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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17화 (317/1,826)

§ 나는 될놈이다 317화

태현의 의심하는 눈빛이 그들에게 향하자, 대장장이들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저희 정말 아닙니다!”

“저희가 이 영지를 왜 파괴하겠습니까!”

“그래. 그건 그렇긴 해.”

태현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 모습에 대장장이들은 감동했다. 역시 놀라서 그런 거였지, 태현은 그들을 믿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자, 모두 눈을 감아라.”

“……?”

“영지에서 기계공학 스킬로 뭐 만들던 놈들은 조용히 손을 들어라. 어허. 눈 뜨지 마. 선생님은 다 보고 있어.”

“…….”

“…….”

“뭐하는 거냐?!”

케인이 기가 막혀서 태현을 붙잡고 소리쳤다.

“범인 찾잖아.”

“뭘 찾긴 뭘 찾아! 쟤네들이 안 했다잖아!”

“그걸 믿냐? 야, 기계공학 스킬은 쓰레기 스킬이야. 내가 판온 1때부터 봤는데 만들다 보면 박살 나고 터지고 제멋대로 오작동하고…….”

눈을 감고 있던 대장장이들은 태현의 말에 몸을 움찔거렸다.

아무리 들어도 믿겨지지 않는 태현의 목소리!

‘기계공학의 아버지’, ‘기계공학 메타의 개척자’ 같은 칭호로 불리던 태현이 기계공학 스킬을 저렇게 말하고 있다니!

‘이건 꿈일 거야!’

‘말도 안 돼!’

“저, 저희는 정말 안 했습니다!”

“맞아요! 지금 딱히 만들고 있던 것도 없습니다! 기계공학 스킬을 처음 쓰는 것도 아닌데, 위험한 아이템을 만들면서 그걸 내버려 두고 여기로 나오지는 않아요!”

그 순간 자리에 있던 모두에게 메시지창이 떴다.

<영지를 지켜라–절망과 슬픔의 골짜기 수비 퀘스트>

사악한 사디크 교단의 사제들과 성기사들은 아키서스 교단에 깊은 원한을 품고 있다.

그들은 아키서스 교단이 다시 나타나서 번영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이렇게 습격해 왔다.

그들을 막고 영지를 지켜라.

보상:?, ????, ??

“…….”

“하하, 난 너희들을 믿고 있었어.”

“…….”

그러나 태현에게 향한 눈빛들은 이미 싸늘해진 상태였다.

* * *

쾅! 콰콰쾅!

영지 주변에서 화염이 연신 터져나왔다.

사디크 교단 특유의 스킬인 사디크의 화염!

“아키서스 놈들을 처리해라!”

“원수를 갚아라!”

살벌한 기세!

태현을 향한 사디크 사제들과 성기사들의 원한은 보통이 아니었다.

몇 번이고 엿을 먹인 것도 모자라, 그들의 신전이 있던 자리에 새로 영지를 짓고 들어선 것 아닌가.

[건설 진행 중인 투기장 건물이 파괴됩니다. 건설 속도가 느려집니다.]

“안 돼에에에에에에!”

메시지창을 본 태현은 비통하게 울부짖었다. 그걸 들은 이다비는 깜짝 놀라 물었다.

“무, 무슨 일이에요?”

“투기장 건물이…… 부서져서 속도가 느려진다고…….”

“……그, 그게 지금 그렇게 비통해할 일인가요?”

“넌 피도 눈물도 없냐?”

“태현 님한테 듣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렇게 말하며 달려가자, 저 앞에서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맥크레니 상단이 고용한 용병들이 달려와서 몬스터를 막고 있었던 것이다.

“백작님! 잘 오셨습니다! 같이 싸웁……??”

용병들은 명성이 높은 태현을 보고 환호했지만, 태현은 그들과 같이 싸우지 않고 그냥 지나쳐 버렸다.

“백작님!? 백작님?!!?”

“아, 그 정도는 너희가 알아서 해라! 용병이잖아! 돈 받았잖아!”

[용병들의 사기가 오릅니다.]

“?!”

대충 말해도 화술 스킬이 고급인데다가 아키서스의 화신 직업 보정까지 받는 덕분에, 용병들의 사기는 올라갔다.

“싸우자! 몬스터들을 쓰러뜨려라!”

용병들은 사디크 교단에서 부리는 마수들이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저번 오크들이 대규모로 일어났을 때 영지 주변에 방어를 위해 준비를 해놨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용병들이나 플레이어들이 수월하게 싸울 수 있었다.

“망루 위로! 망루 위로 올라가서 쏘자! 그게 더 편해!”

“목책 쪽으로 모여요! 파티 짭시다! 파티로 싸워야 해요!”

영지 안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갑작스러운 퀘스트에 당황했지만 빠르게 움직였다.

그 모습에 태현은 살짝 감동했다.

‘너희들……!’

이런 이상한 영지지만 그래도 자기네들 있는 곳이라고 지키려고 하는구나!

“많이 잡으면 보상 나올 거야!”

“그렇지? 영지 방어 퀘스트잖아?”

“넌 뭐 달라고 할 거냐?”

“당연히 아키서스 축복이지. 축복 받은 다음에 10연속 강화 들어간다.”

“난 아키서스 축복 받은 물로 전부 바꾼 다음에 요리해 보려고. 그 물로 하면 ‘믿을 수 없게 잘 만든’ 칭호 붙은 요리가 잘 나온대.”

“…….”

플레이어들의 대화를 들은 태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고맙긴 한데, 계속 저런 보상으로 때워도 되나 싶은 마음!

‘좋아하니까 괜찮겠지?’

망설일 시간은 없었다. 태현은 재빨리 뛰어 들어가 사디크 교단의 주력 부대를 찾았다.

“크하하!”

[건설 진행 중인 투기장 건물이 파괴됩니다. 건설 속도가 느려집니다.]

“그만 부숴, 이 XX들아!”

분노의 일갈!

태현의 몸이 순간 사라지더니 앞에서 다시 나타났다.

그림자 잠수와 도약 스킬을 연속적으로 사용한 다음 거리를 좁힌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속적인 폭딜!

“크아악!”

재수 없게 가장 앞에 있던 사디크 성기사 하나가 회색빛으로 변해 사라졌다.

“못 지나간다!”

“김태현, 이 사악한 놈! 우리의 신전을 부수고 계획을 망친 놈! 사디크의 분노가 있으리라!”

화르륵!

태현이 추가로 두 명을 쓰러뜨리는 사이, 뒤에서 다시 한번 사디크의 화염이 타올랐다.

사디크 교단의 전략은 간단했다.

태현을 이기려는 게 아닌,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서 영지 건물에 타격을 입히려는 속셈!

‘와, 내가 하는 짓들을 다른 놈들이 하네!’

이제까지 해왔던 것을 그대로 돌려받는 태현!

퍼퍼퍽!

태현은 사디크 사제 한 명을 추가로 쓰러뜨리고서 외쳤다.

“이제 이런 짓은 그만두자! 사디크 교단! 서로 미워하지 말고 화해하자고! 증오의 연쇄를 끊자니까!”

물론 할 거 다 해놓고 이제 와서 화해하자고 해봤자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태현을 쳐다보는 사디크 성기사들!

“죽어라, 아키서스의 똘마니.”

“우리 교단에서 ‘김태현’이나 ‘아키서스’가 욕으로 쓰이고 있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김태현!”

차가운 반응들만 돌아왔다.

[설득에 실패합니다.]

“저거 남의 본진 태워놓고 화해하자는 거야?”

“얼굴에 철판을 대체 몇 개 깐 거야?”

거기에 수군거리는 플레이어들까지!

태현은 사디크 교단 습격자들 사이에 못 보던 플레이어들이 있다는 걸 깨닫고 눈썹을 찌푸렸다.

“뭐야, 왜 다른 놈들이 있어? 새로 가입했나?”

“잘 물어봤다, 김태현!”

“……?”

태현의 물음에 누군가가 대답했다. 꽤나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너는……!”

“그래! 김태현! 내 얼굴을 기억하겠지!”

버포드는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그와 태현 사이에는 사디크 교단 성기사들과 태현을 공격하기 위해 모인 플레이어들이 끼어 있었다.

덕분에 회복된 자신감!

“이렇게 복수할 기회가 오다니. 드디어 네가 나한테 준 걸 돌려줄 시간이 왔구나! 자! 할 말이 있으면 해봐라!”

“……너 누구였지?”

“…….”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졌다.

사디크 교단 쪽 플레이어들도 ‘이 분위기 어쩔 거야’ 하는 표정으로 버포드를 쳐다보았다.

당황한 버포드는 발악하듯이 외쳤다.

“모, 모르는 척하지 마라! 네가 날 모를 리 없을 텐데!”

“어…… 어디서 본 거 같긴 한데. 기억이…… 혹시 중국인 플레이어였나? 쑤로 시작하는?”

“그건 쑤닝이고 이 자식아! 도대체 누구랑 누굴 헷갈리는 거야?! 인종부터가 다른데!”

버포드가 울컥해서 따지자 다른 플레이어들이 버포드를 말리기 시작했다.

“진정해라, 버포드. 저놈의 속셈에 넘어가지 마. 저놈은 널 열 받게 만들어서 먼저 덤비게 하려는 거야.”

“맞아. 버포드.”

“후욱, 후욱…….”

그들이 떠드는 걸 심드렁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태현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저놈들은 누군데? 사디크 교단에 새로 가입이라도 한 놈들인가? 야,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나와라. 거기 다 망해가는 교단이야. 교단 건물도 박살 났다고.”

부들부들!

버포드와 함께 사디크 성기사들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사디크 성기사들이 도발에 넘어갑니다. 지휘력이 내려갑니다.]

“지금 나와서 아키서스 교단에 들어오면 위약금도 없이 받아주…….”

“헛소리하지 마라, 김태현! 우리가 누군지 아직도 모르겠냐!”

“??”

당당하게 외치는 플레이어들의 모습. 태현은 그걸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지?

옆에 있던 이다비가 작게 속삭였다.

“대체 원한을 얼마나 많이 쌓았기에 만나는 사람마다 자기를 모르냐고 물어요?”

게다가 더 웃기는 건 태현이 저들을 전혀 못 알아보고 있다는 거!

“나는 착하게 살았어. 분명 저놈들도 별거 아닌 거 갖고 원한 품은 쩨쩨한 놈들이겠지.”

“김태현! 판온 1의 원한을 갚으러 왔다!”

“…….”

태현은 그 말을 듣자마자 어떻게 된 건지 깨달았다.

제카스 때문이구나!

제카스가 자기 이름을 걸고 ‘김태현 저놈 저거 판온 1 김태현이야!’라고 말하고 다닌 덕분에, 그걸 믿은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사디크 교단이야 태현을 향한 원한이 하늘을 찌르고 있을 테니 손잡기도 쉬웠을 테고!

태현의 추측은 정확했다.

판온 1에서 태현한테 당한 적이 있던 플레이어들이 제카스의 말을 듣고 찾아온 것이다.

그 과정에 버포드와 사디크 교단이 손을 잡은 것이고.

“아니, 그 제카스 놈의 헛소리를 믿냐? 그놈이 나한테 퀘스트 뺏겨가지고 날 음해하는 거라니까. 이름 같다고 다 동일 인물이야? 너희가 외국인이라 모르겠지만 한국인들 보면 성 같고 이름 같은 사람이 은근히 많다고.”

그 말에 플레이어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말했다.

“나 한국인인데 이 자식아.”

“……어쨌든 간에 이름 하나 갖고 그러는 건 억지라 이거지. 증거 있냐? 증거 있냐고?”

“흥, 증거 따위는 필요 없다. 어차피 여기까지 온 이상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을 텐데?”

플레이어 중 하나가 태현한테 창을 겨누며 말했다.

반신반의하며 왔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태현이 진짜 김태현인지 아닌지는 의미가 없었다.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었으니까!

남은 건 최대한 판온 1의 울분을 여기서 푸는 것뿐이었다.

‘게다가 저놈은 판온 1 김태현 못지않게 얄미운 놈이야.’

‘뻔뻔한 게 아무리 봐도 비슷한데…… 진짜 아닌가?’

몇 마디 나눴다고 벌써 플레이어들의 마음을 굳혀 버린 태현이었다.

사람의 성질을 긁는 건 정말 타고났다!

“김태현. 우리가 왜 이렇게 시간만 끌고 있는 줄 아나?”

“뭐 믿고 있는 구석이라도 있냐?”

“정답이다! 우리가 이렇게 시선을 끄는 동안 다른 팀은 신전 건물을 파괴하기로 했었거든! 하하하!”

플레이어들은 크게 웃으면서 태현의 표정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태현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안 놀라냐? 신전 건물이 부서지면 아키서스 교단에도 분명 타격이 갈 텐데…….”

“나도 믿고 있는 구석이 있거든. 지금 마음 같아서는 투기장 쪽에 배치를 할 거 그랬나 싶긴 한데…….”

두두두두-

플레이어들 뒤쪽에서 묵직한 말발굽 소리와 함께 기사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김태현 백작님! 도우러 왔습니다! 신전 쪽 침입자들은 저희가 쓰러뜨렸습니다!”

“고맙군. 아농 백작. 내 투기장 건물은 많이 부서졌지만 정말 고마워. 내 투기장 건물 완성은 몇 주일이 더 걸리겠지만 정말 고마워!”

“…….”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귀족들의 기사단!

그 모습에 플레이어들은 깜짝 놀랐다.

“아니, 이런 거지 같은 영지에 왜 저런 기사단이 있어?!”

“말이 좀 심하지 않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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