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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될놈이다-315화 (315/1,826)

§ 나는 될놈이다 315화

‘제각각 실력은 뛰어나지만 팀워크는 거의 기대할 수 없는 팀. 그런 팀에 들어가려는 플레이어는 한정되어 있지.’

물론 예선을 통과하지 않고 바로 본선으로 들어갈 수 있는 건 정말 큰 장점이었다.

그러나 다섯 명으로 구성되는 팀에, 이세연과 김태현 같은 쟁쟁한 플레이어가 있는 건 다른 사람들에게도 부담이었다.

각자 실력에 워낙 자신이 있는 플레이어다 보니, 팀워크를 맞추거나 전략을 짜는 게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대형 길드 쪽에서는 랭커들과 랭커들을 받쳐줄 수 있는 플레이어들로 끈끈하게 팀을 짜서 예선을 노리는 경우가 많이 보였다.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초대 팀보다는, 계산이 서는 단단한 팀으로 나서겠다!

최명성이 보기에는 매우 합리적인 생각이었다.

기존의 명성과 이름값 때문에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었지만, 프리카 투기장은 레벨과 장비가 의미가 없었다.

즉 유명한 플레이어 하나하나에 그렇게 목을 매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렇다면 차라리 끈끈하고 손발 잘 맞는 다섯 명으로 구성된 팀을 구성하는 게 승률이 높을지도 몰랐다.

다들 김태현과 이세연 팀이 잘 나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최명성은 본선 팀에서 가장 불리한 팀이 한국 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본선 팀 중 유일하게 호흡을 맞춰볼 기회가 없이 제각각으로 숫자만 모은 팀이 될 테니까.

이름값과 흥행만 신경 쓴 MBS 측의 실수!

‘그렇지만…… 역시 나는 김태현이 이기는 걸 보고 싶다.’

판온 1에서부터 이어진 팬심!

최명성은 불리하다는 걸 알면서도 김태현이 이기기를 원했다.

판온 1에서도 그랬듯이, 김태현은 언제나 불리한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한 방법을 찾아내곤 했다.

레벨이 낮춰지고, 장비가 사라져도 그건 달라지지 않았다.

‘믿는다, 김태현!’

-해외 팀은 누구 오려나.

-에반젤린 SNS 보니까 캐나다팀으로 확실하게 참가 결정된 거 같더라.

-에반젤린? 나 에반젤린 좋아함.

-예쁘지.

-뭔가 어색하게 방송하는 게 귀엽지 않냐?

-그거 다 컨셉이라니까.

-컨셉이면 뭐 어때!

-에반젤린도 직업 좀 깠으면 좋겠다. 볼 때마다 신기해.

-뱀파이어 계열 같은데…….

-스미스나 크로포드도 오겠지?

* * *

“으윽…….”

“폭탄 풀어 이 자식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러면 뭐가 중요한데?! 너 진짜 사람들이 네가 이러는 거 알아야 해! 맨날 사람들이 뭐라는 줄 알아? 김태현 그 착한 자식을 케인이 속여서 단물 쪽쪽 빨아 먹는다 그런다고! 내가 그것만 보면 억울해서 눈물이 다 난다!”

“풉!”

옆에서 듣던 이다비가 빵 터졌다. 듣다 보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던 것이다.

“…….”

케인이 불타는 시선을 이다비에게 던지자, 이다비는 어색한 휘파람을 불며 시선을 피했다.

“이다비, 케인이 날 속여서 단물을 빨아먹고 있었나?”

“이번에 대회 참가도 했으니까 어떤 면에서 보면 그럴지도요?”

“앞으로 조심해야겠네.”

자기를 무시하고 둘이서 떠드는 걸 본 케인은 가슴을 두드렸다.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속 긁는 두 사악한 인간들하고 같이 다녀야 하나!

“그 폭탄 내가 안 터뜨리면 시간 지나고 사라지니까 괜찮아.”

“……애초에 바꾼 게 잘못된 거 아니냐? 응? 내가 이상한 거냐?”

“그보다 지금 중요한 건 사루온이야. 이놈이 지금 내 영지에 가겠다고 짐을 싸서 떠났는데…….”

말리기도 전에 떠나버린 사루온!

태현은 골치가 다시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영지 확인.

[현재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의 치안은 보통입니다. 주변에 몬스터들이 더 많이 나타날 경우 치안이 내려갈 수 있습니다.]

[던전이 발견될 경우 수입이 늘어나지만, 치안은 내려갈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현재 영지에서 동원 가능한 병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맥크레니 상단 용병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

병사들은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건설이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이대로 지속된다면 유명 건축가 NPC가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현재 영지의 수입은 –420골드입니다.]

‘……이거 흑자가 날 수는 있기는 한 건가?’

완전히 박살 난 영지를 받다 보니, 골드만 잡아먹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펠마스가 거하게 사기를 치고, 각종 제작 직업 플레이어들을 꼬드겨서 싼값에 후려치기를 하고 있어서 이 정도지, 아니었다면 더 적자가 심하게 났을 것이다.

‘일단 아키서스 교단 성기사들도 고용이 됐고, 필수적인 건물들은 지어지고 있는데…… 와, 정말 갈 길이 머네. 이거 도시로 만들 수 있기는 한가?’

판온의 도시에는 온갖 것들이 다 있었다. 필드에 안 나가고 도시에서만 노는 플레이어들이 괜히 나타나는 게 아니었다.

‘아예 안 될 거 같은 건 차라리 미리 포기를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선택과 집중.

그 개념이 여기서도 통했다.

[현재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에서 투기장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사고 때문에 완성까지 5일 더 느려집니다.]

“…….”

많은 메시지창 중, 투기장 관련 메시지창을 본 태현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무턱대고 지른 과소비의 결과물!

다른 건물들과 달리, 이 투기장은 정말 태현의 취향 때문에 지른 건물이었다.

‘이거 써먹을 수나 있으려나…….’

태현은 결정을 내렸다.

절망과 슬픔의 골짜기는 기본 건물만 갖추고, 나머지는 다 아키서스 관련 건물로 가기로.

그렇지 않으면 그냥 다른 도시들의 하위호환밖에 되지 않았다.

목적은 아키서스 교단의 상징적인 도시!

‘잠깐, 아키서스 교단의 상징적인 도시면…….’

태현의 머릿속에 순간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곳곳에 동상들이 있고, 사람들은 그 앞에서 울부짖으며 상자를 까고 아이템을 만드는 그런 모습이!

‘……아, 아니. 꼭 그렇게 되라는 법은 없으니까…….’

[악마 대장장이 사루온이 영지에 도착했습니다.]

“아니 이 자식은 왜 이렇게 빨라?!?!”

[특수 건물-악마의 대장간을 지을 수 있습니다.]

‘응?’

사루온이 하도 빨리 도착해서 당황하기는 했지만, 일단 특수 건물을 지을 수 있다고 하니 태현은 바로 지으려고 했다.

-건설.

뭐든지 있으면 좋으니까!

특수 건물 같은 건 기회가 있을 때 미리미리 잡아놓는 게 좋았다.

그러나 태현은 잊고 있었다.

사루온은 기계공학 관련된 NPC고, 그런 NPC가 도착해서 지을 수 있는 대장간은 당연히 기계공학 관련된 대장간이었다.

그리고 그런 건물을 지으면?

당연히 기계공학 관련 플레이어들이 찾아오게 되어 있었다!

* * *

“안녕하세요.”

“그래. 허허허. 허허허허.”

유 회장은 실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유 회장을 아는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귀신을 본 표정을 지었을 것이다.

재계의 호랑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질이 괄괄하고 불같았던 유 회장이 저런 모습을 보여주다니!

그러나 상대가 누군지 안다면 모두가 납득할 게 분명했다.

당연히 유지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상한데…….”

유지수는 뭔가 찜찜한 기분을 느꼈다. 그렇지만 상대가 그녀의 할아버지라고는 상상치 못했다.

평소에 게임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으니까?

“그래서 그 남자친구하고는 잘 되어가고 있나?”

“남자친구 아니라니까요! 그, 그리고 그런 건 물어보지 마세요.”

유지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 모습에 유 회장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누군지 잡히기만 하면 호수의 물고기 밥으로…….’

“그보다 그쪽은 정말 낚시만 하시네요?”

“이게 재밌어서 말이야.”

“다른 것도 재밌는 게 많은데…… 그러고 보니 저희 할아버지도 낚시를 엄청 좋아하세요.”

“……!”

유 회장은 순간 식은땀을 흘렸다.

뭔가를 눈치챈 건 아니겠지?

유지수의 표정을 보니, 별생각 없이 말한 것 같았다. 유 회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유 회장은 슬며시 궁금해졌다. 이 귀여운 손녀는 할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시지?”

“좋은 분이세요.”

헤벌쭉 올라가는 유 회장의 입가!

“언제나 저한테 잘해주셔서 좋은데, 가끔 부담될 때가 있어요.”

“뭐, 뭐? 그게 왜?!”

“……?”

“헛, 헛흠. 말해보게.”

“저한테 자꾸 남자친구가 있냐고 물어보시고, 사내놈들은 다 늑대라고 하시고…….”

“그게 사실이니까 그렇지!”

“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계속. 계속해보게.”

유 회장은 스스로를 다스리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저를 걱정해 주시는 건 알겠는데 저도 이제 다 컸거든요.”

‘아니야!’

“그러니까 그런 걱정은…….”

“할, 할아버지께서 지수 양을 너무 아껴서 그런 거 아니겠나?”

“아니, 그건 알겠는데 너무 과하다니까요.”

“그러니까 그게 애정…….”

“아니, 그게 과하다고요.”

단호하게 자르는 유지수! 유 회장은 풀이 죽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유 회장의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자, 유지수는 화제를 돌리려고 했다.

“그러면 계속 여기서 낚시만 하실 거에요?”

“그럴 생각이었다만?”

“낚시도 좋지만 레벨도 좀 올리시는 게 좋을 거예요. 아니면 다른 곳을 가거나요. 이 주변은 몬스터도 좀 센 편이어서 낚시만 하기에는 힘들거든요. 저도 이제 한동안 여기 없을 테니까 도와줄 수도 없을 거고요.”

“어디를 가는 거지?”

“프리카 대륙으로 가보려고요.”

“프리카 대륙이면…… 아, 투기장 대회 때문인가?”

“어? 아시네요? 관심 없을 줄 알았는데…….”

“그 정도야 알지!”

실은 저번에 만난 두 플레이어가 우연히 말한 걸 들은 거였지만, 유 회장은 원래 관심이 많았던 것처럼 위장했다.

“출전하려고?”

“네. 저희 길드원들하고 같이…….”

말하던 유지수는 얼굴을 붉혔다. 출전해서 예선을 뚫는다면 태현과 본선에서 만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왜 얼굴을 붉히지?’

유 회장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찜찜함을 느꼈다.

“들어보니 초대 팀이 있다고 하던데? 그런 초대 팀에 들어가는 건 어떤가?”

“그거 아무나 들어가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저는 이미 같이 나가기로 약속했거든요.”

“그, 그래?”

유 회장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만약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면, 당장 MBS에 연락해서 유지수를 넣으라고 압박을 했을 텐데!

“어쨌든 낚시만 하는 것도 좋지만 더 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레벨 올리는 것도 조금 생각해보세요.”

“그, 그래. 고맙네.”

유지수를 따라가고 싶었지만, 여기서 따라가겠다고 했다가는 정말 들키거나 오해를 살 것 같았다.

유 회장은 눈물을 머금고 떠나는 유지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제 남은 친구는 낚싯대뿐!

‘그래, 이 낚싯대만 있으면 나는…….’

[조건을 달성했습니다.]

[세월을 낚는 낚시꾼으로 전직할 수 있습니다.]

“??”

유 회장은 놀라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주변에 물어볼 사람은 모두 사라진 상태!

‘일단 이렇게 나오는 거 보니까 좋은 거 같은데……?’

유 회장은 숨겨진 직업은 잘 몰랐다. 그저 낚시꾼이 들어간 직업에다가, 따로 메시지창이 뜨니까 좋은가보다 싶었을 뿐!

“좋다! 전직한다!”

[<세월을 낚는 낚시꾼>으로 전직합니다.]

[마을에 있는 은퇴한 낚시꾼 휴본을 찾아가십시오.]

“??”

뭔지도 모르고, 유 회장은 메시지창이 시키는 대로 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신이 나서 상태 창을 확인하고 뭘 새로 얻었는지 확인을 했을 테지만…….

유 회장은 자기가 얻은 직업이 어떤 직업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무려 영웅 직업!

이제까지 밝혀진 낚시꾼 직업 중에서 최상위권에 속한 직업인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 회장은 은퇴한 낚시꾼을 찾기 위해 마을을 헤맬 뿐이었다.

“이놈들은 왜 이렇게 길을 복잡하게 만들어놓은 거야? 좀 표지판이라도 세워 놓든가…… 에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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