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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30화 (330/1,826)

§ 나는 될놈이다 330화

“저거 잡아!”

쏟아지는 화염 화살의 세례를 피하던 정수혁의 친구들.

그들은 밑에 한 명의 성기사만이 남았다는 걸 깨닫고 눈에 불을 켰다.

“죽여!”

“잡아!”

방금까지 마법 폭풍 밑에서 살아남기 위해 구르고 엎드렸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

위풍당당 그 자체였다.

“으, 으아앗! 으아아아!”

혼자 남은 성기사는 당황해서 뒤로 물러났다. 일단 거리를 벌리려는 생각이었다.

물론 그걸 그냥 두고 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회전하는 도끼!

성기사는 견제를 위해 스킬을 사용했다. 성기사에게는 드문 원거리 공격용 스킬!

그렇지만 그렇게 강한 스킬은 아니었다.

애초에 성기사의 약점 중 하나가 쓸만한 원거리 공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성기사도 큰 기대를 하고 쓴 건 아니었다. 거리를 벌릴 동안 시간을 벌기 위해 쓴 견제 스킬!

휙휙휙휙-

허공에서 빛나는 도끼날이 나타나더니 정수혁의 친구들을 향해 날아갔다.

퍽-

도끼에 맞은 친구가 그냥 그대로 쓰러졌다. HP가 0이 되어 바로 탈락!

“……?”

“……??”

스킬을 쓴 성기사도, 도끼를 맞은 친구도, 맞은 친구 옆에 있던 플레이어들도 모두 놀랐다.

저거 한 방에 그냥 죽는다고?

정수혁의 마법 폭풍을 맞는 동안, 정수혁의 팀원들도 HP가 만만치 않게 깎여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다 같이 내려와서 잡겠다고 덤벼든 것!

“뭐…… 냐?”

밑에서, 싸움에 참가하지 않은 성기사는 쌩쌩했다.

지금 당장 달려들면 3:1로도 이길 수 있을지도 몰랐지만, 성기사는 아직 정확히 상황을 파악 못 한 상태였다.

천금 같은 기회!

아직 언덕 위에 남아 있던 정수혁은 다급하게 외쳤다.

“야! 성급해하지 말고 차근차근! 포위해서 공격 넣어! 무리하지 말고!”

성급하게 덤벼들지 말란 뜻이었지만, 친구들은 반대로 이해했다.

“알겠어, 수혁아! 걱정하지 마! 크억!”

“우리도 밥값은 해야지! 억!”

포위망을 만들기 위해 성기사 뒤로 움직이다가 성기사한테 공격받아 사망!

그 친구를 도와주려다가 성기사의 스킬에 휘말려서 사망!

5:1이라는 압도적인 유리함이 순식간에 2:1로 변했다.

이긴 성기사도 어이없어할 정도!

“우우! 이게 뭐냐!”

“장난하냐! 이게 뭐하는 거야! 이 쓰레기들아!”

관중석에서 쏟아지는 야유!

다행히 투기장 안에까지 들리지 않았지만, 관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방금 정수혁이라는 마법사 플레이어가 명장면을 만들어냈는데, 그다음에 이런 부끄러운 장면이 나온 것이다.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죽어라!”

상대 성기사도 이제 정신을 좀 차린 것 같았다.

공포->당황->깨달음의 단계를 거쳐, 이제 자기가 유리하다는 걸 알아차린 성기사!

“으아악! 수혁아! 수혁아! 마법! 마법 써!”

“너 거기에 있는데?!”

“그냥 상관없어! 같이 날려 버려!”

“그, 그래……!”

콰콰콰쾅!

정수혁은 남은 MP를 사용해 마법 세례를 날렸다.

잠시 침묵이 일더니…….

-승자, 정수혁!

투기장의 승리를 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눈 버리는 경기였어. 그게 뭐냐?”

“아니, 그래도 마법사는 좋았잖아. 봤냐? 성기사 달려드는데 자기한테 마법 박아서 반사시키는 거. 나 그거 보고 소름 돋았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지막은 좀 심했어. 진짜 추하더라.”

“그렇긴 했지.”

경기가 끝나자, 관중들은 웅성거리며 떠들었다.

대체적으로 의견은 비슷했다.

정수혁은 대단했고, 다른 팀원들은 부끄러운 수준의 경기였다고!

그 말을 듣는 정수혁은 죽을 맛이었다.

‘그거…… 실수였다고……!’

실수와 아키서스의 마법 스킬이 겹친 기묘한 우연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전혀 다르게 보였다.

실력 그 자체!

벌써 사이트에는 이번 경기의 그 부분 영상만 올라가고 있었다.

하도 많은 사람이 예선에 참가해서, 대부분의 경기가 사람들의 관심을 못 받고 묻힌다는 걸 생각해 본다면 정말 대단한 것!

[미쳐버린 마법사 플레이어의 근접 싸움 실력.gif]

[혼자서 캐리하는…… 빛수혁…….]

정수혁이 알게 된다면 이불을 뻥뻥 찰 제목을 가진 영상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만큼 강렬했던 임팩트!

“애들아……!”

친구들이 터덜터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정수혁은 반가운 얼굴로 그들을 불렀다.

“애들아……!”

그가 한 실수를 사람들이 이렇게 찬양해주고 있었다.

그래도 친구들이라면 이 상황을 알고 이해해 주겠지, 위로해 주겠지!

“수혁아, 미안해!”

“?!”

“네가 그렇게 혼자서 활약하는데 우리는 발목만 잡고……!”

“싸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못 봤는데, 사이트에서 영상 지금 봤어. 네가 얼마나 활약했는지도!”

“뭔 영상?!?!”

“널 볼 면목이 없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겠지만, 너한테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할게!”

“맞아! 이럴 때가 아니야! 연습하자! 연습!”

의욕으로 불타오르는 친구들!

정수혁은 말리려다가 멈칫했다.

생각해 보니까 그냥 내버려 두는 게 낫지 않을까?

갑자기 태현의 말이 떠올랐다.

-수혁아, 사람들이 알아서 좋게 오해해 주면 그냥 내버려 둬라. 굳이 잡을 필요 없잖아.

‘선배님…… 이런 날이 올 줄 아신 겁니까……!’

물론 아니었다.

* * *

“……잘, 잘하네.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

주가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녀도 정수혁의 실력에는 감탄하고 있었다.

자기 자신한테 마법을 박아서 상대방을 방심시키는 배짱!

덕분에 유지수는 침울해져 있었다.

“괜, 괜찮아. 지수야. 네가 더 잘 할 테니까.”

“진짜요?”

“보니까 저 마법사가 잘하긴 하는데 너무 무작위성이 짙더라. 아마 페널티겠지. 그게 아니라면 저렇게 계속 마법을 쓸 수 없을 테니까.”

주가연은 바로 <아키서스의 마법>을 꿰뚫어 보았다.

그녀뿐만 아니라, 영상을 본 실력 있는 플레이어라면 다 짐작을 했을 것이다.

“게다가 저기는 마법사 원맨팀이잖아. 오래 못 갈 거야. 한두 번은 운이 좋아서 올라왔다지만.”

“그건 싫은데…… 직접 맞서서 제가 더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게 의미가 있니?”

주가연은 말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녀의 팀, 파이드 팀은 당연히 본선 진출을 목적으로 참가한 팀이었다.

힘이 들겠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그녀의 팀은 실력 좋은 플레이어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니까.

그런데 본선에 가면…….

‘김태현 팀하고 부딪히게 되지 않나?’

그렇게 되면 유지수가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아니, 애초에 거기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우와아아! 이세연이다!”

“이세연! 이세연!”

“??”

주가연은 고개를 돌렸다. 이세연이라니.

정말 이세연이 나타났다면 사람들이 저렇게 우르르 몰려가는 것도 이해가 갔다.

“지수야, 이세연이 왔나 본데?”

주가연은 별생각 없이, 유명인을 본 감각으로 말한 것이었다.

그러나 유지수는 더욱 침울해졌다.

‘아차.’

주가연은 실수를 깨달았다.

이세연은 지금 유일하게 태현과 같은 팀이 확정된 플레이어 중 하나!

“어차피 저는 이세연 씨에 비하면…… 별거 아니니까…… 실력도 밀리고 레벨도 밀리고…… 이세연 씨는 게임도 잘 하고 외모도 예쁘시고 성격도 좋으시고…… 흑흑…….”

태현이 듣는다면 ‘그게 무슨 개소리냐’라고 정색하고 반박할 소리였다.

그러나 여기에는 태현이 없었다.

주가연만 있을 뿐!

‘귀찮아……!’

귀찮았지만 주가연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정말 그릇이 큰, 참된 길마!

“아니야. 지수야. 너도 매력이 있…….”

“이세연이 퀘스트 뿌린다!!”

“???”

주가연의 고개가 다시 돌아갔다. 이세연이 퀘스트를 뿌린다니.

받고 안 받고를 떠나서 뭘 뿌리는 건지 정말 궁금할 수밖에 없는 떡밥!

이세연은 개인 방송을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과 파티를 하지는 않았다.

솔플을 하거나 그녀의 길드원들 몇 명만 데리고 퀘스트를 깨는 것 정도가 전부!

그런 이세연이 퀘스트를 뿌린다니!

“지수야.”

“……?”

주가연의 박력 넘치는 목소리에 유지수는 고개를 들었다.

“퀘스트 보러 가자! 네 말은 나중에 들어줄게!”

“…….”

* * *

이세연은 역시 고수였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여유가 엿보였다.

천천히, 성급하지 않게.

그러나 지루하지 않게.

사람들을 말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듣던 사람들은 벌써 홀린 표정이었다.

그들은 벌써 이 퀘스트가 대박 퀘스트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세연의 교묘한 설득에 넘어가 홀린 사람들.

꼭 퀘스트만이 아니더라도, 이세연이 하는 걸 따라가서 구경하고 싶은 사람들.

벌써 사디크 교단 토벌 퀘스트에 참가할 사람들은 구름처럼 몰린 상태였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주가연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는 플레이어도 있었다.

‘이세연이 왜 저런 짓을 할까’라고 의문을 갖는 플레이어!

“사디크 교단 토벌? 왜 이세연이? 사디크 교단에 뭐가 있는 걸까?”

“그러고 보니 형…… 아니, 오빠도 사디크 교단하고 원한이 많은데. 어? 설마 이세연 씨가…… 오빠 도우려고 저러는 건 아닐까요?”

소름 돋게 냉정한 추측!

물론 그 이유는 따지고 보면 좀 많이 달랐지만…….

“이세연이? 그래? 그 정도로 친한…… 아차.”

주가연은 급히 말끝을 흐렸다. 여기서 ‘이세연이 김태현을 도와줄 정도로 그렇게 친한가?’라는 말은 굳이 할 필요 없었다.

“둘이…… 잘…… 어울리네요…….”

벌써 땅을 파고 지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 것 같은 유지수의 분위기!

진실을 알 길 없는 둘에게는 이세연과 태현의 움직임이 전혀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두 선남선녀가 서로를 위해 배려해주는 훈훈한 모습!

“아니야, 지수야. 아닐 수도 있잖아? 확인도 하기 전에 확정을 해버리면…….”

주가연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저 멀리서 연설하던 이세연이 말을 덧붙였다.

“참고로 이번 퀘스트에는 김태현도 참가하니까, 관심 있는 사람은 한 번 찾아가 보세요.”

“김태현도요?!”

“네. 네. 참고로 김태현은 사람들이 관심 보여주는 걸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사인도 해달라고 하면 더 좋아하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보면 친근하게 말 걸어보세요.”

“우와아아아아아!”

애써 부정하기도 전에 못을 박아버리는 이세연!

주가연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가자. 지수야.”

“네?”

“너도 저기 참가하면 되지. 어차피 우리 예선 시작하려면 한참 남았잖아.”

“그렇지만…… 그건 좀…… 다른 분들한테 죄송해서 안 돼요.”

“아냐. 다른 애들도 들으면 하고 싶어 할걸.”

사실이었다.

이세연이 주도해서 이렇게 대규모로 판이 벌어진 이상, 어떻게 되든 간에 참가해서 손해 볼 건 없었다.

현장에 직접 참가해서 두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이득!

“……그래요!”

유지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여기에서 이러고 있어봤자 달라지는 건 없었다.

중요한 건 행동하는 것!

* * *

“어? 이세연이 사디크 교단 토벌 퀘스트로 사람을 모은다고?”

“김태현 선배님도 있다는데? 수혁아, 어떻게 할래? 가까운 거 같은데.”

“가자. 조금이라도 도와드려야지. 어차피 다음 경기까지는 시간 여유 있잖아.”

“역시 그렇지?”

최진혁과 다른 친구들은 매우 솔깃한 표정이었다.

태현이 깨는 퀘스트에 참가할 수 있다니!

직접 보는 것도 기대됐지만…….

‘수혁이가 선배님과 친하니까……!’

혹시 태현과 같이 파티로 깰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다른 건 보이지 않았다.

반드시 참가하고 말겠다!

“좋아! 가자!”

“만나면 뭐라고 말하지? 응? 뭐라고 말해야 하지?”

“그건 만나고 나서 생각하자…… 벌써부터 생각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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