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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32화 (332/1,826)

§ 나는 될놈이다 332화

프리카 대륙의 항구에 도착해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거대한 카프 산맥이 나왔다.

울창한 숲이 뒤덮은 산맥!

가파른 산맥을 거대하게 자란 나무들이 뒤덮고 있는, 플레이어들도 꺼려 하는 지역 중 하나였다.

곳곳에서 특이하고 처음 보는 강력한 몬스터들이 튀어나오는 데다가, 지형도 복잡해서 길을 잃기 쉬웠다.

게다가 이 산맥에는 다크 엘프 부족들이 많이 살았다.

마법과 궁술에 능숙한 다크 엘프 부족들은 잘못 걸리면 바로 로그아웃 당한다고 봐야 했다.

특히 이렇게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는 더더욱!

프리카 대륙에 발을 디딘 플레이어들은 많았지만, 정말 퀘스트가 급한 플레이어가 아니라면 카프 산맥은 굳이 노리지 않았다.

다들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는 나중에 가도 돼.

-여기는 플레이어들 평균 레벨이 좀 더 높아지면 뚫리겠지. 지금은 아니야.

그리고 지금, 태현 파티는 카프 산맥에 도착해 있었다.

“아, 아니. 잠깐만. 왜 여기?”

“카프 산맥은 아니죠! 여기는 아니죠!”

케인과 이다비는 당황해서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카프 산맥에 대해 잘 모르는 유 회장과 태현만 멀뚱멀뚱 쳐다볼 뿐!

“그러니까 카프 산맥이…….”

“어. 어.”

이다비가 빠르게 설명하는 동안, 태현은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듣는 것도 좋지만 역시 눈으로 판단하는 게 제일!

직접 보니 이다비가 질색하는 이유가 있었다.

안 그래도 험하고 접근하기 힘든 지형인데, 거기에 추가로 엄청나게 요새화가 되어 있었다.

산맥 위, 곳곳에 보이는 크고 단단해 보이는 요새들!

그리고 그 요새들을 연결하는 두껍고 단단한 성벽들까지!

아무리 생각해도 금방 지어진 건축물들이 아니었다.

“이게 말이 되나?”

“저, 저기 다크 엘프들인데요?”

“……!”

성벽 위, 요새 위에 무장한 다크 엘프 궁수들이 보였다.

장비만 봐도 견적이 나오는 수준이었다.

중앙 대륙에서 볼 수 있는 저렙 산적들과는 차원이 다른 강함!

태현은 깨달았다.

‘사디크 교단이 여기 있는 다크 엘프들하고 손을 잡았구나!’

“아니, 사디크 교단은 어떻게 다크 엘프들하고 손을 잡은 거지? 걔네가 그렇게 친화력이 좋나? 딱 봐도 따돌림당할 것 같은 놈들인데.”

“글, 글쎄요? 사고방식이 잘 통한다거나?”

“저기 다크 엘프들도 별로 멀쩡한 놈들은 아니겠군.”

세상을 사디크의 불로 태워 버리겠다는 놈들이나, 그 의견을 듣고 손을 잡는 놈들이나.

둘 다 비슷한 놈들!

태현은 속으로 혀를 차며 최대한 산맥 전체를 관찰하려고 노력했다.

이 사디크 교단의 본거지는 좁은 이등변삼각형 모양으로 산맥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뾰족한 끝에는 다른 요새들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튼튼해 보이는 요새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요새를 중심으로 펼쳐진 성벽들과 그 성벽들을 보강하는 다른 요새들!

산맥의 지형까지 합쳐지니 이건 거의 천혜의 요새 수준이었다.

‘옆의 성벽 밑은 거의 절벽이고, 저기서 기어 올라가다가는 다크 엘프들한테 맞아 죽겠군. 그나마 안으로 들어가려면 정면의 요새를 깨고 들어가야 하나?’

요새와 성벽 안에 사디크 교단의 신전 건물이 몇 개 엿보였다.

완벽한 방어 태세를 갖춘 사디크 교단을 보고, 태현은 투덜거렸다.

“아니, 이 자식들은 왜 이렇게 방어에 공을 들인 거지? 중앙 대륙이면 모를까, 프리카 대륙은 딱히 사디크 교단을 치러 올 놈들도 없잖아?”

“저번에 어처구니없이 당해서 아닐까요?”

“…….”

이다비는 별생각 없이 말했지만, 태현은 움찔했다.

생각해 보니 저번 사디크 교단이 있던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도 꽤 방어가 단단한 곳이었다.

태현이 뒤의 산맥으로 돌아서 빈집털이를 해서 그렇지!

‘설마 내가 한 짓 때문에 이렇게 철저하게 방어를…… 아니, 그건 아니지. 그건 아니지!’

스스로가 한 짓에 발목을 잡히게 된 상황!

태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건 너무 과대망상 같았다.

“그런데 우리는 괜찮지 않아요? 이렇게 마차 타고 안으로 들어가니까…….”

“우리야 괜찮은데, 이세연이 문제지. 걔는 밖에서 뚫고 들어와야 하잖아.”

“역시, 안 그런 척하시면서 걱정을 하고 계셨군요?”

“무슨 개소리야. 걔가 밖에서 뚫다가 실패하면 우리도 위험하잖아.”

“…….”

정말 조금도 이세연을 걱정하지 않는 냉정한 모습!

이다비는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리 이세연 씨가 꼬였어도 이 사람보다 더 꼬인 사람일 수는…….’

“아무래도 이세연 오면 맞춰서 저기 정면 요새를 흔들어야 할 것 같은데. 저기 말고는 뚫을 곳이 안 보여. 나머지 성벽 밑은 너무 가팔라서 올라가는 거 자체가 무리일 거 같다.”

“흔들어요? 어떻게요?”

태현은 시선을 돌렸다.

이다비도 시선을 돌렸다.

케인은 눈을 감았다.

“…….”

“야, 눈 떠라.”

“눈 뜨세요! 케인 씨! 눈을 떠요!”

“싫어! 이 개XX들아! 또 나한테 이상한 걸 시킬 생각이지!”

셋의 대화를 듣던 유 회장은 밖을 쳐다보았다.

푸르른 산맥은 참 아름다웠다.

마차 안에서 벌어지는 더러운 대화와는 전혀 다른 세계!

‘낚시나 하고 싶군…….’

* * *

“다 도착했습니다, 성기사님!”

“잘 했다. 촌장. 사디크 교단에 네 이름을 잘 말해두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 이름을 아시는지…….”

촌장의 말은 듣지도 않고, 태현은 걸어가 버렸다.

혼자 남은 촌장은 민망한 표정으로 손을 내렸다.

“…….”

“다행히 그렇게 빡센 곳 같지는 않다. 너희들도 따로 다녀도 안 들키겠는데.”

태현은 사디크 교단 본거지의 분위기를 파악했다.

안에는 사디크 교단 성기사들과 사제들만 돌아다니는 게 아니었다.

사디크 교단과 손을 잡은 다크 엘프 부족들과 사디크 교단을 믿는 일반인 NPC들. 이 주변을 돌아다니는 타 부족 전사들도 곳곳에 보였다.

사디크 교단+다크 엘프 부족+기타 등등이 이 본거지의 세력!

‘위장하기 쉽겠는데?’

태현 파티는 사디크 교단 장비를 입고 있는 데다가, 태현은 사디크의 권능까지 쓸 수 있었다.

“여기서 뭘 할 생각이냐?”

“흠, 그건 이제 찾아봐야죠. 그보다 어르신, 어르신은 저기가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

“……?”

태현은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

가리킨 곳은 광산의 입구!

밖에서 봐도 어두컴컴한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는 소름 돋게 느껴졌다.

탁!

유 회장은 대뜸 태현의 멱살부터 잡으려 들었다.

“이놈이 드디어 나를 팔아먹으려 드는구나! 역시 본색을 드러내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어르신? 저걸 보시라고요.”

“……?”

광산 입구에는 이 주변 부족 인간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낚싯대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곡괭이가 아닌 낚싯대!

“?!?!?!”

“저거 보십쇼. 낚싯대 들고 있잖습니까. 그래서 추천드린 건데.”

“아니, 왜 광산에 들어가는데 낚싯대를 들고 가는 건데?! 광산이잖아! 곡괭이를 들고 가야지!”

아무리 판온이 낯선 유 회장이라지만, 이 정도 상식은 갖고 있었다.

그러나 태현은 고개를 저었다.

“사실 저게 광산이 아닐 수도 있잖습니까. 안으로 들어가면 고급 낚시터일 수도 있고요.”

“세상 어디에 저런 낚시터가 있냐!”

“어쨌든 낚싯대 들고 들어가잖습니까. 낚시를 할 수 있으면 뭐든 좋은 거 아니었어요?”

“윽…….”

“저거 보세요. 저기 주변 부족 놈들이 사디크 교단 믿으면서까지 올 정도니까, 분명 낚시하기 좋은 곳일 겁니다.”

“으으윽…….”

묘하게 설득되는 태현의 논리!

확실히 그럴듯한 말이었다. 유 회장은 솔깃했다.

‘한 번 가볼까?’

“그런데 내가 가서 네놈한테 도움 되는 게 있느냐? 왜 이렇게 친절하지?”

“하하. 어르신. 제가 그렇게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은…….”

“맞지.”

“맞잖아.”

“맞죠……?”

셋의 반응을 무시하고, 태현은 말을 이어갔다.

“……아닙니다. 어르신이 낚시하고 싶어 하시는 건 저도 잘 아니까 이렇게 배려해 드리는 거죠. 저희가 이 주변 돌아다니면서 퀘스트 깨는 동안, 어르신은 편하게 낚시하시면서 기다리고 계세요.”

“으음…… 그러면 그렇게 할까?”

유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낚싯대를 들고 줄에 섰다.

정말 낚시를 좋아하는, 진정한 낚시꾼!

유 회장이 줄을 선 것을 보고, 이다비가 속삭였다.

“그래서, 진짜 이유는 뭐예요?”

“무슨 일 생겼을 때 너나 케인하고 달리 저 어르신은 발 빠르게 대응을 못 하잖아. 차라리 저런 곳에 내버려 뒀다가 써먹는 게 낫지. 저 광산이 뭐 하는 곳인지도 좀 궁금하고.”

역시 유 회장을 생각하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 * *

“너희들은 위대한 사디크 님을 믿는가?”

“예!!”

“너희들은 위대한 사디크 님의 이름을 받들고 사악한 아키서스를 저주하겠는가!”

“예!!!”

“좋다! 들어가도 좋다!”

“감사합니다!”

“……?”

뭔가 광기 느껴지는 응답에, 유 회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보게, 자네도 사디크를 믿는 건가?”

“믿으라니까 믿는 거지 뭐.”

옆의 낚시꾼 NPC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맞아. 믿어야지 여기로 들여보내 주니까.”

“낚시를 하려면 여기만 한 곳이 없어. 저 밑의 강보다 훨씬 좋다니까.”

“근데 아키서스는 뭐 하는 신이길래 맨날 저 성기사 놈들이 욕하는 걸까?”

“몰라. 성기사 놈들이 욕하는 걸 보니까 아주 큰 죄를 지었나 봐.”

“……!”

유 회장은 머리가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아주 좋은 편에 속했다.

여기 모인 NPC들의 대화를 들으며 빠르게 정보를 수집하는 유 회장!

‘여기가 확실히 낚시하기 좋은 곳이긴 하구나!’

유 회장도 슬슬 판온에 적응해 가고 있었다.

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낚시꾼 본인의 실력도 중요했지만, 낚시를 하는 곳도 중요!

그 생각이 들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토끼들이 시비를 거는 연못이나, 해적들이 나타나는 바다에서만 낚시를 해왔다.

과연 낚시의 명당은 어떤 모습일까?

이런 어두컴컴한 모습은 그냥 겉모습일 뿐이고, 실제로는 분명 대단한 명당일…….

[사디크의 끓어오르는 지하 용암 광산에 입장하셨습니다.]

[정해진 할당량을 채우기 전까지는 나갈 수 없습니다.]

[도주할 경우 사디크 성기사의 공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강렬한 열기가 당신을 덮칩니다. 이동속도가 내려갑니다.]

[화염 저항의 각인으로 저항에 성공합니다.]

후끈하게 덮쳐오는 열기!

다행히 현질한 장비들이 있어서 견딜 수 있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할당량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냐!”

“……?”

“이 친구 보게. 처음 왔나? 사디크 성기사들이 공짜로 낚시를 시켜주겠나? 여기서 낚은 만큼 바쳐야지.”

“……!”

유 회장은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주변의 낚시꾼들은 앞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주섬주섬 장비를 입기 시작했다.

두꺼운 전사용 중갑옷 세트!

아무리 봐도 낚시를 하면서 쓸 장비가 아니었다.

멋진 낚시꾼 세트를 입고 있던 유 회장은 불길함을 느끼며, 태현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야, 이놈아!

-대답해라! 이놈아! 듣고 있는 거 다 안다!

-이놈아아아아아! 대답하라고!

-뭡니까, 어르신?

-뭐긴 뭐겠냐!

유 회장은 황당한 목소리로 들어간 곳을 설명했다. 그러자 태현이 대답했다.

-그런 좋은 곳이!

-…….

-그렇게 들어갈 정도라면 정말 좋은 게 낚일 곳이 분명합니다. 어르신. 잘됐네요. 거기서 낚시 좀 하세요.

-할당량이 있다잖느냐! 그게 뭔 명당이냐!

-어차피 어르신, 한자리에서 뚝심 있게 낚시하시는 분이시잖습니까. 할당량은 충분히 채우실 텐데요.

-그, 그렇지만…….

유 회장의 상상과는 좀 많이 달랐다.

유 회장이 원하는 건, 스스로 자리를 잡고 느긋하게 여유 있게 낚시를 하는 모습!

그러나 여기서 요구하는 건 할당량을 채울 때까지 낚시를 해야 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이건 그냥…….

낚시 노예에 가까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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