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326화 (326/1,826)

§ 나는 될놈이다 326화

“나는 사디크 님을 모시는 성기사다! 무릎을 꿇어라! 이놈들!”

“오오!”

“의심해서 죄송했습니다!”

[사디크 교단을 믿는 마을 사람들을 완전히 속여 넘기는 데 성공했습니다.]

[명성이 오릅니다.]

곧바로 무릎을 꿇는 마을 사람들!

<사디크의 화염>을 직접 사용하는 걸 보여준 이상, 그들은 태현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야, 다 나와.”

“…….”

뒤에 있던 셋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저분들도 성기사입니까?!”

“나를 모시는 사람들이지. 물론 다들 사디크 님을 믿는 사람들이고.”

태현은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셋은 차례대로 외쳤다.

“사, 사디크 만세…….”

“사디크 님 최고! 사디크 님 만세!”

“사디크를 위하여!”

[다른 신을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신성 스탯이 감소합니다.]

“왜 나만?!”

눈앞에 뜨는 메시지창에 케인은 울컥했다.

저기 저 태현 놈은 아예 사디크 성기사라고 사기를 치고 있는데!

“마을로 안내해라!”

“예, 옛!”

태현은 신이 나서 명령을 내렸다. 이렇게 된 이상 이 마을은 손에 넣은 것이나 마찬가지!

* * *

마을을 손에 넣었지만, 작은 마을이라 의외로 건질 건 없었다.

사디크 신도를 위한 낡고 저주받은 검:

내구력 60/60, 공격력 45

스킬 ‘사디크의 하급 저주’ 사용 가능

레벨 제한 50

사디크 교단에서 신도들을 위해 제작한 저주받은 검. 사디크 교단의 상황이 안 좋은지 상당히 낡아 있다.

사디크 신도를 위한 하급 포션:

복용 시 5초간 체력 300 회복.

사디크 교단이 아닐 경우 복용 시 페널티.

창고에서 아이템을 쓸어가려고 해도 딱히 쓸어갈 만한 아이템이 없는 것!

이다비는 그 모습에 울상을 지었다.

“기껏…… 멀쩡한 마을을 처음으로 손에 넣었는데…….”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는 안 멀쩡하다는 거지?”

“앗!”

본심을 말해버린 이다비는 태현의 시선을 피했다.

사실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는 얻었을 때 뜯어낼 게 전혀 없기는 했다.

사디크 교단과 싸우느라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린 상태였으니까!

영지 주변 골짜기에는 남은 마수들이 출몰하고, 그나마 남았던 건물들은 폐허가 되어버린 수준.

이 작은 마을보다 건질 게 더 없었었다.

“헤, 헤헤. 그런 뜻이 아니라…….”

“됐고, 빠르게 챙기기나 하자. 좋은 거 있으면 말해.”

마을 창고를 뒤지는 태현과 이다비를 보며, 유 회장은 어이없다는 듯이 물었다.

“이렇게 막 훔쳐도 되는 건가?”

“어허, 어르신.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인데 훔친다니. 사디크 교단의 성기사로서 지원 좀 받는 겁니다.”

“네놈은 사디크 교단도 아니잖아!”

“아니, 무슨 말씀을.”

태현은 말과 동시에 손짓했다. 그러자 케인과 이다비가 옆으로 다가가 유 회장의 입을 막았다.

“읍읍! 읍읍읍!”

“어르신, 남 사기 치는 데 방해하지 마시고 얌전히 계세요, 좀. 저기 화염에 같이 넣어버릴까 보다.”

유 회장의 입을 막던 케인이 물었다.

“방금 사기라고 말했지?”

“시끄러. 아이템이나 확인해.”

-신의 예지.

별로 기대는 되지 않았지만, 태현은 여기서 제일 좋은 것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이다비에게는 황금상인의 스킬이 있다면, 태현에게는 아키서스의 스킬이 있다!

“……?”

신의 예지가 가리키는 길을 따라가자, 창고 구석에 먼지 쌓인 책꽂이가 나타났다.

“책?”

책꽂이에서 좋은 게 나오려면 책이나 스크롤 정도밖에 없었다.

태현은 갑자기 설레기 시작했다.

충분히 대박이 가능한 상황.

과연 뭐가 있을까?

<사디크 교단의 세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반발이 심한 지역에서 세력을 늘리는 법>, <교단의 세금은 어떻게 뜯는가>…….

“…….”

태현의 표정이 썩어들어 갔다.

뭐 이딴 쓰레기 책들만 모아놓았단 말인가!

그래도 태현은 <교단의 세금은 어떻게 뜯는가> 책은 몰래 품속에 챙겨 놓았다.

사디크 교단이라고 하더라도 배울 점이 있다면 배워야 하니까!

새내기 광신도를 위한 초보 화염 마법:

사디크 교단에 입문한 새내기 광신자를 위한 마법서다.

간단한 마법이지만, <사디크의 화염>이 없다면 사용할 수 없다.

<사디크의 초급 화염 화살>

사디크의 화염을 사용한 간단한 마법. 신성, 악명 스탯에 영향을 받는다.

<사디크의 초급 화염 부여>

아이템에 사디크의 화염을 부여하는 마법. 신성, 악명 스탯에 영향을 받는다.

사용할 경우 장비의 내구도가 빠르게 하락한다.

“으음…….”

-사용.

[악명이 오릅니다.]

[신성이 오릅니다.]

태현은 일단 바로 사용했다.

<새내기 광신도를 위한 초보 화염 마법>은 괜찮은 마법서였다.

엄청나게 레어하거나 희귀하지는 않았지만, 직업이 마법과는 거리가 멀어서 마법 하나하나가 귀한 태현에게는 꽤 요긴했다.

게다가 신성 스탯과 악명 스탯에 영향을 받는다는 게 아주 큰 장점이었다.

정통 마법사 플레이어들과 마법으로 승부를 하면 태현은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으로 변칙 마법을 익히는 게 차라리 나았다.

‘그런데 이거 하나 나오고 끝인가?’

태현은 뭔가 김이 새는 기분이었다.

물론 이런 마을 창고에서 많은 걸 기대하는 게 도둑놈 심보기는 했지만…….

덜컥-

[숨겨진 기계장치를 건드렸습니다.]

[기계공학 스킬이 오릅니다.]

[중급 기계공학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책꽂이 비밀 문> 제작 방법을 완벽하게 익히는 데 성공합니다.]

“어?”

묵직한 소리를 내면서 열리는 책꽂이! 뒤에는 숨겨진 비밀 공간이 있었다.

“뭐야. 뭐야?”

“비밀 공간인 거 같은데…… 왜 이런 게 있지?”

태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까 ‘사디크 성기사님 만세! 김태현 백작의 목을 따는 그 날까지 파이팅!’ 하면서 기뻐하던 마을 사람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이런 공간을 숨겼을 것 같지는 않았다.

‘쟤네들도 몰랐나?’

안으로 들어가자, 쌓아놓은 상자가 보였다. 오랫동안 아무도 안 들어왔는지 먼지가 잔뜩 날렸다.

훅훅-

먼지를 털어내자 상자 위에 새겨진 선명한 사디크의 표식이 눈에 들어왔다.

‘뭘 넣어 놨길래 이렇게…….’

사디크의 축복을 받은 화혈초:

화혈초의 꽃가루를 모아 사디크의 축복을 받아 정제한 재료다. 사디크 교단의 대마법에 사용된다.

[중급 기계공학 스킬을 갖고 있습니다. <사디크의 축복을 받은 화혈초>의 추가 옵션을 알 수 있습니다.]

사디크의 축복을 받은 화혈초:

화혈초의 꽃가루를 모아 사디크의 축복을 받아 정제한 재료다. 사디크 교단의 대마법에 사용된다.

(추가 옵션)폭탄 재료로 사용 가능

씨익-

참으려고 해도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입꼬리!

비밀공간에는 <사디크의 축복을 받은 화혈초>만 있는 게 아니었다.

사디크의 축복을 받은 리크난 광석:

리크난 광석을 제련해서 사디크의 축복을 받았다. 사디크 교단의 대마법에 사용된다.

(추가 옵션)폭탄 재료로 사용 가능

판온에서 강력하고 거대한 마법에는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했다.

시간, 공간, 재료.

이 비밀공간은 사디크 교단의 강력한 대마법을 위해 준비한 재료들을 보관하는 공간이 분명했다.

어쩌다 잊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문제는 이 재료들이 기계공학 스킬과 폭탄에도 궁합이 잘 맞는다는 점이었다.

사디크의 상징은 화염!

그리고 화염은 폭발과 빼놓을 수 없는 찰떡궁합!

“케인, 아무래도 사디크 교단은 나하고 참 잘 맞는 것 같다.”

“그쪽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은데…….”

* * *

프리카 대륙에서 태현을 욕하고 저주하는 곳이 사디크 교단만 있는 건 아니었다.

“김태현 개XX!”

“김태현 죽어라!”

사디크 교단 NPC들이 들었다면 ‘자네 혹시 김태현을 싫어하는 사디크 교단에 관심 없나?’라고 입단 제안을 했을 정도의 증오!

그러나 그들은 사디크 교단에 들어갈 수 없었다.

사디크 교단을 공격해야 퀘스트를 깰 수 있었으니까!

플레이어들의 생각은 모두 똑같았다.

‘어쩌다 내가 이런 저주에 걸려가지고!’

나름 판온을 오래 했다고 자부하지만, 이런 구질구질하고 기분 더러운 저주는 또 처음이었다.

궁극의 역병 저주와는 방향이 다른 강력한 저주!

뭘 하려고 할 때마다 [아키서스의 저주 때문에 실패했습니다]가 뜨니, 사람 성질이 매우 더러워졌다.

“아. 그냥 제카스 잡으러 가는 게 낫지 않았을까? 사디크 교단 더럽게 흔적 찾기 힘드네.”

“지금 제카스 잡으러 간 놈들도 헤매고 있다더라.”

멋모르고 태현의 영지에 쳐들어갔던 플레이어들은 둘로 나뉘어졌다.

한 명이고 그나마 위치가 알려진 제카스를 잡자 VS 아니다 제카스는 랭커에다가 친구들도 많으니 공적치 포인트를 쌓기 쉬운 사디크 교단 공략을 하자!

결국 의견은 맞춰지지 않고 나뉘었지만, 그래도 그들의 사이는 나름 괜찮은 편이었다.

영지에서 그렇게 서로 배신과 뒤통수 때리기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이 같이 움직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태현 덕분이었다.

언제나 사람은 같은 걸 싫어할 때 빨리 친해지기 마련!

태현에게 당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은 서로 헐뜯었던 과거를 잊고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제카스 그 자식이 우리 이용한 거 아니야? 진짜 속 좁아가지고 음해한 걸 수도 있잖아.”

“제카스가 그럴 놈 같지는 않던데.”

“야, 사람 마음을 네가 어떻게 알아? 원래 그렇게 점잔 떠는 놈이 뒤로는 더 음흉한 법이라고.”

“그보다 김태현이 진짜 판온 1 김태현 같지 않냐? 내가 판온 1 김태현을 한두 번 보기는 했는데 성격 더러운 게 비슷하던데.”

“성격 더러운 게 한두 놈이냐.”

“아냐, 김태현은 좀 차원이 달랐다고.”

여기 있는 플레이어 중 의외로 판온 1의 태현과 말을 섞어본 플레이어는 많지 않았다.

보통 판온 1의 태현에게 덤벼들었다가 말 한마디 못 하고 엉망진창으로 당했던 경험 한 번 정도가 전부!

태현과 말이라도 섞으려면 판온 1의 상위권 랭커 정도는 됐어야 했다.

“사디크 교단은 또 어디에 숨어가지고…… 그놈들은 바퀴벌레도 아니고 왜 자꾸 숨어서 늘어나는 거야?”

“원래 성기사 놈들이 끈질기잖아.”

“여기에서 또 어떻게 찾냐…….”

“그래도 우리가 지금 제일 빠를걸? 중앙 대륙이면 모를까, 프리카 대륙에서 우리만큼 진도 빠른 플레이어들도 드물 거야. 빠르게 사디크 교단 찾아서 공적치 포인트 딴 다음 보상 얻고 갈라지자고.”

모인 플레이어 중 나름 리더 격인 플레이어가 그렇게 다른 사람들을 설득했다.

맞는 말이긴 했다.

태현 때문에 억지로 참가하기는 했지만, 사디크 교단은 토벌할 경우 다른 보상들도 많이 나왔으니까.

게다가 중앙 대륙으로 돌아가 왕국이나 다른 교단에 보고할 경우, 추가로 보상이 들어왔다.

태현이 약속한 1골드와는 차원이 다른 보상!

“그래. 우리가 지금 제일 빠를 거야.”

“맞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에스파 왕국에서 배를 타고 도착할 수 있는 프리카 대륙의 북서쪽에는 왕국이 없었다.

부족들이 도시나 마을을 하나씩 갖고 있을 뿐!

덕분에 퀘스트를 진행할 때 난이도가 몇 배로 뛰었다.

보통 왕국에서 명성을 올리거나, 친밀도를 올리면 왕국 내 NPC들은 대체로 친절해졌다.

그러나 여기는 도시 하나, 마을 하나 새로 새로 퀘스트를 깨고 친밀도를 올려야 하는 것!

시간이 몇 배로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사디크 교단을 찾아야 하니, 눈물을 머금고 하나씩 깨줄 수밖에 없었다.

<사디크 교단의 흔적을 찾아서–사디크 교단 토벌 퀘스트>

중앙 대륙에서 커다란 피해를 입은 사디크 교단은 프리카 대륙으로 도주했다.

몇백 년 동안 그림자 속에서 움직였던 그들에게 정체를 숨기는 것은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 그들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는 이 주변의 부족 사람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차나 마을의 퀘스트 해결 (4/10)

-가풀 마을의 퀘스트 해결 (7/10)

보상:?

그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는 건, 지금 그들이 사디크 교단 퀘스트 진도를 가장 많이 나갔다는 생각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