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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19화 (319/1,826)

§ 나는 될놈이다 319화

그제야 플레이어들은 태현이 뭘 하느라 이렇게 시간을 끌었는지 알게 되었다.

아키서스 교단의 이름으로 퀘스트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교단의 교황인 만큼, 교단의 이름으로 퀘스트를 내는 것도 태현의 자유였다.

정말 듣도 보도 못한, 퀘스트 강매!

-야, 이거 뭐냐?

-미친…… 뭔 퀘스트가…… 이거 실패하면 받는 <아키서스의 저주>는 무슨 저주냐? 아는 사람?

-몰라. 처음 들어봐. 아키서스 교단 자체가 김태현이 부활시킨 교단이잖아. 제대로 자료도 없다고.

-심지어 보상이 1골드야!! 뭐 저런 XX가 다 있냐?!

빠르게 오가는 파티원 전용 대화!

조용히 눈알만 굴리는 플레이어들을 쳐다보던 태현은 다시 입을 열었다.

“얘들아.”

“…….”

“지금 파티 전용 대화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은데. 좋아. 쓸 만한 정보 말하는 놈 선착순으로 한 명만 이 퀘스트 빼준다.”

“저놈이 태현 님 욕했어요!”

“야!!!!”

“훌륭해. 너는 퀘스트 안 받아도 된다.”

“감, 감사합니다……!”

처음에 보였던 적대심은 사라진 지 오래!

플레이어는 이미 태현의 말 잘 듣는 노예가 된 지 오래였다.

“우리 친구. 내 욕을 했구나?”

“아, 아니. 욕을 한 게 아니라…… 그냥 가볍게 XX만…….”

“그게 욕이지. 욕이 아니야? 응?”

“어, 어쩌다 보니 나온 건데…….”

삐질삐질!

파티 대화로 욕을 했다가 걸린 플레이어는 땀을 뻘뻘 흘렸다.

점점 다가오는 태현!

‘죽, 죽는다……!’

툭-

“……?”

“그럴 수도 있지. 원래 사람들 안 보는 곳에서는 무슨 소리든 쉽게 나오잖아?”

“그, 그렇지!”

“다 이해해.”

“김태현……!”

플레이어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태현을 쳐다보았다.

판온 1의 김태현에 대한 미움은 사라지고, 지금 느껴지는 감정은 고마움뿐!

‘어떤 놈이 김태현이 판온 1의 대장장이라고 한 거냐! 이렇게 착한데!’

당근과 채찍!

밀었다가 물러나고, 조였다가 풀어주고, 태현은 능수능란하게 플레이어들의 마음을 갖고 놀고 있었다.

“그래서 널 위해 하나 더 만들었다.”

“???”

<사디크 교단을 토벌하라–아키서스 교단 퀘스트>

사디크 교단은 사악하고 음흉한 음모를 꾸며 아키서스 교단을 공격하려고 했다.

이에 자비로운 아키서스 교단의 교황은 용감무쌍하고 정의로운 당신들을 모아 사디크 교단을 응징하려고 한다.

아키서스 교단을 위해 사디크 교단을 토벌하라!

보상:1골드.

-퀘스트 실패 시 <아키서스의 저주>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싸늘해지다 못해 영하를 뚫고 내려가는 분위기!

누군가 얼음 마법을 대량으로 난사해도 이 정도 분위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었다.

“저, 저는 이만 가도…….”

아까 눈치 빠르게 가장 먼저 파티원을 고발한 플레이어가 손을 들고 슬며시 물었다.

“가도 돼.”

“감, 감사합니다!”

“이 퀘스트만 받으면.”

“아, 아까 퀘스트는 안 받아도 된다고 했잖습니까!”

“그래서 제카스 토벌 퀘스트는 안 받아도 된다고 했잖아. 사디크 교단 토벌 퀘스트는 ‘이 퀘스트’가 아니라 새로 나온 퀘스트야. 그건 받아야지.”

“!!!”

이게 뭔 말장난이란 말인가.

플레이어는 입을 떡 벌리고 태현을 쳐다보았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이 되나 안 되나 다른 친구들한테 물어볼까?”

태현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물었다.

“얘가 사디크 교단 토벌 퀘스트를 받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받아야죠!”

“물론 받아야지!”

“당연히 받아야 해!”

눈물겨운 물귀신 작전!

남은 플레이어들의 뜻이 하나로 일치했다. 그걸 본 플레이어는 분통을 터뜨렸다.

“이 XXX들이 진짜!”

아무리 분통을 터뜨려도 플레이어들의 뜻은 변하지 않았다.

-어딜 혼자서 튀려고 해!

-이 치사한 XX야. 우리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냐?

파티 대화로 들려오는 동료들의 따뜻한 목소리!

“자. 빨리 퀘스트를 받고 빨리 이 영지를 떠나라고. 나도 너희들 떠나면 영지 수리해야 하니까. 어떤 사악한 놈들이 이렇게 영지를 부숴놨는지 모르겠어. 그렇지 않냐?”

“그러네요!”

화기애애한 태현과 이다비의 대화!

“그런데 이런 팝콘이 진짜로 팔릴까? 요리사들도 많은데 다른 요리도 많이 나올 거 아냐.”

“괜찮아요. 원래 사람들은 앞에다가 ‘원조’나 ‘오리지널’을 붙인 걸 좋아하거든요! 태현 님이 앞으로 시간 날 때 계속 이걸 들고 있는 걸 보여주면 사람들이 솔깃해할 게 분명해요!”

“그래? 진짜로?”

“나중에 좀 시들하다 싶으면 이제 맛을 바꿔서 또 내고! 그런 식으로 하는 거죠! 다 그런 식으로 장사하잖아요!”

“…….”

플레이어들은 얄미운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그들은 지금 이 사악한 퀘스트를 받느냐, 마느냐로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한다는 고민이 이 팝콘이 과연 팔릴까 안 팔릴까!

‘죽이고 싶다!’

‘진짜 죽이고 싶다!’

‘저거 판온 1 김태현 맞는 거 같다! 저런 개XX가 두 명 있을 리 없잖아!’

생각이 부풀어 오르자, 용감하게 반항하는 플레이어가 한 명 튀어나왔다.

“퀘스트를 받지 않겠다면?”

“응?”

“우리가 퀘스트를 받지 않고 모두 힘을 합쳐서 다 같이 빠져나가겠다면?”

“뭐, 그러든가.”

태현은 말과 함께 손짓했다.

그러자 케인이 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노예의 쇠사슬!

순식간에 앞으로 이동하는 플레이어!

“공격!”

-기사단의 문장!

콰콰콰쾅!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기사들의 집중 공격!

플레이어는 기겁해서 방어 스킬과 회복 스킬을 동시에 사용했지만, 순식간에 HP가 80% 이상 빠져나가서 너덜너덜해졌다.

혼자서는 절대 이길 수 없는 압도적인 차이!

그리고 태현이 앞에 서서 검을 치켜들었다.

“?!”

“잘 가라. 앞으로 나랑 마주칠 생각 하지 말고. 네가 누구든 간에 네 얼굴을 보면 내가 부서진 투기장 생각이 나서 널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일 거거든.”

“잠, 잠깐!”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행운의 일격, 치명타 폭발, 강격!

[레벨 업 하셨습니다.]

“레벨 업 할 때가 되기는 했지.”

그렇게 굵직굵직한 퀘스트를 깨 왔는데도 아직도 레벨이 72이라는 게 슬플 뿐!

‘……100을 찍을 수 있을까?’

마치 토끼를 쫓는 거북이 같은 기분이었다.

아키서스의 화신 직업의 특성상, 레벨이 오를 때마다 스탯들이 다른 직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팍팍 올랐다.

그중 오른 행운이 다시 레벨 업의 필요한 경험치 양을 올리고…….

무한 반복!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아이템을 얻었습니다.]

먼저 영지에 들어와서 공격을 한 덕분에, 이 플레이어들은 잡아도 아무런 페널티가 없었다.

태현은 알뜰하게 아이템까지 챙기고 다시 말했다.

“싸울 거면 아까 사디크 교단 있을 때 싸우지 그랬냐? 뭐, 그것도 나쁘지 않지. 다들 퀘스트 받기 싫다고 했지? 그러면 싸우자. 셋 세고 싸운다? 셋, 둘, 하나…….”

“잠, 잠, 잠깐만!”

“……?”

“받을게! 받으면 되잖아!”

결국 하나둘씩 굴복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계산을 해도, 지금 당장 죽는 것보다는 퀘스트를 받는 게 나았던 것이다.

‘그래. 일단 퀘스트를 받자.’

‘꼭 깨야 하는 건 아니니까…… 깨는 시늉만 해도 되니까.’

‘아키서스의 저주는 나중에 풀어도 된다. 저렙도 아니고, 저주 하나 정도는 달고 다녀도 괜찮아. 끓어오르는 궁극의 역병 저주 같은 게 또 나오지는 않겠지.’

‘시간제한 넉넉하면 여유 부려도 되겠지. 저 정도 퀘스트면 시간제한도 좀 될 테니까.’

다들 생각은 비슷비슷!

일단 퀘스트를 받고, 분위기를 봐서 시간을 끌 생각이었다.

퀘스트 제한 시간까지는 시간을 끌어도 됐고, 설사 시간이 다 되어서 페널티를 받더라도 저주 하나가 뭐 그리 대단하겠나 싶었다.

제카스를 공격하거나 사디크 교단을 토벌하거나, 둘 다 난이도가 만만찮은 퀘스트였던 것이다.

-퀘스트를 수락합니다.

-퀘스트를 수락합니다.

-…….

차례차례 퀘스트를 수락하는 플레이어들! 그들은 퀘스트를 수락하고 한 명씩 영지 밖으로 걸어나갔다.

태현은 훈훈한 웃음으로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래. 그래. 서로서로 증오의 연쇄를 끊자고. 얼마나 좋아?”

“…….”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제 모두가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태현의 친절함에 절대 속으면 안 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상했다.

어지간한 호구가 아닌 이상, 영지에 쳐들어와서 난리를 치운 그들을 봐줄 리 없었던 것이다.

‘젠장. 두고 보자.’

‘오늘은 이렇게 물러나지만…….’

그러나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왜 그렇게 제카스가 태현을 싫어하는지!

판온 1의 플레이어 중 태현의 이름만 들으면 경련을 일으키는 플레이어가 왜 있는지!

그건 바로, 한 번 호구를 잡으면 정말 끝까지 잡아먹는 지독함 때문!

[퀘스트 완료 기한까지 5초 남았습니다.]

[제한 시간까지 퀘스트를 완료하는 데 실패합니다.]

[<아키서스의 저주>에 걸립니다.]

“……????”

“야, 저주 싫으면 빨리 가서 퀘스트 완료해라.”

퀘스트도 다 받았겠다, 본색을 드러내는 태현!

“뭔 시X?!?!”

“아니 시간을 이렇게 짧게 주는 게 어디 있어?!”

사람은 너무 어이가 없는 일을 당하면 화도 내지 못했다. 지금 그들이 바로 그랬다.

설마 퀘스트 시간까지 이렇게 사기를 칠 줄이야!

“원래 시간은 금이야. 뛰어.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아.”

“이, 이, 이…… 안 깨! 안 깰 거야! 내가 빡쳐서라도 안 깬다!”

“깨기 싫으면 말던가. 저주 견디면서 살아봐.”

“이깟 저주 따위에 내가 흔들릴 줄 알았냐? 이제 협박할 것도 없잖아!”

플레이어 중 한 명이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이미 영지 밖으로 나온 이상, 쫓아온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도망칠 수 있는 상황!

“퀘스트 깨게 될걸.”

“??”

“내가 캐릭을 키우면서 느끼는 건데 말야, 아키서스는 정말…… 사람을 짜증 나게 만드는데 특화된 신이라는 거야.”

“……!!”

* * *

“아, 진짜…… 이것들이 관대한 마음으로 내버려 뒀더니 감히 이런 난동을 부려?”

“딱히 관대하게 내버려 두지는 않았…….”

“시꺼. 펠마스. 지금 남은 아키서스의 권능을 찾는 건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흠, 흠흠…… 각자 흩어져서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만…….”

펠마스는 말끝을 흐렸다.

“못 찾고 있다는 거군.”

“아니, 확신을 못 하는 것뿐, 각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아!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태현 님께서 가서 도와주신다면 더 쉽게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키서스의 권능 수색-아키서스의 화신 퀘스트>

전직 근위기사 넥돈은 아키서스의 권능을 찾기 위해…….

<아키서스의 권능 수색-아키서스의 화신 퀘스트>

전직 대도적 에드안은 아키서스의 권능을 찾기 위해…….

<아키서스의 권능 수색-아키서스의 화신 퀘스트>

필사꾼 갈락파드는 아키서스의 권능을 찾기 위해…….

주르륵 뜨는 퀘스트창들!

아키서스를 부활시키기 위해 모인 NPC들 모두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

펠마스만 빼고.

‘그러고 보니 이 자식은 아까 영지에서 싸울 때도 기사단 뒤에 숨어 있지 않았었나?’

예리해지는 태현의 눈빛!

그걸 눈치챈 펠마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니, 아키서스의 권능을 찾는 건 일단 다른 놈들한테 맡겨둔다. 지금 먼저 해야 할 건 사디크 교단을 치는 거야.”

“……!”

“사디크 교단을 치고, 이번 기회에 놈의 권능을 뺏는다!”

지금 다른 교단 중, 태현이 갖고 있는 <권능 포식> 스킬을 가장 쓰기 쉬운 상대는 바로 사디크 교단이었다.

악연도 인연이라고, 꽤나 오랫동안 상대해 온 덕분!

“태현 님! 아무리 그래도 아키서스의 화신께서 다른 교단의 권능을 쓰는 건…….”

“응? 뭐라고?”

“……정말 좋습니다! 저는 감히 따라가지도 못할 발상입니다!”

위험을 느낀 펠마스는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다른 교단이었다면 무리여도, 아키서스 교단에서는 통하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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