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될놈이다-320화 (320/1,826)

§ 나는 될놈이다 320화

“그런데 태현 님, 사디크 교단은 어떻게 치실 겁니까?”

펠마스는 태현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사디크 교단이 많이 얻어맞고 이제 그늘 속에 숨어 있기는 했지만,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

사실 전력만 따지고 보면 아키서스 교단보다 더 위인 게 사디크 교단!

사디크 교단은 오랜 시간 동안 대륙에 있었고, 그만큼 고위 사제나 성기사들도 많은 데다가 데리고 있는 마수 전력들도 많았다.

그에 비해 아키서스 교단은 새로 부활한 지 얼마 안 된 데다가, 일반 사제나 성기사들도 지금 뽑고 있었다.

사실상 전력이라고 할 게 거의 없는 상황!

그리고 그건 태현도 잘 알고 있었다.

“뭐 역시…… 사디크 교단의 높은 놈을 쳐야겠지.”

아키서스 교단에는 없고 사디크 교단에는 있는 것.

그건 바로 고위 NPC였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갑자기 슬퍼지는데…….’

아탈리 국왕의 삼촌인 안토니오나, 성기사단장, 대주교 같은 인물 하나만 잡아도 사디크 교단에게는 큰 타격이 가게 되어 있었다.

태현은 사디크 교단과 전면전을 벌여서 아예 뿌리를 뽑겠다! 이런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내가 무슨 대형 세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무리지.’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머리를 공격하는 것!

사디크 교단의 굵직굵직한 인물들을 날려버리면 남은 교단은 알아서 숨어버리게 되어 있었다.

‘거기에 덤으로 권능까지 취하고.’

현재 갖고 있는 사디크 교단의 권능은 두 개.

<사디크의 화염>과 <마수 소환>이었다.

태현은 고위 NPC들을 사냥하면 최소한 두 개는 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태현의 말을 들은 펠마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어떻게 말입니까?”

그랬다.

어떻게가 가장 큰 문제!

사디크 교단을 쓰러뜨리는 게 그렇게 쉬웠다면 벌써 쓰러뜨리고도 남았을 것!

“다 생각이 있지.”

“……?”

“일단 아까 보내준 놈들이 알아서 방법을 찾고 있을 거다. 거기에 추가로 좀 더 내가 손을 쓸 생각이지.”

태현은 입맛을 다시며 교단 퀘스트창을 켰다.

교단의 최고 권력자로서 내릴 수 있는 퀘스트창!

분명 일반 플레이어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권한이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었다.

왜냐하면 퀘스트 보상은 다 태현에게서 나가는 것이기 때문!

그나마 아까 플레이어들 상대로는 1골드 보상, 그것도 달성하기 힘든 퀘스트라는 것으로 거의 손해가 없기는 했지만…….

‘퀘스트를 내는 것만으로도 신성 스탯이 소모되니까 말이지.’

교단을 운영하면서 신성 스탯이 쌓이는 만큼, 마찬가지로 신성 스탯을 쓸 곳이 많았다.

그러나 이 권한 자체는 분명히 좋은 기능이었다. 이걸 잘 사용해야 했다.

“잘 봐라. 지금 아키서스 교단을 믿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제작 직업이야. 게다가 어딘가 하나씩 나사가 빠진. 그렇지?”

“그렇죠?”

태현의 말에 이다비와 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아키서스 교단은 새로 생긴 교단치고 믿는 플레이어가 많기는 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태현의 유명세와 아키서스라는 신의 특이성 때문!

진지하게 캐릭터를 키우려는 전투 직업은 굳이 아키서스를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 당장은 못 써먹겠지만, 앞일도 좀 생각을 해야 돼. 다른 교단은 막 고위 성기사 군단 데리고 오는데 우리는 기껏해야 방금 뽑은 성기사들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어쩌자고?”

“전투 직업 플레이어들도 아키서스 교단에 끌어들여야 해.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기면 교단 퀘스트 띄워서 전력으로 써먹을 수 있게.”

그랬다.

태현이 원하는 건 바로 이것!

다른 교단처럼, 무슨 중대한 일이 생길 경우 퀘스트를 띄워서 플레이어들을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힘!

“보상을 할 수나 있나? 뭐로 하게?”

“그게 문제야. 이번처럼 때우는 건 무리니까. 일단 PVP로 좋아 보이는 장비들을 많이 뺏고 그걸로…….”

“…….”

“…….”

이다비와 케인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변했다.

보상 이야기가 나왔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게 약탈이라니.

“야, 그렇게 쳐다보지 마. 그거 말고도 생각이 있다고.”

“??”

아키서스의 아티팩트 제작.

태현이 기대하고 있는 아키서스의 권능 중 하나였다.

‘지금 굴러다니는 아키서스의 권능이 담긴 아티팩트들을 봤을 때, 분명 그런 부류의 권능이 있을 거다.’

다른 교단도 교단 특성을 가진 아이템을 만들고, 값나가는 아티팩트를 갖고 있었다.

분명 아키서스 교단도 가능할 것!

경매장에 전혀 풀리지 않은 아키서스 교단의 아티팩트라면, 분명 사람들은 크게 관심을 가질 것이다.

“과연…….”

“그러면 권능부터 얻어야 하나요?”

“일단 사디크 교단부터 공격하고. 그냥 내버려 뒀다가는 계속 내 영지를 태워 먹겠다. 이 자식들이 평화롭게 살고 싶어서 내버려 뒀더니…….”

태현의 눈동자는 복수심으로 이글거렸다.

투기장의 원한!

‘그게 평화인가?’

‘그게 내버려 둔 거라고 할 수 있을까?’

태현이 사디크 교단에 입힌 피해랑 비교하면, 사디크 교단이 태현에게 입힌 피해는 정말 새끼발가락이 스친 수준!

“야, 그런데 보상을 내걸려고 해도 일단 플레이어들이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해야 하는 거 아냐? 지금 전투 직업 플레이어들이 적어서 문제라며.”

“그렇지.”

“무슨 생각이라도 있는 거냐? 아. 설마 그런 건가?”

케인은 갑자기 생각이 나서 말했다.

“뭔데?”

“지금도 아키서스 교단에 가입한 플레이어들은 한국 플레이어들이 많잖아. 네 이름 보고 들어온 놈들. 이번 투기장 대회는 해외 사람들도 많이 볼 테니까, 거기서 활약해서 해외 사람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속셈인 거지!”

“그런 좋은 방법이! 대단해요!”

케인의 말에 이다비도 감탄했다. 둘은 동시에 태현을 쳐다보았다.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았는데.”

“!?”

태현도 이다비처럼 놀란 표정으로 케인을 쳐다보고 있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는 표정!

“그, 그런 거 아니었냐?”

“투기장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데 그런 계획은 왜 세워.”

“그러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후. 그래. 보여주지. 잘 봐라.”

“??”

태현은 바닥에 표 하나를 그렸다.

브론즈-교단 가입

실버-공적치 포인트 1,000점 이상 쌓을 시

골드-공적치 포인트 2,000점 이상 쌓을 시

다이아-공적치 포인트…….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등급표!

케인과 이다비는 서로 마주 보았다.

이거 분명, 그 다단…….

그러거나 말거나 태현은 당당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높은 등급에 있는 플레이어에게는 더 높은 축복을 주는 거다. 실버는 하급 아키서스의 축복을 받지만, 골드는 중급 아키서스의 축복을 받는 거지. 이것뿐만 아니라 아이템도 높은 등급일수록 더 좋은 걸 팔아줄 생각이다.”

태현의 말을 듣던 이다비가 손을 번쩍 들었다.

“뭐지?”

“혹시, 다른 플레이어를 교단에 소개해서 가입시켜 주면 공적치 포인트가 쌓이나요?”

“바로 맞췄다.”

‘다단계 맞잖아!!!’

둘은 속으로 절규했다.

* * *

영지를 빠져나간 플레이어들은 단체로 모여서 태현을 욕하고 있었다.

“XX-XXX-XXXXXXX-XXX 자식 진짜!”

다양한 국가의 욕이 나오는, 그야말로 전 세계가 힘을 합쳐서 욕하는 태현!

“너 이 자식, 혼자 살겠다고 우리를 버려?”

“너희들은 그럼 발목 잡아놓고 당당하냐!”

서로 추한 싸움을 한바탕 벌이고, 그들은 한숨을 쉬었다.

“그만 싸우자고. 여기서 더 싸워봤자 저놈 좋은 짓만 하는 거니까.”

“야, 나 좀 불안한데. 이 <아키서스의 저주>가 뭔 저주인지 아는 사람?”

아무도 없었다.

당연했다. 다른 교단과 달리, 아키서스 교단은 태현이 풀지 않으면 정보 자체가 퍼지질 않는 것!

갑자기 다들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야, 쫄 거 없어. 나 상급 저주 해제 스크롤 갖고 있거든? 이거면 어지간해서 다 푼다. 지금 풀면 되지.”

-사용.

[갑작스러운 불운으로 스크롤이 오작동을 일으킵니다.]

[아키서스의 저주를 해제하는 데 실패합니다.]

“뭔 오작동?!?!?”

그냥 ‘힘이 약해서 실패합니다’가 아닌, ‘오작동해서 실패합니다’는 처음 보는 메시지창이었다.

“뭐가 오작동했는데?”

“스크롤이 오작동했다고…….”

“그게 말이 되냐?”

플레이어들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이 시작이라는 것을!

“젠장, 일단 장비부터 수리를…….”

[갑작스러운 불운으로 수리가 실패합니다.]

[내구도가 최대로 하락합니다.]

“?!?!!”

“싸우기 전에 버프 좀 받고 갈까?”

[갑작스러운 불운으로 살라만의 축복이 튕겨 나갑니다.]

“?!?!?!?!?!”

시간이 지나자, 하나둘씩 깨닫게 되었다.

<아키서스의 저주>는, 행운 관련된 불행한 사건들을 일으키는 저주!

HP를 깎아 먹거나 방어력을 낮추는 저주는 아니었지만, 정말 사람 짜증 나게 만드는 저주였다.

“김태혀어어어어어어어언!”

* * *

“이야, 올라온다. 올라와.”

“진짜 올라와요?”

“그래. 올라올 줄 알았지.”

태현은 흐뭇한 표정으로 게시판을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하나둘씩 올라오고 있었다.

-사디크 교단 관련된 정보 어디서 볼 수 있나요?

-사디크 교단 고위 NPC 아시는 분? 알려주시면 사례함.

포기하고 사디크 교단의 정보를 얻으려는 플레이어들!

태현은 흐뭇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는 걸 보는 것만큼 흐뭇한 것도 없었다.

“어, 마차 왔네요?”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 앞에 마차가 도착했다.

보통 마차는 저렙 플레이어들이 타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즉, 저 마차에서 내릴 플레이어들은 아키서스의 교단에 가입하려고 새로 온 플레이어들일 가능성이 높았다.

우르르-

그러자 달려드는 플레이어들!

“?!?!”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유는 하나.

태현이 말한 다단…… 아니, 새로운 아키서스의 교단 제도 때문!

“이봐! 아키서스의 교단에 가입할 때는 내 이름을 불러줘!”

“저놈 말 듣지 마! 내 이름을 대고 가입해줘! 그러면 내가 포션 세트 준다!”

“대, 대장장이 없냐? 대장장이 있으면 나하고 같이 하자! 내가 도와줄게! 대신 내 이름을……!”

치열한 욕망의 자리!

태현은 다시 한번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야, 이놈아!”

“……?”

누군가 태현을 불렀다. 태현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처음 보는 중년 엘프 남성이 태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누구신지?”

“이, 이놈…… 타이럼 시에서 시작하라고?”

그 말 한마디로 태현은 엘프 남성이 누군지 바로 깨달았다.

“아아…… 어르신이셨군요! 하하! 타이럼 시 좋지 않았나요?”

태현의 미소를 본 유 회장은 깨달았다.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해 온 유 회장은 미소만으로도 그 사람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저 미소는 절대로 선의가 아니었다!

저 미소의 뜻은 ‘너도 같이 당해야지’가 분명!

“야, 이 자식아!!”

휙휙!

낚싯대를 휘두르는 유 회장! 태현은 피하지도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걸 본 이다비가 속삭였다.

“할아버지신가요?”

“정확히는 남의 집 할아버지지. 그런데 어르신,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후욱, 후욱…… 전직을 했지.”

“오, 뭘로요?”

“<세월을 낚는 낚시꾼>.”

“세월을 낚는 낚시꾼?!?!”

태현은 깜짝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그 모습에 유 회장이 솔깃해져서 물었다.

“그렇게 좋은 직업이냐?”

“아뇨, 그냥 한 번 놀란 척 해봤습니다.”

“…….”

“세월을 낚는 낚시꾼…… 이름은 좋은데 그냥 백수 아닙니까?”

휙휙휙!

다시 휘둘러지는 유 회장의 낚싯대!

그러나 단 한 대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유 회장은 이 게임을 하면서 처음으로 ‘강해지고 싶다’고 느꼈다.

토끼한테 얻어맞을 때도 느낀 적 없던 분함!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