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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44화 (344/1,826)

§ 나는 될놈이다 344화

“내,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게 왜 남의 반지를 가져가고 그러나?”

“반, 반지? 뭔 반지?”

자기가 뺏긴 건 1년이 넘어도 잊지 않는 마음!

물론 버포드는 당연히 알아듣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반지란 걸 듣고 태현의 반지를 떠올린다면 그게 더 대단한 일이었다.

아니, 버포드는 애초에 그 반지가 태현이 얻어야 할 보상이라는 걸 알고 있을지 의문이었다.

“자. 움직여!”

“저…… 어디로 가는 겁니까?”

“성문 요새 쪽으로 간다.”

“……!”

약탈자 플레이어와 버포드의 표정이 동시에 변했다.

약탈자 플레이어는 ‘왜 지금 그런 죽기 딱 좋은 곳으로 가나’ 생각했고, 버포드는 ‘무슨 생각으로 사디크 성기사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가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그들을 재촉했다.

“발걸음 멈추면 찌른다. 달려! 달리라고!”

“네, 네!”

* * *

“도착했다! 여기야!”

“그…… 런데 왜 다른 플레이어들이 안 보이지?”

“글, 글쎄? 그렇지만 분명 여기가 맞아.”

“앗? 저기 위에서 연기 나는데? 화염도 보여!”

“사디크의 불꽃이다!”

성문 요새에서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본거지 안에서는 태현의 깽판이 벌어지는 동안, 다른 한 곳에 도착한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태현의 영지를 습격했다가 강제로 퀘스트를 받은 플레이어들!

사디크 교단의 위치를 찾기 위해 퀘스트를 깨다가, 갑자기 토벌대 퀘스트가 떴다는 걸 듣고 달려온 그들이었다.

그러나 너무 급하게 달려온 나머지 정확한 위치로 오지 못했다.

성문 요새로 이어지는 정면 출입로가 아닌, 옆으로 난 험난한 절벽 쪽으로 도착한 것!

당연히 토벌대 플레이어들과 만날 수가 없었다.

“먼저 들어간 거 아닐까?”

“아니, 근데…… 이 절벽을 기어올랐다고? 그 많은 플레이어가?”

“사람 많으니까 충분히 가능했겠지.”

“아닌 거 같은데…….”

“야, 지금 망설일 때가 아니야. 만약에 우리가 도착하기도 전에 여기 토벌이 끝나버리면 어떻게 되겠어?”

“……!”

자리에 있던 모든 플레이어의 얼굴이 굳었다.

그랬다.

여기서 퀘스트를 깨지 못한다면 이 지긋지긋한 저주를 계속 달고 판온을 해야 하는 것!

“안 돼!”

“절벽을 오르자!”

“그래! 이미 여기 올라간 플레이어들도 있는데 우리가 못 할 게 뭐가 있겠어?”

그런 플레이어들은 없었다.

그러나 자리에 모인 플레이어들은 결연하게 절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으악!”

“함정이다!”

[다크엘프 식 밧줄 함정을 건드렸습니다.]

물론 그냥 오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절벽 곳곳에 설치된 침입자를 막기 위한 함정!

기어오르다가 뭐 하나만 잘못 건드려도 우르르 함정이 쏟아져 내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절벽 위에서 지키고 있는 적이 없다는 것!

만약 적이 있었다면 그들은 정말 오르지 못하고 이 절벽에서 로그아웃 당했을 수도 있었다.

“헉, 헉헉…….”

“내가 밧줄을 던질 테니까 그걸 잡아! 그러면 더 편할 거야!”

“너희들……!”

그들의 우정은 더욱더 끈끈해지고 단단해지고 있었다.

* * *

온다.

놈이 온다.

“지금!”

유 회장의 눈이 번뜩였다.

그 순간 손에 들고 있던 낚싯대가 번개처럼 휘둘러지더니, 용암 속에서 튀어나온 물고기를 그대로 꿰뚫었다.

“오오오!”

“광산에 처음 들어온 낚시꾼이 저 정도라니!”

“저 신입은 전설의 낚시꾼이 될 자질이 있어!”

뒤에서 떠드는 NPC들의 말을 흘려들으며, 유 회장은 다음 낚시를 준비했다.

원래라면 이 던전에서 유 회장은 바로 죽었을 레벨이었다.

유 회장의 레벨은 초보자나 다름없는 레벨이었으니까.

그러나 유 회장은 죽지 않았다.

그에게는 현질이 있었던 것이다.

용암 물고기한테 얻어맞고 죽을 상황이 되면 값비싼 포션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포션을 다 쓰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구매했다.

쓸만한 스크롤이 있다? 그냥 샀다.

장비든 소모성 아이템이든 유 회장은 지금 상황에서 쓸 수 있을 것 같으면 아낌없이 질러댔다.

이 던전에서만 쓴 돈이 벌써 수천만 원을 훌쩍 넘겼다.

광기의 현질!

예전에 ‘게임에 무슨 돈을 쓰냐’라고 말했던 유 회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

유 회장을 아는 사람이 봤다면 말도 안 된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유 회장은 의지로 불타고 있었다.

-반드시 여기서 빠져나가서 저 얄미운 놈의 낯짝에 낚싯대를 휘둘러주겠다!

“조심해! 큰 놈이 온다!”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유 회장은 예전처럼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도 알 수 있었다.

뒤에서 놈이 오고 있다는 것을!

-연속 낚싯바늘 찍기!

-쿠어엉!

거대한 용암 물고기가 낚싯바늘에 걸려 비명을 질렀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유 회장은 가방을 확인했다.

할당량은 이미 넘긴 상태.

지금 말하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 회장은 그냥 나갈 생각이 없었다.

‘저 사디크 성기사 놈은 용암 속에 처박아주고 나가주마!’

유 회장이 꿈꿨던 폼 나고 멋진 낚시를 박살 낸 원인 중 하나!

저 뒤에서 감시하고 있는 사디크 성기사한테는 복수하고 나갈 생각이었다.

‘내가 저놈을 이길 수 있을까? 레벨이 엄청나게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유 회장은 자신의 레벨을 확인했다.

레벨 : 69

고렙 던전에서 현질로 폭발적인 레벨 업을 한 결과!

그러나 유 회장은 지금 그가 사디크 성기사를 이길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이길 수 있을 거 같기도 하고…… 아니야. 레벨 좀 더 올리고 덤벼보자!’

“진짜 성문 요새로 가는 거냐?”

“말이 짧다는 건 네 목숨도 짧아지고 싶다는 거겠지. 그래. 잘 알겠다.”

“진, 진짜 성문 요새로 가는 겁니까?!”

약탈자 플레이어는 황급히 말을 고쳤다.

무슨 말 한마디 잘못했다고 찔러 죽이려 한단 말인가.

그도 나름 거칠게 플레이하는 플레이어긴 했지만, 태현 같은 놈은 정말 본 적이 없었다.

처음 봤을 때 얌전하고 겁 많던 모습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지금 있는 건 닳고 닳은 늑대였다.

사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아는 놈!

버포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성문 요새로 가서 같이 싸우려는 거면 굳이 나한테 이렇게 할…….”

“아, 말 더럽게 많네. 말할 시간에 움직여.”

태현은 버포드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들을 걷어찼다.

“멈춰라!”

성문 요새에 가까이 접근하자, 보초를 서고 있던 사디크 성기사가 태현에게 외쳤다.

같은 사디크 성기사 복장을 하고 있어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

성문 요새가 박살 나고 본거지에 폭탄이 터졌으니 당연한 모습이었다.

태현은 버포드와 약탈자 플레이어를 두고 앞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뒤의 둘에게 들리지 않도록.

“이번 소란을 일으킨 범인을 데리고 왔습니다.”

“뭐라고?!”

사디크 성기사는 놀란 눈으로 두 명을 쳐다보았다.

“저놈들이?!”

“예! 대주교님을 뵙게 해주십시오! 직접 뵙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디크 성기사를 설득하는 데 성공합니다.]

“알겠다. 대주교님은 저 위쪽에 계신다. 강력한 마법을 쓰신 덕분에 쉬고 계시지. 이봐! 저 둘을 감시해라!”

주변에 있던 사디크 성기사들이 몰려왔다.

이 근처에 있던 전력들이 전부 성문 요새 쪽으로 왔기 때문에 성기사들은 넘쳐났던 것이다.

“어, 어?”

“왜 그래?”

“시끄럽다. 배신자 놈들!”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라!”

약탈자 플레이어는 자기가 배신하고 버포드를 공격한 게 걸린 줄 알았다.

그래서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뭘 말하는 건지도 모르는 채.

그러나 버포드는 아니었다.

“아니, 나는 아니야! 이놈만이라고!”

“시끄럽다고 했을 텐데!”

“나는 아니라니까! 나는 이놈을 막으려고 했을 뿐이라고!”

그러는 사이 태현은 성기사를 따라 위로 걸어 올라갔다.

멀리서 대주교가 보였다. 주변에는 다른 사디크 고위 사제들이 있었고, 또 그들을 호위하는 고위 성기사들이 있었다.

막강한 경비!

마법사나 사제는 근접전에 취약하니 필요한 대책이었다.

대주교나 사제들은 딱히 태현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이 정도 경비가 되어 있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무슨 일이냐? 소란의 원인을 알아왔다고?”

“예! 안토니오와 손을 잡은 배신자들이 불을 질렀습니다!”

“역시! 안토니오 그놈이!”

안토니오와 사이가 안 좋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대주교는 안토니오부터 의심했다.

태현은 한 발짝 다가섰다.

대주교만 잡고 여기를 빠져나간다면 이번 퀘스트에서는 더 바랄 게 없었다.

‘지금 달려 들어가서 찌를 수 있으려나?’

-야! 성기사단장 왔다!

-!

다급한 케인의 목소리.

이다비와 케인은 성문 요새 쪽에 먼저 도착해서 주변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엄청 살벌해! 저렇게 무서운 놈이었냐?

케인은 성기사단장을 보며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 한 명은 반드시 죽이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살벌함!

“…….”

태현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망설였다가는 성기사단장이 올라온다!

“어쨌든 범인을 찾아오다니 훌륭하다. 무릎을 꿇어라. 내가 너를 축복해주마.”

사디크 대주교는 태현에게 말했다. 태현은 냉큼 무릎을 꿇었다.

아까 성기사단장에게 버프를 받았던 것처럼, 주는 버프는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사디크 대주교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모든 상태 이상이 해제됩니다.]

[HP와 MP가 최대치로 회복됩니다.]

[스킬들의 쿨타임이 끝납니다.]

“감사합니다!”

“그래. 앞으로도 정진하도록. 그 두 명을 내 앞에 데리고 와라.”

대주교는 태현에게 축복을 내린 다음 관심을 껐다. 밑의 두 명을 직접 보고 싶어 하는 모양이었다.

꿈틀-

태현은 꿇었던 무릎에 힘을 주었다.

무릎을 꿇은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

쾅!

태현이 덤벼드는 순간과 동시에 밑에서 성기사단장이 나타났다.

성기사단장은 악마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놈을 막아라!”

“?!”

그러나 이미 그 순간 태현은 대주교 앞에 도착해 있었다.

이미 행운의 일격은 가능한 최대치로 걸어 놓은 상태.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공격을 한 방에 때려 넣는다!

대주교가 태현의 레벨의 몇 배는 되는 보스 몬스터기는 했지만, 사제 직업이었다.

그렇다면 HP는 비교적 낮을 것!

태현은 거기에 걸었다.

푸욱-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사디크 대주교의 몸을 영원한 불꽃이 뒤덮습니다. 공격할 수 없습니다.]

‘……텄군.’

태현은 메시지창을 보고 직감했다.

지금 무슨 스킬을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대주교까지 잡는 건 실패!

“이놈!!!!”

“아, 단장님 오셨어요?”

반갑게 인사하는 태현!

성기사단장은 온몸에 화염을 두르고 태현에게 돌진했다.

“죽여 버리겠다!”

그러나 태현은 성기사단장과 정면으로 싸울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아키서스의 신성 영역!

태현은 일단 광역기로 주변 사제들의 공격을 막았다.

여기서 사제들과 성기사들의 공격을 같이 맞으면 아무리 태현이라도 위험!

-나와라, 용용아! 튈 시간이다!

* * *

“김태현이다.”

“네? 어디요?”

“저기서 싸우는데?”

이세연은 마법으로 계속 사디크 쪽을 염탐하고 있었다.

웬 사디크 성기사가 나타나더니, 대주교가 있는 쪽으로 가더니, 기습을 하고…….

성기사단장에 공격까지 당했다.

처음에는 누군가 했는데 하는 짓을 보니 확실했다.

김태현이었다.

“가자. 나도 이제 슬슬 움직여야지.”

“네? 언니, 지금 가면 위험해요! 다른 플레이어들이 더 싸우고 나서…….”

“아냐. 지금이 딱 좋은 때야.”

이세연은 다시 와이번을 꺼내서 위에 올라탔다.

대주교는 공격을 받아서 회복하느라 움직이지 못하고, 성기사단장도 저 소란 때문에 정신이 팔린 상황.

“슬슬 끝내볼까?”

“이세연! 이세연! 이세연!”

이세연이 직접 움직이려고 하자 토벌대 플레이어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걸 보며 이세연은 속으로 생각했다.

‘사람들 앞에서 확실하게 매듭도 짓고…….’

“……!”

태현은 갑자기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주인이여, 왜 그러나?

“아, 아니. 뭐지? 뭔가 위험한 걸 느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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