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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39화 (339/1,826)

§ 나는 될놈이다 339화

태현이 속으로 사디크 교단을 응원하는 동안, 버포드와 약탈자 플레이어들의 대화는 점점 긴장감이 심해지고 있었다.

물론 태현 입장에서는 별로 긴장감 넘치는 대화는 아니었다.

곧 죽을 놈들과 그다음으로 죽을 놈의 대화!

무슨 말을 하든 ‘아 그래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나한테 맞기 전인데’라는 관대한 마음으로 들어줄 수 있었다.

“이 자식이 어디서 허세야. 불쌍해서 봐주니까 기어오르네.”

“함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냥 얌전히 창고 문 열어라. 네 새로 생긴 친구하고 같이 죽기 싫으면.”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버포드를 비웃으며 협박했다.

태현까지 같이 묶어서 협박하는 건, 버포드를 조금 더 밀어붙이기 위해서였다.

물론 이유야 어쨌든 간에 태현 앞에서 저러는 건 자기 무덤을 파는 일이었다.

안 그래도 공격할 생각이었는데 더더욱 공격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친절함!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친절한 녀석들이야.’

저런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아무리 패도 죄책감이 들지 않았다.

상대방의 마음까지 배려해 주는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었다.

“저거 겁먹은 거 봐.”

“야, 버포드. 네 옆에 있는 놈이 고개 끄덕이잖아. 허세 부리지 말고 창고 문이나 열어라.”

“허세 같냐?”

버포드는 단호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 진지한 기세에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살짝 움찔했다.

-뭐 믿는 기색이라도 있나?

-그런 게 어디 있어. 넌 저놈 말을 믿냐? 저놈 아무것도 준비 못 했으니까 괜히 쫄지 마.

약탈자 플레이어들의 태도도 당연했다.

지금 이 주변은 사디크 교단 NPC 하나 찾기 힘들었던 것이다.

정문 요새에서 일어난 난리 덕분에, NPC들은 대부분 거기로 몰려 간 상황!

몇몇 중요한 곳을 제외하고서는 NPC의 얼굴도 보기 힘들었다.

현재 그들이 있는 곳은 사디크 교단 본거지에서도 꽤나 외진 곳.

거기서 교단의 하급이나 중급 창고 몇 개 털고 빠지면 다른 NPC들과 만날 일도 없었다.

“너희는 사디크 교단을 너무 우습게 봤다.”

“……?”

“사디크 교단은 이런 상황에서도 창고 주변 경비를 낮추지 않는 교단이다!”

“그건 자랑할 게 아닌 거 같은데…….”

태현이 중얼거렸지만 버포드는 신경 쓰지 않고 외쳤다.

“성기사들! 나와라! 교단의 배신자들이다!”

“……!”

그러자 창고의 뒤편에서 숨겨진 문이 열리더니 사디크 고위 성기사들이 튀어나왔다.

이런 상황에서도 하급이나 중급 창고에 성기사들을 배치해 놓다니.

그것도 일반 성기사보다 더 강한 고위 성기사를!

‘얘네 좀 심하지 않나?’

태현은 자기가 굴리는 아키서스 교단은 생각지도 못한 채 사디크 교단을 속으로 비판했다.

“아니, 뭐 이딴 놈들이 다 있어?!”

“지금 저기 토벌대 들어온 거 안 보이냐? 미친 거 아냐?”

약탈자 플레이어들도 어이가 없었는지 손가락질을 하며 욕했다.

이런 상황에, 이런 창고에 저런 NPC를 배치해 놓다니!

“사디크 님을 배신하다니! 너희를 불로 정화하겠다!”

사디크 고위 성기사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그걸 본 약탈자 플레이어들도 무기를 겨눴다.

“둘밖에 없어! 다굴 넣으면 이길 수 있다!”

우우웅-

“……!”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디크 고위 성기사가 작은 나팔을 꺼내 불었다.

그걸 본 약탈자 플레이어들의 얼굴이 검게 변했다.

저건 분명…….

“동료들까지 불렀다! 하하! 어디 한 번 아까처럼 말해봐라!”

버포드는 신이 나서 외쳤다.

아까 그렇게 재수 없게 굴던 약탈자 플레이어들이 저렇게 당황한 걸 보니,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어디 누구를 호구로 보고! 야, 이 자식들아! 내가 맨날 당하고 살았다고 만만하게 봤냐! 어!”

어딘가 한이 맺힌 버포드의 말!

버포드는 고개를 돌려 태현을 찾았다. 태현에게 자랑을 하기 위해서였다.

덤으로 이미지 회복도 하고!

“봤지? 내가, 사디크 교단이 이 정도…… 어?”

그러나 이미 그 자리에 태현은 없었다.

“???”

놀라는 사이, 약탈자 플레이어들은 각오를 굳혔다.

“오냐, 어디 한 번 해보자!”

“버포드 이 자식! 이런 수작을 부리다니. 넌 오늘 죽었어!”

약탈자 플레이어들도 물러서지 않았다.

판온에서 PVP에 가장 투자하는 게 약탈자 플레이어였다.

이런 상황이 됐지만 물러설 생각은 조금도 없다!

“잡아!”

“죽여!”

* * *

“쟤네들 안 죽여요?”

“나중에 죽이지 뭐.”

마치 플레이어들의 목숨을 자기 주머니에 넣어놓은 것처럼, 태현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죽여! 죽여!

-스크롤 던져! 내가 뒤에서 친다!

태현이 빠져나온 사이, 밑에서는 치열한 개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디크 고위 성기사+버포드vs약탈자 플레이어들!

착용한 장비와 사용하는 스킬들을 보니 다들 기본적으로 고렙이었다.

레벨 100은 기본으로 넘긴 모습!

이제 개나 소나 다들 레벨 100은 넘기는 모습을 보고 태현은 갑자기 우울해졌다.

‘나는 레벨 2 올랐다고 이렇게 신나 했는데…… 이제 개나 소나 다 레벨 100 넘기고…….’

남들과 전혀 다른 캐릭터 성장 루트를 밟고 있는 이 기분!

“그러고 보니 케인 너 레벨 몇이냐?”

“나? 140 조금 넘겼는데.”

“……!!!”

태현을 따라다니면서 굵직굵직한 퀘스트를 몇 개나 해결한 케인은 명백히 랭커라고 할 수 있는 레벨에 도착해 있었다.

예전 레드존 길마 때보다 훨씬 더 잘나가는 모습!

케인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 때문에 태현한테 고맙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그러기에는 그가 받은 구박과 한 고생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이다비 너는?”

“저는 130대예요.”

현재 랭커들은 보통 레벨 140대를 넘겼다.

그리고 최상급 랭커들은 200을 넘보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다비는 거의 랭커라고 봐도 됐다.

레벨 10 정도 차이는 스탯, 장비, 직업, 스킬 차이로 얼마든지 메꿔지는 게 판온이었으니까.

“너희는…… 왜 그렇게…… 레벨이…… 빨리 오르냐……?”

태현은 감정을 최대한 숨기며 물었다.

그러나 그러려고 해도 숨겨지지 않는 감정!

“네? 태현 님 따라다니니까 그냥 쭉쭉 오르던데요.”

이다비는 별생각 없이 말했다.

케인과 달리, 이다비는 레벨에 별 관심이 없었다.

상인 직업은 전투 계열의 직업이 아니었던 것이다.

레벨보다 더 중요한 게 아이템을 사고팔고, 골드를 확보하고…….

그런 이다비의 말이 더 태현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레벨 업에 별 관심이 없는데도 저렇게 쭉쭉 오르다니.

대체 얼마나 레벨 업이 쉽길래!

“그런데 태현 님은 레벨이 몇이에요?”

“한 170? 180쯤 되려나? 190은 아니겠지?”

“시끄러.”

“왜, 왜 나만?!”

별생각 없이 물었다가 괜히 욕만 먹은 케인은 억울해서 외쳤다.

굳은 얼굴로 움직이는 태현의 눈동자에는 의지가 가득했다.

반드시 이 사디크 교단에서 레벨 몇 개는 더 올리고 나간다!

* * *

성문 요새에서는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 거대한 요새가 폭발 한 번에 날아갔을 때만 해도 플레이어들은 쉽게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사디크 교단의 저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저번 토벌 때는 괴수가 토벌당하자 성기사단장이나 대주교가 빠졌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사디크 교단 대주교다!”

위엄 넘치는 로브를 입고, 끝에는 타오르는 붉은색 보석이 달린 지팡이를 들고나온 사디크 교단 대주교!

멀리서 그 모습을 본 이세연은 뭔가 위험하다는 걸 느꼈다.

“일단 뒤로 물러서세요! 스킬 큰 거 올 거 같으니까!”

그러나 성문 요새 쪽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플레이어들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뭐? 지금 왜 물러서야 해?”

“지금 잘 하고 있어! 어차피 스킬 큰 거 와봤자 여기 사람들 많아서 괜찮아! 막을 수 있어!”

생각보다 사디크 교단과 싸워서 나오는 보상이 좋자, 사람들의 욕심에 불이 붙었다.

이세연이 물러서라고 말해도 듣지 않고 더욱더 돌격!

“저기 다크 엘프 있다! 잡자!”

“아냐! 사디크 사제가 더 짭짤해!”

그 모습에 이세연은 고개를 저었다.

“멍청하기는.”

이세연은 냉정했다. 말했는데 안 듣는다면 자기들의 잘못이었다.

굳이 그런 사람들을 위해 뭘 해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언니. 저대로 내버려 둬도 괜찮아요?”

“알아서 하겠지? 살아남으면 좋은 거고, 죽으면 언데드로 쓰지 뭐.”

죽은 사람들이 많을수록 네크로맨서가 활약하기는 쉬워졌다.

게다가 저기 있는 플레이어들은 다들 레벨이 높아서 언데드로 일으켰을 때 더 효과가 좋았다.

“일단 물러서자.”

“그러죠.”

말을 안 듣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었다.

눈치 좋은 사람, 실력 있는 사람들은 사디크 대주교가 나선 걸 보고 슬쩍 거리를 벌렸다.

원래 저런 보스 몬스터가 쓰는 스킬은 맞아주는 게 바보!

욕심부리다가 한 번에 훅 가는 수가 있었다.

사디크 대주교가 강력한 마법을 준비하는 동안, 이세연은 작은 언데드 박쥐들을 날려서 맵을 확인했다.

“그런데 한 명이 안 보이네?”

“누구요?”

“사디크 성기사단장이랑, 대주교는 저기 있는데. 그 누구였지? 저번에 아탈리 왕국 토벌 퀘스트 때 나왔던…… 지금 아탈리 왕 삼촌 있잖아.”

“아. 아마 안토니오일 거예요. 그런데 언니, 그때 토벌 퀘스트에는 참가 안 하셨잖아요?”

“응. 나중에 찾아서 봤지.”

“설마 그 김태현이란 놈 때문에!”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봤어.”

“평소에는 안 보시면서!”

화를 내는 동생을 달래면서, 이세연은 생각에 잠겼다.

사디크 교단에서 보스 몬스터라고 부를 수 있는 NPC는 몇 없었다.

그중 하나가 안토니오!

안토니오와 그가 이끄는 기사단은 매우 강력하다고 들었다.

애초에 아탈리 왕국 기사단에서 쪼개져서 나온 NPC들이니…….

‘왜 안 보이지? 설마 역습? 내 눈을 속이고 뒤로 돌아서 공격하려는 건가?’

이세연은 순간 긴장했다.

지금 그녀가 있는 곳 주변에는 마법사나 사제, 궁수처럼 원거리 공격 위주의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여기서 지원을 해주니 전방에 나선 플레이어들이 부담 없이 공격을 할 수 있었던 것!

그러나 여기에 기사단이 강력한 돌격을 해온다면 대참사가 벌어졌다.

‘아깝지만 스크롤이라도 좀 써서 뒤에 방어를 해놓아야겠다.’

스킬을 쓰기에는 아직 앞으로 할 일이 많았다.

이세연은 스크롤을 몇 개 써서 만약을 대비하려고 했다.

아깝기는 했지만, 괜히 구두쇠 짓을 했다가 큰 피해라도 난다면 그게 더 손해!

그러나 이세연은 알지 못했다.

사디크 교단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막장이라는 것을!

* * *

“아. 진짜. 좀 치기 좋게 따로 나와 있는 놈들 없나?”

“지금 성문 요새에서 난리가 났는데 무리 아니냐? 그냥 성문 요새로 가자.”

“거기는 폭탄 깔기 무리야. 한 번 당했는데 두 번 당하겠냐.”

태현은 빈집털이를 원했다.

성문 요새가 박살 난 것 때문에 현재 교단 본거지는 비교적 한산했다.

-사디크 교단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NPC가 머무르는 곳을 찾아 거기를 폭탄으로 한 번에 날려 버린다!

이게 태현이 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케인과 이다비는 부정적이었다.

지금 성문 요새 쪽이 난리가 났는데, 어떤 NPC가 얌전히 본거지 쪽에 남아 있겠는가?

차라리 위험하더라도 성문 요새 쪽으로 가는 게 나았다.

그러나 태현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신의 예지> 스킬을 사용했다.

‘성문 요새에 가는 건 너무 위험해. 거기 사디크 교단 주력이 다 모여 있는 데다가 대주교도 있을 텐데.’

어떻게든 방법을 찾는다!

태현은 끈질기게 스킬을 사용했다.

“거기 너! 뭐하고 있냐! 빨리 와서 도와라!”

“……?”

낯선 NPC들의 부름에 셋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건 사디크 교단 성기사가 아니라, 그냥 기사 NPC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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