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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42화 (342/1,826)

§ 나는 될놈이다 342화

“????”

플레이어들은 당황했다. 왜 저쪽에서 불이?

물론 가장 당황한 건 사디크 교단이었다.

“무슨 일이냐!”

“확인해 보고 오겠습니다.”

“왜 안토니오는 아직까지 안 보이는 거지?”

“설마 이놈이……!”

“가라, 성기사단장! 가서 확인해 봐라. 만약 안토니오가 한 짓이라면 놈의 목을 가져와도 좋다!”

“알겠습니다!”

성문 요새만 해도 정신이 없어 죽겠는데 뒤의 본거지마저 활활 타오르다니.

사디크 대주교는 분노한 얼굴로 명령을 내렸다.

지금 눈앞의 적은 일단 막았으니, 성기사단장을 보내서라도 안토니오를 벌하겠다는 의지!

태현이 터뜨린 폭탄으로 일어난 나비효과였다.

[사디크 교단의 사기가 하락합니다.]

[다크 엘프들의 사기가 하락합니다.]

[부족 전사들의 사기가 하락합니다.]

“김태현이 한 거 같은데?”

“아니에요, 언니! 그럴 리가 없어요!”

“김태현이 아니면 저런 짓을 누가 해…….”

이세연은 어이없다는 듯이 김현아를 쳐다보았다. 김현아도 할 말이 없었는지 시선을 피했다.

확실히 그녀가 생각해도 저런 짓을 저지를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던 것이다.

“저기 부족 전사들 도망친다!”

“잡아!”

“미쳤냐? 참아! 저기 갔다가 같이 타죽고 싶냐?”

성문 요새 근처의 절벽으로 부족 전사들이나 다크 엘프들이 도망치는 게 보였다.

하나하나 잡으면 그게 다 경험치와 골드로 돌아왔기에, 플레이어들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퍽!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나설 수 있는 플레이어들은 있었다.

“샷!”

“지수야, 스킬 안 쓰지 않았어?”

“네? 저 정도는 그냥 맞출 수 있는데요?”

주가연은 유지수의 말에 혀를 내둘렀다.

보통 궁수 플레이어들이 모두 다 활을 잘 쏘는 건 아니었다.

당연히 게임이니만큼 스킬이나 스탯을 올리면 활을 쏘는 데에도 보정이 들어갔다.

그러나 유지수는 스킬이 없어도 저 먼 거리에 있는 적을 척척 맞췄다.

이건 현실에서도 활을 잘 쏘지 않으면 불가능한 곡예!

유지수가 초보자에서 빠르게 고수가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영웅 직업도, 길드의 지원도 있지만 궁수라는 직업과 정말 잘 맞았던 것이다.

“음. 음. 음.”

“?”

유지수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각오를 한 얼굴로 이세연에게 걸어갔다. 그 모습에 주가연은 당황했다.

“지수야, 뭐해?”

“물어볼 게 있어서요.”

“뭘?”

“태현이 ㅎ…… 아니, 오빠 어디 있는지 물어보려고요.”

“그걸 왜? 그냥 귓속말을 보내면 되잖아?”

“뭘 모르시네요!”

“?!”

유지수의 빛나는 눈빛에 주가연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유지수는 언제나 착하고 귀여운 동생이었지만 가끔 이렇게 무서운 눈빛을 보여줄 때가 있었던 것이다.

“귓속말로 물어서 찾아가면 당연하게 여겨지겠죠. 하지만 우연하게 만난다면? 훨씬 더 그럴듯해 보이잖아요!”

“이세연 씨한테 물어보면 우연이 아니잖아……?”

“진실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 그러니?”

주가연은 할 말이 없었다. 유지수가 그렇다니 그러라고 할 뿐.

그러나 속으로 생각했다.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그러거나 말거나, 유지수는 이세연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안녕하세요.”

“?”

이세연은 고개를 돌려서 누군지 확인했다. 그리고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친절하게 대하는 이세연의 모습.

그 모습에 유지수는 다시 한번 감동했다. 그리고 동시에 슬퍼했다.

‘저렇게 좋은 사람이면 안 되는데……! 태현 오빠가 저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어떡하지?’

물론 태현이 듣는다면 기겁을 할 소리였다.

“무슨 일이세요?”

“아, 다름이 아니라…… 여기 퀘스트에 김태현 플레이어도 있다고 들어서요. 혹시 어디 있는지 아세요?”

“김태현 플레이어는 저 본거지 안에 있어요. 나중에 들어가면 만날 수 있을걸요?”

“아, 정확한 위치는…….”

“그건 저도 몰라요. 그렇게까지 친한 게 아니라서…….”

“……!”

유지수가 순간 기뻐하는 표정을 보였다. 이세연의 말이 거짓말 같지는 않았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유지수는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고 떠났다. 그걸 본 김현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대화에서 저렇게 감사할 이유가 있었나요?”

“그러게? 아. 혹시…….”

이세연은 잠시 멈칫했다.

“혹시?”

“김태현한테 원한 있는 사람 아닐까?”

“잘됐네요! 가서 죽이라 그래요!”

“너도 참…… 그리고 저 사람이 김태현한테 덤비면 저 사람이 죽겠지.”

“…….”

김현아는 볼을 부풀렸다. 맞는 말이어서 반박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재수가 없고 얄미워도 부정할 수 없는 김태현의 실력!

“김태현한테 원한 있는 사람이면 알려준 게 좀 미안해지는데.”

“누구한테요?”

“당연히 김태현한테지.”

“괜찮아요, 언니! 언니는 잘못 없어요!”

“하긴, 정확한 위치도 안 알려줬으니까. 그런데 김태현은 진짜 뭐하고 있는 거야?”

* * *

“으핫핫핫핫핫핫!”

태현은 크게 웃고 있었다.

미친놈처럼 보이겠지만 태현은 미치지 않았다. 단지 기분이 엄청나게 좋을 뿐!

그만큼 사디크 성기사들의 지원이 빵빵했던 것이다.

태현의 강점이 전설 직업의 강력한 스킬들과 스탯-스킬 성장이 쉽다는 것이라면(스탯은 랜덤이지만),

태현의 약점은 낮은 레벨과 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은 HP와 MP였다.

이건 아무리 스탯을 높여도 레벨 업을 할 때 올라가는 것이라 어쩔 수 없었다.

물론 그 약점을 커버하고 있었기에 태현이 강한 것이었다.

낮은 HP는 높은 행운으로 인한 미친 회피율과 태현 본인의 움직임으로 커버.

낮은 MP는 치밀한 스킬 사용과 회복 시간 계산으로.

간단해 보이지만 엄청나게 어려운 것이었다.

스킬을 언제 어떻게 사용하고, 다음 쿨타임은 언제 끝나고, MP가 언제 얼마나 소모되고, 회복하려면 얼마나 걸리고.

이걸 바쁘게 움직이면서 싸움과 동시에 머릿속에서 계산하는 것이다.

PVP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단순하게 ‘레벨 높고 장비 좋은 사람이 이기는 거 아냐?’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PVP의 강함에는 언제나 이런 보이지 않는 것들이 숨어있는 것!

그렇지만 최상급에 가까운 태현의 계산으로도 낮은 MP는 완벽하게 커버되지 않았다.

일대일이면 폭딜로 빠르게 적을 녹여버린다 쳐도, 적의 숫자가 늘어나면 여러모로 귀찮아졌다.

그런데 지금 태현은 그런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우기기, 공격의 원!

뒷일은 생각 안 하고 아낌없이 퍼붓는 스킬들의 연속!

사디크 성기사단장이 걸어준 버프 덕분에 MP가 미친 듯이 빠르게 차올랐다.

스킬을 사용하는 즉시 차오르는 MP!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배신한 왕실 친위대를 쓰러뜨렸습니다. 아탈리 왕국 공적치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국왕에게 말할 경우 추가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와, 진짜 이런 NPC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아키서스 교단에 저런 사디크 성기사단장 같은 NPC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든든해도 보통 든든한 게 아니었다.

“훌륭하다!”

“감사합니다!”

친위대 기사를 썰어버리는 태현의 모습을 보고 성기사단장이 감탄했다.

[사디크 성기사단장의 평가가 오릅니다.]

[사디크 교단 내 공적치 포인트가 오릅니다.]

아무런 의미 없는 공적치 포인트!

어차피 태현이 쓸 기회도 없을 테지만 포인트는 올라갔다.

“저 멍청한 놈이! 정말로!”

안토니오는 분통을 터뜨렸지만 성기사단장은 귓등으로 흘렸다.

하나둘씩 친위대원이 쓰러지자 안토니오는 포기하고 돌아섰다.

여기 더 있다가는 정말로 죽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놈이 도망친다! 반드시 잡아!”

“못 지나간다!”

안토니오의 친위대는 길을 막아섰다. 안토니오가 도망칠 수 있도록 막아선 것이다.

“잡아야 합니다!”

“그래! 당연하지!”

태현의 뜨거운 목소리에 성기사단장도 뜨겁게 반응했다.

서로 의기투합한 둘!

누가 보면 몇 년간 같이 손을 맞춰온 동지인 줄 알 것이다.

“크아악! 이 버러지 같은 사디크 놈들이!”

“내가 왕실에 있었다면 너희 같은 놈들은 한칼에……!”

친위대의 각오는 대단했지만 이미 싸움은 태현 측으로 기울어진 지 오래였다.

아키서스와 사디크의 신성 폭탄에 맞은 상태로 최고위 사디크 성기사들과 맞서 싸웠으니, 오래 버티는 건 무리!

[배신한 왕실 친위대를 쓰러뜨렸습니다. 아탈리 왕국 공적치 포인트를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마지막 기사를 쓰러뜨렸을 때, 안토니오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그러나 성기사단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놈이 갈 곳을 안다. 나를 따라와라!”

“예!”

태현은 신이 나서 성기사단장을 따랐다. 아주 가려운 곳만 골라서 긁어주는 NPC!

“저 비열하고 더러운 쥐새끼 같은 놈이 향할 곳은 한군데뿐이지.”

“그게 어디입니까? 단장님!”

“바로 뒤편의 탈출로다. 놈은 아까도 그곳으로 탈출하려고 했을 테니까!”

“그런 곳이!”

이런 가파른 산맥의 뒤에 탈출로가 있다니.

아마 무슨 일이 생겼을 때를 대비한 길 같았다.

태현은 생각했다.

‘부숴버려야겠군!’

마침 사디크 교단의 재료로 만든 폭탄이 좀 남아있는 참!

사디크 교단의 재료를 훔쳐 사디크 교단을 날려버리는 폭탄을 만드는 사악함!

탈출로는 생각보다 크고 잘 만들어져 있었다.

산맥의 바위를 통째로 깎아서 만든 통로!

성기사단장이 마법으로 통로의 문을 열지 않았다면 밖에서 알아차리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저기 놈이다!”

열려진 통로 멀리, 말을 타고 달아나고 있는 안토니오가 보였다.

퍼퍼퍽!

사디크 성기사들이 창을 던지자, 불타는 창이 쏜살처럼 날아가 안토니오의 말에 맞았다.

쿠당탕!

바닥을 구르는 안토니오. 안토니오는 욕설과 함께 칼을 뽑았다.

서로 사디크 교단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NPC들끼리의 싸움!

“이 하찮은 쓰레기들이 정말……!”

화염이 사방으로 날아들고 통로 주변을 태우기 시작했다.

안토니오는 욕설을 퍼부으며 덤벼들었지만 이미 완전히 포위당한 상태였다.

“너희는 속고 있다니까! 이놈이 사디크 성기사로 보이냐!”

“어디서 이간질을! 단장님! 저놈의 혀를 태워 버려야 합니다!”

[화술 스킬이 오릅니다.]

안토니오는 환장할 지경이었다.

저놈이 한 짓이 다 자기가 한 짓으로 둔갑되다니.

사디크 교단을 버리고 도망치려고 하기는 했지만, 자기가 왜 본거지를 불태우겠는가?

[안토니오가 광란 상태에 빠집니다.]

“……!”

안토니오가 갑자기 방어를 포기하고 미친 듯이 반격하기 시작했다.

쾅! 콰쾅! 콰쾅!

검에서 오러가 쏟아져 나오고, 사디크의 화염까지 연달아서 터져 나오는 심상치 않은 기세!

그 기세에 성기사들은 일단 방패를 앞세우고 물러서려 했다.

그러나 태현은 역으로 덤벼들었다.

이미 많이 맞은 놈.

지금이야말로 끝낼 기회!

“물러서라! 놈은 위험하다! 천천히 몰아붙여야……!”

“아닙니다! 사디크 님을 모욕한 저놈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도발에 성공합니다.]

[안토니오의 광란 상태가 더욱 심해집니다.]

‘딱히 도발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안토니오의 공격을 회피로 받아내며 태현은 가까이에 접근했다.

상태는 최상이었다.

계속해서 싸웠지만 사디크 성기사단장의 버프가 연속으로 걸린 덕분에 스킬을 닥치는 대로 퍼부어도 괜찮았다.

-공격의 원, 연타, 급소 공격, 마법 차단!

안토니오의 자잘한 공격은 회피로 받아내고, 강력한 마법은 먼저 끊어내고, 태현은 연타를 퍼부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지금이다!’

-치명타 폭발!

“크아아아악!”

이제까지와 차원이 다른 공격에 안토니오는 비명을 질렀다.

[아탈리 왕국의 왕족, 안토니오를 쓰러뜨렸습니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검술 스킬의 레벨이 오릅니다.]

[중급 검술 스킬이 고급 검술 스킬로 변합니다.]

[가타콰 검법의 숨겨진 스킬을 배울 수 있습니다.]

[비전 검술 스킬, <완벽에 가까운 연격>을 얻었습니다.]

[…….]

안토니오는 무릎을 꿇었다.

태현이 기쁜 얼굴로 메시지창을 다 확인하기도 전에, 안토니오는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너, 너는…….”

“?”

“아키서스의…… 첩자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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