 것이다.
모두가 속으로 생각했다.
‘저 자식, 새치기를!’
‘내가 먼저 말을 걸려고 했는데!’
유 회장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말했다.
“평범하군.”
“……네?”
“평범하다고. 내가 작게 말했나?”
“아, 아닙니다!”
나섰던 사원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물러섰다.
다른 사람들은 방금 일어난 대화를 듣고 당황했다.
원래라면 새치기를 한 동료를 비웃었을 테지만, 그러지도 못할 만큼 당황한 것이다.
‘저게 평범하다고?’
‘저 정도면 엄청 잘한 거 아닌가?’
그들의 눈에, 방금 나선 동료의 플레이는 뛰어난 플레이였다.
화려하게 움직여서 스킬들을 연계해서 때려 박고 마무리!
잘 모르는 초보자들이 보면 ‘우와! 대단해!’가 나올 수밖에 없는 플레이.
그러나 그들이 모르는 게 한 가지 있었다.
유 회장이 같이 다닌 플레이어들!
태현이나 이세연 같은 랭커들의 플레이를 봐온 유 회장의 눈에는 어지간한 플레이어들의 실력은 눈에 차지도 않았던 것이다.
젊은 사원들이 당황하자, 정지용이 나섰다.
“회, 회장님. 저 정도면 괜찮은 편 아닙니까? 어느 점이 마음에 안 드셨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음? 그냥 평범해서 평범하다고 말한 건데…… 김태현이나 이세연의 플레이는 저것보다 훨씬 더 대단했던 것 같아서.”
“…….”
“…….”
사원들은 유 회장의 말을 듣고 입을 떡 벌렸다.
지금 누구랑 누구를 비교하는 거란 말인가!
‘아니, 국내 최상위 랭커랑 우리를 비교하면 안 되죠!’
‘우리는 본업이 게임이 아닌데!’
마치 사내 축구대회가 열렸는데, 그걸 보고서 ‘흠. 자네는 메X나 호날X에 비하면 평범하구만’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
“그 둘이 누구…… 아, 랭커군요.”
판온을 나름 공부한 정지용도 둘의 이름을 듣고 누군지 떠올렸다.
“회장님, 그 둘은 국내에서도 최정상 수준의 플레이어들 아닙니까!”
정지용도 황당해할 만한 유 회장의 말!
“하긴, 그렇긴 하군. 내가 잘못 생각했네.”
정지용은 당황했지만 한 가지 더 알 수 있었다.
생각보다 유 회장이 판온에 가진 관심이 많다는 것을!
단순히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즐기기 위해서 가볍게 판온을 하는 플레이어들은 은근히 많았다.
중장년층이나 노인들에게 신체, 장소와 상관없이 운동이나 여가를 즐길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인 것이다.
그렇지만 그 정도로 즐기는 사람이라면 저렇게 랭커들의 이름까지 알고 플레이까지 볼 이유가 없었다.
확실했다.
유 회장은 본격적으로 판온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거지? 아니, 지금은 이유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이걸 어떻게 활용할지!’
정지용의 머리가 비상하게 굴러갔다.
유 회장이 관심을 가졌다면 그에 걸맞는 기획을 세울 뿐.
언제나 다른 사람들보다 한발 앞서나가는 게 그 아니었던가!
* * *
“그런데 그 어르신은 어디 가셨어요?”
“몰라. 만날 친구분들 있다고 내려달라고 해서 내려드렸지. 어? 근데 어르신이 친구가 있었나?”
“…….”
태현과 이다비는 허공에서 대화하고 있었다.
태현은 용용이 위에, 이다비과 케인은 각각 이세연이 빌려준 언데드 와이번 위에!
태현이 ‘너 때문에 왔는데 교통편도 안 만들어 주냐 와 이거 완전 악덕업주 아니냐 너 신고한다’라고 생떼를 부린 덕분에 뜯어낸 탈것!
이세연이 직접 만든 언데드 탈것이다 보니, 이다비와 케인의 만족도는 하늘 높이 치솟은 상태였다.
“친구들이 있을 수도 있죠…….”
“그래? 판온 같이 하는 친구들이 있지는 않을 거 같은데. 우리 아버지가 있긴 한데, 우리 아버지는 지금 오스턴 왕국에서 리X지 찍고 있으시니…….”
현재 김태산은 길드원들과 함께 오스턴 왕국에서 영지를 경영하느라 정신없는 상황이었다.
한 번 영지를 잡은 김태산은 왕년의 추억을 확실하게 불태우고 있었다.
가차 없는 현질과 투자로 인한 영지 성장!
오스턴 왕국에서 영지를 잡은 수많은 세력 중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게 바로 그들이었다.
“참고로 거기 영지가 우리 영지보다 몇 배는 더 발전한 상태예요.”
“……우, 우리 영지에는 교단 건물이 있잖아!”
태현은 반박할 수가 없어서 말을 돌렸다. 둘의 대화를 듣던 케인은 기회를 보고 끼어들었다.
“거기는 오스턴 왕국군하고도 싸우면서 그렇게 성장을 시키는데…….”
“너 탈것에서 내리고 싶냐?”
“여기 공중이잖아?!”
“그러니까 하는 말이지.”
괜히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찾게 된 케인은 조용히 물러섰다.
‘왜 나만……!’
“뭐 어르신은 어르신 알아서 하시겠지. 저번에 레벨 오르신 거 보니까 어지간해서는 안 죽겠던데. 다 나 덕분 아니냐?”
“곧 레벨 80 찍으실 거라고 하시던데요.”
“…….”
태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구체적인 레벨은 듣고 싶지 않았던 것!
“……빨리 왕궁이나 가자!”
유 회장은 도중에 다른 도시에 내려주었고, 남은 사람들은 아탈리 왕국의 왕궁을 향해 날아가는 중이었다.
“투기장 때문에 서두르시는 건가요? 연습 경기 봤는데 괜찮은 거 같던데요. 태현 님하고 케인 씨가 독보적으로 활약했잖아요.”
“투기장 때문에 서두르는 건 아니고, 그리고 투기장이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니야. 도동수 그놈이 좀 성질이 더러워서. 나 참, 왜 사람이 그렇게 성질이 더럽대?”
“…….”
“…….”
이다비와 케인은 무언가 말하려다가 말았다.
“그, 그래도 이번에 그 도동수라는 플레이어는 거의 활약을 못 했으니까요.”
“응? 무슨 소리야? 도동수 무난하게 잘 했다고 이세연이 그랬는데?”
“네? 도동수는 거의 활약 못 했는데요.”
연습 경기 내내, 도동수는 운이 없었다.
혼자 행동하는 건 좋은데, 언제나 그가 간 곳에 상대 플레이어들이 없었던 것이다.
태현-케인이 셋을 상대하고, 이세연-김철수가 둘을 상대하는 동안, 도동수는 혼자서 왔다 갔다만 하다가 이세연-김철수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다.
물론 대부분은 싸움이 거의 끝나있었다.
급히 달려와 봤자 별 의미 없는 참가!
관중석에 있는 사람들은 ‘날로 먹냐 도동수’, ‘너 스킬로 적들 없는 곳으로 가는 거지’ 같은 식으로 야유했다.
도동수의 혈압이 더욱 오르는 것은 덤이었다.
“아, 내가 도동수 괴롭힐까 봐 그렇게 말한 거군.”
태현은 이세연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깨달았다.
진실을 말해주면 태현이 바로 도동수한테 시비를 걸 테니까!
어차피 연습 경기가 끝나고 태현이 영상을 다시 볼 리도 없으니 ‘도동수가 무난하게 했어~’라고 거짓말을 해도 별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똑똑하군, 이세연! 내가 도동수에게 관심이 없는 걸 참 잘 이용했어!’
태현이 감탄하는 동안 이다비는 미묘한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왜 그래?”
“자기가 참가한 경기는 좀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