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343화 (343/1,826)

§ 나는 될놈이다 343화

갑자기 분위기가 묘해졌다.

또 레벨을 올린 데다가, 검술 스킬까지 드디어 고급으로 달성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리려던 차에 싸늘해진 분위기!

‘아오. 곱게 죽을 것이지 마지막에 엿을 먹이고 가네.’

태현은 속으로 안토니오를 욕했다.

레벨 업에, 검술 스킬에, 게다가 아탈리 왕국 공적치 포인트에.

여러 가지로 챙겨주는 친절한 NPC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저런 말을 하고 가다니!

물론 태현 기준에서나 그렇지, 안토니오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마지막 순간에야 자신이 누구를 상대하고 있는지 깨달았으니 그걸 남기는 건 당연한 것!

‘지금 얻은 스킬이 뭐가 있지? 일단 검술 고급 찍었고. 보상으로 비전 스킬 하나 들어왔고. 가타콰 검법 새로 열렸고. 거기에 사디크 권능은 뭐가 들어왔지?’

<화염 재생>

사용 시 화염에 데미지를 입지 않고 화염을 흡수합니다. 흡수한 만큼 회복합니다.

“……!”

회복 계열 스킬!

태현에게 회피나 공격 계열 스킬만 있다는 걸 생각했을 때, <화염 재생>은 매우 요긴한 권능이었다.

“……잠깐 이리 와보도록.”

성기사단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굳이 스킬을 써서 확인하지 않아도 태현은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성기사단장이 의심하고 있다!

계속해서 화술 스킬로 밀어붙일 수도 있었지만……

‘저놈이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있는 거 같아.’

성기사단장 정도 되면 스킬로 태현의 신분을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 그러십니까! 단장님! 설마 저 배신자 놈의 말을 믿으시는 겁니까!”

물오른 연기!

태현은 억울하다는 듯이 외치며 <사디크의 화염>을 사용했다.

손에서 타오르는 사디크의 불꽃!

“이 불꽃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동시에 사용하는 <화염 재생>.

[화염 재생을 사용합니다. 흡수한 화염만큼 전체 상태가 회복됩니다.]

단순히 HP가 아닌, HP나 MP부터 시작해서 흡수한 화염 양만 많으면 저주까지 해제해 주는 강력한 회복 스킬!

이 주변은 마침 치열한 싸움 덕분에 아직 화염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믿는다. 믿어. 그러니까 잠시 이리 와보도록. 네 결백을 확인할 방법이 있다.”

[성기사단장을 설득하는 데 실패합니다.]

다른 말이었다면 화술 스킬로 성공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키서스라는 이름이 제대로 맞아 들어갔다.

사디크 교단에서 이름만 꺼내면 일단 욕부터 나오는 이름!

사디크 교단이 조각상까지 만들어서 따로 태울 정도의 이름!

그게 바로 아키서스!

“알겠습니다. 단장님.”

“그래. 가까이 와보도록.”

성기사단장은 몰랐다.

지금 그의 말 때문에 태현이 결심을 굳혔다는 것을!

‘저런 말을 한다는 건 아키서스와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볼 방법이 있다는 거잖아?’

치이익-

“?!?!”

태현은 남은 폭탄을 일제히 꺼내 양옆의 불꽃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전력을 향해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림자 잠수, 그림자 도약, 완전한 도주!

오랜만에 등장한 도주용 스킬 3종 세트!

태현은 공격을 포기하고 오로지 회피에 정신을 집중했다.

“이, 이놈……!”

“설마!”

“어떻게 아키서스의 첩자가 사디크의 권능을!”

놀라는 성기사들의 반응을 뒤로 한 채, 태현은 빠르게 통로를 달려 나갔다.

콰직!

그 순간 통로의 바닥이 뒤집어지더니, 저 멀리 있던 성기사단장이 나타났다.

태현의 앞을 가로막은 성기사단장!

“……!”

“어딜 가려고 하는 거지?”

성기사단장의 눈빛이 타올랐다.

분노가 극에 달한 모습!

[당신의 위장이 발각되었습니다.]

[사디크 교단의 공적치 포인트가 소멸됩니다.]

[사디크 성기사단장이 <죽음의 결의>를 시전합니다.]

무슨 스킬인지는 몰라도 더럽게 불길한 이름!

“저기 밖에 불 켜놓은 걸 잊어서 끄러 갑니다.”

“놈……! 아키서스의 첩자가……! 감히 사악한 수법으로 안토니오를……!”

“아니, 안토니오를 죽이려고 한 건 그쪽이잖아. 나는 처음에는 가만히 있었는데.”

“놈!”

[사디크 성기사단장이 극도로 분노합니다.]

사실만 말했는데도 성기사단장은 매우 분노했다. 그러나 태현은 태연했다.

보스 몬스터와 준 보스 몬스터들이 여기 있었지만…….

태현은 무기를 바꿔 들었다.

바꿔 든 무기는 <고대의 망치>.

“내가 옆에 뭐 던졌는지는 못 봤나?”

“……?”

콰콰콰콰콰콰콰쾅!

폭발과 함께 통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쾅! 쾅!

태현은 망설이지 않고 망치를 휘두르며 달려 나갔다. 앞에 천장이 박살 나서 떨어지면 고대의 망치를 휘둘렀다.

단단한 바위는 그냥 무른 두부처럼 으깨버리는 강력함!

“이놈!!!!!!”

뒤에서 성기사단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현이 오싹해질 정도의 살기!

그러나 바로 쫓아오지는 못했다.

그들은 폭발을 막아내고 떨어지는 잔해들을 막아내느라 발이 묶인 것이다.

“나중에 또 보자고!”

권능을 얻으려면 잡기는 해야 했다.

물론 지금은 무리지만!

태현은 빠르게 통로를 빠져나갔다. 이제 처음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었다.

사디크 교단의 거물을 하나 쓰러뜨려서 권능을 얻는 것!

이제 케인과 이다비와 합류한 다음, 성문 요새 쪽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대주교를 같이 레이드할 수 있으면 레이드한다.’

권능을 하나 얻었으니 본전.

거기다 하나 더 얻으면 대박이었다.

* * *

달려가는 태현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치열하게 싸우는 버포드와 약탈자 플레이어들!

“헉, 헉헉…….”

“이제 끝이다. 이 호구 자식. 그냥 얌전히 창고 문을 열어줬으면 됐을 텐데 이렇게 귀찮게 만들다니!”

“너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손해를 본 줄 알아? 죽어라. 이 자식아!”

싸움은 거의 끝나 있었다.

사디크 성기사들은 전부 쓰러졌고, 버포드 혼자 남아서 헉헉댈 뿐!

원래라면 사디크 성기사들이 유리한 싸움이었다.

아무리 약탈자 플레이어들이 포션에 스크롤에 밑천을 탈탈 털어가며 싸워도 숫자에서 차이가 났으니까.

상황이 뒤집힌 이유는 하나.

갑자기 웬 화염 폭발이 그들을 덮친 것!

그 폭발 덕분에 사디크 성기사들이 쓸려나가 버렸다.

운 좋게 폭발의 직격을 피한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신이 나서 상황을 역전시켰다.

이제 남은 것은 버포드 하나!

버포드는 원통한 표정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너희들을 믿었는데……!”

“믿을 놈을 믿어라. 멍청아. 그러니까 김태현한테 당하지.”

“에반젤린한테도 당하고.”

“닥, 닥쳐!”

아무리 불리한 상황이라도 저렇게 아픈 곳을 찔러대자 참을 수가 없었다.

타타타탁-

“……?”

뒤에서 누군가가 달려오자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고개를 돌렸다.

어디서 많이 본 모습!

아까 사라진, 버포드를 따르던 새로 온 플레이어였다.

“너!”

“죽은 거 아니었냐?”

“이 자식. 어디 있다 온 거야?”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잘 됐다 싶어서 태현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태현에게 손짓했다.

“야. 여기로 와라.”

“……?”

무시하고 달려가려던 태현은 멈칫했다.

아까 안토니오도 잡았고, 지금 뒤에서 성기사단장이 죽어라 쫓아오고 있을 테니 그냥 넘어가 주려고 했었다.

그런데 저렇게 불러주다니.

‘뭐 자기가 무덤을 파고 싶다는데 그냥 넘어가 주면 안 되겠지!’

바쁘지만 저놈들 잡을 시간은 충분했다.

“야. 여기로 오라니까? 안 들려? 확…….”

“너희 근데 왜 세 명밖에 없냐?”

태현은 그들에게 걸어가면서 물었다. 아까의 조심스럽고 겁 많은 태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뭐?”

“너희 왜 세 명밖에 없냐고.”

당당하게 말하며 다가오는 태현에게 압도된 플레이어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싸우다가 로그아웃…….”

“야, 너는 그걸 왜 말해줘?”

“미, 미안.”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다른 약탈자 플레이어들에게 구박을 받는 그!

그걸 보며 태현은 고개를 저었다.

“뭘 그런 걸 가지고 구박을 하고 그러냐.”

“그, 그치?”

“그렇지. 말해줄 수도 있지.”

태현이 전혀 겁을 먹지 않은 것 같자, 한 플레이어가 화를 내며 말했다.

“이 자식이 왜 자꾸 헛소리야? 저기 호구 옆으로 가서 서라. 한 대 맞기 전에.”

“시간 없으니까 짧게 가자.”

“……?”

“내 말 들을래 아니면 로그아웃 당할래?”

“이게 미쳤…….”

퍼퍼퍼퍼퍽!

태현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검을 뽑아서 빠르게 찔러 넣었다.

경쾌한 연속 공격이 약탈자 플레이어 몸에 작렬했다.

행운의 일격으로 뻥튀기된 공격이 작렬하자 약탈자 플레이어는 그대로 무너졌다.

[HP가 0으로 내려가 사망합니다.]

“……!!!”

자리에 있던 모든 플레이어가 입을 떡 벌리고 태현을 쳐다보았다.

방금 뭘 본 거지?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검의 방향을 바꿨다. 두 번째 약탈자 플레이어를 향해서.

“내 말 들을래 아니면 로그아웃 당할래?”

“이, 이 자식이!!!”

약탈자 플레이어는 단검을 뽑아 들고 태현한테 덤벼들었다.

방금 로그아웃 당한 동료처럼 그냥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의지!

-반격의 원!

그러나 세상일은 원래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법.

덤벼들던 플레이어는 반격의 원을 맞고 뒤로 물러났다.

비틀거리며 몸을 추스르기도 전에 태현의 공격이 이어져 들어왔다.

-완벽에 가까운 연격!

검술 스킬을 고급 찍고 나서 보상으로 받은 비전 검술 스킬!

연속 공격을 넣으면 넣을수록 데미지가 일정량 증가하는 스킬이었다.

누가 비전 검술 스킬 아니랄까 봐 꽤나 난이도가 높았다.

처음 데미지는 약하고, 계속해서 연속 공격을 쌓아가야 데미지가 증폭되는 형식의 스킬!

연타가 끊기면 거기서 스킬도 끝났다.

쓰기 까다롭다고 할 수 있었지만, 이 정도도 못 쓴다면 태현은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다.

퍼퍼퍼퍼퍼퍽!

치명타 폭발 스킬을 쓰기도 전에 두 번째 플레이어도 로그아웃 당해 버렸다.

“어, 어, 어…….”

순식간에 두 명을 삭제해 버린 태현!

그 강함에 마지막으로 남은 플레이어는 기겁했다.

그냥 멋모르고 사디크 교단으로 들어온 놈인 줄 알았는데…….

‘이, 이 자식 괴물이잖아!’

약탈자 플레이어인만큼 보는 눈은 있었다.

태현이 보여준 모습은 최소 랭커급!

아니, 랭커 중에서도 저렇게 순식간에 두 명을 보내 버릴 수 있는 랭커가 몇 명이나 되는지 의문스러울 정도였다.

태현이 빙글 돌아섰다.

“내 말 들을…….”

“들을게! 듣는다고! 들으면 되잖아!”

말이 끝나기도 전에 플레이어는 다급하게 대답했다.

“말이 짧다?”

“듣, 듣겠습니다!”

“그래. 좋은 모습이야.”

둘의 대화를 멍하니 지켜보던 버포드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너, 너……!”

‘내가 김태현인 걸 알아차렸나?’

버포드가 태현을 가리키며 경악하자, 태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방금 보여준 폭딜과 아까 일어난 아키서스와 사디크가 섞인 폭탄.

그 두 가지를 엮는다면 태현을 떠올릴 수 있었다.

“고수였구나!”

“…….”

그러나 버포드는 그러지 못했다. 태현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버포드를 쳐다보았다.

‘이렇게 멍청해서 앞으로 판온을 어떻게 하려고 하냐…….’

“정말 잘 했어! 이 자식들이 나를 얼마나 욕했는지……! 야, 아까처럼 말해봐! 뭐? 호구라고? 이제 누가 호구냐!”

버포드는 신이 나서 외치며 달려들었다.

태현이 왜 얌전히 있었는지, 아까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이런 의문들은 안 풀린 상태였다.

그래도 죽기 직전 상황에 나타나 준 것만으로도 감사!

“어허.”

“……?”

그러나 태현은 손을 뻗어서 버포드를 막았다. 그리고 약탈자 플레이어 옆을 가리켰다.

“??”

“여기 서라고.”

“왜, 왜 그래? 왜 갑자기…….”

아까까지 친하던 태현이 냉정하게 선을 긋자 버포드는 당황했다.

그러나 아직 놀라운 일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내 말 들을래 아니면 로그아웃 당할래?”

“…….”

아까 들었던 말!

직접 듣게 되니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