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될놈이다 322화
물론 기회를 잡은 태현이 유 회장 같은 호구, 아니, 플레이어를 순순히 내버려 둘 리 없었다.
“하하, 어르신. 아키서스 교단이 얼마나 좋은데요.”
“흥. 좋건 나쁘건 네가 하는 곳에는 있기 싫다.”
유 회장은 태현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태현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벌써 깨닫고 있었다.
상대를 안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
“여기 기도하면 오는 버프들을 받고, 저희 같이 프리카 대륙 가죠. 프리카 대륙.”
“프리카 대륙……?”
“네. 저도 지금 곧 프리카 대륙으로 떠날 생각이었거든요. 퀘스트 때문에.”
“으으음…….”
완강하게 거절하던 유 회장은 프리카 대륙이란 말을 듣고 멈칫했다.
지금 같이 프리카 대륙으로 가면 유지수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
게다가 태현과 같이 다닌다면, 가장 효과적인 감시 방법이 되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딸이 정말 이 사악한 놈을 좋아하는 건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기회!
“좋다! 대신 타이럼 같은 사기는 더 이상 치지 마라. 알겠냐?”
“하하. 어르신. 타이럼 시는 지수 만나라고 배려해 드린 건데.”
“이놈이 뚫린 입이라고……!”
둘의 대화를 듣던 이다비가 태현에게 속삭였다.
“그런데 저렇게 해서까지 교단에 넣을 이유가 있나요?”
“돈이 많으시거든.”
태현은 간단한 동작으로 계획을 설명했다.
유 회장을 교단에 가입시킨다->유 회장이 게임에 흥미를 가지게 만든다->더 많은 현질을 한다->대성공!
“……그냥 태현 님이 현질하면 되지 않아요?”
“난 게임에 현질 안 하잖아.”
“돈도 많으시면서…….”
“쉿. 어쨌든 잘 달래서 제2의 케인 같은 플레이어로 만드는 거야.”
“야, 나 옆에 있거든?”
케인이 항의했지만 태현은 무시했다.
“원래 저런 사람이 한 번 꽂히면 무섭게 현질하거든.”
“지금 경매장을 보고 있는데, 좀 도와주겠나? 뭐가 좋은지 모르겠군.”
유 회장은 경매장에 올라온 아이템 목록들을 훑어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초보자인 그가 파악하기에는 너무 많은 아이템!
“제가 도와드릴게요.”
선뜻 나서는 이다비.
그런 이다비가 유 회장의 눈에는 좋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태현과 같이 다니는 게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 * *
“오늘 있었던 습격에 맞서 용감히 싸워준 플레이어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축복 주세요!”
“제 상자 대신 까주세요!”
“강화 좀 해줘! 네가 해주면 왠지 될 거 같아!”
태현이 말 한마디 하자 쏟아져 나오는 플레이어들의 아우성!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냉정하게 무시하고 자기 할 말만 했다.
“보상은 저기 신전에 있는 사제나 펠마스한테 가서 달라고 하면 나올 거고, 지금 영지에 부서진 건물들 수리 특별 퀘스트 나왔으니 그것도 하면 좋겠네.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들도 많이 많이 소개해서 아키서스 교단으로 데리고 와라. 그럴수록 공적치 포인트 쌓이니까!”
본색을 드러내는 태현!
그러나 이미 늪에 빠진 플레이어들은 환호성을 지를 뿐이었다.
“축복! 축복! 축복!”
“행운! 행운! 행운!”
“강화! 강화! 강화!”
‘내가 유도하기는 했지만 좀 많이 무섭다.’
태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뒤에는 가브리엘과 대장장이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태현을 쳐다보는 그들.
그러나 태현은 이들이 영지에서 가장 위험한 플레이어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수로 영지 한구석을 날려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플레이어들!
“너희들은…….”
태현이 입을 열자, 대장장이들은 열렬하게 반응했다.
“무엇이든지 시켜만 주십시오!”
“뭐부터 하면 되겠습니까!”
“……그냥 다른 곳으로 떠나면 안 되냐?”
“하하하! 농담도!”
“으핫핫핫! 아이고 배꼽이야! 태현 님 유머 감각 좀 봐!”
“…….”
스르릉-
태현이 칼을 뽑으려고 하자 케인이 재빨리 팔을 붙잡고 말렸다.
“참아, 인마! 참아! 정신줄 붙잡으라고!”
지금 보는 플레이어들이 수없이 많은데 대놓고 PK 했다가는 대소동이 일어날 게 분명!
“후…… 그래. 영지에서 사루온하고 같이 기계공학 스킬이나 익혀라. 되도록 위험한 스킬은 밖에서 사용하고. 영지 주변에 함정 잔뜩 깔아놓는 거 잊지 말고.”
결국 억지로 할 일을 주는 태현!
마음 같아서는 다른 도시로 가라고 하고 싶었지만, 대장장이들은 귀에 말뚝을 박아 넣었는지 끈질기게 이 도시에서 하겠다고 물고 늘어졌다.
‘그래…… 기계공학 대장장이는 쓸 만하기는 하지…….’
부작용이 많아서 그렇지, 성능만 놓고 보면 기계공학 대장장이는 쓸 곳이 많았다.
특히 도시를 방어하는 부분에서는 더더욱!
“후후, 걱정하지 마라. 이 대장장이들을 잘 가르쳐서 한 사람 몫을 하게 만들어줄 테니까.”
음산하게 웃으면서 말하는 사루온!
그 모습에 태현은 가슴 한구석이 싸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설마 프리카 대륙 갔다 왔는데 영지가 다 불타고 있다거나…… 그러지는 않겠지?’
이제 하다못해 악마한테까지 영지를 맡기고 있었다.
“저희를 믿고 다녀오십시오!”
“태현 님의 영지는 우리가 지킨다! 자폭을 해서라도!”
“제발 자폭은 밖에서 해라. 안에서 하지 말고.”
* * *
“저기, 김태현 백작님…….”
“아이고! 사악한 사디크 교단을 무찌르러 가야 하는데 내 영지를 지켜줄 사람이 아무도 없단 말인가!”
[설득이 한계에 도달합니다.]
[더 이상 아농 백작을 설득할 수 없습니다.]
‘쳇.’
태현은 입맛을 다셨다.
강력한 귀족의 기사단을 공짜로 써먹고 있었으니, 다른 플레이어들은 골드가 많아도 누리지 못하는 호사였다.
당연히 이런 사기를 계속 칠 수는 없는 법!
“김태현 백작님, 저도 제 영지에 돌아가야 하니, 한 번만 더 싸우고서 영지에 돌아가겠습니다.”
“……!”
태현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바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한 번만 더 싸우고 돌아가 준다고?
“아농 호ㄱ…… 아니, 아농 백작! 정말로 고맙군!”
“방금 호ㄱ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잘못 들었겠지. 내가 반드시 사악한 사디크 교단 놈들을 무찌르고 정의의 깃발을 휘날리며 돌아오지!”
한 번 더 싸울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방법이 있었다.
태현은 아농 백작의 손을 잡고 위아래로 세게 흔들었다.
아농 백작과의 대화가 끝나고, 태현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영주의 권한이 필요한 곳에 승락 버튼을 누르고, 가능한 건물들을 전부 다 지어 올리고, 부서진 건물들에 자원한 플레이어들을 배치하고…….
또다시 있을 수 있는 습격 대비까지!
얼추 끝나자 간신히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제 드디어 프리카 대륙으로 떠날 시간!
“저, 김태현…….”
“……?”
저번 습격 때 와서 퀘스트와 저주를 받았던 플레이어 둘이 영지 입구에서 태현을 부르고 있었다.
“뭐냐?”
털썩!
“우리가 잘못했다! 제발 저주 좀 풀어줘!”
“사디크 교단도, 제카스도 우리 수준에서는 무리라고!”
그랬다.
아키서스의 저주는 풀어야 하는데, 사디크 교단도, 제카스도 상대할 자신이 없는 플레이어들!
그들은 태현한테 찾아와서 빌고 있었다.
“아니, 그렇게 쉬운 퀘스트도 못 깨서 이 험한 판온을 어떻게 하려고? 난 레벨 낮을 때 사디크 음모도 깨고 사디크네 신수도 잡고 그랬다.”
“…….”
태현의 자랑에도 두 플레이어는 꾹 입을 닫고 참았다.
더럽고 치사해도 참아야 한다!
“뭐, 그렇게 자신이 없다면 다른 퀘스트로 바꿔주지. 어차피 프리카 대륙에 끝까지 안 가면 의미가 없으니까.”
“무, 무슨 퀘스트인데?”
“내 영지 수비 퀘스트. 자. 기분이다. 열심히 지키라고 보상 10골드로 올려줄게. 무려 10배나 올랐다고. 좋지?”
“…….”
태현은 놓치지 않고 영지의 노예, 아니, 전력을 더 올렸다.
이제 정말로 프리카 대륙으로 떠날 시간!
* * *
“승자, 최진혁 팀!”
“우와아아아아아!”
최진혁과 친구들은 정수혁을 끌어안고 기쁨의 환호성을 내질렀다.
절망적인 상황에서의 역전승!
이런 일발 역전을 노리고 정수혁을 데리고 오기는 했지만, 정말 정수혁이 해낼 줄은 몰랐다.
“해냈다, 해냈어! 수혁이가 해냈어!”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대 팀은 아직도 멍한 얼굴로 주저앉아 있었다.
99% 승리를 확신한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저 정수혁이라는 플레이어가 미친 듯이 마법을 난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뒤바뀐 상황!
“지금 레벨 100으로 고정됐는데 어떻게 저런 마법들을 계속 쓸 수 있지?”
“MP가 다 고갈됐을 텐데?”
“무슨 사기라도 친 거 아냐?”
상대 팀의 항의에도 운영진 측 사람들은 냉정하게 대답했다.
“시작할 때, 끝날 때, 전부 다 아이템을 확인합니다. 다른 장비나 아이템을 갖고 들어갔다면 분명 발각됐을 겁니다. 부정은 없었습니다.”
“제기랄!”
“이게 말이 되냐!”
정수혁은 살짝 미안한 마음으로 상대 팀 플레이어들을 쳐다보았다.
다 이긴 상황에서 운빨 스킬로 역전을 당했으니, 억울한 마음도 이해가 갔다.
‘응?’
<아키서스의 이름을 프리카 대륙에 알려라-프리카 대륙 투기장 퀘스트>
프리카 대륙은 강자가 존중받는 땅이다. 당신은 프리카 대륙의 투기장에서 승리함으로써 아키서스의 이름을 알리는데 한 발짝 기여했다.
그러나 아직 프리카 대륙에서 아키서스의 이름은 부족하다.
계속해서 승리함으로써 아키서스의 이름을 널리 알려라!
-투기장에서 승리할수록 보상이 커집니다.
보상:?, ??, 프리카 대륙에서 아키서스 교단의 세력 성장.
“이게 누구야? 어?”
“……?”
퀘스트창을 보고 있던 정수혁을 뒤에서 누군가가 불렀다. 정수혁은 고개를 돌렸다.
“누구세요?”
“누구냐니. 우리가 누군지도 몰라?”
“??”
눈앞에 나타난 플레이어들은 성기사 같아 보였다. 모두 다 같은 세트 아이템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성기사 이즈 킹 길드. 이래도 모르겠냐?”
“아아! 성기사이즈킹 길드!!”
“띄어쓰기해라! 죽기 싫으면!”
예민하게 반응하는 <성기사 이즈 킹> 길마였다.
“너, 김태현하고 같이 다니던 놈이었지? 김태현 그놈하고 따로 다니는 모양이군.”
“김태현 선배님은 초대팀으로 들어가시는데…….”
“흥! 초대 팀은 무슨. 인기빨이지.”
성기사 길마는 태현한테 쌓인 게 많았다.
태현한테 쌓인 게 많은 사람을 한두 번 본 것도 아니었기에, 정수혁은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어쨌든 잘 됐군. 그놈 따까리를 밟아 놓으면 분이 좀 풀리겠지.”
“……?”
“뭐야, 아직도 모르고 있었나? 너희 다음 상대가 누군지 보라고.”
“……!”
그제야 정수혁은 이 성기사들이 왜 여기 와서 시비를 거는지 알 수 있었다.
예선 다음 상대가 바로 이 성기사 팀!
“어떻게 운이 좋아서 여기까지 온 것 같지만, 그냥 항복하는 게 좋을 거다. 나는 너를 아주 갖고 놀 생각이거든. 전 세계로 나가는 방송에서 그런 꼴 당하고 싶지는 않겠지?”
물론 이런 예선 방송이 그렇게까지 관심을 받지는 않았다.
전 세계로 나가기만 하지, 예선은 볼 사람들만 보는 것!
그러나 성기사 길마는 의욕이 아주 철철 흘러넘쳤다.
태현에게 맞은 뺨을 정수혁에게 풀겠다는 의지!
그러던 도중, 최진혁이 정수혁에게 다가갔다.
“수혁아, 이 사람들 누구야?”
“어? 어. 성기사이즈킹 길드…….”
“뭐, 뭐? 그런 길드 이름이 허가가 돼?”
최진혁은 깜짝 놀라서 외쳤다. 그 모습에 성기사 길마는 이를 갈며 외쳤다.
“성기사! 이즈! 킹! 개XX들아!”
“아, 전 또…… 하하하. 이상한 뜻인 줄 알았잖아요. 그런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그, 저번에 말한, 김태현 선배님한테 깨진 길드 있잖아.”
정수혁은 나름 그들을 배려해서 작게 말해줬지만, 충분히 귓가에 들어갈 만한 목소리였다.
오히려 더 굴욕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