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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48화 (348/1,826)

§ 나는 될놈이다 348화

“흑흑…… 흑흑흑…….”

땅을 치며 후회하는 에반젤린!

태현은 그 모습을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너, 거기서 뭐해?”

“이거 어떻게 할 거야! 저주가 풀렸다고!”

“어…… 축하해?”

“그게 아니야!”

저주가 풀렸다니 태현은 일단 축하부터 해줬다.

물론 에반젤린의 속은 더 뒤집어졌을 뿐!

에반젤린은 태현의 멱살을 잡으려고 들었다. 물론 태현은 그냥 잡혀주지 않았다.

대신 옆에 있던 케인을 방패로 내밀었다.

[불운에 휘말립니다.]

“!?”

케인은 갑자기 뜨는 메시지창에 깜짝 놀랐다.

“왜 나를?!”

“내가 당할 수는 없…… 아, 어차피 상관없긴 했네.”

생각해보니 태현은 딱히 에반젤린이 페널티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흑흑…… 기껏 친구들하고 같이 판온을 하나 했는데…….”

“괜찮아.”

“……?”

“친구는 없어도 돼.”

“그런 소리가 아니잖아!”

태현은 위로로 사람을 더 열 받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에반젤린은 체념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세 져서 도와주러 온 내가 바보지.”

에반젤린이 너무 우울해하는 것 같아서 태현은 일단 동의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너 진짜 죽을래?!”

“동의해줬는데 왜 화를 내?!”

“어휴, 진짜…….”

에반젤린은 고개를 내젓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

아무리 울고 현실을 부정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고대 뱀파이어의 저주> 때문에 고생하던 겉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싸울 때 붙으면 추가로 페널티가 들어가잖아. 얼마나 좋아. 닿기만 해도 상대한테 불운이 팍팍!”

PVP 좋아하는 태현에게는 탐나는 장점!

게다가 친구들과 같이 파티 플레이하는 것에 별 관심이 없었기에 더더욱 괜찮았다.

“그런 거 필요 없으니까 그냥 파티 플레이하게 해줘…….”

에반젤린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너 아키서스 교단 세웠다고 하지 않았어?”

“그랬지.”

에반젤린과 헤어진 지 오래됐지만 태현이 아키서스 교단을 세웠다는 것 정도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플레이어 중에서는 최초로 교단을 부활시킨 것!

당연히 판온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알고 있었다.

“행운 관련 신이지?”

“그렇지?”

“혹시 거기 들어가면 행운 올려주는 그런 것도 있어?”

“있긴 있는데 네 행운 –999를 커버할 정도는 안 될걸. 내 교단 사제들은 하급이나 중급 정도라서 축복해 봤자…….”

오스턴 왕국에서 잔뜩 고용한 아키서스 교단 사제.

그리고 새로 영지에서 고용한 사아키서스 교단 사제.

이 NPC들은 플레이어들에게 이런저런 사소한 일일 퀘스트를 내주고, 그에 따른 보상을 해주는 것 같은 잡일을 맡고 있었다.

물론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한 플레이어들에게 축복을 내려주는 것 같은 평범한 역할도 맡고 있었기에, 태현도 그들의 축복이 어느 수준인지 들어서 알고 있었다.

행운을 조금 올려주거나, 아니면 랜덤으로 특별한 효과를 주는 정도의 축복 수준!

물론 그 정도도 도박, 아니, 제작에 눈이 먼 플레이어들에게는 충분히 큰 효과였다.

게다가 희박한 확률을 뚫고 성공한 플레이어들의 경험담은 다른 플레이어들을 솔깃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교단의 탑인 태현은 사제들의 수준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플레이어 중 가장 아키서스 교단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게 태현이었다.

‘다른 교단에 비하면 고위 NPC들이 너무 없지. 그나마 있는 놈들도 어딘가 다 이상한 놈들이고…….’

쫓겨난 기사에, 도박꾼에, 전직 대도둑에, 필사꾼에…….

아키서스 교단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가 NPC 부족!

대륙 단위 왕따를 당하는 사디크 교단도 사디크 대주교나 성기사단장 같은 강력한 NPC들을 데리고 있는 걸 생각해 보면, 아키서스 교단이 어느 수준인지 답이 나왔다.

“그런가…….”

에반젤린의 어깨가 축 처졌다.

“아, 생각해 보니까 아티팩트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있어!?”

“아니, 아직은 없고…….”

“…….”

“퀘스트 깨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깨러 가자! 도와줄게!”

에반젤린은 다시 기운을 차리고 외쳤다. 그러나 태현은 고개를 저었다.

물론 에반젤린 같은 랭커가 공짜로 도와준다는 건 태현한테 매우 편한 일이었지만…….

“투기장 가야 해.”

“맞다…… 그랬지…….”

선약이 있었던 것!

태현은 그래도 나중에 에반젤린을 써먹기 위해 친절하게 말했다.

“투기장 끝나고 바로 깨러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때 부를게.”

“정말 고마…… 잠깐만, 네가 이렇게 친절할 리 없는데?”

에반젤린이 멈칫했다.

절망한 것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졌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이상했다.

그러자 태현이 정색했다.

“와, 도와줘도 이러냐? 됐어. 나 빈정 상했어.”

“아, 아니야. 안 도와준다는 게 아니라…… 네가 친절한 게 이상해서…….”

말은 공손해도 안에 담긴 뜻은 변하지 않았다.

자업자득!

그러나 태현은 끝까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뻔뻔하게 말했다.

“나 도우러 왔다가 이렇게 됐으니까 친절한 거지. 사실 원래 내가 대주교를 잡았으면 네 문제를 해결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

에반젤린의 눈빛이 변했다.

절벽을 기어올라서 대주교를 스틸한 플레이어들에게 보내는 살기 섞인 눈빛!

사람들 없으면 당장에 덤벼들어서 도륙을 내버릴 눈빛이었다.

“어쩌겠어. 이렇게 된걸. 나중에 퀘스트 하면 부를 테니까 오라고.”

“그래. 그러면 투기장에서 보자.”

“……?”

“??”

“뭔 투기장에서 봐?”

태현은 왜 에반젤린이 투기장에서 보자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야 나도 투기장 대회 나가니까?”

“예선?”

“아니. 본선으로 바로. 캐나다 초대 팀. 잠깐만…… 너도 방송국 초대받아서 바로 본선 참가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왜 몰라?”

에반젤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예 대회를 참가 안 하는 사람이면 모를까 태현은 방송국의 초대를 받고 본선으로 바로 참가하는 사람이었다.

본선 참가가 결정된 캐나다 대표 팀인 에반젤린을 모를 이유가 없는 것!

“설마 너 참가 명단도 안 보고 있었던 건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잠깐, 맞네. 안 본 거지?!”

“하하. 이름 봐서 뭐하게. 어차피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인데.”

“네가 나가는 대회인데 관심 좀 가져라!”

에반젤린은 태현을 타박했다.

“어쨌든 본선에서 보자.”

“너 근데 행운 –999인데 팀원들이랑 같이 팀플레이가 되냐?”

아픈 곳을 정확하게 찌르는 말! 에반젤린은 태현의 말을 무시하고 움직이려고 했다.

떠나려는 에반젤린을 보던 태현은 문득 궁금해지는 게 있었다.

“그러고 보니 너 사디크 교단하고 싸우다 얻어낸 반지는 갖고 있냐?”

* * *

태현은 우울한 표정으로 사디크 교단의 폐허 옆에 앉아 있었다.

에반젤린에게 반지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응? 반지? 아. 그거? 잘 쓰고 있지. 옵션이 이렇게 달려 있는데 진짜 쓸 만하더라!

-그, 그 반지는 원래 내 ㄱ…….

-그래서 반지는 지금 뱀파이어 장로한테 맡겼어. 반지 업그레이드 퀘스트가 나왔거든. 여기에 추가로 혈석 넣어서 강화할 생각이야.

-…….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괘씸한 버포드!

‘아, 그러고 보니 이런 게 있었지.’

태현은 <사디크의 성물 반지>를 확인했다. 예전 버포드를 쓰러뜨리고서 얻어낸 것!

사실 따지고 보면 버포드가 가져간 것보다 뜯긴 게 더 많았지만, 태현이 그런 걸로 납득할 리 없었다.

‘잠깐, 생각해 보니 권능도 권능인데 이거 내가 갖고 있어서 교단 부활할 수 있다고 뜬 건가?’

태현은 사디크의 성물 반지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걸 어떻게 써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날까?

“저기요.”

“……?”

누군가 태현의 어깨를 톡톡 치며 말을 걸어왔다. 태현은 고개를 돌렸다.

말을 걸어온 건 김현아였다.

물론 태현은 김현아가 누군지 몰랐다. 왜 김현아가 태현을 노려보는지도 당연히 몰랐다.

그러나 태현은 당황하지 않았다.

처음 보는 사람이(태현 기준에서) 태현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건 이제 숨 쉬듯이 자연스러웠다.

태현은 태연하게 물었다.

“그래. 너는 뭘로 나한테 원한이 있냐?”

“……??”

김현아는 태현의 반응에 당황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반응!

덕분에 김현아는 말을 더듬었다.

“그, 그…… 언니와 친하게 지낸다고 해서 우쭐대지 마요!”

“……?”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현아가 저렇게 말할 정도로 태현과 친한 사람이 있었나?

“네 언니가 누군데? 어? 혹시 이다비 동생인가?”

“이세연 언니요!”

“친하긴 누가 친해!”

태현은 울컥해서 반응했다. 태현에게서 보기 드문 모습!

“같이 어울리고 싶은 생각 전혀 없거든? 걔가 나 쫓아다니면서 괴롭히는 거거든? 어이가 없네.”

“언니하고 같이 다니는 거에 불만이라도 있어요?”

“불만이라도 있냐니. 불만밖에 없거든?”

김현아는 정말 크게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이세연하고 같이 다니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니!

그녀의 상식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사람!

“그리고 내가 이세연 싫어하는 게 너한테는 잘된 거 아닌가? 내가 이세연하고 어울리는 걸 싫어하는 거 같은데.”

“그, 그렇긴 한데요…….”

“잘됐네. 협력하자. 나도 이세연하고 어울리기 싫어!”

“어, 어라?”

김현아는 뭔가 속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태현의 말이 맞았다.

태현은 이세연과 같이 어울리기 싫어하고, 김현아는 태현이 이세연과 같이 어울리는 걸 싫어했다.

서로의 뜻이 일치!

“이세연한테 잘 말해서 나 좀 내버려 두라고 해! 제발 좀!”

* * *

“선배님!”

“너도 왔었냐?”

뒤늦게 도착한 정수혁 파티를 보고 태현은 놀랐다.

여기에 대체 몇 명이나 온 거야?

“도와드리려고 왔습니다! 친구들도 선배님을 도와드리고 싶어서 왔고요.”

“그래? 그냥 투기장이나 하지 그랬어.”

정수혁은 태현이 그들을 배려해서 그런 말을 한 거라고 생각했다.

“아닙니다! 받은 게 있는데…….”

“아니, 너희 없어도 여기는 깼을 테니까 그냥 투기장 해서 아키서스 교단 명성이나 올리란 뜻이었는데.”

“…….”

배려가 아니라 그냥 진심으로 한 소리!

“어, 어차피 다음 경기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괜찮습니다.”

“그래? 잘 할 수 있겠어?”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선배님이 저번에 주신 조언이 엄청나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내가 몰래 변장하고 참가해서 도와줄 수도 있는데.”

“하하하! 선배님 농담도 참!”

정수혁은 웃음을 터뜨렸다.

태현이 진심으로 한 소리라는 건 전혀 눈치채지 못한 모습!

“제 긴장을 풀어주시려고 농담하신 거군요?”

“어? 그게 아니라…….”

“하지만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선배님의 마음만 받겠습니다!”

“…….”

이쯤 되자 태현도 ‘너희가 이겨야 교단 명성이 올라가잖아! 내가 가면 끼고 들어가서 다 패줄게!’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태현은 저렇게 성실하게 노력하는 타입에 언제나 약했던 것!

“그, 그래…… 열심히 해라…….”

“네!”

신나서 돌아가는 정수혁이 뒷모습을 보며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탁-

이세연이 태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제 갈 시간이야. 그만 시간 끌고 가자.”

“시간 끈 적 없거든?”

“그리고 현아한테 이상한 소리 하지 마.”

“!”

태현은 순간 당황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무슨 소리?”

“아까 둘이 이야기하는 거 봤어.”

‘젠장. 눈치는 빨라가지고.’

“너 지금 속으로 내 욕했지?”

“!?”

태현은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투기장 남은 팀원은 언제 정해지는 거야? 빨리 정해야 하지 않아?”

“관심도 없었으면서…… 마침 잘됐네. 피디한테 연락 왔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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