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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34화 (334/1,826)

§ 나는 될놈이다 334화

그러나 버포드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새로 들어온 플레이어들을 너무 반가워한 덕분에 사라진 의심!

“중요한 건물? 중요한 건물은 너무 많은데. 저기는 대신전 건물이야. 난이도 높은 퀘스트를 깨면 저기 들어갈 수 있는 걸 허락받지. 들어가면 강력한 버프나 보상이 나오고. 뒤에 이어진 건 신전의 보물 창고고. 저쪽은 고위 성기사들의 훈련소. 성기사단장의 숙소도 같이 있지. 그리고 또…….”

하나부터 열까지 차근차근 다 말해주는 버포드!

태현은 고개를 끄덕여가며 메모에 열중했다.

태현의 반응에 버포드는 더욱 신이 났다.

저 플레이어들(꿍꿍이가 많은 약탈자 플레이어들이었지만)보다 훨씬 더 열심 아닌가!

이 플레이어는 비록 레벨이 낮지만, 사디크 교단에 대한 진심은 더 확실한 게 분명했다.

‘이 녀석, 혹시 사디크 교단의 직업으로 전직하려는 게 아닐까?’

그냥 교단에 가입하는 게 아닌, 교단의 직업인 성기사나 사제로 전직하는 것!

그래만 준다면 버포드는 더 바랄 게 없었다.

저 플레이어들은 관심은 보였지만 사디크 교단의 직업으로 전직하는 것에 관해서는 ‘아니, 그건 좀……’이라며 단호하게 거절했던 것이다.

“혹시 더 궁금한 거 있냐? 있으면 물어봐!”

“반지는 왜 뺏겼…… 아니.”

순간 흘러나온 본심. 태현은 급히 말을 멈췄다.

“여기서 잘 보여야 하는 NPC는 누구입니까?”

“아, 그건 좀 어려운 질문인데.”

“?”

태현은 의아해했다.

성기사단장이나 대주교의 위치를 알고 싶어서(그리고 거기에 폭탄을 설치하려고) 물은 질문이었다.

그런데 어려운 질문이라니?

“지금 사디크 교단 안에 파벌이 좀 나뉜 상태라서…….”

“파벌??”

태현은 어이가 없었다. 교단 내에 파벌이라니.

그가 이끄는 아키서스 교단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

버포드도 태현이 어이없어하는 걸 눈치챘는지 당황한 목소리로 변명에 나섰다.

‘기껏 새로 왔는데 내보낼 수는 없어!’

“아, 아니. 이게 원래 사디크 교단이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는데, 중앙 대륙에서 그 있잖아. 토벌 퀘스트 당하고 여러모로 실패하니까 좀 내분이 생기더라고. 판온이 현실적이잖아? 이게 내 잘못은 아니고…… 그래도 딱히 크게 문제는 없다? 스킬이나 보상도 꼬박꼬박 들어온다고.”

파벌로 갈라진 원인한테 구구절절 변명을 하는 버포드였다.

진실을 알게 된다면 이불을 뻥뻥 찰 부끄러운 짓!

태현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런…… 정말 안타깝네요.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그렇지?!”

버포드는 오랜만에 그에게 동의해주는 사람을 만나자 눈에 띄게 기뻐했다.

그 모습에 새로 들어온 약탈자 파티는 눈썹을 찌푸렸다.

-저놈들 뭐하는 거냐?

-내버 려둬. 어차피 쪼렙이랑 멍청이잖아.

-아니. 저건 좀 그런데.

원래 버포드는 그들에게 매우 친절했었다.

덕분에 그들은 버포드를 이용해 여기서 챙길 만큼 챙기고 나갈 생각이었고.

그런데 지금 새로 온 플레이어와 버포드가 친해져 버리면, 버포드가 새로 온 플레이어의 말만 들을 수 있었다.

-에이, 설마 그러겠어? 어차피 저놈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같은데 우리한테 방해는 안 될 거야.

-초보니까 오히려 헛소리할 수도 있다고.

이를테면 좋은 아이템이 있는 곳을 알아내려고 하는데, 그런 것보다 경치 좋은 곳을 먼저 알려달라고 한다던가.

판온을 잘 모르는 초보는 그런 식으로 이득을 신경 쓰지 않는 플레이를 하고는 했다.

-가서 더 친한 척해.

-내가? 아니, 저 호구놈 이야기를 얼마나 들어줘야 해? 아까 지가 털린 이야기를 한 시간 넘게 한 거 봤잖아.

평소에 이야기할 플레이어가 없었던 버포드는 상대가 생기자 본색을 드러냈다.

‘내가 중앙 대륙의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 있었을 때 이야기인데’로 시작하는 길고 긴 이야기를 계속해서 해댄 것!

원래 다른 사람을 속이는 데에 익숙한 약탈자 플레이어들도 질릴 정도!

그 정도로 버포드는 끔찍하게 말이 많았다.

-에이 씨…… 알겠어. 내가 한다.

-파이팅!

그러나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들 앞에 있는 게 누구인지를!

상대방에게 원하는 게 있다면 그 이야기가 얼마나 길고 지루하든 상관없다!

태현은 눈을 빛내며 버포드를 다독였다.

원하는 이야기를 모두 긁어낼 생각으로.

* * *

“그러니까 두 파벌이다?”

“그렇지!”

태현은 버포드의 긴 이야기를 참을성 있게 다 들어주었다.

쓸모없는 소리가 많았지만 그래도 필요한 건 다 들은 상태였다.

현재 사디크 교단은 두 파벌로 나뉘어 있었다.

원래 교단의 중심이던, 성기사단장과 대주교들이 뭉친 교단파 세력.

그리고 새로 들어온, 아탈리 국왕의 삼촌인 안토니오와 안토니오가 이끄는 기사들 중심으로 뭉친 안토니오파 세력.

사디크 교단이 잘 나갈 때는 서로 사이가 좋았다.

‘아탈리 왕국을 먹겠다!’고 할 때만 해도 서로 화기애애했던 것이다.

교단은 안토니오를 지원해 주고, 안토니오는 국왕 자리에 오르면 교단을 밀어주고!

그러나 계획이 틀어지고, 계속해서 세력이 줄어들고, 도망만 치게 되자 슬슬 반목이 시작됐다.

지금은 거의 한 지붕 아래 두 세력 수준으로 나눠진 상태!

“나는 안토니오를 따르고 있지.”

“안토니오가 더 좋나요?”

“안토니오 본인도 고렙 기사인 데다가 데리고 있는 기사들도 세거든. 물론 성기사단이나 사제들도 강하긴 한데 나는 안토니오한테 걸었어. 더 미래가 있어 보였거든. 게다가 여기 다크 엘프 부족들도 안토니오를 더 좋아하는 거 같아.”

말은 거창하게 했지만, 버포드가 안토니오파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일일 퀘스트 보상이 더 좋아서!

그걸 태현한테 말하는 건 부끄러워서 이유를 포장한 것이었다.

“그렇군요. 그러면 저도 안토니오를 따라야겠군요!”

“그, 그래. 그러면 좋겠지. 내 눈을 믿으라고.”

“그런데 둘로 나뉘면 위험한 거 아닌가요? 여기로 누군가 공격할 수도 있잖아요.”

태현은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물었다.

위험하다고 해줘!

약점을 말해줘!

그러나 그런 태현의 검은 속마음은 생각지도 못한 채, 버포드는 웃기 시작했다.

“걱정 말라고. 여기는 정말 어느 놈도 함락할 수 없으니까.”

“그래요?”

그 말을 들은 태현은 호승심이 생겼다.

오냐, 어디 한 번 함락되나 안 되나 보자!

“원래 이 주변 요새들은 고대 다크 엘프들이 만들었던 요새거든? 일반 요새 성벽보다 훨씬 튼튼하고 단단해. 게다가 여기로 치고 들어오려면 정면밖에 길이 없거든. 그런데 그 정면에 있는 요새는 여기 있는 요새 중에서 가장 강력한 요새야. 거기 성문 봤냐? 그거 뭔지 알아?”

“모르는데요.”

“크. 나중에 직접 가서 감정 스킬 써봐. 감탄이 나올 테니까. 그건 절대 못 부수지. 잠깐, 레벨 낮아서 못 보려나?”

‘아, 새끼 더럽게 말 많네.’

버포드를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의 생각이 일치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버포드는 신이 나서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여기 주변에 쳐들어올 놈들이 없다는 거야. 중앙 대륙하고는 다르다고. 왕국 기사단도 없고 교단 성기사단들도 없는데 누가 여기 쳐들어오겠어? 다크 엘프들은 동맹이고 주변 부족 놈들도 손을 잡았는데. 그러니까 우리는 여기서 안심하고 레벨 업 한 다음 나중에 세력을 더 키워서 중앙 대륙으로…….”

“습격이다! 습격!”

“…….”

“…….”

* * *

“여기인가?”

우글우글-

정말 인산인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플레이어들로 꽉 찬 카프 산맥 앞!

판온이 전 세계 사람들이 하는 게임이라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한 자리에 많이 모인 플레이어들은 은근히 볼 일이 없었다.

그만큼 판온의 대륙은 넓었던 것이다.

그럴듯한 이유가 없다면 이렇게 모이지 않았다.

버포드가 말한, ‘여기 올 적이 없다’라는 건 틀린 말이 아니었다.

어떻게 예상할 수 있겠는가.

프리카 투기장 리그를 보러 온 플레이어들이 이세연을 보고 우르르 몰려올 거라는 것을!

“언니! 언니는 속고 있어요!”

“그래. 그래.”

“속고 있다니까요! 그놈한테!”

“그래. 그래.”

“언니!!”

이세연은 옆에서 소리를 지르는 동생, 김현아를 달랬다.

실력 좋고 성격 좋은 플레이어였지만 태현과 관련된 일에 관해서는 매우 날카로워지는 게 문제였다.

‘내 잘못이긴 해. 설명을 제대로 안 해줬으니.’

이세연도 인정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태현이 이세연을 등쳐먹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아니었다.

둘은 언제나, 정면으로 대결하는 것일 뿐!

판온 1 때부터 그래 왔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해 못 하지.’

“김태현 그놈이 분명 언니를 이용해 먹는 거예요! 언니! 들어주세요!”

“그래. 나도 이용해 먹을 거니까 너무 크게 소리치지는 마.”

“그런 놈 이용해 먹지 마요! 저를 이용해 주세요!”

“내가 어떻게 너를…… 와, 현아야. 저기 요새 좀 봐.”

웅성웅성-

플레이어들도 상황을 깨달았는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엄청난 난이도의 요새!

“저, 저거 뭐야?”

“저 안에 있다고?”

따라온 플레이어 중에서 진지한 플레이어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세연이 가니까’, ‘이세연이나 다른 플레이어들이 앞에서 쓸면 뒤에서 콩고물이나 주워 먹어야지’ 같은 마음으로 온 플레이어들도 많았던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요새의 겉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 그래도…….”

“이세연이 있으니까 괜찮겠지.”

“맞아. 이세연도 있고.”

사람들은 웅성거렸지만 움직이지는 않았다.

이세연이라는 이름 하나 때문!

아무리 강해 보이는 요새라도, 이세연이 직접 왔는데 설마 못 뚫겠어? 하고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 이세연은…….

-야. 장난해? 장난해?

-잘못 거셨습니다?

-지금 그럴 때 아니거든? 나 앞에 와있거든?

-알아. 안에서도 들렸어.

태현에게 따지는 중이었다.

-지금 투기장 연습 한 번 하자고 내가 전설 등급 퀘스트를 깨야 해? 내가 그렇게까지 해야 해? 응?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전설 등급 퀘스트는 아니지. 그 정도는 아니잖아.

-전설 등급이야. 지금 여기에 있는 플레이어들한테 퀘스트창 떴거든.

-…….

이세연의 말은 사실이었다.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뜬 퀘스트창!

<사디크 교단의 본거지를 공략하라-사디크 교단 토벌 퀘스트>

중앙 대륙에서 도망친 사디크 교단은 프리카 대륙에서 새로운 본거지를 만들고 있었다.

다크 엘프들과 주변 부족들의 힘을 빌린 사디크 교단은 강력한 요새 속에 숨은 상태.

내버려 둘 경우 다시 대륙을 위협할 강력한 존재가 될 것이다.

그러기 전에 사디크 교단의 본거지를 공격하라!

보상:?, ???, 대륙의 선 성향 교단 공적치 포인트, 아탈리 왕국 공적치 포인트.

-퀘스트 등급:전설

최고난이도 퀘스트!

등급만으로 이 요새를 공략하는 게 얼마만큼의 난이도인지 알 수 있었다.

원래라면 퀘스트 등급을 보고 우르르 탈주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아무도 탈주하지 않고 오히려 기대하는 표정으로 있는 건 순전히 이세연 덕분!

-걱정 마. 내가 안에서 도와줄 테니까.

-거기 몇 명인데?

-4…… 아니, 3.

-…….

-3명이지만 충분하다고!

-그래. 어디 한 번 믿어볼게.

이세연과 귓속말을 하던 도중, 버포드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

“산맥 앞에 플레이어들이 우글거린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

태현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방금 전설 등급 퀘스트를 말할 때도 이세연은 ‘여기에 있는 플레이어들’이라고 말했다.

-잠깐, 너 혼자 온 거 아니었어? 주변에 플레이어들이 많다는데?

-잘못 거셨습니다?

-야,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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