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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52화 (352/1,826)

§ 나는 될놈이다 352화

도동수만 놀라고 있는 게 아니었다.

관중석에 있던 플레이어들부터 시작해서, 화면으로 연습 시합을 지켜보고 있던 윤주환까지 놀랐다.

“??!”

윤주환은 눈을 크게 뜨고 화면을 쳐다보았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B에서 상대 팀 세 명과, 케인-태현이 만났다.

만나자마자 케인은 망설이지 않고 <노예의 쇠사슬>을 사용해 상대 팀 한 명을 끌고 들어왔다.

그리고 숨 쉴 틈도 없이 바로 이어지는 태현의 맹공!

이미 행운의 일격을 포함한 스킬로 데미지를 뻥튀기시켜 놓은 태현이었다.

폭딜로 따진다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태현의 스킬셋.

끌려온 상대 플레이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아차’ 하는 사이 바로 죽어버렸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다.

여기까지는 윤주환의 상식선에서 이해가 가는 수준!

태현의 폭딜 스킬셋이야 알고 있으니 선공을 뺏긴 플레이어가 그대로 당하는 건 이해가 갔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뭐, 뭐야?!

동료 한 명이 시작하자마자 아웃.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그들은 만만치 않았다. 탱커가 앞으로, 딜러가 뒤로.

망설이지 않고 바로 움직인 것이다.

한 명 줄었어도 적어도 B에서 숫자는 똑같다!

그러자 이제 태현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앗!

-!!

-미쳤나?

탱커인 케인을 뒤에 두고 혼자서 단독으로 움직이다니. 게다가 1:2.

아무리 방금 싸움에 압도당했어도 이걸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다.

콰콰쾅!

탱커 뒤에 있던, 딜러 역할을 맡은 플레이어가 재빨리 태현을 공격했다.

검을 휘두르자 세 방향에서 빠르게 날아 들어오는 오러.

태현은…….

두 개는 피하고 한 개는 바로 튕겨내서 상대 탱커에게 박아버렸다.

-!!!

“!!!”

태현을 상대한 플레이어들도 놀랐겠지만, 윤주환도 만만치 않게 놀랐다.

방금 날아온 스킬은 절대 피하거나 막을 만한 스킬이 아니었다.

데미지보다는 속도가 빠르고 명중률이 높은 견제형 스킬!

그런 스킬을 저렇게 쉽게 피하고, 튕겨내기까지 한다고?

옆을 보니 최명성이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어때, 이제 내 말이 뭔 뜻인지 알겠냐?”

“네, 네…… 아니, 그래도…….”

윤주환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최명성이 고평가를 하는 건 알았지만 이건 너무 상식 밖이었던 것이다.

“아! 혹시 김태현의 레벨이 100보다 낮아서 그런 건가요?”

윤주환은 번뜩이는 생각에 무릎을 쳤다.

태현의 레벨이 100도 안 된다는 건 정말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말해도 아무도 안 믿겠지만!

그러나 그들은 운영 측 직원. 당연히 알고 있었다.

“뭔 소리야?”

“그, 그러니까 김태현의 레벨이 100보다 낮으니까…… 이번 프리카 투기장에서 버프를 받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넌 여기서 몇 년을 일했는데 아직도 시스템을 제대로 몰라? 그런 거 없어.”

“!!”

“그렇게 단순한 시스템이면 MBS가 저기서 대회 열려고 하겠냐. 조금만 시간 지나도 꼼수 쓰는 놈들이 줄줄 나올 텐데. 그런 거 아니야.”

프리카 투기장의 시스템은 그런 식의 꼼수가 통하지 않았다.

모두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진 상태에서 싸우는 것!

“그, 그러면…… 저건 대체…….”

“그냥 실력이라니까?”

“그래도 저게 말이 됩니까?”

“나 참. 이래서 뉴비들은…….”

“…….”

“판온 1때부터 김태현을 봤던 사람들은 별로 안 놀랐을 걸. 오히려 판온 2의 김태현이 평소 스타일이 아니었던 거지.”

판온 2에서 태현은 우연이 겹쳐 전설 직업과 어마어마한 스탯 보정을 받았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운.

원래 태현은 좋은 직업으로 플레이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키서스의 화신>은 워낙 회피율이 압도적이어서 어지간하면 태현은 수비나 회피 대신 공격을 선택했다.

그러나 판온 1에서의 태현은 달랐다.

대장장이의 회피율은 뻔했으니 최대한 공격을 보고 피하는 컨트롤에 집중!

말은 간단했지만 어마어마한 컨트롤이었다.

대장장이라는 PVP에 약한 직업을 갖고서 PVP 전용 직업들을 썰어버리려면 저 정도 플레이는 해줘야 했던 것이다.

높은 스탯이 사라지자 태현 본연의 플레이가 나왔고, 최명성은 놀라지 않았다.

“말도 안 돼…….”

“쯧쯧. 너 권투나 야구는 보냐?”

“예? 보기는 보는데요…….”

“거기 보면 선수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주먹을 피하거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공을 방망이에 맞추거나 하지 않냐?”

“그…… 렇죠?”

“넌 그걸 보면 무슨 생각을 하냐?”

“사람이 어떻게 저런 걸 할 수 있지? 괴물인가? 이런 생각을…….”

“그거하고 똑같아. 어느 세계에나 괴물은 있는 거라고.”

“!!”

최명성은 화면을 가리켰다.

화면 속 태현이 딜러의 공격을 계속 피해 가면서 탱커만 두들겨 패고 있었다.

2:1인데 태현의 옷 끝자락도 못 건드리는, 눈을 믿을 수 없는 상황!

보고서도 납득을 하지 못하는 부하를 위해 최명성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봐라. 내가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지. 케인이 처음에 한 명을 데리고 왔지.”

“네…….”

“그건 어떻게 생각하냐?”

“네? 그냥 가까운 놈 데리고 온 거 아닌가요?”

최명성의 눈빛이 한심하다는 듯이 바뀌었다. 그 모습에 윤주환은 움츠러들었다.

“똑바로 좀 봐라. 가운데에 있었던 놈이잖아.”

“그, 그렇군요.”

“케인이 그놈을 데리고 온 건 김태현이 그놈을 지목해서야. 김태현이 지목한 건 그놈이 저 셋 중 유일하게 광역기 위주 직업이라서 그런 거고.”

“!!!”

윤주환은 순간 등에 소름이 돋았다.

“김, 김태현이 사전 조사를 하는 타입이었나요?”

“뭔 사전 조사야. 저기서 만난 다음에 알아차린 거지.”

“…….”

싸움이 시작하는 그 짧은 순간에 태현은 상대방의 스타일을 바로 판단했단 말인가?

“저기서 김태현을 그나마 견제할 수 있는 건 가운데에 있던 광역기 가진 플레이어지. 그래서 무조건 제거하고 시작하려고 한 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현의 화려한 컨트롤에만 집중했지만, 최명성은 골수팬답게 그 속까지 보고 있었다.

태현의 강점은 컨트롤 하나만이 아니었다.

1초 1초가 아까운 긴박한 상황에서 가장 최선의 전략을 짜내는 판단력!

* * *

“와…….”

“개쩐다…….”

“야. 남 일처럼 이야기하지 마. 우리가 상대해야 할 놈이잖아. 저거 어떻게 상대하냐?”

예선전도 아닌 연습 경기였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최고치였다.

관중석의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앉아 있는 플레이어들!

그중에는 본선 진출이 예정된 해외 초대 팀이나, 예선 통과가 거의 확정된 실력파 팀들도 있었다.

그들에게도 태현의 모습은 경악 그 자체!

물론 그들은 놀라고만 있지 않았다.

아무리 놀라워도 결국 그들이 상대해야 하는 것.

어떻게든 상대할 방법을 짜내야 했다.

상대도 결국 사람!

프리카 투기장에 레벨과 스탯이 맞춰졌으니 제대로 맞추면 누구라도 쓰러뜨릴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현의 실력은 정말 압도적이었다.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나? 저걸 어떻게 피하는 거야? 스킬이지? 스킬 아냐?”

“스킬은 아닌 거 같아. 뒤에 보면 다른 스킬들을 연속으로 써대는데 그러면 MP가 너무 부족해.”

“광역기다. 무조건 광역기로 가야 해.”

“이거 멤버도 못 바꾸잖아. 광역기 없거나 적은 팀은 어떻게 상대하란 거야?”

“저거 먼저 움직이는 거 보면 광역기도 피할 거 같은데…….”

어느새 관중석의 플레이어들은 <어떻게 김태현을 상대할 것인가?>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연습 경기는 끝났다.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상대 팀의 플레이어들은 꾸벅 고개를 숙였다.

방금까지 싸운 것치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공손한 태도!

처참하게 졌는데도 그들의 얼굴에서는 분노나 원망 같은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만큼 압도당한 것이다.

보이는 감정은 오로지 존경과 선망뿐!

이세연은 속으로 살짝 감탄했다.

상대방도 경쟁심이 없는 플레이어들이 아니었다. 본선을 본격적으로 노리는 플레이어들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들이 저렇게 꾸벅거릴 정도라니.

저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확실히 재능이 있어.’

보는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스타의 재능!

태현은 몰랐지만 이세연은 알 수 있었다. 지금 관중석에서 나오는 이름은 온통 태현의 이름이었으니까.

그녀도 자리에 있었고 대단한 활약을 했다. 물론 태현처럼 눈에 확 들어오는 그런 활약은 아니었지만…….

‘내가 불렀지만 살짝 섭섭해지기도 하고…….’

탁!

이세연은 그런 마음을 숨기고 태현의 등을 쳤다.

“고생했어!”

“어. 너도.”

“어때, 즐겁지 않았어?”

이세연은 ‘다른 사람들의 환호성과 응원을 듣는 게 즐겁지 않았니?’라는 뜻으로 물은 것이었다.

실제로 관중들은 태현의 활약을 보고 태현의 이름을 계속 외쳤으니까.

게임 도중에는 안 들렸지만 게임이 끝나는 순간 태현의 이름을 부르는 함성들이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이세연은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았다.

이세연의 속셈은 간단했다.

태현에게 이런 즐거움을 알려주는 것!

혼자 돌아다니면서 약탈자 플레이어들을 두들겨 패는 것도 아니었다.

랭커들을 사냥하다가 수틀리면 접는 것도 아니었다.

믿을 수 있는 친구들과 손을 잡고(물론 도동수는 빼고), 쏟아져 내리는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정정당당하게 길을 걷는 것!

그게 이세연이 생각하는 진정한 즐거움이었다.

-자! 즐거워해라! 그리고 언젠가는 내 길드로 들어와라!

“어. 즐거웠어.”

“……!”

이세연은 주먹을 꼭 쥐었다. 해냈다! 해냈어!

“역시 남 패는 건 즐겁지.”

“……뭐?”

“그나저나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일 줄은 몰랐는데…….”

태현은 이세연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것도 모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연습 경기라서 별생각이 없었는데 관중석에는 사람들이 꽉꽉 차 있었다.

“이건…….”

“그래요. 태현 님!”

“아, 깜짝이야.”

갑자기 튀어나오는 이다비. 기다렸다는 듯이 옆에서 나오는 이다비의 모습에 태현은 놀랐다.

“이건 기회예요!”

“무슨 기회인지 묻기 무섭지만…… 그래, 무슨 기회인데?”

“당연히 돈을 긁어낼 기회죠!”

이다비의 눈은 황금빛으로 반짝였다. 물론 스킬 때문이었다.

옆에서 듣던 이세연이 당황해서 손을 내밀었다.

지금 태현에게 건전한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잠, 잠깐만요. 지금은…….”

“아니요! 이세연 씨도 지금 들으시는 게 좋을 거예요!”

“…….”

이세연은 이상한 압박감에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놀랐다.

그녀가 물러섰단 말인가? 김태현도 아니라 이다비한테?

“자, 그러면 지금부터 제 계획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

잔뜩 신이 난 이다비.

태현과 이세연은 서로 떨떠름한 얼굴로 마주 볼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도동수는 어떻게 됐지?”

“끝나자마자 나갔잖아.”

“왜 말도 안 하고 나갔대?”

“그야…….”

이세연은 말끝을 흐렸다.

태현이 그렇게 말로 괴롭혔으니, 도동수도 괜히 말을 꺼내 봤자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게 분명했다.

말 한마디 했다가 더 굴욕을 겪게 될 테니까!

“어쨌든 내가 걔 싸우는 걸 못 봤는데, 어땠어?”

“무난하게 잘 싸웠어. 도동수도 실력 없는 사람은 아니니까.”

“그래? 의외네.”

“…….”

이세연은 도동수가 미리 간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태현은 정말 100% 진심으로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가장 못 싸우는 도동수도 잘 싸웠다니…… 문제없는 거 아닌가?”

“아니, 사실 문제가 많아. 오늘은 이겼으니까 그런 거지, 원래 이런 식으로 싸우면 안 돼.”

이세연은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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