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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45화 (345/1,826)

§ 나는 될놈이다 345화

-당연한 거 아닌가, 주인이여! 지금 뒤를 봐라!

위험한 게 아니냐는 태현의 질문에 용용이는 어이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뒤에서 미친 듯이 공격을 날려대는 사디크 교단 NPC들!

특히 사디크 성기사단장의 눈빛은 태현도 섬뜩할 정도였다.

-영원히 추적하는 화염의 화살!

-지옥의 화염 벽!

허공으로 도망치려던 태현 앞에 순식간에 장애물들이 생겨났다.

“저놈! 저놈 김태현이다!”

“찢어 죽일 놈!”

“태워 죽일 놈!”

“…….”

매우 생생한 저주를 뒤로 들으며 태현은 고개를 내저었다.

“속이 좁은 놈들이군.”

자기가 한 짓은 싹 기억에서 지운 뻔뻔한 모습!

“김태현 백작! 당장 멈춰라! 멈추지 않는다면 네 동료들을 죽이겠다!”

“뭐?!”

태현은 깜짝 놀랐다.

태현의 동료라니.

케인과 이다비가 잡혔단 말인가?

‘아니, 이 멍청한 것들은 제대로 숨어 있지도 못하나?’

태현은 당황해서 고개를 돌렸다.

사디크 성기사들이 버포드와 약탈자 플레이어를 붙잡고 칼을 겨누고 있었다.

“…….”

“김태현 백작! 영웅이라고 불리는 사람이 동료를 버리면 되겠나! 당장 멈추지 않으면…….”

“죽여!”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나온 대답!

“……뭐, 뭐라고?”

“죽이라고!”

태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용용이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용용이가 입에서 강력한 번개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연쇄 번개!

그에 맞춰서 태현도 <고대의 망치>로 갈아 끼우고 닥치는 대로 휘둘러댔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장애물도 일격에 부수는 강력함!

그러는 사이 뒤에서 공격이 날아왔다. 태현은 그때마다 반격의 원 스킬을 사용해 튕겨냈다.

-주인이여, 계속 이러다가는 끝이 없다! 뚫고 나가야 한다!

-알겠어. 축복 걸어줄 테니까 회피로 뚫고 가자.

그 순간 사디크 대주교는 강력한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미 상황 파악은 끝난 지 오래!

사디크 성기사단장의 보고를 듣자 오늘 일어난 이 소동의 원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절대로 살려 보내지 않겠다!

태현에 대한 사디크 교단의 원한은 이제 하늘을 뚫고 우주를 향해 날아갈 수준이었다.

[사디크 대주교가 <영원한 지옥의 업화>를 준비합니다.]

[피하십시오!]

‘뭐야?’

태현은 당황했다.

보통 저런 메시지창이 뜨는 마법은 엄청나게 강력한 마법이었다.

보스 몬스터가 한 방을 준비할 때 쓰는 마법!

저런 게 뜨면 일단 무조건 피해야 했다.

문제는 지금 저 마법을 태현 하나한테 조준하고 있는 것!

보스 몬스터도 저런 걸 연속으로 쏠 수는 없었다.

성문 요새 주변에 다른 토벌대들이 우글거리는데 그걸 지금 태현한테 쏜다고?

“아니, 저 주교 놈은 상황 파악을 못 하나?”

-주인이 너무 싫은 거 아닐까?

“용용아, 맞는 말은 적당히 해라. 속도 올려!”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 놈들이 내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저주를 날리고 있다!

용용이가 다급하게 말하는 걸 보니, 다른 사디크 사제들이 속도를 높이지 못하도록 저주를 날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태현은 순간 망설였다.

‘용용이 위에서 뛰어내릴까?’

이대로 같이 날아가다 둘 다 맞는 것보다는 그냥 용용이를 두고 뛰어내리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영원한 지옥의 업화가 무슨 마법인지는 몰라도 태현의 스킬만 믿고 버티기에는 좀 불안한 것이다.

-주인이여, 왜 대답이 없나? 설마 날 버리고 도망칠 생각은 아니지?

“…….”

-진짜였나!?

“하하, 아니야. 용용아. 왜 그런 생각을 하고 그래?”

생전 처음 듣는 태현의 다정한 목소리!

용용이는 그 목소리에 기겁했다.

이건 아무리 봐도 버리고 갈 것 같은 목소리!

-에잇! 주인은 여기서 못 내린다!

날개를 위로 올려 태현이 못 내리도록 붙잡는 용용이!

“야, 이러면 안 되지!”

-정말 날 버리고 도망가려고 한 거였나?!

웅웅웅-

둘이 투닥거리며 다투는 동안, 사디크 대주교 주변에서 강렬한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거의 다 완성된 마법!

태현은 그걸 깨닫고 혀를 찼다. 이제 피하기에는 늦었고 막을 수밖에 없었다.

‘가능한 스킬 모두 다 쓰고 여차하면…… 아. 생각해 보니까 아까 대주교한테 축복받은 덕분에 스킬 쿨타임 다 끝났지? 부활도 다시 할 수 있겠는데?’

대주교의 아낌없는 보상 덕분에 한 번은 죽어도 되는 상황!

그걸 떠올리자 태현은 안심했다. 생각해보니 그렇게 최악은 아니었다.

-주인이여! 저걸 막을 방법은 있는 거겠지!?

“응? 아. 난 괜찮을 거 같아.”

-주인만?! 나는?!

“나보다 레벨도 높은 놈이 엄살은. 파이팅!”

-소, 소환 해제! 소환을 해제해다오!

“에이, 괜찮을 거야. 널 믿고 쭉 날아가!”

그 순간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속 어둠의 창, 앞을 뒤덮는 어둠, 간이 텔레포트!

이세연이 도착한 것이다.

* * *

도착한 이세연은 랭커 네크로맨서의 진정한 힘을 제대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단순히 언데드를 소환하고 강화하는 것만이 네크로맨서는 아니었다.

저주나 흑마법도 네크로맨서의 영역!

먼저 하늘에서 폭격하듯이 투사체 마법을 연속으로 날려 사디크 교단 NPC들을 견제.

그다음 용용이를 노리던 사제들에게 역으로 저주를 걸어서 혼란 상태에 빠뜨리고, 용용이를 통째로 순간이동 시켜서 대주교의 마법 타깃에서 벗어나게 만들었다.

간단한 연계로 태현을(정확히는 용용이를) 위기에서 구하는 깔끔한 실력!

-대단한 마법사다! 대단한 마법사다!

“성격은 더러워. 속지 말라고.”

-주인보다 더러울 리가…….

“용용아. 네 주인은 나잖아.”

-방금 날 버리고 가려고 했지 않나!

“오해라니까 그러네.”

이세연이 나서준 덕분에, 상황은 농담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게다가 이세연은 혼자 온 게 아니었다.

“지금이다!”

“달려들어! 올라가!”

이세연이 나서는 걸 보자, 토벌대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이 모두 총공격에 나선 것이다.

이세연이 나설 정도면 지금 그들도 나서도 될 거 같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은 분위기에 휩쓸리기 쉬웠다. 그들은 옆에 있는 사람들이 공격을 당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덤벼들었다.

“막아! 괴수들을 불러내!”

사디크 교단은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갑자기 시작된 총공격에 당황한 것이다.

“다크 엘프들! 그쪽을 막아라!”

-화염의 정령 소환!

-강철 이빨 표범 소환!

“크르르…….”

아직 남아 있는 다크 엘프들과 부족 전사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쉭! 쉭!

부서진 잔해 사이에 숨어, 다크 엘프들이 날카롭게 화살을 날려왔다.

제대로 한 대 맞으면 치명타가 터지는 위험한 공격들!

“화살 날아온다! 탱커들 앞으로!”

“마법사들은 뒤로 빠져!”

“원거리 공격 되는 사람들은 저기에다가 공격 좀 넣어줘요!”

퉁-

유지수는 냉정한 눈빛으로 저 먼 곳을 쳐다보았다.

주변에서 마법이 터지고 화살이 날아들고 온갖 스킬들이 사용되고 있었지만, 유지수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만큼 단련이 된 것이다.

‘지금!’

-삼중 맹독 화살!

“크악!”

“커억!”

유지수의 공격에 숨어 있던 다크 엘프 궁수들이 그대로 쓰러졌다.

“잘했어!”

아군 플레이어들의 활약에 기뻐하며, 에반젤린이 돌격하기 시작했다.

쾅! 쾅! 콰쾅!

[피의 격노를 사용합니다. 받는 데미지가 50% 감소합니다.]

[붉은 눈의 습격자를 사용합니다. 적의 명중률이 급격히 감소합니다.]

다크 엘프들 사이에 돌입하는 데 성공한 에반젤린이 날뛰기 시작했다.

막강한 방어력과 다양한 흡혈 스킬로 HP 회복이 가능한 에반젤린은 걸어 다니는 요새 수준이었다.

게다가 뒤에서 계속해서 덤벼드는 플레이어들은 덤!

“대주교 레이드할 사람은 이쪽으로 오세요!”

“……!”

이세연의 목소리가 멀리 울려 퍼지자 모두가 고개를 들었다.

“갈까?”

“나는 좀…… 가봤자 방해만 될 거 같은데.”

“그래도 한번 껴본다!”

“좋아! 나도!”

어느 정도 실력에 자신 있는 플레이어들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혼자라면 절대 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수많은 동료가 있는 것이다.

이때 아니라면 언제 저런 보스 몬스터를 레이드해 보겠는가!

* * *

허공을 날며 마법을 퍼붓던 이세연은 당황했다.

메시지창이 뜬 것이다.

[영원한 지옥의 업화가 날아옵니다.]

“……!”

태현이 집중포화를 맞고 있어서 구하러 오기는 했는데, 대주교가 이런 대마법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몰랐던 것!

-야! 말 제대로 안 해?!

태현한테 항의함과 동시에 이세연은 스킬을 사용했다.

이세연 정도 되는 플레이어는 생각하기도 전에 먼저 몸이 움직이는 법!

-차원문 개방!

이세연의 몸이 어둠과 함께 사라지더니, 밑에 지상에서 다시 나타났다.

화르르르륵!

그리고 허공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화염!

이세연이 타고 있던 언데드 와이번이 그대로 녹아버렸다.

[4번 와이번이 파괴됩니다.]

“복, 복구는? 그래도…….”

[복구할 수 없습니다.]

“…….”

워낙 강력한 마법에 맞아서 다시 살리는 것도 불가능!

‘여기 와서 대체 손해를 얼마나 보는 거야?!’

착지한 이세연은 속으로 투덜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토벌대에 참가한 플레이어들은 총공격을 가하며 밀어붙이고 있었다.

상황을 보니 어지간해서는 이길 것 같았다.

‘대주교는…….’

저 너머에 대주교와 사제단이 보였다.

방금 강력한 마법을 써서 그런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잡는다면 바로 지금!

“대주교 레이드할 사람은 이쪽으로 오세요!”

말이 끝나고 나서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태현이었다.

“…….”

“…….”

허공에서 둘의 눈빛이 부딪혔다.

하고 싶은 말들은 엄청나게 많았지만 서로 기회만 엿보는 두 사람의 눈빛!

“앗! 김태현이다!”

“이세연하고 같이 있어!”

“둘이 친하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나 봐!”

움찔-

플레이어들의 목소리를 들은 태현이 움찔했다.

그걸 본 이세연이 사악한(태현한테만 그렇게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태현은 직감했다.

힘든 싸움의 예감이 든다고!

“아니, 그렇게 친한 건…….”

태현은 플레이어들에게 말해서 헛소문을 고치려고 했다.

그 순간 이세연한테 귓속말이 날아왔다.

-방금도 누가 구해줬는데? 와,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구해달라고 말 안 했…….

-지금 너 때문에 내가 데스 나이트하고 와이번을 얼마나 날린 줄 알아?

-물어주면 되잖…….

-토벌대 뺄까? 대주교 혼자 잡을 수 있어? 응?

태현이 말 한마디를 할 때마다 끝내기도 전에 찌르고 들어오는 이세연!

“……맞지!”

피눈물을 삼키며 태현은 인정했다.

우리 친한 거 맞아요!

“오오! 역시!”

“랭커들은 다들 친하니까!”

“그치? 친하니까 같이 투기장 대회도 나가는 거겠지?”

태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진실을 말하고 싶다고!

지금 사람들은 이세연한테 다 속고 있었다!

이세연은 태현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러고는 말했다.

“이번 토벌 퀘스트 끝나고 투기장 가서 연습할 건데, 보고 싶은 분들은 오셔도 괜찮겠네요.”

“와! 정말요?!”

“꼭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직 팀 다 안 정해지지 않았나요?”

“사람이야 어떻게든 구할 수 있지 않겠어요?”

태현은 이세연이 두른 팔을 밀어내려고 애썼다. 그러나 이세연은 쉽게 밀려나지 않았다.

‘얘 네크로맨서 아냐? 힘 스탯이 나보다 높을 리가 없을 텐데?’

스킬까지 써가면서 버티는 이세연! 태현은 그걸 알지 못하고 당황해했다.

“혹, 혹시 연습하실 때 저도 들어갈 수 있을까요?”

“야, 너는 왜 그런 걸 부탁하고 그래?”

“맞아. 주제 파악 좀 하라고!”

말 한마디 꺼냈다가 구박이 사방에서 날아왔다. 말을 꺼낸 플레이어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이세연은 웃으며 말했다.

“만약에 사람 다 못 구하면 부탁드릴게요.”

“정, 정말인가요?!”

“그러면 저도!”

“너 방금 나한테…….”

“저도! 꼭 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먹이를 원하는 새처럼 손을 들고 간절하게 외치는 사람들!

그 모습에 태현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근데 우리 대주교 사냥은 언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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